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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Sep 03. 2024

남편이 첩을 데리고 왔는데 사이좋게 지내라고 한다

너 같으면 잘 지내겠냐

우리는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첫째에 대한 걱정을 많이 했다.


우리가 너무 둘째를 신경 써준다면 첫째가 마음이 많이 상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항상 첫째를 우선으로 하자고 했다.

둘째는 아기라 아무것도 모르지만 첫째는 이미 좀 컸기에 뭐가 뭔지 어느 정도 알기 때문이다.


둘째가 태어나고 난 후 우리는 대부분은 그렇게 했다.

둘째가 아무리 울어도 첫째 먼저 챙겼다.

그래서인지 둘째는 울다가도 잘 자고 혼자 놀다가도 잠이 들곤 했다.


첫째에 비해선 좀 수월하다고 해야 할까? 덜 예민하다고 해야 할까?

어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나는 어릴 때 너무 별났는데

동생은 좀 순해서 그나마 숨 쉴만했다고 하셨는데

아이가 둘이면 둘 중 하나는 확실히 좀 순하다는 이야기가 맞다 싶기도 하다.


아내와 내가 함께 있을 땐 아이 둘을 맨투맨 마크가 가능한데 내가 없을 땐 아내 혼자 마크해야 한다.

이럴 땐 곤란한 일들이 꽤나 많이 생긴다.

아내가 둘째를 안고 분유를 먹이고 있거나 재운다고 안고 있으면 첫째가 둘째를 팍! 팍! 치면서


아기 빠빠이, 아기 빠빠이!!

라며 아기를 내려놓으라고 아우성이다.


질투다.


엄마를 동생에게 뺏긴 듯한 느낌.

이 집은 나만의 세상이었고 엄마, 아빠는 나만 바라보고 사랑해줬는데

갑자기 나타난 아기가 내 자리와 내 세상을 빼앗고 있다.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


"여보가 우리 집에 첩을 데리고 와서 나한테 둘이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면
잘 지내겠어요?"


음?? 그건 그냥 전쟁 아닌가요?


맞아요. 아마 첫째가 느끼는 감정이 그런 감정 아닐까 싶어요


아이의 그런 마음에 공감하기에 최대한 신경 쓰지만 그렇다고 둘째를 방치할 수도 없다.


둘째가 누워만 있을 땐 우리가 아이를 안아주거나 신경 쓰면 질투를 했지만 둘째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고

집에서 첫째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저 멀리서 첫째가 후다다닥 뛰어와


내 거야!!

하고 휙 뺏아가 버린다.


물론 첫째가 가지고 놀려고 산 장난감이지만 동생도 가지고 놀고 싶을 텐데

동생이 손에 쥐는 모든 걸 다 뺏아가 버린다.


좋게 이야기하고 타일러도 소용없다.

뺏기만 하는 게 아니라 동생 손을 밟기도 하고 머리를 때리거나 세게 밀치기도 한다.

요즘엔 발로 차기도 한다. 둘째가 다칠까 싶어 걱정이 될 지경이다.



재밌는 건 둘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오빠가 그렇게 때리거나 물건을 뺏거나 해도 그다지 타격감이 없다.

울지도 않고 오빠가 또 가져갔군? 난 다른 거 가지러 간다~~ 이런 느낌이다.


첫째는 좀 섬세한 편이다. MBTI로 보면 극 F다.

둘째는 딸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좀 대장부 느낌이다.

일단 눈빛이.... 아내를 닮아서 무섭다(덜덜덜)

심하게 울 때는 '얘 나중에 성격 장난 아니겠다' 싶을 정도다.

성별이 바뀌었나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첫째가 동생을 싫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가끔은 동생을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둘째는 오빠를 참 좋아한다. 늘 오빠 근처를 맴돈다.


첫째도 동생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아내의 말에 의하면 첫째가 어린이 집에 갈때 유모차에 앉아있는 둘째를 꼭 안아주고 빠빠이 하고 어린이 집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애증의 관계인가 보다.

벌써부터 현실남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들은 형제, 자매가 있는 이들은 겪을 수밖에 없는 하나의 '사회생활'이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참 안타깝다.


육아 선배님들, 꿀팁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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