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차도 없던 내가 10살 차 그녀와 결혼한 이야기 - Part.01
나는 해외에서 10년간 일을 했다.
20대 후반부터 해외생활을 했기에 한국에 일 년에 많이 들어와도 네 번이었고 그중 두 번은 출장이었다. 내가 한국에 완전히 들어오게 된 계기도 처음엔 6개월 간의 파견이었다. 그랬기에 회사 근처에 월세로 살았고 차는 당연히 필요 없었다. 차가 필요할 때면 쏘카라는 어플을 사용했다.
30대 중반이 넘은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면 남자들은 여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결혼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고 차가 있어야 하고 외모도 괜찮아야 되고. 그런 게 없으면 결혼을 못 하는 줄 안다. 물론 그것들이 있으면 좋다. 안정적으로 살 자신의 집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다. 그 가치관이 경제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마음적인 부분일 수도 있다. 현재 집이 없어도 함께 모아 집을 구매하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여러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끼리끼리 만난다'라는 말이 있다.
주변에 결혼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끼리끼리' 만났다. 이 '끼리끼리'라는 말이 부정적인 어감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끼리끼리'는 '자신과 맞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한 한 친구는 나는 학창 시절 때 이 친구가 나중에 결혼 못 할까 봐 걱정했다. 이성에게 너무 관심이 없어서였다. 그런데 우리 중에 가장 먼저 결혼했다. 그는 심지어 서른이 되기도 전에 결혼했다. 자신과 정말 잘 맞는 사람을 만나 내 지인 중 손에 꼽을 정도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결혼을 하지 못 할까 봐 걱정하지만 당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이 세상엔 정말 많다. 그저 아직 만나지 못했을 뿐이다. 사람을 만나려면 행동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소개팅도 나가보고 동호회도 나가봐야 한다. 그러지 않고 나는 뭐가 없어서, 뭐가 안돼서, 연애가 귀찮아서, 시간이 없어서 등 각종 변명만 늘어놓는다. 30대 중반이 넘은 친구들에게 소개팅을 시켜주려고 열심히 알아보고 연락처를 주면 첫마디가
뭐하는 사람이야?
30대의 연애는 이렇게나 어렵다. 어쩔 수 없이 조건을 보게 된다. 그런데 만나봐야 그 사람이 어떤지 알 수 있다. 직업으로 그 사람을 판단하기엔 너무 단편적이다. 당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당신의 마인드와 성향을 좋아할 사람들은 이 세상 어딘가엔 있다. 그러니 일단 만나봐야 한다. 만나기 전에는 외모나 조건들 밖에 보이지 않지만 만나고 나면 그 사람에게서 풍기는 느낌과 말투, 생각 등 여러 가지를 알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들이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들이 더 많다.
30대 전에 이런저런 연애를 해본 사람들은 30대쯤 되면 다들 자신과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외모보다는 자신을 더 편하게 해주는 사람과 있는 것이 더 좋다. 재밌는 건 연애를 거의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나이가 서른 중반이 되고 후반이 되어도 여전히 외모를 따진다. 내 주변에 그런 지인들이 많이 있지만 그들은 연애라는 것을 잘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아무리 얘기를 해줘도 여전히 외모를 따진다.
예전에 친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예쁜 사람과 결혼하면 3개월, 애교 있는 사람과 결혼하면 3년,
현명한 사람과 결혼하면 평생
20대 초반에 들었던 이 말은 뇌리 깊게 박혔다. 그 뒤로 나는 현명한 사람을 만나고자 했는데 그 현명한 사람이라는 기준이 너무나 주관적이기 때문에 결국은 나와 잘 맞는 사람, 나와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결국 누군가를 만나보고 경험해봐야 그 사람이 현명한지를 알 수 있는 것인데 30대가 되면 20대 때만큼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누군가와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피곤한 일이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에게 감정이 생기면 전혀 피곤하지 않다. 그 '피곤함'은 어찌 보면 선입견이다. 사람은 마음이 움직이면 행동은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어있기에 전혀 피곤하지 않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그녀는 겨우 스물다섯 살이었다.
대학을 막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취업을 위해 노는 것도, 연애도 다 포기하고 매일 운동복만 입고 다녔을 때 잠깐 대타로 나온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나를 만났다.
처음 본 그녀에게서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고 그 감정이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나보다 10살 어리다는 사실에 하늘이 노래졌다. 대부분 동갑과의 연애를 해봤는지라 나는 10살이나 어린 그녀를 어떻게 대해야 될지 몰랐다. 주변에 이만큼 어린 사람도 없었기에 정말 검색을 많이 해보고 유튜브를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이 열리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저 나는 마음 가는 대로 그녀에게 진심을 보여주는 것 밖엔 할 수 없었다.
당시 나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그녀를 대했기에 가끔은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중에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녀를 대했다.
당시 나는 혼자 일본 후쿠오카에 여행을 갔었다.
여행 간 내내 그녀가 생각이 났고 연락을 했지만 답장은 항상 세 시간 뒤에나 겨우 왔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때 마음이 참 힘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나는 후쿠오카 타워에 갔었다. 일본은 높은 건물들이 잘 없었기에 후쿠오카 타워에서는 펼쳐진 도시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나는 후쿠오카 타워 한편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나얼이 부른 '언젠가는'을 반복해 듣고 있었다. 왠지 모를 눈물이 났고 그때 나는 인스타그램에 글을 남겼다.
내가 살아오면서 강력하게 드는 확신이 몇 번 없었는데, 그 몇 번 없었던 강력한 확신을 진행함에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반대하고 부정적으로 얘기해도 나는 끝까지 밀어붙였다. 그리고 결과는 항상 해피엔딩이었고 결론적으로 그 확신했던 모든 선택은 내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은 움직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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