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던 그 느낌
앞선 이야기
한참 동안 오지 않던 답장이 왔다.
카톡 확인을 이제 하게 되었는데 누구신가요?
혹시 아까 택배 맡겼던 분이신가요~? 제가 너무 늦게 확인했네요
네 아까 그 사람입니다 ㅎㅎ 처음 와서 정신없었죠?
저 대타로 온 지 오래됐어요... 하하
엥? 거의 1년간 근무했는데 그녀를 처음 봤다. 그런데 그녀가 일하러 온 건 처음이 아니란다.
아까 주신 과자들 너무 감사해요~
점심시간 전에 너무 배고팠는데 단비였어요 ㅠㅠ
오... 내가 준 초콜릿이 뭔가 좋은 작용을 했나 보다. 흐뭇했다.
평소 간식을 챙겨 오는데 그날따라 급하게 나오느라 챙기지 못했단다.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고 이것저것 질문했다. 그리고 10시 반쯤 잠이 들어버렸다. 그녀의 대답에 답변을 하지 못하고.
나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기에 밤 10시만 되면 잠이 왔다.
그날은 그녀와 연락하기 위해 30분을 늦게 잔 것이었고 아침에 눈뜨자마자 그녀가 보낸 카톡을 확인하고 답변을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비교적 이른 아침에 보낸 카톡이었는데 조금 뒤 그녀로부터 답장이 왔고 나는 출근하는 길이라고 하니 놀랬다. 벌써 출근하냐며.
그녀에게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니 그녀 또한 나처럼 회사 근처에 살고 있었다.
나는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었고 그녀는 가족과 살고 있었다. 내가 사는 곳에서 그녀의 집까지는 도보로 15분 거리였다.
남들보다 회사에 일찍 도착하는지라 내가 도착할 무렵엔 아무도 출근하지 않았다.
그날도 간식거리를 챙겨 그녀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도 그녀가 좋아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날 그녀는 스마트폰을 가지고 회사에 왔고 계속 나와 연락하게 되었다.
그녀는 공시생이었다.
공시생이다 보니 공부도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는 알바를 가끔 한다고 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평소 2G 폰을 쓰다 집에 가면 스마트폰으로 바꾼다고 했다.
그날 나는 일을 거의 하지 못 했다.
계속 그녀와 말을 이어나가려고 폰을 항상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동네에서 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잘 몰랐고 동네에 대해 물어보다 맛집을 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맛집에 좀 데려가 달라고 이야기하면서 어떻게든 밖에서 만나보려고 수작 부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집과 내가 사는 곳 딱 중간에 스타벅스가 있었고 주말에 커피 한잔 사주겠다고 했다. 그녀는 시간이 되면 한번 보자며 동의 아닌 동의를 했다.
그녀의 나이가 궁금했다.
혹시 몇 살이에요...?
저 스물다섯이요!!
나이가 몇 살이냐 묻는 것보다 몇 년 생이냐고 묻는 게 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하고 재차 물었다.
그럼 몇 년생이에요?
9X 년 생이요!!
헉... 나와 정확히 10살 차이다.
맙소사. 이렇게 어릴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분명 나보다는 어릴 것이고 대학을 졸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6~7살 정도 차이가 나지 않을까 막연히 그 정도로만 추측했다.
그녀의 나이를 듣고 난 뒤 나는 잠시 눈앞이 캄캄했고 말문이 막혔다.
10살 차이,
정말 생각지도 못한 나이 차이였다.
그해 소개팅을 아홉 번 하면서도,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들에게 조차 끌린 적이 없었건만 그녀에게는 자꾸 마음이 끌렸다. 그녀가 공시생이니 취업은 아직 하지 않은 상태고 그녀의 집안이 어떤지도 몰랐고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지만 알 수 없는 끌림으로 호감이 간다.
10살 차이라니.
주변에 8살 차이까지는 보았지만 10살 차이는, 그것도 내가 끌리는 사람이 나보다 10살 어리다는 건 정말 상상도 못 해봤다. 나의 부모님도 5살 차이라 나는 그 정도 나이 차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면 되겠거니 하며 살아왔는데...
그녀가 이제는 내 나이를 묻는다.
10살 차이라고 밝히고 싶지 않다. 그러나 거짓말해 봤자 어차피 들통나게 되어있다.
몇 살처럼 보여요?
음... 서른한 살?
유후~ 액면가는 좀 젊어 보이나 보다.
그러면 뭐 하나... 연식이 오래됐는데...
서른다섯이에요. 열 살 차
그녀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나라고 예상했겠냐고요...
그렇게 그녀와 매일매일 카톡을 주고받았고 주말이 되어 스타벅스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독서실에서 공부하다 바람 좀 쐴 겸 나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싶었을 것이다. 공시생이다 보니 운동복 차림으로 나왔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아직 20대 중반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꽤나 성숙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소개팅했을 때는 그렇게나 어색했는데 그녀와는 말이 끊기지 않을 만큼 계속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색할 시간이 없었다. 그녀와 이야기할수록 그녀가 더 좋아졌다.
그 뒤로 나는 그녀와 가끔 통화도 했고 술도 한잔 하자며 만나기도 했다.
남자친구가 있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한다.
나에게 기회가 있군!!
열 살 차이지만...
그녀와 이야기하면 할수록 확신이 들었다.
나는 누군가와 연애를 시작하기 전 아주 오랜 시간을 그 사람을 지켜보고 이야기해보고 나서 연애를 시작했었다. 단 한 번도 첫눈에 반해 연애한 적은 없었기에 그녀에게 이런 마음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떤 누군가가 이야기하던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녀와 이야기하면서 여러 가지 공통점이 있고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라난 환경, 가진 생각, 취향 등 비슷한 점이 너무 많았다.
가장 놀란 건 30년 전에 돌아가신 나의 할아버지와 약 10년 전에 돌아가신 그녀의 외조부, 외조모님을 모신 묘지가 같은 곳이라는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와 그녀의 외조부, 외조모님은 전혀 다른 도시에 살았는데 묘지가 같다니 정말 신기했다.
언젠가 회사 동료직원이 남편을 소개팅에서 처음 만났을 때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들었고 일주일 뒤에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드리고 일 년 뒤에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 어떤 느낌이냐며 그런 게 정말 있기는 하냐며 물었는데 내가 그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그녀에게 이끌리는 내 마음이 지금까지 살면서 느껴본 적 없는 마음이었고 생각해보지도 못한 10살 차이의 나이였다. 나름대로 조건을 따지던 내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그 사람을 좋아하는 이 마음은 분명 순수한 마음이었다. 지금까지 이것저것 따지면서 상대방을 만났던 건 상대방을 대할 때 머리로써 대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끌리니 따질 것 없었다. 매일 그녀가 생각나고 연락하고 싶고 만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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