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나니 무슨 음식인지 이야기해주네
중국인들은 땅 위의 책상, 하늘 위를 나는 것 중 비행기 말고 다리 네 개 달린 건 다 먹는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그 정도로 중국인들은 가릴 것 없이 다 먹는다는 이야기다.
직접 중국을 경험해본 바로는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고 본다.
나 또한 정말 한국에서는 상상하지도 못할 음식들을 먹어봤는데 문제는 먹기 전에는 그 음식이 뭔지 몰랐다는 것이다. 먹고 나니 맛이 좀 특이해서 무슨 음식이냐고 물었거나 중국어를 잘 몰라서 물어봤지만 무슨 뜻인지 못 알아들었거나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상하이에 중국인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먹은 음식이다.
또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요리를 준비해뒀고 우리는 맛있다며 먹고 있었는데 닭고기탕 같은 요리가 있었다. 오호? 국물이 뜨끈하니 좋네 하며 먹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비둘기 탕 맛있지?
쓰촨 성 청두의 한 요리점에서 쓰촨 요리를 먹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쓰촨의 마라 맛을 좋아했고 고기 귀신인 나는 허겁지겁 먹고 있었다. 고기 요리 하나가 굉장히 좀 딱딱하고 질기길래 친구에게 이거 무슨 고기냐고 물으니
토끼야
베이징에 있을 때 출출한 와중에 중국인 친구가 어디론가 가서 고기를 사 왔다.
우리로 치면 좀 오향장육 비슷한 고기였는데 무슨 고기냐고 물으니 당시 중국어를 잘 못해서 무슨 고기인지 못 알아들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라는 단어는 알았는데 분명 그 단어는 아니었고 맛을 보니 굽지 않은 스팸햄의 맛이었다. 집에 가 친구가 말했던 그 고기 이름을 검색해보니
당나귀
중국의 강남이라고 불리는 항저우, 쑤저우에 여행할 당시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다.
친구 가족의 초대로 꽤나 고급진 식당에 원형 테이블에 앉아 먹고 있었는데 이게 음식인가 싶을 정도로 특이한 요리가 있었다. 일단 먹어보는 나는 뭔가 꼬들꼬들한 식감에 그다지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인지 계속 베어 먹고 있었다. 옆에 있던 중국인 친구가
너 오리혀 좋아하나 보다?
베이징에서 중국인 친구들과 함께 훠궈를 먹으러 갔다.
그땐 정말 중국어를 못 했던 시절이라 어버버 했을 때였는데 중국인 친구들이 훠궈에 넣을 음식들을 마구마구 시켰다.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훠궈를 먹는지라 한국에서는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이 테이블에 자리가 모자랄 정도로 많았고 나는 이것저것 다 넣어 먹어보았다. 그런데 그중 핏기가 살짝 있으면서 말랑말랑한 음식이 있었는데 훠궈에 담가서 먹으니 무슨 거품같이 녹아버렸다. 맛도 이상하고 무슨 거품을 씹는 맛이라 인상을 쓰며 중국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뭐라고 하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그날 집에 가서 사전을 찾아보니
돼지 뇌
베이징에서 중국어학원을 다닐 때 반 회식을 한 적이 있었는데 분명히 사진이 있는 메뉴판을 보고 이거 주세요, 저거 주세요 했는데 살아있는 번데기 요리가 나와서 기겁한 적이 있었다. 남자 엄지손가락보다 더 큰 번데기가 움직이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분명히 사진을 보고 주문했는데 왜 이게 나오냐고!! 우리는 이거 시킨 적 없다며 돌려보냈다.
이것 외에도 내가 무슨 음식인지 모르고 먹은 것들이 정말 많겠지만 어쨌든 돼지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허허. 우리가 이렇게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중국음식들을 보며 그들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만 우리도 그들이 이해 못 하는 음식을 먹는다.
그중 하나가 산 낙지이다.
한국인들은 횟집에 가면 한 번씩 먹게 되는 이 산낙지는 우리가 생각했을 때 나름 맛있는 음식인데 그들은 살아서 꿈틀거리는 음식을 바로 입으로 넣는다는 걸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중국인 친구들을 데리고 한국에 왔을 때 횟집에 가 산낙지를 먹여보았는데 몇몇은 오만상을 지푸리며 시도도 못했고 몇몇은 궁금해서 먹어보더니
음, 좀 질기긴 한데 나쁘지는 않아
중국에서 재밌는 경험을 많이 했는데 특이한 음식도 그중 하나였다.
내가 소개한 건 중국의 특이한 음식들이지만 맛있는 음식들은 정말 수도 없이 많다. 중국에 유학 갔다가 돌아왔을 때 가장 그리웠던 음식은 양꼬치였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 양꼬치 집이 거의 없던 시절이었기에 양꼬치 집 찾아다니면서 칭다오 맥주와 함께 먹기도 했다.
요즘엔 쓰촨 성 청두의 훠궈가 그렇게나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