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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Apr 29. 2016

언리미티드 에디션: 유어마인드 (1)

#서울책방학교 5-1강 : 독립 책방의 지속적인 도전

도쿄에 살고 있는 지인이 서울에 잠시 들른 적이 있었다. 꼭 사고 싶은 책이 있었지만, 교보 서점에도 없는 책이라고 하였다. 이제는 품절되어 구할 수도 없다고 하니, "다시 나오면 사줄까" 물어봤지만, "과연 다시 나올까"라는 아리송한 대답만 돌아왔다. 작가이자 책을 만든 사람은 도쿄에 살며 본인이 평소 즐겨먹는 집밥 레시피를 소개하는 얇은 책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뒤를 이어 두 번째 책이 나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번 호는 가을 겨울에 먹기 좋은 집밥을 소개한다고 하였다. 매일 같이 눈을 부라리며 입고 소식이 뜨기만을 마음 졸이며 기다렸다. 혹여 이번에도 놓친다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책이 될까 봐, 도쿄에 있는 지인에게 꼭 선물하고 싶었다. 요이땅 하듯, 부랴부랴 유어마인드로 달려가, 품안에 안고 돌아왔을 때는 마치 게임 하나를 클리어 한 듯한 시원한 안도감마저 들었다. <도쿄일인생활 - 가을 겨울>에 관한 본인의 짥막한 에피소드이다. 덥석 집어 결제하던 손의 감각이 지금도 짜릿하게 남아있는 것 같다.

서울책방학교 5강은 6년 동안 한결같이 서교동 건물 5층에 자리 잡은 책방 유어마인드(Your Mind)의 주인, 이로 님의 강연이었다. 동시에 언리미티드 에디션 (Unlimited Edition) 북페어 운영 기획자로 소개한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막연하게 느끼고만 있었던 독립 출판에 대한 이해와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점차 성장하게 된 배경, 그것이 지닌 의미가 무엇이고, 앞으로 책방을 하고 싶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정리해보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독립출판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 강연에 모인 사람들은 아마도 준프로에 가까운 독서광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자아와 의식이 자리 잡기 전부터 늘 책을 손에 쥐면서 살아왔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개념의 책은 교보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책을 말한다. 참고서, 경영서, 소설, 시 등 흔하게 보고 만질 수 있는 일반적인 의미의 큰 출판물이다. 굳이 정의를 내릴 필요도 없을 만큼 여러 가지 종류의 책들을 서점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제도권 내 출판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출판은 가능하다.  


가령, 신춘문예 최종 심의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자신의 의지로 책을 낼 수 없다고 가정한다면, 그에 따른 몇 가지 대안들이나 방식을 택할 수 있다. 그중에서 자서전을 내기 위한 기념 출판이 있을 수 있고, 자비 출판이 있을 수 있다.  


자비출판이란 일반적으로 출판사가 작가의 원고를 받아 책을 만들고 인세를 지급하는 시스템이라면, 나의 책을 출판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자비 전문 출판사에 직접 비용을 대고, 그 비용에 맞춰 조악한 퀄리티의 책을 제작하여 일부는 작가한테, 나머지는 전국 서점과 도서관에 납품하는 형식이다. 최종 목표가 등단이고, 어떤 방식으로든 책만 나오면 좋다는 한 개인의 욕망을 풀어주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1인 출판과 독립 출판의 차이는 무엇인가


1인 출판이 독립 출판과 다른 점은 개인이 출판사 대표로서 확장하고자 하는 계획과 목표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초판본 시집처럼 순식간에 베스트셀러를 배출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으로 책을 골라 기획 출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독립 출판은 기본적으로 베스트셀러와 같은 확장의 욕심이 없다. 내가 내고 싶은 책이 있고, 내가 소화해 낼 수 있는 권수와 소화 가능한 책방에 직접 위탁하고 판매한다. 품절될 수도 있고, 절판이 될 수도 있으며, 그다음을 내겠다는 계획도 없는 형태의 출판이다.


따라서 독립 출판은 다음의 5가지 요소가 배제 혹은 분리되어 성립된다

분량/시간/규모/인력/자본


- 분량: 독립 출판의 두께나 분량은 무척 얇다. 일반적인 시장이라면 300 페이지 이상의 일정한 규모가 있어야 출판과 유통이 가능하다. 독자들로 하여금 한 권을 다 읽었다는 기쁨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과 미국처럼 가볍고 싼 페이퍼북에 대한 요구는 늘 있어 왔지만, 실제 한국 시장과는 맞지 않다. 통계적으로 대다수 한국 독자들은 크고 두꺼운 양장본 책을 좋아한다. 얇고 작고 싼 책을 읽었을 때와 비싸고 두꺼운 책을 빨리 읽었을 때의 느껴지는 보람이 다르다는 인식이다.


- 그 외 시간/규모/인력/자본: 독립 출판은 몇 년 이상 걸리지 않는다. 대부분 혼자 만들고, 전체적 규모도 작고, 자본도 열악하다. 다음 책을 만들 수 있는 수익도 그 책을 다 소진해서 얻는 수익으로 충당한다.


친절 < 불친절

독립 출판의 책은 불친절하다. 반대로 대형 서점의 책들은 (심각하게) 친절하다. 교보 서점의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곳은 가장 장 팔리는 책들을 위한 추천 코너이다. 카테고리화가 가능하여 잘 분류되어 있고, 누군가의 추천이 반드시 있다. 책 제목 역시 무조건 내용을 드러날 수 있도록 요약, (강하게) 노출해야 하며, 표지도 고정된 이미지로 표현된다. 그것도 모자랄까 봐 띠지를 둘러 한 번 더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하게) 설득한다. 여기저기 잠재되어 있는 친절 노선들은 독자들의 심리를 건드리는 마케팅 툴로 장식화되어, 결론적으로 이 책은 좋은 책이라고 어필한다.


그에 반하여 독립 출판은 표지와 제목만 봐도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 수 없고, 작가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다. 물론 추천도 없다. 이 모든 것들이 배제된 책이기 때문에 과연 이 책을 구입해도 좋은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즉각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불친절한 감각'이 성립할 수 있는 출판물이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의 불만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특이한 역사: (이상한) 품절의 감각


독립 출판은 생각보다 작고 가격이 싼 책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3천 원짜리 책도 있고, 스테이플로 철해진 조그마한 책이 자신의 정체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독립 출판물은 헐겁고 저렴하고 개인을 위한 책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혀 프로페셔널하지도 않고, 친절하지도 않음에도 그 지점에서 특이한 역사가 성립된다.


일반적으로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이라는 보통의 상품이라면 한 개인이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전 세계에서 딱 하나뿐이라는 수량의 한계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엄청난 고가(高價)의 조건이 성립하는 물건이다. 그에 반하여 독립 출판물은 이상한 절망감을 안겨준다. 대개가 싸고 별 볼일 없어 보이고, 아무것도 아닌데, 이제는 살 수 없다는 말을 듣는다. 재입고도 안되고, 다시 만들 생각도 없고, 유명해지거나 확장할 생각이 없으니 재인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저렴하고 인지도도 없고 유명하지 않은 대신, 어떠한 선입견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상한 품절의 감각이 드러난다.


"나왔을 때, 바로 사야 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에, 어느 씬보다도 밀접하게 그 안에 속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고, 독립 출판 신간 소식에 매우 민감해져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품절의 감각으로 인하여 초래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경상도 사투리 학습서> 총 40개의 경상도 사투리를 성조와 발음 기호로 수록 (현재 sold out)


"힘들어요. 책방 하지 마세요"라는 말은 믿지 마세요


본인이 힘들어도 책방을 하고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책방을 할 수 있다. 그러니 그들이 하는 책방 하지 말라는 조언은 듣지 않아도 좋다. 다만, 어떻게 책방을 할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가는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독립 책방은 최근 3-4년 사이, 전국적으로 40여 곳 증가하였다. 옆 나라 일본도 60여 곳 정도 남아 있으니, 빠른 속도로 따라잡고 있는 현황이다. 일본처럼 지역색이 강하지 않음에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크게 성공하지도 않지만, 크게 실패하지도 않기 때문일 것이다.


책이 가지고 있는 속성  중 하나는 각박한 마진에 있다. 책 한 권이 10,000원이고, 판매 수수료가 30%라고 가정하면, 한 권 팔면 서점은 3,000원을 가져간다. 그렇다면 서점 수익을 30%라고 할 수 있는가. 아니다, 30%가 판매 수수료라면 실제 수익률은 9%다.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서 월세, 인건비, 전기료, 시설비 등 차곡차곡 내야 할 비용들은 별도로 정해져 있고, 여기서 개인적 지출이 10%를 넘어가면 계속 적자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적은 이윤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책방을 운영해서 큰 돈 벌기는 힘들다.


크게 흥할 수는 없지만, 크게 망할 리도 없다.


책이 맛집처럼 입소문이 나는 것도 아니고, 재료비나 유통기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는 종이로 된 물체이며, 마음만 먹으면 10년이 지나서도 계속 팔 수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독립 출판 업계의 비극적인 삼각구도


크게 잘 될 리도 크게 못될 리도 없는 성격으로 인하여 폭발적으로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독립 책방은 기성의 책을 출판사에서 받아 셀렉 하여 판매하는 곳과 독립 출판물을 유통하는 책방으로 크게 나뉠 수가 있다.


40개여의 독립 책방이 있다면 대부분 독립 출판물을 유통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독립 출판 업계 내의 비극적인 삼각 구도가 형성된다. 책을 만드는 사람(제작자)과 책방 하는 사람 (유통자), 그리고 책을 구입하는 독자(구입자)가 모두 비사업자들이라는 사실이다. 독립 출판물은 사업적으로 접근하기 용이하고, 책방을 오픈하는 것도 어렵지 않지만, 그만큼 유지하고 진행하는 것이 어렵다. 왜냐하면 모두가 사업자의 마인드라기보다는 예술가 혹은 인간적인 접근을 통해 거래를 이루고자 하기 때문이다. 책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결제, 증빙, 결산, 보고 등의 구조와 절차들을 거치게 마련이다. 이러한 시스템과 구조를 모른 채 시작한다면, 국세청의 입장에서는 사업자가 아닌 사람들이 책을 만들어 판매하는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책을 팔고, 유통하고, 관리하고 결산하고 꾸준히 이어가야 할지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끼리 만났을 때,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죠?"라는 질문이 오고 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연출된다. 그러므로 책방을 열겠다면, 이러한 회계, 경영 시스템을 제일 먼저 구축해 놓고 시작해야 한다. 오픈하고 나서 필요할 때마다 중간에 뜯어고치려고 하면 시간은 시간대로, 비용은 비용대로 낭비될 수밖에 없다.


(땡스북스는 시스템 및 체계를 구축하고 오픈하여 그 기반이 튼튼한 서점이다. 기존 출판사의 책을 받아 유통하고 싶다면 땡스북스를 참고하길 추천한다)


책방 콘셉트에 집중하라!


2016년 이전을 1세대 서점이라고 한다면, 지금 이 시점 이후를 2기라고 명할 수 있겠다. 과연 2세대 서점에게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일까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과거와는 달리 막연히 책방을 오픈만 해서는 주목받기 어려운 시기가 도래했다. 지역 별로 한 군데씩 생겨나고 있기에 지역 특화도 어렵고, 수도권 중심의 지역 서점도 포화된 상태이다. 만일 당신의 책방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나요 라는 질문에 독립 출판물을 다룬다고 대답한다면 분명 환영받지 못 할 것이다. 기존의 책방에서는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칼라가 없다면 굳이 거기까지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무난하게 오래갈 계획이 아니라면, 책방 콘셉트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이미 책방마다 특성화 전략도 세분화되어 있고 필터링된 상황이다. 지금의 카테고리를 더 특성화하거나, 혹은 '배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할 수 있다. 과거에는 책 이외의 문구류도 제작, 판매하는 것으로 '더해서' 판매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제는 오히려 그러한 요소들을 '덜어내고', 이른바 쿨한 책방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우는 곳도 생겨났다. 최근 일본에서 이슈화 된 책방은 한 달에 한 권만 파는 책방이다. 한 달 동안 꾸준히 이 책 한 권만 팔겠다는 전략이다. 1년에 총 12권을 팔 수 있고, 수 천권의 책을 셀렉 해서 파는 것보다 한 권만 집중해서 판매하기 때문에 명분이 훨씬 강해진다.


책방에서 정말 좋아하는 책을 선별하기에 그에 관한 설명이나 이야기 거리가 풍부해지고, 토크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의 부가적인 워크숍도 가능해진다. 거기서 얻어지는 집중된 에너지는 독자들로 하여금 다음 달에 나올 책이 무엇일까라는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독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은 물론, 비상업적이면서 순수한 추천에 의한 일종의 어워드(Award)의 개념이 생겨나고, 출판사와 작가가 이를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또한, 독자들은 특별히 그곳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책방의 책에 초점을 맞출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집중과 배제를 통해 책방의 성격이 정해지는 것이다.


책방의 캐릭터가 가장 중요하다.

책방 주인의 태도와 성격, 말투가 어떤 사람인가가 제일 중요하다. 일관된 한 가지 노선을 가진 인물의 캐릭터가 그 책방을 대표할 수 있어야 한다. 작은 공간을 방문할 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것은 그 안의 종합적인 분위기 혹은 공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롯데리아에서 어떤 음악이 흘러나온다고 할 때, 그것을 점장의 취향으로 연결 짓지 않는다. 그러나 김밥 레코드나 유어마인드와 같은 작은 공간에서 상업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전체적인 콘텐츠와 주인의 캐릭터와 분위기는 부조화를 느낄 것이다. 주인의 인상과 말투, 행동 등이 책이나 음악과 잘 연결되면 방문객들은 공간의 편안함과 매력을 느끼고 다시 오고 싶어 진다. 그러므로 운영자는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아내어 공간과 잘 이루어 나갈 필요가 있다.


소통은 중요하지 않다.


유어마인드의 경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친절하지만 손님들에게 먼저 말을 걸며 애써 친해지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커뮤니티 성격의 책방도 물론 있지만, 모르는 사람들과 끈끈한 유대감을 이어 나가려 하지 않는 것이 유어마인드의 캐릭터이다. 유어마인드가 추구하는 캐릭터는 건조하다. 예를 들어, SNS에 책을 소개할 때도, 과장해서 강하게 칭찬하거나 추천하지 않는다. 그다음에 더 추천하고 싶고, 좋은 책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애초에 팩트만 전달한다. 책의 입고 사실만 알려주고 2차로 발생하는 과장과 흥분은 보는 사람들의 판단에 맡기며, 자발적인 입소문을 유도한다.


다만 개인 계정을 통해서는 은밀히 주인의 취향을 드러내면서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추천하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도의 이야기만 전달한다. 이는 속을 잘 알 수 없는 특정 취향을 가진 건조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서, 사적인 이야기는 제외한다. 또한, 손님이 너무 없어요 라는 식의 개인적인 푸념과, 동정심을 유발하거나 호소하는 내용은 경계한다. 이는 단기적 효과가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 면에서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독자들이 정말 좋았다는 경험으로 찾아오는 것은 환영이지만, 안쓰럽고 힘들어하는 모습 때문에 찾아온다면 장기적으로 큰 도움은 될 수 없다.


독립 출판 서점은 동네 서점이 아니다 : 지역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

유어마인드는 서교동에 있지만, 서교동 동네 서점은 아니다. 일단, 지역 주민과 무언가를 함께 일궈 낼 의지가 없다. 사랑방처럼 드나드는 커뮤니티도 아니고, 보편적인 지역 주민이 방문해서 원하는 책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도 없다. 독립 출판 서점은 굉장히 폐쇄적이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문화이며, 불친절 노선을 걷고 있다. 그들의 강한 에고(EGO)가 과잉 어필되고 노출되는 출판이며,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굉장히 강하고 세다. 그런 부분들이 지역 대다수의 평균적인 사람들을 끈끈하게 이어 줄 매체라고 보기 어렵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에 위치하고 있는 유어마인드


"어떤 지역에 모이느냐" 보다 "어떤 캐릭터를 가지느냐"가 더욱 중요하다. 유어마인드는 홍대와 신촌 사이에 있고, 지하철 역과 상당히 떨어져 있고, 심지어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건물에 위치하고 있다. 실제로 한 여름, 무덥고 더울 때 이곳을 방문한다면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이 굉장한 절망과 폭력일 수 있다. 알고 보면 일종의 진입 장벽을 세우고 여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올 수 있도록 제한을 둔다. 고의적으로 접근성을 떨어트려 놓았기 때문에 책방에 있는 사람들은 초면이라도, 서로가 이런 문화를 좋아하고 알고 있다는 암묵적인 호의를 갖는다. 그러므로 무작정 역세권에 위치하기 보다는 이곳과 내가 놓을 책이 잘 어울리는지, 여기 자주 방문하는 사람과 이 근처 문화와 잘 어울리는가를 잘 살펴보아야 한다. 비주류의 특성을 지닌 사람들은 메인 스트림의 대형 글로벌 브랜드에서 취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체득했고,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나의 취향에 맞는 장소를 목표로 하여 갈 의지와 욕심을 지니고 있다.


역할을 계속해서 회전시키자


한국적 토양과 분위기의 장점이라면 장인 정신을 강조하거나 오타쿠 문화 활동을 칭송하지는 않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늘 책만 사랑하고 책방을 하고 싶었다는 꿈을 피력할 필요 없이 비슷한 관심과 범위 안에서 다르게 진행하고, 산만하게 활동을 허락받는 역할의 회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유어마인드의 다양한 역할이라면 일단은 책방 운영자이자 독립 출판 및 제작, 아트북페어 주최자, 타 출판사에 원고를 쓰는 작가이다. 독립 출판을 하는 이유는 그 책의 일원이 될 수 있고, 그로 인하여 벌어지는 일들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 있으며, 핵심적으로 어떤 책이 현재 필요하고, 어떤 사람이 중요한지 알 수 있고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유통이 가능하다는 것도 주요 장점 중 하나이다.  


여기에 온라인 매체도 연계해서 활동을 이어간다. 스마트폰은 디지털이고 책은 아날로그라는 경계선을 마련할 이유가 없다. 스마트폰이라는 디지털 기기는 통신 매체의 수단이며 그로 인하여 취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에 서점을 하는 책방 주인으로서 책의 로망이 무엇이냐는 질문은 성립할 수 없다. 각박한 디지털 시대에도 책방 주인은 스마트폰을 활용하여 책을 홍보하고 판매하고 활용하여 연계해 나아간다.  


활동의 핵심 축으로서의 독립 책방은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하다.  


독립 책방의 최적화된 요소는 외부 콘텐츠로 인하여 유어마인드가 자체 업데이트된다는 점이다. 큰 출판사 혹은 서점이라면 이미 발간되는 책 종수와 내용이 예상되어, 계약, 리스트업 된다. 그러나 독립 출판은 당일에도 어떤 책이 입고될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예측이 불가능한 새로운 책들과 새로운 콘텐츠에 관한 문의가 들어오면 그것을 선별하고, 여러 방식의 제작들이 이루어지며, 그로 인하여 책방의 정체성이 성립됨과 동시에 업데이트되어 활동의 핵심 축으로 활약할 수가 있다. 외부에서 내부로 정보가 흘러 들어오고, 그 '테두리'만 책방이 정해주면 그 자체가 이름이 되고, 브랜드가 되어 여러 가지 활동이 가능해지고, 청탁 혹은 행사를 진행하는 등의 추가적인 일들이 발생되는 구조이다.






*다음 5-2강은 언리미티드 에디션 아트북페어 및 Q&A로  이어집니다.

*본 강연은 2016년 4월 5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유어마인드' 공식 블로그 (http://yourmind-booksh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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