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문화, 다른 문화
베이징에서 유학시절 나의 룸메이트는 일본인이었다.
중국에 있으면서 중국인을 매일 마주하며 일본인 룸메이트와 같이 살다 보니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의 성격적, 문화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이제는 외모만 봐도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구분 할 수 있을 정도다.
한중일 삼국은 지리적인 이유로 역사적으로 굉장히 많은 교류가 있었다.
그것이 전쟁이든, 문물교류든 지리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많은 교류가 있었고 대륙의 중국, 반도인 한국, 섬나라 일본이 가진 각자의 환경적인 특수성으로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섬나라인데다 지진이 잦았기에 자원이 많고 비교적 지진으로부터 안정적인 대륙 진출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그 대륙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지리적으로 대륙과 가까운 한국을 지나쳐야 했는데 지나치는 게 아니라 점령해서 자원이나 물자들을 보내는, 대륙 점령을 위한 교두보로 삼고자 했다. 그러나 그들은 조선을 정복하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자기네들이 이길 게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조선인들의 의지를 이겨내지 못했다.
대륙과 섬나라 중간에 있는 반도국가인 한국은 땅덩어리나 인구수만 봐도 대륙과 섬나라에 밀리는 편이다.
거기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병력이 국력이던 시절 지혜로운 장수와 나라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의 백성들이 똘똘 뭉쳐 외세의 침입을 막아낸 조선은 그래서인지 지금도 국가대표 경기만 있으면 하나가 된다. 프로 혹은 실업팀 경기는 잘 보지 않아도 올림픽, 월드컵 등 국가 대항전의 경기가 있으면 애국심이 불타오른다. 그런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대한민국의 선수들은 엄청난 활약을 한다. 2002년 월드컵 때의 대한민국은 (벌써 20년 전이라니!!) 정말 생각만 해도 가슴 뛰게 그리운 시절이다. 외세의 침입을 막아내던 조선의 애국심이 지금도 이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정말 큰 대륙을 가진 중국은 그 대륙을 통일하고자 하는 이들에 의해 항상 전쟁통이었고 청나라 말기에는 서양 국가들의 침입으로 인해 나라를 거의 뺏기다시피 했다. 그 힘든 시절을 겪고 이겨낸 공산당의 마오쩌둥은 중국을 다시 통일했지만 대약진 운동의 실패로 물러나고 자신이 다시 복귀하기 위해 문화 대혁명이라는 어리석은 혁명을 일으켜 지식인들을 괴롭히고 과거 빛나는 수 많은 문화와 서적들을 없애 버리기도 했다. 중국인들은 그 시기에 사상과 마인드가 정말 많이 바뀌어 버렸다. 문화 대혁명과 대약진 운동을 겪지 않은 홍콩과 대만 사람들을 보면 중국 대륙인들과 굉장히 다른 성격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이런 각자 다른 지리적 환경적인 요인으로 발생한 역사적인 일들은 그들의 의식과 민족의 기질을 가지게 되었고 비슷한 동아시아의 문화를 가지면서도 굉장히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타인을 배려하는 배려심
일본인
너무 타인을 배려해서 '실례합니다'라는 쓰미마셍을 입에 달고 산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마치 죄를 짓는다고 생각하는데 그 정도가 심한 예를 일본인 친구에게 들은 적이 있다. 2G 폰 시절, 일본인들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절대 휴대폰을 쓰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유는 심장이 약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중국인
솔직히 말해서 조금 이기적인 면이 있다. 그 이기적인 면은 인구가 많아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중국에서는 줄 서기가 의미가 없는 경우가 많다. 워낙 새치기가 많아서이다. 그것도 굉장히 뻔뻔스럽게 한다. 처음에 중국에서 새치기를 당했을 때 정말 화가 많이 났는데 지금도 새치기는 여전히 만연하다. 그런데 새치기를 하지 않으면 다음 버스를 타야 되고 다음 버스에도 못 탈 경우가 있기에 그들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대중교통 외에도 어디서든 줄설 때 꼭 새치기 하는 이들이 있다.
한국인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타인의 눈을 많이 의식한다. 어느 정도 눈치도 있는 편이다. 물론 버스나 지하철에서 영상을 볼 때 이어폰 끼지 않고 크게 틀어 놓는 사람들도 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도 있지만(흔히들 '빌런'이라 한다...) 대부분은 기본적인 매너는 갖추고 있다.
더치페이
한국인
연장자가 다 내는 문화가 있었는데 요즘은 좀 바뀌고 있는 듯하다. 연장자가 내는 경우도 있고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도 있다. 1차는 내가 냈으면 2차는 상대방이 내는 것이 어느 정도 국룰인 듯하다.
중국인
중국인들은 굉장히 통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나 손님에게는 무조건 대접하는 편이다. 나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중국에서 중국인과 함께 놀면 대부분 나에게 돈을 내지 못하게 했다. 중국인 친구에게 놀러 가면 정말 돈 한 푼 안 쓰게 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들은 진정한 친구라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일본인
정말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각자의 몫만 낸다. 한 번은 일본인 친구들과 한국 식당에서 술을 거하게 마시고 취해 자고 일어났는데 첫마디가
어제 100위안 나왔는데 N빵 하면 20위안이야
한국도 더치페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숙취에 제대로 정신도 못 차리고 있는데 눈 뜨자마자 그 이야기 부터하니 좀 놀랐다. 그런데 일본은 연인 사이에도 1원까지 다 계산한다고 하니 그런 그들이 나에게 그렇게 이야기한 건 그들의 문화이자 우리와는 좀 다른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일본인들이 이야기하는 일본인은 앞에서는 스미마셍 하며 상냥한 척 하지만 뒤에서는 험담을 엄청한다고 한다. 그건 한국도 중국도 비슷한 것 같은데 일본인의 입장에서는 한국인들은 싫으면 싫다고 이야기하는 편이라고 한다.
중국인들은 일본 혹은 일본인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가 극명히 나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중국인 친구가 나에게
너는 일본 좋아하나?
라고 묻길래 '쏘쏘'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는데 그는 엄청 싫어한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전부 한국산이고(2007년 당시) 차는 유럽껄 샀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 사람이었는데 일본은 근대에 중국 침략 후 너무 나쁜 짓을 많이 했기에 용서할 수 없다고 이야기했다. 중국의 드라마를 보면 일본의 침략에 대항하는 드라마가 엄청나게 많아서 어릴 때부터 그런 걸 봐오다 보니 일본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상하이 같은 도시에서는 좀 다른 생각인 듯했다. 워낙 나라가 크니 지역마다 호불호의 편차가 심하다.
비슷하면서 다른 문화를 가진 이 세나라는 각기 다른 문화이면서도 세계에서 꽤나 영향력 있는 국가가 되었다. 서양에 유학을 갔다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동양인들끼리 특히 뭉치게 된다고 하던데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이름으로 뭉쳐지는 것이 한중일 삼국이 아닌가 싶다.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 한국 / 중국 / 일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