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떤 느낌인걸까
앞선 이야기
30대 중반, 아홉 번의 소개팅 그리고 결혼에 대한 스스로의 압박감
여러 생각이 몰아치던 어느 날이었다.
회사에서 여느 때처럼 해외의 본사에 택배를 보내기 위해 서류 봉투를 받으러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향했다. 지금까지 데스크에서 일하던 직원은 밝은 브라운 계열의 머리색이었는데 그날따라 아주 까만색 머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그 데스크 직원과는 인사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사이라 염색을 했나 싶었는데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다. 어라? 그만뒀나?? 내가 다가가니 벌떡 일어났고 추운 날이었는지라 긴 검은색 롱패딩을 입고 있었다.
예전에 있던 사람 그만뒀나요?
아... 아니에요 휴가 가서 제가 대타로 잠깐 왔어요~
밝게 웃으며 대답했다.
책상 위에는 경제학 책이 펼쳐져 있었다.
취업준비 하나 봐요?
네... 하하...^^;
나는 받아야 할 서류 봉투를 받고 내 자리로 돌아왔는데왜 인지 모르겠지만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사람에게 잘 그러지 않는 편인데 말이다. 서류봉투에 서류를 넣고 내 사물함에 출출하면 먹으려고 둔 간식을 몇 개 가져다주었다.
이거 먹으면서 하세요
앗... 감사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느낌이.
자꾸 마음이 끌린다. 처음 본 사람이고 외모가 어떻게 생겼는지 너무 잠깐 본 거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하다. 전화번호를 받아야겠다. 어떻게 받지? 아르바이트생인데 회사 주소록에는 없을 거고... 가서 전화번호 좀 주세요 하면 이상하고 어떻게 전화번호를 받지..? 머리를 이래저래 굴려보았다.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서류봉투는 해외로 보내야 했고 국제 택배회사를 통해서 가기 때문에 택배기사님이 픽업하기 전에 나에게 미리 전화가 온다. 그리고 어디에 두었으니 거기서 픽업 하시면 됩니다라고 이야기 하는데 그걸 좀 이용하면 되겠다 싶어 다시 그녀에게 갔다.
나중에 택배회사에서 오면 저한테 전화 좀 해주세요
그리고 종이에 내 전화번호를 적어 건네주었다.
네! 연락드릴게요!
밝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내 자리에서 그녀가 저 멀리 보였고 택배 기사님이 들어오는 것도 보이는 자리였다.
그녀가 제발 나에게 자신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해주길 바랐다.
위이이이 잉. 휴대폰에 진동이 온다.
전화다. 모르는 번호다!!
여보세요?
아, 택배 회산 데요? 오늘 택배 신청하셨죠?
택배 기사님의 전화였다.
여느 때처럼 두는 곳에 두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고 조금 뒤 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택배 아저씨 오셨어요!!
그녀다!
휴대폰 번호다. 나이스~!!
아, 네네 제가 드린 거 택배기사님께 전달해 주시면 돼요
전화를 끊자마자 번호를 저장했고 카톡에 새로운 프로필이 추가되었다.
그녀다.
프로필 사진을 통해 그녀가 어떻게 생겼는지 제대로 알게 되었다.
흠... 이렇게 생겼었나...? 그러면서 그녀의 다른 사진들도 보게 되었다. 친구들과 찍은 사진 그리고 가족과 찍은 사진.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장소, 다른 옷과 스타일을 한 그녀의 모습들. 이 사람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취향이 있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카톡을 추가했으니 이제 그녀에게 말을 걸어야겠다.
그런데 또 뭐라고 이야기해야 될지 모르겠다. 어떻게 자연스럽게 얘기해야 하나... 사실 어떻게 이야기해도 자연스럽지 못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말을 걸어야 한다.
(카톡)
카톡 추천이 뜨길래 누군가 했네요. 일은 언제까지 하는 거예요?
정말 내가 생각해도 뻔뻔스럽다.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접근 방식이다. 상대방도 모를 리 없겠지... 그러나 나는 꼭 연락을 해보고 싶었다.
카톡의 읽음을 의미하는 숫자 1은 없어지지 않았다.
오후 3시쯤 보냈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 두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다. 아니, 읽지도 않는다.
하아... 너무 뻔뻔스러웠어...
괜히 보냈나 싶고 후회스럽고 멍청했고 밤에 잠을 못 잘 것 같았다(이불킥!!)
퇴근하고 집에 가서 반포기 상태가 되어 누웠다.
밤 9시,
카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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