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도 딸이 생길 줄 정말 몰랐다.
과거 대한민국은 남아선호 사상이 있었지만 이제는 여아선호 사상이 있는 듯하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지면 남자건 여자건 할 것 없이 딸은 꼭 있으면 하는 것 같다.
우리 집안은 딸이 굉장히 귀한 집안이다.
친가를 보면 5명 중 딱 한 명이 여자(고모)이고 양가집을 통틀어도 우리 집만 아들이 둘이고(나와 동생)
친가의 경우 사촌 중에 여동생은 딱 하나 있다.
심지어 나의 학창 시절 가장 친한 친구들도 여자 형제가 없다.
전부다 형 아니면 남동생이고 그들이 결혼해서도 전부 아들을 낳았다.(진짜 미스터리 할 정도다)
우리 집은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 아들 둘인 집안이다.
집안 분위기는 항상 딱딱하고 무거웠다. 어릴 때 어머니한테 딸 하나 있으면 좋지 않겠냐고 할 정도였다.
딸이 있으면 뭔가 분위기가 좀 달라질 거라는 생각이었다.
아내는 성격이 유한 아버지 아래 딸이 둘이다.
집안 분위기가 정말 좋다. 딸들이 부모님을 항상 챙기고 사이가 좋고 가족과 무언가를 하길 좋아한다.
심지어 크리스마스도 가족과 보낸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낸 적이 없어서 아내가 거짓말하는 줄 알았다.
여러 가지로 보았을 때 딸이 있는 집은 집안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그래서 나는 딸이 꼭 있었으면 했다.
나와 아내는 첫째가 딸이길 원했지만 아들이 태어났고 주변에서는 "역시 아들이군"이라고 할 정도였다.
둘째를 계획했었고 둘째도 아들일 것 같은 느낌이라는 아내와 딸을 바라고 있는 나에게 내 동생은
"형, 미안하지만 둘째도 아들이라고 내가 1000% 확신할게
집안 내력을 보더라도 딸일 확률은 없다."
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 와중에 꿈을 꾸었는데 신혼 때 살던 집에서 식탁에 앉아 밥을 먹으려고 하고 있었고
아내는 부엌에서 음식을 하고 있는데 내가 앉은 식탁에 고등학생 쯤 되어 보이는 살짝 덩치가 크고
단발머리를 한 여자 아이가 내 앞에 턱 하고 앉았다.
"아빠, 나 병원에 갔는데 이제 이거 된다더라?"라고 했고 나는
"오~ 진짜?"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내가 소고기를 구워서 방으로 들어왔고 나는 그 소고기를 보며 기뻐했던 꿈이었다.
그 아이가 말한 '이거'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아이는 여자였고
나에게 정확히 "아빠"라고 불렀다.
나는 태몽이라고 생각했다.
덩치가 좀 커서 아쉬웠지만... 허허허
병원에 성별 확인하러 갈 때 공주인 것 같아요 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첫째도 당시의 성별이 애매했다가 나중에 아들이라고 했었기 때문이다.
주수가 더 지나고 딸이 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환호성을 지르지는 않았다.
건강하게 태어나기 전까지 긴장해야 된다고 생각해 주변에 이야기 하지 않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드디어 딸이 태어났다.
병원에서 아이와 처음 마주했는데 아들이 태어났을 때와는 우는 소리가 좀 달랐다.
큰 아이는 정말 우렁차게 울었는데 둘째는 뭔가 켁켁(?) 거리는 느낌이었다.
우는 소리 자체가 남자아이랑 여자아이랑 다르다 싶었다.
그렇게 나의 딸(아직도 어색)을 처음 안아보았다.
말이 딸이지 신생아는 성별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아직 돌이 되지 않았지만 아들과 딸의 차이가 눈빛에서부터 나타남을 느낀다.
확실히 딸은 여자의 눈매를 가졌다.(아내의 무서운 눈을 닮았다 덜덜덜...)
시간이 지나면서 확실히 여자 아이의 모습을 갖춰간다.
머리카락의 성장이 특이한 게 옆머리가 먼저 길어진다.
뭐랄까.... 골룸 같이?
그리고 신경 쓸게 확실히 많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 아들은 물티슈로 닦고 마는데 딸은 꼭 씻겨준다.
그리고 습하지 않게 말려주고 기저귀를 입힌다.
아내는 외출할 때 아들은 외출복만 입혀서 나가는데
딸은 머리도 땋아주고(땋을 머리도 없어서 영끌함...) 옷도 원피스도 입히고
머리 핀도 해주고 고무줄도 하고 여자아이처럼 보이게 뭔가를 많이 한다.(아내가 바쁘다...)
아들과 딸을 다 가진 주변의 아빠들은 딸은 확실히 다르다고 이야기한다.
너무 예쁘고 심지어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고들 이야기한다.(본인도 그럴줄은 몰랐단다)
아빠한테 하는 행동 자체가 다르단다.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 것 같기도 하다.
큰 아이는 내가 퇴근하고 오면 나를 본체만체 본인 할거 하기 바쁜데(요놈아!!)
딸은 나를 보고 환히 웃는다. (아빠의 비타민~)
한 번은 카톡 프로필에 딸이 핑크색 옷을 입고 머리띠를 한 사진을 올렸다.
그전까지는 아들인지 딸인지 구분이 잘 안되었는데 정말 여자아이 같아 보여서 올렸다.
그리고 상태메시지에 이렇게 적었다.
나에게도 딸이 있었군
어머니가 그걸 보고 한참 웃었다고 이야기하셨다.
딸이 있어 행복하다.
그저 건강하게 무탈하게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아, 딸 낳는 비법.
아이의 성별을 결정적인 역할은 아빠가 한다.
남자만 있는 나의 집안 내력을 뚫고, 강력한 아들의 유전자를 가진 내가
딸을 낳을 수 있었던 비결은.... 그 비결은 바로.....!!!!
"술"
아몰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