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고통
중국인은 돌솥과 같다.
라는 표현을 책에서 봤는데 한번 친구가 되긴 어렵지만 친구가 되면 그때부터는 끝까지 믿고 평생 친구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08년 베이징에서 유학할 당시, 외국인 유학생과 중국인 본과생들 사이에 푸다오(辅导)라는 것이 있었다. 한국어로 하자면 '언어교환'이라고 할까.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유학생과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중국학생끼리 서로 가르쳐주는 것이었는데 당시 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푸다오를 했었고 나도 그 중국인 친구와 가끔 함께 만나서 놀기도 했다.
밥도 같이 먹고 시내에도 같이 나가다가 하루는 자기네 집에 놀러 오라고 했다.
부모님이 계시는 중국인 친구 집에는 처음이라 친구와 함께 선물을 사들고 갔는데 베이징 시내에서는 꽤나 먼 곳이었고 지하철을 타고 어디까지 가니 친구와 그의 아버지가 마중을 나오셨다. 오...? 아버지께서 직접 차로 마중을 같이 나와주시다니 엄청난 영광이었다.
친구 집에 도착하니 친구의 어머니가 굉장히 환영을 해주셨고(정말 좋아하셨다) 이야기를 좀 나누다가 밥이 다 준비되어 먹었는데 하... 말로만 듣던 중국의 손님 대접상을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진짜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상을 꽉 채우는 다양한 요리가 있었는데 처음 보는 순간 어떻게 이걸 다 먹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중국에 가기 전 책에서 중국인 집에 초대돼서 가면 음식을 남겨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절대 다 먹으면 안 된다고 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음식을 다 먹는 건 음식이 모자라다는 뜻으로 인식이 되기 때문에 집주인이 제대로 준비하지 못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체면이 깎인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문화지만 어쨌든 그들의 문화라고 하니 남기긴 해야겠는데 너무 종류가 많으니 막막했다.
탕수육, 모닝글로리 등 각종 튀기고 찌고 볶은 요리들이 10가지는 넘게 있었다.
나도 나름 대식가지만 와... 왜인지 모르겠지만 밥은 없었고 반찬으로 배 채워 보자는 생각에 급하게 후다다닥 먹기 시작했다. 식당 요리 뺨치는 맛이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이렇게나 맛있다니 ㅠㅠ (우물우물)
좀 빨리 먹어야 더 많이 먹을 수 있었기에 후다다닥 입에 넣었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배는 불러오고 요리 하나를 반 이상 먹은 것도 없어 미안해질 무렵 친구의 어머니가
주식(主食) 먹자~
이러셨다.
엥? 이렇게 반찬을 배 터지게 먹었는데 밥이라니?
줄 거면 처음부터 주시지 이제야 주려고 하다니...(한국인의 생각)
아니다 만약에 밥을 먹었으면 반찬을 이 정도로 많이 먹지도 못했다
아, 아니요 아니요 저희 배 터지겠어요. 안 주셔도 돼요
예의를 차린다고 생각하셨는지 끝까지 밥을 퍼주신다.
진짜 못 먹을 것 같아서 안 주셔도 된다고 한 건데...
그래도 안 먹으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밥을 먹었는데 밥이랑 같이 먹으니 더 맛있다!!(탄수화물 중독 한쿡인)
꾸역꾸역 밥을 반이나 비워냈고 배가 터져 죽을 지경이었다. 진짜 음식이 목구멍까지 걸려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나는 그 배 터짐을 이겨내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서 뱉어내고 말았다. 밖으로 뱉어내는 소리가 들릴까 봐 조용조용하느라 더 힘들었다.
하아... 진짜 맛있었는데 ㅠㅠ
알고 보니 중국에서는 주식을 (면, 밥 류)를 나중에 먹는 문화가 있었던 것이다.(그것도 지역마다 조금 다르다고 한다)
한국은 주식과 반찬을 함께 먹는데 중국은 주식을 나중에 먹으니 그걸 예상하고 먹었어야 했는데 나는 밥을 안 먹나 보다 하며 반찬을 후다다닥 먹고 있었던 것이다. 술이라도 마셨으면 안주빨로 음식을 더 먹었을 텐데 식사로 먹으려고 하니 더 힘들었던 것 갔다.
또 문화충격이라고 한다면 아버지들이 음식을 많이 해주신다는 것이다.
중국인은 남자들도 기본적으로 요리를 할 줄 알고(진짜 잘한다!) 아빠들이 주방에 들어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기에(나는 아버지가 밥하는 걸 본적이 없...) 중국인 친구 집에 초대받아 가면 아버지가 요리하고 있는 모습을 매번 보았다.
중국인 집에 초대받아가는 건 참 재미난 경험이었다.
만약 중국인 집에 초대를 받아 가는 사람이 있다면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마음 단단히 먹고 가세요.
배 단단히 먹고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