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 것 같다. 흔히 프로축구선수는 돈이 모든 것의 달란트였다. 사우디리그로 호날두, 벤제마, 마네 그리고 최근에 네이마르 등의 선수가 옮겨갔다. 중동축구의 리그 역사라고 해봐야 일천할 뿐이지만, 그들은 젊어서 한 때인 그들의 밑천을 돈으로 환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천문학적인 액수에 나라도 그곳에 가서 몇 년을 뛰면, 일생을 편히 살 수 있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않았을 것 같다.
손흥민도 사우디 리그에서 제의가 왔었다고 한다. 지금 토트넘에서 받는 주급의 세배를 준다는 제의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EPL에서 목표가 있고, 그의 축구여정을 유럽에서 마치고 싶다고 한다. 뚜렷한 자기 주관이 보기에 아름답다.
그제 북런던 더비가 있었다. 아스날과 토트넘은 백여 년에 가까운 앙숙관계의 라이벌이었다.
나는 중계장면을 보고 싶었으나 빨리 직장으로 복귀해야 했다. 다음날 출근을 하려면 저녁 10시엔 출발하여 도착을 해야 했다. 140킬로의 거리는 좀 지루하다. 유튜브의 입중계가 생각이나 맞춰놓고, 핸드폰 화면을 절전으로 맞추니 차라리 TV로 보는 것보다 음성효과가 더 생생했다.
출발을 하고 음성으로 듣는 축구가 상쾌했다. 지루하지 알고 심야 운전도 각성이 되니 일석이조였다. 시작을 한지 얼마 안 되어 어이없는 자책골이 나왔다. 토트넘의 브라질 선수인 로메로가 자책골을 넣었다. 아!...... 문득 카타르월드컵 때의 그가 생각났다. 빅매치 때의 긴장감은 인간인 그에게도 부담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자책골은 너무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절묘한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후에도 로메로의 긴장감은 줄어들지 않았나 보다. 수비를 하다가 그의 손에 볼을 맞고 핸드볼 반칙이 판정 났다. 다시 2:1로 아스날에 끌려가는 찰나, 손흥민은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에 또 동점골을 만들어 냈다. 주장으로 책임감도 있겠지만 로메로의 실책을 손흥민은 훌륭히 메꿔 주었다. 그의 두골은 기록상으로도 몇십 년 만의 처음이라고 한다.
십 분 정도의 시간을 남겨놓고 손흥민은 교체된다. 그의 중요성을 아는 감독 입장에서 행여 집중되는 방어에 부상이라도 입을까, 염려해서였다고 한다. 경기장을 나오면서 손흥민은 주장완장을 두 명의 부주장 중에서 로메로에게 건넨다. 사실 나는 이 장면이 눈물겨웠다. 메디슨과 로메로의 두 명의 부주장 중에서 두골 모두 도움을 준 메디슨을 놔두고, 로메로에게 캡틴 완장을 주며 부탁한다고 했다.
로메로 입장에서는 미안한 감정과 자기를 이토록 믿어주는 손흥민이 고마웠을 것이다. 나이는 내 딸아이와 동갑인 그가 존경스러웠다. 나는 살아오며 실수나 어쩔 수 없는 환경에서 좌절하는 동료를 진심으로 껴안아 준 적이 있던가? 별로 기억나는 게 없다. 손흥민은 그런 선수였다.
아직 영국의 프리미어리그는 초반을 달리고 있다. 토트넘은 그동안 중상위의 그저 그런 팀이었다. 너무 처지지도 최상위로 올라가지도 못하는 그런 팀 말이다. 비유럽인으로 141년 만에 손흥민이 주장이 되고서 나름의 목표가 있는 것 같다. 벌써 아홉 번째 시즌을 치르는 그는 리그 우승에 대한 염원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팀원들에게 그는 우승할 수 있다는 동기부여와 신념을 불어넣고 있다고 한다.
리그 150골 달성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에게 그의 대답은 이미 앞으로의 각오로 비친다.
"어제 값을 치른 대가를 오늘 받고, 내일 받을 대가를 위해 오늘 값을 치른다!"라고 그는 말했었다.
"오늘의 두 골 모두 팀원들이 만들어 준 것이다. 나는 마지막 터치만 했을 뿐이다."
그는 주장으로서 자신의 골을 팀원들의 공로로 돌렸다. 그의 팀 토트넘 팀원들은 아마도 속으로 가슴이 벅차올랐을 것이다. 겸손은 그의 아버지 손웅정이 늘 강조하던 덕목이었다. 아들에게 월드클래스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는 말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그 이유를 묻는 사회자에게 최고 정점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내려갈 일밖에 없으니 늘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답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사회문제나 경제 등도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시기다. 뉴스 보기가 두려울 만큼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어 보인다. 그나마 나는 손흥민, 김민재 등의 축구를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곤 한다.
팀원들을 한데 묶어 손흥민이 염원하는 우승의 목표를 향해 그의 팀은 나갈 것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골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
어느덧 두 시간의 운전에도 피곤한 줄 모르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자정을 좀 넘긴 시간이었다. 날이 바뀌었다. 또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에 쉽게 잠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