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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04. 2022

[Ep.2] 푸드트럭 장사를 꿈꿨던 26살 남자.

부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정신병원에 갈 줄이야

잠에서 깨어 부시시한 머리를 한 번 넘기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물을 한 잔 마신 뒤 "아자!!"라는 소리를 내며 네이버 카페 ‘푸사모(푸드트럭을 사랑하는 모임)’에 글을 올렸다. 타닥타닥타닥


나 : “푸드트럭 장사를 꿈꾸고 있는 26살 남자입니다! 알바를 하면서 푸드트럭 일을 배워보고 싶습니다. 연락 주세요!”


이 글을 올린 뒤, 한껏 자신감과 멋에 취했다. "영화 속 주인공 같은데? 나 너무 멋있잖아?" 그렇게 한 껏 멋에 취해 있는 당일 친구와 술을 마시고 있던 중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사장님 : “서울 밤도깨비야시장에서 장사하고 있는 푸드트럭입니다. 지역이 창원이시던데 혹시 서울이라도 일을 하러 오실 수 있으신 건가요?”


창원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는 차로 5시간이다. 단순히 일을 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상경을 해야 되는 상황이였다. 하지만 나는 고민도 하지 않았다. 내가 고민하는데 걸린 시간은 딱 5초      


나 : “네! 가능합니다! 언제까지 올라가면 될까요?! 아! 내일 올라가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곧바로 서울에 있는 고향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얘기하고 당분간 신세 질 수 있냐고 물었다. 친구는 흔쾌히 승낙했고, 나는 그 다음날 부랴부랴 짐을 싸서 서울로 올라갔다. 단 3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미친놈이다.


그렇게 내 생에 처음 여의도 한강 공원에 도착했다. 아직도 그 장관을 잊을 수가 없다. 경상도 창원 촌놈이 올라와서 본 여의도 밤도깨비야시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청춘, 예술 그 자체였다.


한강을 둘러싸고 있는 트랜스포머 같은 푸드트럭들, 열기가 가득 찬 군데 군데서 흘러 나오는 노랫소리, 돗자리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낭만들이 합쳐져 나의 온몸에 엔도르핀이 솟구치게 만들었다.


20명인가... 30명인가... 내가 처음 일을 배우러 갔을 때 기다리고 있던 손님의 수다. 통행이 안 될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쉬림프가 주력 메뉴인 이곳은 밤도깨비야시장에서도 몇 안 되는 인기 트럭 중 하나였던 것이다.


어깨너머 바라본 새우는 통통하기가 랍스타 만하고, 양념 따위 거추장스러울 만큼 살집이 탱글하니 본연의 짭쪼름한 맛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확실히 손님이 많을 법도 했다. 내가 일터를 아주 제대로 골랐구나 싶었다.


손으로 하는 건 무엇이든 자신 있었던 난, 푸드트럭 일이 제법 적성에 맞았다. 노하우가 생길수록 조리 속도는 비범하게 빨라졌고, 스스로도 대견스러울 만한 실력을 갖췄을 때엔 일 700만 원이라는 최고 매출로 조기 매진을 달성했다.


고작 5시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1평 남짓한 공간에서 만들어낸 700만원이라는 매출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지는 장사를 조금이라도 해본 이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아아.. 솔드 아웃 간판을 걸었을 때의 성취감이란.. 화장실은 커녕 물 한 모금 마실 시간 조차 허락되지 않은 혹독한 업무를 클리어 한 대가로 얻은 짜릿한 감각이었다. 처음에는 업무 속도가 느려 호되게 꾸중 들었던 내가 이제는 매출과 직결되는 귀중한 인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게 나는 전국 8도까지는 아니지만 경기도 인근 행사를 휘뚜루마뚜루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 "동진아 이번에 BMW 행사가 있는데 거기 갈 수 있겠니?" "동진아 이번에 원주에 다이내믹 페스티벌이 있는데.. 2박 3일이야" 모두 흔쾌히 OK 했다.


하지만 이내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일을 배우러 온 것이고, 푸드트럭을 하려면 처음에 어떻게 차를 꾸미고, 개조를 하고, 메뉴는 어떻게 선정하며, 어떻게 메뉴를 개발할 것인지 등등 푸드트럭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어서 온것이였다.


그런데 사장님은 나를 그냥 일개 알바로밖에 쓰지 않았다. 푸드트럭을 알려주기는 커냥 나는 그냥 새우 잘 꿉고 일 잘하는 노동자 1명일 뿐이였다.

열정 넘치던 패기 어린 청년은 사라지고 어느덧 이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 버렸다. 여의도 한강 공원은 내게 익숙한 동네 공원이 되었다.


밋밋하게 새우만 까며 보낸 6개월이라는 시간이 점점 더 허송세월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단을 내려야 할 때였다. 사실 결단을 내린다는 말이 우스울 만큼 내 마음은 한 쪽으로 편향된 지 오래였다.  

    

“할 만큼 했잖아. 어차피 가르쳐 주는 것도 없는데. 이제 내 푸드 트럭을 차릴 때가 온 거야!”  

   

어쩐지 첫 퇴사가 생각난다. 나는 또다시 마음의 소리에 머리를 거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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