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내가 이럴 줄은 몰랐어 ㅠㅠ
앞선 이야기
처음 보는 사람에게서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 그녀와 나는 10살 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에게 결혼하고 싶다며 쫓아다녔다.
정말 미친놈 같았다. 연애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결혼부터 이야기하다니. 그러나 나의 마음은 진심이었고 간절했다. 농담도 아니었으며 장난도 아니었다. 진지했다. 그래서 그녀는 나를 더 부담스러워하지 않았을까.
그녀를 만나면 만날수록 나의 이상형이라는 걸 느꼈다.
나도 이런저런 연애를 해보면서 경험을 통해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고 안 맞는지를, 나와 결혼하게 될 사람은 이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온 터였다. 그녀를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된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녀는 그 모든 부분을 다 가지고 있었다.
처음 본 순간 '이 사람이다' 느낌을 받은 것도 처음이고 알아가면 알아 갈수록 나의 이상형에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니 나는 거칠 것 없었다. 나이도 30대 중반인 데다 결혼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의 한국 파견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마음이 조급하기도 했다.
세 번째 만나던 날 나는 그녀에게 고백하기로 마음먹었다.
퇴근하고 집으로 가서 깨끗하게 샤워도 하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옷을 입고 향수도 뿌렸다. 그녀를 카페에서 만나서 이야기하다 동네 한 바퀴를 걷자고 했다. 그렇게 동네 한 바퀴를 걷다 벤치를 발견했고 잠시 앉았다. 나는 이곳에서 고백하겠노라 생각했고 계속 말할 타이밍을 살피고 있었는데 그녀의 눈빛에서 뭔가 '뭘 하려는지 알고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긴, 내가 티를 많이 내긴 했지.
뭐라고 말하며 고백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녀는 돌려 거절했다.
전 공부를 해야 되고 연애와 공부 두 가지를 병행하지 못해요
그럼 시험 합격하고 다시 고백해도 되냐고 물었더니 우물쭈물했다.
사실 상관없었다. 나는 어떻게든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만 귀찮게 하지는 않으려고 했다. 주변의 여사친들에게 연락하여 물었다. 이런 상황이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그러니 계속 그녀의 주변을 맴돌라고 했다. 뭐 어떻게 맴도냐고 물으니 계속 신경이 쓰이게 하란다. 흠... 그래 알겠어.
그녀와 계속 연락은 이어갔고 나는 홀로 두 번의 해외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 여행을 갈 때마다 그녀에게 줄 선물을 잔뜩 사 왔다. 연말연시였기에 선물을 줄 수 있는 핑계는 많았다. 여행 가면 선물이나 기념품을 사는 편이 아닌데 여행하는 동안 그녀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쇼핑몰을 몇 군데나 찾아다녔다. 그리고 양손이 무거울 정도로 그녀에게 줄 선물을 많이 사 왔다. 두 번째 여행을 다녀와서 선물을 준 뒤로 그녀는 선물을 받고 싶지 않다고 했다. 부담스럽다며.
크리스마스날 그녀에게 만나자고 하니 가족과 함께 지낸다고 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낸다고? 나는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내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그저 나를 밀어내려고 핑계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진짜였다. 그녀는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을 나한테 보내줬다. 그럼 저녁이라도 잠시 보자고 했다. 나는 선물을 전달해 줄 생각이었다. 밤 10시쯤 되어 그녀를 만날 수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집 앞에 잠시 내려왔다.
시간도 늦고 해서 선물을 건네주고 바로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절대 선물을 받지 않았다.
주는 선물을 받지 않는 경우는 처음이라 당황스러웠다. 그녀는 손을 뒤로 빼고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너무나 완강했다. 동시에 그 정도로 내가 싫은가 싶었다. 하긴... 10살이나 많은 아저씨를 좋아할 리가.
그녀가 너무 완고하게 거절하니 당황했지만 어쨌든 이 선물은 그녀를 위해 준비한 것이었기에 나도 물러설 수 없었다. 몇 분 간 실랑이를 벌이다 나는 그녀의 팔을 덥석 잡고 손에 선물을 쥐어주고 도망가버렸다. 이런 경우도 처음이구만.
집에 도착하니 그녀로부터 카톡이 와 있었다.
생각지 못 한 선물인 데다 본인이 평소에 쓰는 거라 너무 고맙단다. 마침 다 떨어져 가고 있었는데 딱 그 타이밍에 선물해 주다니 놀랍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엔 받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그 뒤로 그녀는 나에게 차갑게 대했다.
카톡을 보내도 3시간 뒤에 답장이 왔고 답장도 길게 오지 않았다. 만나자고 해도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했다. 그녀의 마음이 완강한 것을 느끼며 더 이상 귀찮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더 이상 적극적이었다간 집착이 되고 그녀에게 내가 비호감이 될 것 같았다. 한 발짝 물러나기로 했다. 연락하지 않았다. 2주 정도 연락하지 않았다. 아니하고 싶어도 참았다. 그리고 다시 연락했고 만나자고 했다.
묻고 싶었다.
내가 연락하지 않는 2주간 내가 신경 쓰이지 않았냐고. 만약 그녀가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면 나는 깨끗이 물러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나에게 무관심하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아홉 번의 소개팅 후 상대방에게서 이래저래 연락이 왔지만 무관심했다. 정말 마음이 없었기에 무관심했고 그녀가 지금 나를 대하는 것이 그런 무관심이라면 더 이상의 행동은 그녀에게 의미가 없다는 걸 잘 알았다.
처음 만났던 스타벅스에서 그녀를 오랜만에 다시 만났다.
내가 먼저 도착해 그녀가 좋아하는 음료를 주문해서 기다렸고 그녀가 나타났다. 그녀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에게 묻고 싶었던 걸 물었다.
2주간 연락 없어서 신경 쓰이지는 않았어?
그녀는 고민을 하더니 말문을 열었다
매일 연락 오던 사람이 안 오니 신경이 쓰이긴 했죠...
희망적인 말이었다.
'그렇다면 물러나지 않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날 그녀는 약속이 있었고 그전에 잠깐 나를 만나러 왔다.
그 약속 장소는 내가 살던 곳 근처였기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는데 그녀는 거의 도망치듯이 뛰어갔다. 나는 큰소리로 말했다.
나 앞으로도 너 계속 좋아할 거다~!!
그녀는 더 빨리 뛰어갔다.
그러면서 이야기했다.
희망고문 하기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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