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엔 '군인 아저씨'였지 뭐
학창 시절, 40대 남자는 '무조건'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아저씨'인 줄 알았다.
그때가 10대였고 30대도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으니 40대는 오죽하겠는가.
20대 후반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이라는 책이 나왔다.
참 의아했다. 그냥 손자병법도 아니고' 마흔에 있는 손자병법'이라니? 그럼 40대만 읽는 책인가? 싶었다.
그랬던 내가 얼마 전 그 책을 읽었다.
그 책을 읽으며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를 몸소 느꼈다. 이 책 나온 지가 십몇 년 전인데 내가 이걸 읽을 나이가 돼버렸으니 말이다.
학창 시절의 친구들을 만나면 여전히 유치한 소재로 대화를 하지만 사실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은 팀장급의 나이이다. 친구들을 보면 학창 시절보다 살이 조금 더 찌긴 했어도 그때 얼굴 그대로인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그걸 우리끼리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밖에 나가면 다들 30대 후반 40대로 보고 있다. 조금 젊어 보여봤자 30대 중반 정도일 뿐.
마음은 여전히 20대 초반인데 연식은 이미 40년이 되어버렸다.
이쯤 되니 20대 때 자주 가서 놀던 그때 자주 가던 시내(?)에는 잘 안 가게 된다.
얼마 전 한 친구와 약속을 잡는데 친구와 자주 보던 시내에서 보자고 하니
요즘 거긴 너무 어린애들이 많아서 가기가 좀 그렇더라.
조용한 동네에서 보자.
친구의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었고 조용한 동네에서 만나기로 했다.
가면 너무 어린 친구들이(20대 초반) 북적이는 곳은 그다지 가고 싶지 않다.
20대 때는 시끄럽고 여러 명이 놀 수 있는 술집을 좋아했다.
그러다 30대 초중반엔 시내에서 만나더라도 이자카야 같은 조용한 곳에서 소수의 인원과 조용히 술을 마시는 곳이 좋았다. 30대 후반이 되니 시내보다는 집 근처의 혹은 조용한 동네의 맛집이나 노포 같은 곳에서 술 마시는 게 좋다.
얼마 전 어떤 아이가 던진 공이 내 쪽으로 굴러왔다.
아이는 나를 보며 외쳤다.
아저씨, 공 좀 던져주세요!
하... 나 아직 형... 아 형은 아니지, 그럼 삼촌... 아 삼촌도 좀 애매하네... 그래, 아저씨가 맞지 뭐. 나 군대 갔을 때부터 이미 '군인 아저씨'라 불렸으니 20대 초반부터 아저씨였어... 라며 위안을 삼아 본다.
재밌는 건 60대인 어머니가 밖에서 '할머니'라고 불릴 까봐 걱정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러면서 '아줌마'라고 불러주면 고마울 지경이라고도 하셨다.(아직 할머니 소리는 못 들어보셨단다) 어머니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늦게 손주가 생겼음에도 밖에서는 '할머니'라고 불리고 싶지 않아 하셨다. 심지어 내가 태어났을 당시 50대 초반이었던 우리 할머니조차 나에게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고 하니...
어떤 유튜브 영상에는 '31살이면 아줌마 아니에요?'라는 말에 충격을 받은 적도 있다.
결혼을 일찍 해서 아이가 있다면 어쩌면 '아줌마'라고 불리는 게 맞을 수도 있지만(솔직히 '아줌마'라는 호칭의 기준이 애매하다) 100세 시대가 되면서 결혼하는 연령도 늦어지고 예전보다 훨씬 더 젊어 보이다 보니 다들 이 '호칭'에 민감해지는 듯하다.
40대는 아저씨.
10대 때 그렇게 생각했던 나 조차도 '아저씨'가 맞지만 아니라고 하고 싶다.
마음은 여전히 20대 초반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