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포레스임 Sep 09. 2023

루카스 모우라의 궤적

모든 삶에는 주어진 조건에 따른 궤적이 있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의 축구를 화면으로 보면서 참 대단하다는 느낌을 갖는다. 부수적으로 얻는 것도 많다. 그들의 클럽에서 외국인 동료들에 대한 애증도 함께 느끼다 보니, 외국인들에 대한 감정도 조금은 읽히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그의 눈빛을 읽을 줄 안다는 말과 상통한다. 내가 어려서 천편일률적인 코쟁이 들과는 다른, 다문화 국가로의 이행이 이미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도 이제는 어느 정도 친근함이 느껴진다. 손흥민의 동료 축구선수 브라질의 루카스 모우라가 토트넘을 떠나 회귀하듯 친정팀 상파울루 FC로 돌아갔다. 모우라는 별칭이 '울보'라고 한다. 브라질리안 답지 않게 눈물이 많다. 실제 그의 모습은 2002한. 일 월드컵 때의 호베르트 카를로스처럼 작지만 다부진 체격을 갖췄다. 단 하나 카를로스와 다른 점은 눈매가 그렁그렁하니 정감이 간다.


눈물이 많다는 것은 감정의 기복이 있다는 뜻일 게다. 실제 기복이 좀 있지만 폭발적인 그의 골감각은 천부적인 데가 있었다. 2년 전 유럽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서 아약스에 2:0으로 끌려가던 그와 손흥민의 팀, 토트넘을 루카스 모우라는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3:2로 역전시킨다. 지금도 그 기록은 역대 토트넘의 챔스 최고 기록이다. 확실히 그는 브라질리언다운 매력이 있었다. 꾸준하고 일관적인 손흥민과는 달리 절체절명의 순간에 혜성처럼 등장하는 기질이 돋보였다.


사실 브라질 사람들은 그런 기질이 다분하다고 한다. 일 년 내내 사탕수수 농장에서 그 힘든 노동을 견뎌내며 한 푼, 두 푼 모으는 이유가 리우의 삼바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우리네 삶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자식을 위해서, 더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서, 노년의 삶을 위해서 우리는 여축을 하고 소비를 참는다. 삶의 만족도는 브라질 국민이 더 높다. 복지가 잘된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은데, 사실 브라질이나 한국이나 미국식 자본만능주의 사회이니 별반 다를 게 없다.


나이를 조금 먹다 보니 회한이 많아진다. 지금 글을 쓰는 것도 좀 일찍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나 때가 있고, 내 조건에 맞는 궤적을 그리며 살아왔다는 기분이 든다.



루카스 모우라가 기복이 있다는 것은 다분히 그의 태생에 따른 기질적 영향이 환경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주변 사람들과의 궁합도 중요하고 장소에 따른 기분의 영향도 무시할 수없다. 어쨌든 그는 굵직한 기억을 뒤로하고 그의 고국 리그로 돌아갔다. 상파울루 FC는 유소년 때부터 자라온  클럽이니 고향이면서 어머니의 품 같았을 것이다.

한동안 폼이 올라오질 않아 애태웠을 그가 드디어 활화산 같은 불을 뿜어내는 모양새다. 골키퍼가 완벽하게 틀어막았다고 생각한 그 미세한 틈 속으로 정확하게 골을 밀어 넣었다. 그의 눈에는 남들은 보이지 않는 공의 궤적이 보였던 모양이다.

일렁이는 그의 눈에서 토트넘을 떠날 때 보여주던 눈물이 이번엔 환희의 기쁨으로 넘쳤다. 부디 그가 행복한 축구를 하길 바란다.


사실 외국의 축구경기에서 그것도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 브라질 선수의 눈물은 좀 생소하다. 손흥민 선수라면 이해가 간다. 한(恨)의 정서가 녹아든 땅에서 태어나 자랐으니 당연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브라질리언인 모우라는 환희의 순간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라 출신이라 의외로 보인다. 결국 사람으로서 느끼는 희노애락어느나라 출신이든 비슷한가 보다.


좀 여유가 있다면 우리 선수들이 뛰는 리그의 축구를 보러 다니고 싶다. 사실 거기서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겠는가. 외로움에 또는 차별하는 현지인들에게 분루(憤淚)의 눈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도전은 젊기에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이 주장에 올랐다고 한다. Captain 자리에 오른 손흥민은 141년 창단이래 비유럽인으론 처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같은 팀원인 영국백인 중에는 시기질투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당연한 얘기다. '굴러 들어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는 속담이 우리에게도 있지 않은가. 어디서든 텃세가 있는 법이다.


그동안 단련된 손흥민이 눈물과 땀으로 이젠 많이도 여물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의 아버지는 추운 겨울 밤, 아들의 연습장인 초등학교 운동장에 사비를 털고 소금을 몇 가마니를 사서 뿌렸다고 한다. 겨울에 조금 더 푹신한 땅이 되고 여름이면 배수가 잘되게 만들어 주려는 부정(父情)을 그는 아직 잊지 않은 듯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