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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May 23. 2016

탐방서점 : 유어마인드

#01 금정연, 김중혁과 함께 하는 서점 기행

탐방서점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개성 있는 서점들을 탐구하기 위하여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마포디자인협회와 프로파간다 출판사의 주관 아래 선정된 10 군데의 책방을 금정연 작가와 김중혁 작가와 함께 탐방하는 형식이며, 그 외 특별 강연 및 라운드 테이블 또한 마련되어 있다. 제1편은 유어마인드에서 금정연 작가와 함께 인터뷰 형식으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유어마인드를 소개하는 첫 번째 질문이 끝나자마자 중앙의 테이블 위로 고양이가 폴짝 뛰어올라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약간은 긴장되고 상기된 분위기 속에서 유독 그 아이만이 느긋한 포즈를 취하며 오늘 찾아온 독자들을 반겨주는 듯하다.


이 프로그램의 기획 멤버이기도 한 유어마인드의 대표 이로님은 책방이 아닌 외부 콘퍼런스라는 제3의 공간에서는 분위기에 휩쓸려 사실이 아닌 것도 진실처럼 포장하게 되어 솔직해질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의 공간에서, 각자의 서점에서 토크를 한다면 거짓말하지 못할 것이고, 허심탄회한 이야기가 가능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기획되었다.


5층에 위치한 유어마인드 계단 사이에 놓여진 탐방서점 공식 포스터


독립 출판 혹은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유어마인드를 모르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2009년 온라인 유통을 시작으로 2010년 정식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였으며, 직접 출판 및 서점을 운영하며 1년에 한 번은 독립 출판물을 모아 소개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아트페어를 주최하고 있다. 2010년은 예스24를 비롯하여 온라인 서점이 생기면서 중소형 서점들이 문을 닫는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유어마인드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사소하면서도 단순하다. 그 당시에 만들던 50-100권의 작은 책을 어떻게 팔아야 할까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시작되었다. 각자가 운영하는 개인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지인을 통해 강매하는 느낌도 있어, 알음알음 작은 네트워크 안에서 억지로 강요하는 듯한 기분이 내키지 않았다. 북카페에 배치해도 손님들은 판매용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그런 상황에서도 불특정 다수에게 나의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고 싶다는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브랜드샵처럼 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몇몇 채널을 통해 전해 듣고, 스스로 유통하자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자본이 없던 상황에서 2009년 온라인 서점을 먼저 시작한다. 의류 쇼핑몰의 썸네일을 책으로만 변경하고, 책 구입과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형태에서 무작정 출발하고 본 셈이다.  


"청년 창업 대출이라는 것이 있어요. (이런 이야기는 처음 하는 것 같네요) 청년 창업 대출을 받으려면 계획서를 작성해야 해요. 이 사업이 얼마나 타당한지 확인해야 하고 초저금리로 정부에서 진행하는 대출이고, 계획서를 보고 심사를 하고 만날 가치가 있다면 오프라인에서 면접처럼 신용보증기금에서 한 명의 담당자가 나와서 저에게 사업의 진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거예요. 그런데 그 담당자가 저를 약간은 측은하게 바라보더라고요. 보통은 벤처나 스타트업처럼 어플, 스마트폰, 체인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저는 고작 이런 작은 책 50권을 유통하겠다고 하니, 대출 지원서 중에서 가장 초라해 보였던지 원하는 금액에서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주셨어요. 한마디로 불쌍해 보였던 거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면서도 꼭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면 왜 1층도 아닌 5층에 서점을 냈느냐다. 심지어 금정연 작가는 벽에 표시된 층수를 보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줄 알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서점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단 무엇보다도 장소, 공간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만큼 원하는 곳은 쉽사리 찾기 어렵다. 유어마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몇십 군데에서 퇴짜를 맞았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독립 출판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이었고,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영역이었다. 책들이 갖고 있는 마이너스러우면서 언더그라운드적인 요소를 살릴 수 있는 곳이어야 했다. 지붕이 높고 크고 트인 공간이라면 독립 출판에 관심이 없더라도 일단 공간이 가진 매력이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평 반짜리 곳도 소개받고, 정말 말도 안 되는 곳도 가보고 너무 속상한 마음에 이 건물 1층에서 커피 마시면서 하소연을 했는데, 이 건물 5층이 딱 그렇다는 말을 들은 거예요. 그래서 그 자리에서 처음 보고 마음에 들어 계약했죠. 사회생활 경험도 없고 감도 없고 경험도 없고, 저희는 농담 식으로 말해요. 치킨집이나 카페 해서 성공한 사람들은 절대 책방 할리가 없다고요. 큰 소득이 나올 수가 없거든요. 생전 처음 해보는 자영업으로 장소를 찾았다는 감동에 젖어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것을 생각도 못했어요. 올라올 사람은 올라올 거다라고만 생각하고 충동적으로 계약했죠."


하지만 그 충동적인 선택은 결과적으로 다행인 선택이었다. 단골이라면 알 것이다. 저녁 밤 사이 저 멀리서 촘촘히 새어 나오는 빛만 봐도 이곳이 얼마나 환하게 빛나는지 말이다. 마치 망망대해 사이를 비추어주는 등대처럼 오롯하고 꼿꼿한 한 줄기 빛의 자태는 보기만 해도 혼자가 아닌 것 같아 마음이 한결 든든해진다.


홍대의 젠트리피케이션, 일명 둥지 내몰림에 대한 위협은 아직 받지 않고 있다. 건물주가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이기에 유어마인드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주고 있고 배려해주고 있다. 다만 건물 앞이 책의 거리로 조성된다면,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계획에 변화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책의 거리와 함께 연동해 나갈 것인가 혹은 개입하지 않을 것인가.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서점 운영은 막연하게 기대했던 것보다는 엄청나게 잘 되고는 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6년 전의 막연했던 그 생각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막연했던 것이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지금도 마치 외줄 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매출이 살짝 마이너스로 기울어진다면 그것을 어떻게 복구할 수 있을까를 염려해야 하는 공포감 같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가적인 활동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원고 청탁을 받거나, 기획을 하거나, 전체적인 독립 출판 씬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유어마인드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일들이 들어오고 순환이 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부가 활동이 갑자기 끊긴다면, 이조차도 유지될 수 없다는 생각은 늘 긴장하게 만든다.  


"서점도 일종의 초미니 사업이라면 사업인데 그때 당시가 밑도 끝도 없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생존이 가능하겠구나라는 툴도 기준도 없었고, 어떻게 해결해 나갈 방안도 없이 시작했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심각했던 것 같아요. 3-4년은 그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했으니 이렇게 해서는 오래갈 수 없겠다는 감이 오면서 수습해 가는 과정을 거쳤던 것 같아요. 이것도 일종의 자영업, 사업이기 때문에 다음 달, 그다음 달을 버티는 기준이 있다면 그렇게 좋은 상황은 또 아니거든요. (진짜 서점을 하고 싶다면 꼭 들어야 하는 수업은 땡스북스에요. 서점 운영 기법이 궁급하다면 땡스북스를 가세요)"


알다시피 유어마인드는 부부가 공동 대표이다. 함께 운영해서 좋은 점과 불편한 점,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좋은 점은 서로 이야기할 때 모르면서 멍 때리며 끄덕이는 순간은 없다는 거예요. 전혀 다른 직종의 부부라면 서로의 업무상 디테일한 울분을 토로할 때, 무슨 말인지 몰라서 억지로 동의하는 일은 없어요. 서로가 100% 알고 있는 일이라서 힘들 때 진짜 위로가 가능하고요, 그런데 반대로 안 싸울 일 때문에 싸울 수도 있어요. 일과 가정이 분리가 되지 않아서 그로 인한 싸움은 생기는 것 같아요"




유어마인드는 온라인 기준으로 2천 종의 책이 등록되어 있다. 금방 판매가 종료된 책도 있고, 재판을 안 하는 책도 많다. 대부분 품절되어 구할 수 없거나, 매장에서 한 권이라도 구입 가능한 책은 적어도 200종, 많으면 400종 가까이 있다. 책을 선별하는 기준은 말 이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글로 명문화할 수 있는 세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틀 위에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돌발 상황도 많아 직감이나 취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초반에는 이러한 비슷한 책을 모으는 것이 최선의 목표였다면, 3-4년 지나고 나서는 선택해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서점들이 많아지면서 유통 가능한 채널들이 다양해졌고, 유어마인드가 원하는 책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 과도기에 있지만, 10년 차가 된다면 최적의 셀렉션을 완성할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한 명이 혼자 만들었다고 해서 독립출판은 아니에요. 그 노고를 인정해주는 것보다는 우리가 생각하는 조금은 이상하고 특별한 요소가 있는 책들이면 좋을 것 같아요. 디자인, 표현 방식, 주제, 마케팅... 어느 것이라도 상관없이 조금은 튀거나 유별난 책들을 모으고 싶어요. 가령 내가 프라하에 가서 좋은 카메라로 찍어서 고군분투해서 예쁜 책을 만들었다고 해도 일반 시장의 책과 다를 바 없다면 거절하는 편이에요. 엄청나게 주관적인 기준이죠"



책을 많이 소장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자택에는 서재라고 할만한 공간이 따로 있지 않다. 안 읽을 것 같으면 비싼 가격에 알라딘에 팔아버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대신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팔 수 없는 외국 디자인 서적이 많은 편이다. 유어마인드 운영에 있어서 유독 약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서가의 도서 배치, 매대 관리와 구성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분류해서 보여주는 것보다 신간 위주로 배치하는 편이다. 독립 출판의 경계가 불분명하여 카테고리화가 쉽지 않고, 최신작이라는 것 이외에는 분류가 쉽지 않아 지금도 개발하고 있다. 더북소사이어티와 땡스북스는 국내 서점 중에서 셀렉션이 잘 되어 있는 서점으로 추천한다. 그 외 일본의 세이코샤 서점은 기존의 이미 짜 놓은 리스트대로 하지 않는 느낌이 좋다. 에세이 코너는 없지만 건축 분야는 충실하고, 음악 코너는 없지만 서브 컬처는 제대로 갖춰 놓고 있다. 자신만의 컬렉션을 보여주는 서점이 좋은 것 같고, 대형 서점이나 도서관의 분류법을 따라야 한다는 선입견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일본에서 화제가 되었던 서점 중에 한 달에 한권만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있다. 그 어떤 로비나 마케팅 없이도 책임감 있게 12권의 책을 선별하는 시스템 속에서 일종의 어워드(Award)로 작용하는 셈이다. 그 서점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면 주문하고 싶거나 그다음 셀렉션이 궁금해지는 콘셉트로 중요하면서도 재미있는 서점이다. 과연 유어마인드라면 어떤 한 권의 책을 팔고 싶어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성립되지 않아요. 처음 책방을 할 때도 그랬지만, 다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늘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판매 권수로 유어마인드 최고 베스트셀러 1위는?


"판매에 충격받은 책이라면 미라이 쨩이라는 사진집이에요. 처음 들어왔을 때 한국인이 하는 출판사였는데, 원래 그 사진가가 섬에 사는 친구의 딸을 매력적인 피사체로 담아내서 혼자 백 권을 만들어 팔았던 거예요. 그런데 일본에서 독립 출판 내의 신화처럼 순식간에 팔리면서 입소문이 빨리 났던 거죠. 그리고 메이저 출판사가 제대로 잘 포장해서 최근까지 20만 부 넘게 팔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처음 소개할 때도 주문이 많이 들어와서 단기간에 300권 정도 나갔던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이 씬이 아주 폭발력이 없는 씬은 아니구나를 알았던 것 같아요. 제일 최근에는 도쿄일인생활이라는 책이 빠른 시간 안에 소진되었네요"


사실 판매량에 민감하다면 이러한 책방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개별적인 책들의 판매량이 조금씩 성장하지만 반대로 하부의 책들도 같이 늘어나는 셈이다. 예전에는 다 같이 조금씩 팔렸다면, 스펙트럼이 넓어지면서 어떤 책은 재인쇄를 찍지만, 어떤 책은 더 안 팔리는 경우도 생기면서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인 출판 시장과 비슷하게 닮아가는 현상을 보인다.


독립 출판이 많아지고 표방하는 책 혹은 서점도 생기면서 그 경계가 애매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모르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을 1인, 소형, 독립으로 규정한다는 것은 서점의 권한 혹은 독자의 권한이자 판단이다. 제작자가 독립 출판을 다룬다고 해도 독자의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도 있다. 문장으로 수식되거나 정의되기가 어렵고 동시에 파악할 수 없는 면이 미지의 측면으로 이어져 새로운 일들이 생겨날 수 도 있다.


"저에게는 트위터로 서칭 하는 시간이 중요하거든요. 매일 같이 검색하고 찾아보는데 유일하게 안 찾는 키워드가 독립 출판이에요. 수많은 판단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죠. 온갖 판단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들어가 체크해 보고 싶지 않고, 개별적인 키워드가 맞는 것 같고 그렇게 내버려 두는 편이에요. 오해를 바로 잡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것 같고 모두가 오해하게 내버려 두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오히려 확신에 가득 차서 정의하는 모습이 더 신기한 것 같아요. 이건 독립출판이다라고 확신하는 것을 보면 놀라워요"



최근 임경선 작가는 자신의 여행기를 도쿄라는 제목의 독립 출판물로 발행하였다. 그녀의 팬은 그 책을 가리켜 서비스로 주는 공책 같다는 평을 내리기도 하였다. 유어마인드도 이 책을 어떤 재미있는 상징성 같아서 입고하였다. 기성 작가들이 투입되면서 서로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뒤 섞이는 장면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일반 독자들은 책등이 없는 책을 보면 꽂았을 때 책으로 규정할 수가 없어 힘들어한다. 파악이 안되거나 헐거운 것을 책이라고 보지 않는다.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서 책은 무겁고 소중한 것이구나를 알았어요. 사실 물체로서의 소중함은 저에게는 없거든요. 책을 엄청나게 귀중하게 보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책의 제작 방식에서도 충격이 큰 것 같아요. 이전에 보이인더프레임이라는 남성 사진만을 모은 책을 유통할 때도 왜 이렇게 텍스트가 없냐는 질문을 받았었어요. 기본적으로 책이라면 텍스트가 있어야 한다는 시각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책이라면 텍스트를 기본 뼈대로 보고, 이미지는 도판이라는 이름으로 이해를 도와주는 보조 역할이에요 그러나 저는 이것을 역전시켜서 화보의 이미지가 주인공이고 도판이라기보다는 캡션으로 설명을 뒷받침해주는 정도로 이해를 돕는 거예요. 독자가 알아서 판단하게 무책임하게 방임하는 편 같아요"


그에게 있어서 책이란 수공업화 된 물건은 아닌 것 같다. 수량과 상관없이 수 공업화된 물체가 아닌 대량화에 맞춰진 포맷 안에서 작업 프로젝트나 그 정수(essence)를 500피스 혹은 그 이상의 피스로 잘게 잘라서 나눠주는 것으로 본다. 그중의 한 피스를 소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형식이 헐거워도 충분하다. 일대일의 교환이라면 소중하고 지켜야만 하는 한 권이지만, 만부가 팔린다면 만 분의 1로 나눠지는 것과 같다.


"이 고양이 이름은 표표입니다"


유어마인드를 찾는 손님을 대하는 노하우는 아무 짓도 하지 않는 것이다. 심하게 강박적으로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활달한 손님이 추천해달라고 부탁해도 직접 보고 판단하기를 권한다. 추천도 안 하고 인사와 계산만 하는 편이지만, 응대가 필요하면 최대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손님과 교류하거나 새로운 작업을 하는 커뮤니티 서점은 지향하지 않는다. 운이 좋게도 찾아오는 손님들도 좋은 분들이 많다.


서점 하기 잘했다고 생각되는 순간이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 생겨도 와! 정도, 정말 힘든 일이 있어도 어! 정도로만 슬퍼할 정도로 기복이 없는 사람으로서 책방은 최적의 사업이다. 대단히 안 팔린 적도 없고 엄청나게 팔린 적도 없고 충격적인 콘텐츠가 들어온다거나 행위 예술하는 것도 아니고 감정이나 멘탈을 뒤 흔드는 사건도 없이 평온한 상태에서 흘러가는 것 같다. 아슬아슬한 가운데에서도 일반적인 틀은 견디기 힘들어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늘 서점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계속해서 서점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곳을 다 정리하고 나간다는 것이 상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여기를 다 정리해서 책을 빼고 하나하나 사라지고 집주인에게 열쇠를 건넨다는 것이 머리 속에서 그려지지 않는다.


"다 같은 독립 서점 1세대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요새 진짜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게 수요와 공급에 맞는 건가 라는 의구심은 들어요. 한두 곳 정도는 이 서적이 가지고 있는 특성 때문에 생길 수도 있겠다 싶고요. 이 책들은 개별 제작자들에게 받아서 시작하기가 어렵지 않거든요. 바갈라딘님의 추천사 중에서 이런 서점이 더 많이 생겨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나를 포함해서 대한민국 사람들의 특징 중에 지레 우려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늘 아직 초기인데도 이 문화 이래도 되는 건가 라는 식의 우려의 시선을 갖고 보거든요. 우리 토양에 맞는가에 너무 심하게 에너지를 쏟아요. 조금 더 생겨도 되고 어떤 책방은 더 못해도 되고 더 잘해도 되고 시간이 지나면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은 서로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더 생겨나면 그때부터 서점의 콘셉트가 명확해질 것 같아요. 유어마인드도 2020년 정도 되면 셀렉션이 완성되어 있을 것 같고요. 그때 가서도 유어마인드, 처음 생긴 독립 서점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면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증거겠지요."




올해는 유어마인드도 욕심을 내서 단행본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만든 만화책을 번역하고 있으며, 만화가 신도시의 새로운 장편 만화를 낼 예정이고, 이를 포함해서 6-7권 정도 계획하고 있다. 동시에 11월에는 작년과 같이 일민 미술관에서 하루 더 연장하여 금토일 아트북페어를 진행한다. 같은 공간에서 1년 만에 진행하는 것도 경험치가 달라졌기 때문에 안정적인 면과 규모적인 면에서 달라진 행사를 선 보일 것 같다. 고의적으로 확장하기보다는 더욱 폐쇄적인 방향으로 마케팅 혹은 이벤트, 큰 매체와의 연계 활동은 없을 것이다. 포스터 온리도 작년처럼 진행되며, 일민 미술관에 포스터가 걸렸을 때, 더 예측할 수 없게 하도록 할 예정이다. UEA8으로 약자 화하여 밀도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축제처럼 꾸려갈 예정이다. 더 콘셉트화 하기 보다는 부족한 면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기획했다.


"늘 안 변했던 것 같아요. 언제나 유어마인드를 거점화 할 수 있는 것들을 늘 하고 싶었거든요. 다 같이 거점 화하는 커뮤니티가 아니라 내가, 여기를 거점화 하는 것, 개인적인 작업도 같이 하고 페어도 하고 책방을 해도 여러 요소가 있으면 좋겠다, 필요하겠다는 것들이 생기고, 엄청 산만하게 다 하고 있어요.  최고의 스트레스는 한 두 개가 끝내 실패하거나 엎어지거나 진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요. 한 두 개 버려지거나 오래 걸리거나 했을 때의 죄책감이 심하게 커지지만, 나 스스로가 여러 가지 일을 펼쳐놓고 스스로를 압박해 가면서 이 일이 끝나면 저 일을 해야 하고 동시에 해야 하는 방식이 맞는 스타일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에요. 결국 핵심에 서서 굴러가게 하는 것은 유어마인드에요. 노는 듯이 일하고 일하는 듯 쉬어요. 이게 일인지 쉬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트위터를 봐도 일인 것 같고 아닌 것 같고, 구분이 안되니까 확 쉬지도 못하고, 확 일하지도 못하는 것에 시달리면서 왔다 갔다 하는 딜레마에 있어요. 해외여행을 가도 책방을 가니까요. 늘 이렇게 뒤섞여 가고 있어요."


처음 방배동에 있는 어떤 주택의 지하의 지하에 있는 방, 그 안의 또 다른 골방으로 더 들어가야만 하는 축축하고 습기 찬 공간에서 이 책은 안 팔릴 거다라는 자괴감과 괜히 혼자만의 포부에 사로잡혔던 순간이 있었다. 혼자 벽 보면서 동아일보 - 왜 동아일보인지 모르겠지만 - 와 인터뷰하는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지금 생각하면 진짜 이상한 공상이지만, 골방이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성장해서 백 명이 넘는 직원들과 전국에 유어마인드가 생기고 해외 진출하는 말도 안 되는 망상에 빠지곤 했었다. 아마도 골방에서 시작했지만 골방에서 끝나지 않을 거라는 자기 주문 같은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골방에서 끝나지 않았고,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그랬다면 얼마나 말도 안 되게 힘들었겠는가. 위태롭게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상황이어도 원하는 책을 제작 배포하고 있고, 기준 이하로 판매된 책도 없고, 이 책은 좋은 책이다 잘 팔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책은 늘 호응이 따라와줬다. 이것을 기점으로 여러 가지 작업도 가능했다. 손님들은 어떤 지점에서는 훨씬 관대하고 어떤 지점에서는 가혹하지만, 이런 콘텐츠를 다뤄도 괜찮을까 싶은 부분에서는 관대하다. 특별한 괴리감 없이도 좋아하는 작가와 좋아하는 작업을 할 수 있어서 여전히 재미있고 변함없이 좋다.




현장 질문


Q1. 2시-9:30분이라는 운영 시간의 이유가 있나요?

- 정확히 우리의 라이프 타임과 맞춰져 있어요. 가끔 정부 권장 시간에 익숙한 분들이 상처를 받는데요, 1시에 왔는데 문이 닫혀 있으면, 5층에서 거절당한 기분이 드는 것 같아요. 긴 한숨을 쉬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래도 퇴근 후에도 이런 문화를 접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9시 30분까지 하고 있어요. 생각해 보면 퇴근 이후에도 책을 사러 온다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새벽까지 일하고 3-4시에 자는 편인데, 다행히 아직까지는 오전 10시~ 11시에는 손님들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자유롭게 시간을 정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정한 시간은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초창기에 안 지킨 적이 꽤 많았어요. 그날 컨디션에 맞춰 임시 휴무한 적도 있었고, 지금은 정한 규칙을 지키려고 해요. 문을 닫아도 갑자기 닫으면 박탈감이 생기니까요.  


Q2. (천장 위의 책을 가리키며) 위의 책들은 어떤 룰이 있는 건가요, 판매용은 아닌 것 같은데요

처음 시작할 때 미숙하면서도 실수가 많았는데요, 그중에 하나가 엘리베이터 없는 것, 그리고 큰 자본 없이도 집의 느낌을 없앨 수 있도록, 이 높은 층고와 큰 책장을 원해서 마구잡이로 우선 세팅한 것이 큰 약점이 되었네요. 이렇게 책을 DP 한 것을 보고, 자기만의 세계에 머물러 있구나, 명확하게 회전이 되기 힘들고 어렵네요. 어쩔 수 없이 재고 보관용, 분위기용, 디피용으로 흘러가고 있어요.


Q3. 저도 서점을 하고 싶은데요 여기는 몇 평인가요?

 23평 정도이지만, 실제 평수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금 독립 책방은 여기보다 작은 편이에요. 천장이 높아서 상대적으로 넓고 커 보이는 효과도 있어요. 요즘 서점 평수는 자기가 원하는 컬렉션을 원하는 방식대로 보여주기에는 약간 부족한 것 같아요. 다른 방안을 마련해야 할 텐데, 그런 면에서 접근성으로 어필하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그 규모가 본인이 꾸릴 수 있는지 확고한가 가 더 중요한 거 같아요.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음악도 엄청나게 중요해요. 공간과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의 음악을 틀어놓는 것도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느낌을 선사해주거든요. 신뢰감을 전해주거나, 괴리감을 줄여주거나, 우리 취향의 음악을 같이 듣는 것이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줘요. 취향의 일체감을 전해주고, 이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지 아닌지 여부도 알 수 있죠.


Q4. 북페어에 오는 분들을 책을 사는 소비자를 과연 독자로 인식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이야기를 본 적이 있어요. 그들은 이런 페어에서만 책을 사고 정작 서점에서 책을 사지 않는다라는 지점에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소비와 인증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작년 외국의 아이네버리드(I Never Read) 라는 절대 읽지 않는다라는 페어가 있었어요. 심하게 책을 안 사거나 독서하지 않는 쪽으로 향해가는 것을 우리가 그러면 안된다라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사실은 늘 그래 왔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렸을 때 아버지 시대는 전집 시대여서 읽지도 않은 비싼 전집이 보기 좋은 곳에 전시해 놓는 형태로 손님들에게 자랑하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있었거든요. 것이 일상이었거든요. 지금은 과시가 관찰 가능한 형태로 개방되어 있어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느낄 뿐이에요. 늘 언제나 인증과 소비는 결부되어 있었고, 반 농담으로 책을 과시하고 인증하는 상황이 얼마나 낭만적인 코드를 갖고 있을까 싶어요. 책을 인증하는 극 소수의 사람들은 읽을 가능성도 있고 안 읽을 가능성도 있고 소수의 우리밖에 없는 희귀종들을 상대로 왜 안 읽느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 같아요.


심지어 스마트 폰을 스스로 죄의식하면서 가지고 다니는 것 같아요. 저는 트위터도 매일 하고, 일도 소개받고 그것으로 청탁도 주고받고 일상화되어 자연스럽게 어필되고 죄책감은 갖지 않거든요. 최대한 즐겁게 활용하려고 하고 있어요. 늘 죄의식은 최첨단에 있어 왔고, 역할은 주고받아 왔다고 생각해요.  





*본 토크는 2016년 5월 11일 탐방서점 유어마인드 편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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