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몬 May 18. 2022

30대 후반, 드디어 나도 결혼을 하는구나

상상은 현실이 되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결혼을 못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수록 눈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있고 아홉 번의 소개팅조차 소용이 없었는데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감정이 그녀와 반드시 결혼하고 말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정말 앞뒤 생각 없이 그저 이 여자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참 무식하기도 했다.


얼마  '서울 체크인'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효리가 이상순과 결혼한 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결혼할 사람을 만나면 어떤 느낌이 들어요라고 묻자 이효리는


'나  사람이랑 결혼하고 싶다'가 아니라 
'  사람과 결혼하겠구나'라는 느낌이 와


직접 그런 느낌을 느껴본 나로선 이 말에 100% 동의한다. 처음 소개팅 자리에서 만나 '이 사람이다' 느낀 회사 직원도 그런 느낌이라고 했다.



내가 그녀와 한창 연애 중 일 때 두 명의 친구를 소개팅 시켜줬다. 한 커플은 처음 만나자마자 연애를 시작했고, 한 커플은 1주일 만에 연애를 시작했으며 그들은 모두 만난 지 1년이 안된 시점에 결혼했다. 연애 일수로 따지면 그들이 나 보다 짧게 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모두 나와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서로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하니 결혼할 사람은 진짜 따로 있나 보다 싶다.(나는 나만 느꼈는데 부럽다 얘들아...)


그런 사람이 나타나면 머리가 아닌 마음이 움직이기 때문에 그 마음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누구나  번쯤 열정적인 연애를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연애의 횟수나 년수가 점점 쌓이면서 그런 열정적인 연애를 하기에는 상황도 생각도 많이 달라져있다. 서른 중반이 되었으면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그녀를 만나는 순간 열정적인 나의 모습을 다시 만날  있었다. 나조차도 너무 오랜만에 느껴본 감정이라 신기할 정도였다


결혼은 이런 사람이랑 하는 건가 보다 싶었다.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처음 장인, 장모님을 뵙고 결혼 허락을 받은   9개월  우리는 결혼하게 되었다. 나는 더 빨리하고 싶었지만 결혼이라는 건 두 집안에서 결정해야 될 문제이므로 나의 생각보다는 조금 늦게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식은 무탈하게 끝났다. 많은 지인들이 참석하여 앉을자리도 없었다고 하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결혼식, 겨우 20분을 위해 이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마음고생을 했나 싶어 허탈하기도 했지만 결혼식에 로망이 많았던 아내가 만족스러워했기에 성공적이라 생각했다.


10살 차이 나는 우리.

나의 친구들은 부러운 눈빛으로 도둑놈이라고 했고 아내의 친구들은 어쩌면 안타까운 눈으로 보았을지도, 10살 차이 날 사람과 결혼할 정도로 신랑이 대단한 사람인가 라며 의문과 의심을 가졌을 법하다. 아마 우리의 결혼식에는 많은 시선들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결혼하기 전에는 이런저런 주변의 시선들이 많다.

경제력이나 직업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외모로 판단하는 등 그것으로 잣대를 삼고 결혼을 잘했느니 못했느니 평가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내가 살아야 하고 내가 하기 나름이다. 경제력이나 직업 혹은 외모가 모든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좋은 조건의 사람과 만났다고 해서 행복할까? 많은 로맨스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결혼하면서 영화가 끝이 난다. 그러나 그것은 영화다. 현실은 다르다.


결혼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