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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스임 Aug 24. 2023

비가 오면 새들은 어디서 쉴까

자본사회의 트라우마



 찬기운과 더운 공기가 한동안 치열하게 맞짱을 뜨는 모양이다. 태양에서 점차 멀어지니 북쪽의 찬 공기가 많이도 내려온 것 같다. 아직도 맴도는 대양의 더운기운이 발악을 한다. 어쩔 수없이 한반도에서 조우를 하는가 보다. 며칠을 두고 비가 내렸다. 무더위가 조금씩 자리를 내주는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가로수 나무 위 직박구리 한 마리가 황급히 비를 피해 이리저리 가지 속을 헤집고 있었다. 제비는 그래서 사람이 사는 처마밑에 집을 짓는가 보다. 흔히 사람들은 새에 관해 환상을 갖고 있다. 훨훨 나는 비행의 순간을 갖는 새들의 삶이 못내 부러운 것이리라.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이 사회는 자본이 만능인 사회다. 모든 것의 능력치는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삶이 지속되는 한, 돈은 끊임없이 셈을 요구하고 있다. 한 마리 새처럼 비를 피할 곳을 찾아 주거를 마련해야 하고, 먹이를 찾아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


 날갯죽지가 욱신거려도 마음대로 쉴 여가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사람으로서의 일생도 새와 다르지 않다. 늘 도도하게 날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처음부터 어그러진 출생의 순위는 죽는 날까지 바뀌지 않는다.


가끔씩 지나간 계급사회가 차라리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조선이나 고려가 그리고 그 이전의 계급사회가 왜 그리 오랜 간 유지 되었을까? 그건 그렇게 사는 삶을 숙명으로 여기도록 희망의 여지를 아예 생각하지 못하여 오는 평화일 것이다. 

현대의 사람들이 더 힘들다는 생각은 그 희망이라는 파랑새가 어딘가 있을 거라는 갈급함에 있다.


 쉼 없이 궁리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지금과 같이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 그 수많은 사람들 중 몇몇은 금단의 땅에 이를 것이다. 그곳에 이른 그들은 또 견고한 성벽을 쌓을 것이다. 결코 이르지 못한 수많은 이들은 기회를 엿보며 자식에게 희망을 건다. 자신은 그렇게 살다 가지만, 자식은 다른 상층으로 오르길 기원하며 모든 걸 쏟는다.


 자본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일단 획득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생각에 괴롭다. 태어나 자라면서 배우는 교육이란 생각의 틀은 그것을 거부하게 만든다. 적절하고 상식적인 선이 아니면 우리는 거부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살게 된다. 과연 이 사회의 상류층들은 그런 상식선 안에서 모든 것을 취했을까?


 돈이 돈을 버는 속도가 가공하리만치 광속으로 내달린다. 사람이 도저히 그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다. 신계층은 공고히 전승될 것이다. 둥지 하나에 불과한 아파트 값은 광풍의 시간 속에 천정부지로 올랐다. 많은 이들을 빚더미 위에 처량한 둥지를 마련하고 지금은 울고 싶을 것이다.



해가 뜨고 아침이면 딸아이는 종종걸음으로 출근을 한다. 그 지루한 일상에 나는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딸애는 자기 노동에 의해서만 밥을 먹을 것이다. 그런 생각에 한편으론 내가 비루하다고 생각을 한다. 나 또한 아직은 한 달 벌이가 가능한 직장이 있다는 위안을 하지만, 내년이면 다른 모색을 해야 한다.


 여러 통계는 죽기 직전까지 일해야 하는 사회를 지표로 보여준다. 내 몸속에 박힌 무의식적인 반동은 내가 쉬는 꼴을 못 볼 것이다. 또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등 떠밀 것이 뻔하다.

아이비리그 출신 중 수재급 출신들은 월(Wall Street) 가로 향한다고 한다. 그곳에서 목표를 세운 뒤, 나이 40이 되기 전 은퇴를 계획한다고 들었다. 그들은 일하는 것 말고 뭔가 재미있는 근사한 계획이 있나 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썩 좋지 않은 계절에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할 듯하다.

비 오는 날, 저 새들처럼.....,

하지만 내 생에 그리 좋은 날의 기억은 별로 없다. 항상 지금 여기가 최선이라는 마음으로 살아왔다. 다만 너무 심한 폭풍우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젖은 날개깃을 추스르고 다시 날기를 기다리는 새처럼 살아가길 기원할 뿐이다.


저녁이 되니 새는 지치고 후줄근한 날개를 접는다. 비록 빗방울이 새는 둥지일지언정, 내일의 태양은 모든 기억을 소멸시킬 만큼 강하게 내리쬘 것이다.


나도 그만 자야겠다.

하루가 너무 짧아 기억도 새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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