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언젠가 '결혼하면 남자가 동굴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결혼하기 전에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 조금씩 이해가 되어 간다.
결혼을 한 것보다는 육아로 인해 나온 말이 아닌가 싶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스스로의 자유가 좀 있는 편이었다.
아내도 내가 약속이 있으면 굉장히 관대했기에 굳이 허락을 받기보다는 놀러 갔다 올게요~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육아를 하는 지금은 허락을 받고 있다.
나는 한 달에 딱 두 번만 친구와의 약속을 잡을 수 있다.
결혼하지 않은 친구들은 이렇게 자유가 없는 나를 불쌍하다는 눈으로 보지만
결혼한 친구들은 모두 이해한다.
나에게 유일한 자유 시간은 춡퇴근 시간이다.
왕복 세 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에 유일하게 책을 보거나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볼 수 있다.
집에 들어가는 순간 휴대폰은 손에 쥐지 못한다.
카메라로만 쓰일 뿐 집에서는 육아하는 동안 휴대폰을 보지 못한다.
아내는 내가 퇴근하기만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내가 있어야 아내는 육아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육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이 하나 더 있으니 조금은 살만 하다.
1년간 회사를 그만두고 육아를 해보았기 때문에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안다.
그래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나의 입장에서는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 다시 '육아출근'이다.
회사에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힘든 하루를 보내고 왔음에도 쉴 수가 없다.
집에 와서 애들을 보면 또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다. 그리고 아이들은 10시가 되어야 겨우 잔다.
그때부터 아내와 나는 각자 할 일을 한다. (나는 큰 방에서 혼자 자고 아내는 아이들과 함께 같이 잔다.)
그러나 그 마저도 피곤해서 잠이 들어버린다.
나는 아침 일찍 출근하는 편이라 빨리 자지 않으면 잠이 부족하다.
아침에 출근할 땐 아이들과 아내는 모두 자고 있다.
언젠가 이혼한 친구가 그랬다.
"결혼생활에 남자는 좀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결혼해서 육아를 해보니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그렇다.
결혼에 대해 남녀의 입장 차가 갈리는 문구가 있다.
여자 입장
"엄마가 동생을 두고 나갔는데 엄마가 집에 안 돌아오는 게 결혼생활."
남자 입장
"여자친구가 집에 놀러 왔는데 집에 안 돌아가는 게 결혼생활"
여자의 결혼생활은 누군가를 챙겨야 된다는 입장이고 남자의 입장은 혼자 있고 싶다는 입장이다.
결혼해서 느끼는 거지만 남녀는 정말 다르다.
각자의 역할이 달라서 그런 것이고 그런 이유로 각기 다른 사고방식으로 진화해 왔다.
주변에 30대 후반의 결혼하지 않은 이들이 꽤 있다.
그런 이들이 결혼에 대해서 물어보면 항상 이야기한다.
"결혼해서 너의 자유가 없어도 될 정도로 성숙해졌을 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