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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진 Dec 08. 2022

[Ep.3] 추진력 99%의 인간

부자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내가 정신병원에 갈 줄이야.

나는 추진력 99%로 이루어진 인간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결정과 동시에 바로 대구로 버스에 올라탔다. 불현듯 트럭 사장님들이 신신당부했던 것이 기억이 났다.


"트럭 고를 때 주의해야 될 점은 2가지에요! 첫째는 자동 탑차, 둘째는 자동기어인 것을 골라야 합니다. 수동인 것을 고르면 난중에 무조건 후회해요! 명심하세요!"


하지만 내겐 그럴 시간이 없었다. 벅차올라 가슴뼈 앞쪽까지 뚫고 나온 흥분은 그따위 장벽들이 막지 못했다. 모든 것을 만족하는 물건은 없었지만, 아쉬운대로 지체 없이 700만 원짜리 봉고3 중고 트럭을 구매해버리고 대구에서 서울까지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힙합을 외치며 뽈뽈거리며 달려왔다.


택배 트럭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푸드트럭은 택배트럭과는 아주 많이 다르다. 양쪽 바디가 앞으로 나와야 하며, 그 안에 주방설비도 들어가야하고, 가스도 들어가야 하며, 전기도 따야되고, 가스 안전 승인도 받아야한다. 또한 디자인 랩핑도 해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봉고3 트럭 1개를 구매했다고 바로 장사를 시작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전문 업체인 특장업체에 맡기고 시설이 완비가 되어야 장사를 시작할 수 있다. 

 

***특장업체:  특수한 용도로 쓰일 수 있도록 자동차를 개조해 주는 업체     




쉬림프 사장님의 몇 안 되는 가르침 중 하나가 ‘충분한 비교를 통해 각 설비마다 특장 업체를 따로 선정하라’ 였지만, 체계적인 것에 젬병인 MBTI 성향중 극한의 P인 나는 머리 싸매고 막막해 하느니, 아는 업체를 통해 빨리 빨리 일을 추진 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막막해서 내렸던 편한 결정은 묵직하게 돌아와 나에게 어퍼컷을 먹였다. 특장업체 사장님이 나를 어리게 봤는지 일을 미루기 시작했다. 처음 마감기한이 다가왔을 때 전화를 걸었다. 


나 : "사장님 혹시 제 트럭 얼마나 진행됐을까요?"

특장업체 : "직원이 그만뒀어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서 일을 할 시간이 부족하네요. 2주만 더 기다려주세요"     


처음엔 당연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잘 부탁드린다며 통화를 끊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점점 늦어지더니, 어느 날 사장이 잠수를 타기 시작했다.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다. 20통을 넘게 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락이 닿지를 않으니 별 수 있나. 직접 찾아가는 수밖에. 그렇게 서울에서 김포까지 버스를타고 2시간 30분동안 직접 찾아가기를 수차례 반복하게 된다.  


막상 가보니 사장은 일은 안하고 놀고 있었다. 왕복 5시간의 버스 이동보다 더 미칠듯한 노릇은 차주 동의 없이 상습적으로 차를 수리하고 청구서를 내밀었다. 실제로 수리를 했는지, 아니면 카센터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수리비를 뻥튀기 했는지 몰라도 할 말이 없게 뻔뻔스러웠다.


특장업체 : "그러면 차가 안 움직이는데, 차 수리를 안해요? 그럼 차 개조는 어떻게 해요?"

나 : "그러면 연락을 먼저 주셔야죠. 제가 차주인데 제 허락을 맡고 수리를 하셔야죠"


개조도 자기 맘대로다. 내가 요청하지 않은 부분의 개조도 자기가 해놓고, 인심쓰듯이 자기가 이것도 해놨다며 비용을 청구했다. 원래 생각했던 특장 업체 예산이 1100만원이였는데 200만원 더 많은 1300만원을 청구하였다. 이때 배웠다. 만만하게 보이면 무시당한다는 것을. 예의 바르게 행동하는 것이랑, 만만하게 보이는 것이랑은 다르다는 것을. 결국 차는 마감기한을 2달이나 넘기고서 완성될 수 있었다. 



씩씩거리기도 잠시, 참 나도 단순한 놈인가 싶다. 막상 푸드트럭을 받으니 벌써부터 야시장에서 뜨거운 땀방울을 흘릴 내가 상상 되며 앞선 불만이 눈 녹듯 사라져버렸다. 그저 기대와 기쁨만으로 한껏 상기된 채 쩌렁쩌렁 외쳤다.     


“나도!!! 이제 푸드트럭 사장이다!!!”     

심장 소리가 어쩐지 눈알에서도 울린다.  ‘쿵쾅 쿵쾅’


그렇게 첫 장사를 위한 준비를 모두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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