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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May 21. 2022

아홉 번의 소개팅, 생각할게 너무 많은 30대의 연애

집도 차도 없던 내가 10살 차 그녀와 결혼한 이야기 - Part.02

그 전 이야기


무엇보다 그녀에게 나의 진심을 보여주기로 했다.


매일 아침 카톡을 보냈고 어떻게든 만나고자 했으며 좋은 영상이나 음악이 있으면 보내주기도 했고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항상 선물을 사 왔다. 그러나 그녀는 나에게 마음이 없었기에 3시간 뒤에 답장이 왔고 만남을 미뤘으며 선물을 한사코 거절했다. 한 번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는데 거절하길래 손에 쥐어주고 도망간 적도 있었다. 선물을 거절하는 건 처음 봤다. 그만큼 내가 싫었나 보다.(크읏...ㅠㅠ)


그녀도 나의 진심은 알고 있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 사람이 정말 나를 좋아하는구나. 그러나 나와는 열 살 차이, 만약 이 사람과 만나게 된다면 결혼해야 된다.'라는 부담감이 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연애도 하기 전에 결혼부터 이야기했었으니 말이다. 그녀에게서 '이 사람이다'라는 감정을 느끼다 보니 마음이 주체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녀를 만나기 전, 아홉 번의 소개팅을 했지만 상대방에 대해 자꾸 머리로만 생각하게 되었다.


그 사람의 조건이 어떤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아마 30대라면 다들 공감할 것 같다. 결혼을 생각해야 하기에 조건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것들은 마음이 움직이는 게 아니라 머리로 계산을 하기 때문이다. 그녀를 만나고서는 그런 조건들은 다 필요 없었다. 그저 이 사람과 결혼이 하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절대 그녀가 10살 어려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주로 동갑과의 연애를 해왔던 것도 성숙한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성격이지 나이의 문제가 아니었다.


반대로 나 스스로의 조건은 생각해보았는가?


나는 서른 중반에 집도 차도 없었다. 해외 대기업에서 일하다 보니 월급은 나쁘지 않았지만 그걸 그녀에게 이야기해본 적은 없었다. 무엇보다 이혼 가정이었고 해외에서 잠깐 파견 나와 있었기에 파견 기간이 끝나면 돌아가야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것들이 그녀에게는 상당한 걸림돌이었을 것이다. 훗날 그녀에게 결혼하고 싶은 사람의 조건은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신은 동갑과 결혼하고 싶었단다. 그녀의 부모님은 동년배이신데 두 분이 워낙 꽁냥꽁냥 소꿉놀이하듯 잘 지내셨고, 전에 만났던 연상의 남자들로부터 워낙 안 좋은 기억들이 많아 그렇다고 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그녀가 원하는 남성상은 슬프게도 내가 아니었다. (흑흑...)


동갑내기 여사친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그녀의 주변을 계속 맴돌라고 했다.


광고의 힘이 무서운 이유가 뭔지 아는가? 광고는 인지도를 높인다. 그 인지도는 구매행동에 큰 영향을 끼친다.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하면 기업들이 아주 큰 금액을 내놓고 스폰서가 되고자 한다. 세계인이 모두 보는 경기에 자신들의 로고 혹은 브랜드를 노출시키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그 친구의 조언을 듣고 지속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연락으로든, 만남으로든 계속 그녀의 주변을 맴돌았다.


결국 그녀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나에게 카톡으로 우리는 아니라는 긴 글을 보냈다.


나를 받아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고 나는 내 모든 진심을 담아 2시간 반 동안 그녀에게 답장을 썼다. 그녀는 그런 나의 진심에 크게 감동을 받아 후에 나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그녀에게 물어보니 일관성 있는 말과 행동이 자신의 마음을 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면 이제부터는 그녀와의 연애가 시작된다. 이 연애는 결혼으로 가는 길목이며 그 길목에서 나는 그녀에게 더 많은 믿음과 안정감을 줘야 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 가장 큰 선택인 '결혼'이라는 것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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