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몬 Sep 04. 2024

30대 후반, 친구 10명의 경제 상황과 결혼생활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학창 시절의 친구 10명을 한자리에서 만났다.

한 친구의 결혼식 전에 만나는 모임이었다.


서른 후반이었지만 결혼 여부는 제각각이었다.

미혼 : 2명

기혼이나 자녀가 없는 : 2명

자녀 한 명 : 2명

자녀 두 명 : 1명

자녀 세명 : 1명

그리고 이번에 결혼하는 친구 1명.(나머지 한 명은 나)


학창 시절의 친구들이라 시덥지 않은 일에도 웃도 떠드는 사이지만 결혼이나 가정 이야기를 하면

대화 주제에 끼지 못 하는 친구들도 있고 수도권과 지방의 이야기로 서로 놀라기도 했다.


각자의 결혼이나 결혼생활 그리고 경제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 상황이 다양했다.


미혼의 친구

둘 다 수도권에서 일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결혼은 하고 싶으나 이 나이가 되니 만나는 사람은 대부분 업무로 사람들뿐이고

사적으로 사람을 알기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회사 일이 바빠 연애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한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적응하는 것도 힘든데 결혼이라는 그 큰 문턱을 넘으려면 연애와는 달리

학벌, 경제력, 부동산 유무 이런 스스로의 조건을 갖추고 상대방 부모님에게도 합격을 받아야 하니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단다.


그냥 퇴근하고 집에 와서 조용히 혼술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단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살도 많이 쪘다.


기혼이나 자녀가 없는 친구

한 친구는 결혼한지 3년차인데 자유로운 영혼이라 와이프랑 신나게 여행 다니고 신혼을 즐기고 있다.

아이는 2년 뒤에 낳고 싶단다.


다른 한 친구는 결혼한지도 6년이 지났는데

아직 아이가 없다. 왜 아이를 안 낳느냐고 물으면

부부 서로가 그다지 원하지 않아서라고 한다.

다른 상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자녀 한 명

8살짜리 아이가 있는 친구는 개인사업을 하고 6살 아이가 있는 친구는 월급쟁이다.

둘째 생각이 없냐니 전혀 없단다.


지방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는 코로나로 인해 사람이 돌아다니지를 않으니

사업이 어려워져 접고 당장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하니 마스크 만드는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고 배달 일을 하며 겨우 생계를 꾸리다가 코로나가 풀리면서 다시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마저도 잘되지 않는단다.


둘째가 문제가 아니라 가족을 어떻게 먹여 살려야 되나 그 고민 밖에 없다고 한다.

최근 주변에 개인사업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되나 싶단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사업하다가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참 애매하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월급쟁이인 친구는 수입은 먹고살만한데 집이 없다 보니 매번 전세 이사 다니고

왕복 출퇴근 4시간에 절어 평일에는 아이 얼굴 볼 시간조차 없단다.

최근에 그나마 청약에 당첨되어 들어갈 준비 중인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고민이란다.

돈 생각하면 둘째를 낳을 수가 없단다.



자녀 두 명

지방에서 월급쟁이인 이 친구는 30대 후반에 결혼했지만 아이 둘을 빨리 낳았다.

나이는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데 월급은 거의 오르지도 않고

물가는 너무 많이 오르는데 가족은 부양해야 해서 좀 더 높은 연봉을 위해

이직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지방에는 너무 일자리가 없다고 한다.


원하는 곳은 연봉을 너무 낮게 불러 이직하는 의미가 없어

연봉 많이 주고 일자리도 많은 수도권으로 가야 하나 고민까지 하고 있지만

수도권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말하는 수도권 생활은

연봉은 많이 받겠지만 서울에 사는 만큼 집값에 대한 압박이 너무 심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자녀 세 명

일찍이 지방의 공무원으로 일하며 동료인 아내와 20대에 결혼하여 아이가 셋인 친구다.

둘 다 공무원인 데다 일찌감치 결혼하여 집은 물론이고 아이 셋에

재테크까지 잘해서 생활이 굉장히 안정적이었다.


지금은 모아둔 돈으로 해외에 부동산을 구입하고 싶다고 하는 정도니

이 친구는 우리 중에 가장자리를 잘 잡은 케이스였다.

남자는 결혼 일찍 하면 좋다더니 이 친구를 보니 과연 그런가 싶다.


친구들 중에 지금 결혼하는 친구와는 거의 15년 차이로 먼저 결혼하여 가정을 꾸렸으니

우리가 만나서 술 마시고 놀 때 그 친구는 집에서 육아하고 아내와 번 돈으로 재테크하여

지금은 친구들 중에 가장 여유가 있었다.


일찍 결혼하여 아이가 셋인 있는 친구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의 상황을 보면

80년대 생의 삶이 참 녹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아버지의 시대는 한창 일하는 나이였지만 우리가 사는 이 시대는

오늘을 걱정하며 살아가야 하고 부동산이 없으면 마치 실패자 같은 느낌을 받아야 하며

전세, 월세에 살며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매번 가족을 데리고 이사 다녀야 하는 삶이다.


수도권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해도 출퇴근 시간은 편도 최소 1시간에서 1시간 반이며

왕복 세 시간을 대중교통에서 보내며 일주일에 5일을 살아가고 있다.


지방에서 일하면 그나마 출퇴근 시간 압박은 적지만 일자리가 없어 이직마저 쉽지 않아

수도권으로 가야 하나 고민해야 하고 처자식이 있으니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수도권으로 간다 한들 그 높은 부동산 값에 집 한 채 사기 힘들며 전세사기를 불안해해야 하며

그나마 가족이 살만한 적당한 금액의 전셋집은 서울에서 멀리, 저 멀리 경기도 지역으로

가야 한다.


미혼이라고 해서 돈을 좀 모았다고 해서 수도권에 집 한 채를 떡하니 사기도 힘든 집값이고

그들은 내가 결혼은 할 수 있을까, 평생 혼자 살아야 된다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다.


이것이 대한민국 3040 남자들의 현실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