- 향랑
향랑
님은 갔습니다.
아아, 애용하는 노트북은 꺼져갔습니다.
세게 전원을 누르고 윈도우창 제때 작동해 내
파일 내 사진 그림, 차마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노트북 위로 핑크빛 포스트잇 '엄마 사랑해'란 메모는 끝끝내 3개월 할부로 찍혀왔습니다.
달콤하던 비피더스 한 병과 몰래 보던 유튜브
먹방의 추억은 불호령에 사라졌습니다.
나는 "엄마 사랑해" 메모와 딸의 귀여운 그림에 몇 분은 눈멀었습니다.
육아도 사람의 일이라, 낳을 때에 미리 큰 말썽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고장은 뜻밖의 일이 되고, 수리도 못하고 다음 달 카드빚 후폭풍.
그러나 수리비 80만 원도 넘어 헌 노트북 포기하고
새 노트북 바로 구입은 내 일의 소중함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안타까움을 옮겨서
새 창작의 장작불을 다시 지펴본답니다.
우리는 처음 살 때 고장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살아갈 때 언젠가 죽을 것을 압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마음을 이렇게라도 아쉬움의 시로 노트북 사망을 노래합니다.
* 한용운의 <님의 침묵> 패러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