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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May 17. 2016

100인의 테이블 : 교보문고

#서울책방학교 6강 :  대형 서점의 이유 있는 변신

 서울책방학교 6강은 광화문 교보문고의 이해를 돕기 위한 대략적인 이력으로 포문을 열었다. 교보문고는 전국 15개의 점포와 신도림 디큐브, 판교, 수유, 동대문 등의 바로드림센터와 대학교 교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바로드림센터는 메인 점포를 중심으로 인근의 서브 점포와 연결하여 대형 점포로 실시간으로 책을 공급해주는 구조이며, 동대문점과 수유점은 광화문점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역사와 규모 면에서 광화문 교보 매장은 상징성과 함께 가장 큰 곳이다. 1981년 대형 서점이라는 타이틀로 첫 오픈한 이래, 35년의 역사를 지닌 이곳은 1991년, 2010년, 2015년 세 번의 리모델링을 거쳐 큰 변신을 단행했다. 그로 인하여 가장 큰 점포답게 규모에 걸맞은 운영을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과와 비판이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규모적으로 큰 변화와 금액적인 기대가 높은 점포이기에 다른 매장의 리모델링 비용보다 전반적인 투자가 높은 곳이다.


 남성호 점장은 현재 5년 차 광화문 교보 점장이지만, 본래는 10년 동안 기업 브랜드 관리 및 언론 홍보 팀장으로 일해왔다. 교보문고의 30년史 행사를 주최했으며, 대형 서점의 전반적인 흐름을 잘 인지하여 여러 대외 업무를 처리해 왔다. 회사를 대표하여 간담회, 출판 관계자 및 언론사 기자와 유관 단쳬를 만나는 대외적 역할은 물론, 기업의 창구역을 맡아 리스크 관리 업무도 도맡았다. 그러나 2010년의 리모델링 성과는 내, 외부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의견이 대다수였고, 과감하게 홍보 팀장을 점장으로 영입하여 2015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게 되었다. 비록 점포에 대한 경험과 이해는 부족하지만 새로운 시각에서 광화문 교보를 바라봐주고 브랜드와 시장의 요구를 잘 파악해주기를 바란 마음이 컸다.


5만년의 카우리 소나무, 100인의 독서 테이블


디지털 시대를 바라보는 서점의 변화

최근 디지털 시대로 전환되면서 서점과 출판 종사자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반적으로 전자책이 확대되고 있는 방면, 종이책은 그 수요가 줄어들고 있어서 종사자들 역시 새로운 생존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광화문 교보도 생존을 위해서 어떻게 변화해 나갈 것인가가 큰 화두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은 일본, 미국과 유사한 서점 운영 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시장 동향의 파악을 위해 미국의 반스앤노블을 차용하거나 벤치마킹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보더스가 파산하고, 반스앤노블 역시 디지털 사업 실패와 함께 뉴욕 매장 철수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온라인 중심의 환경에서 오프라인 서점이 변화하지 못한다면 점점 어려워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사실 90년대 초반부터 연말 뉴스 키워드는 책의 불황과 서점 멸종 위기에 관한 것이 중심이었다. 온라인 서점 시장이 커지면서 대형 서점에도 영향을 미쳤고, 그에 따른 자체 변화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멸종을 맞이할 것임을 예고했다.  


한편, 2013년의 공식 집계에 의하면 국내의 순수 서점은 1,652개로 점차 감소하는 추세이다. 아예 서점이 사라진 지역도 있으며, 독립 서점이 늘어나도 폐점한 중소형 서점들이 늘고 있다. 일본과 미국, 유럽 또한 2000년대 이후로 오프라인 서점 수가 급감하는 위기에 놓여 있다. 전 세계적인 해외 출판 시장 현황은 2008년부터 2~3% 정도 시장이 줄어들고 있으나, 전자책이 30%가량 오르면서 전반적으로 0.6%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대로 한국은 전자책 시장이 부상하지 못하면서 종이책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황이다.


책을 읽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책을 많이 안 읽는 이유에 대해서 일반인과 학생 모두 시간이 없다고 대답한다. 다른 제품과 매체에 비해서 책은 경쟁력이 떨어지고,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읽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게임과 영화, 드라마, 예능처럼 재미 요소가 약하고, 책 자체만의 좋은 영향과 깊이 있는 생각이 담겨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지루하다는 평이다. 여전히 대중들은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망설인다. 좋은 책이 무엇인지, 나에게 맞는 책이 무엇인지 몰라서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따라가기 급급하다. 본인에게 맞는 책을 잘 고르지 못하기 때문에 어떻게 찾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이 북 큐레이션의 역할이다. 그래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주제에 맞게, 독자의 취향에 맞게 맞춤 선별해주는 서비스의 고안이며, 성향에 맞는 책을 선택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좋은 서점이 갖추고 있어야 할 자질 중 하나이다.


책이란 앞으로도 존속이 가능한, 유용한 대상인가

교보문고는 이전부터 출판 서점 산업이 앞으로도 존속 가능한 산업인가 혹은, 사양 산업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가에 대하여 전문 컨설팅 회사와 상담을 진행해 왔다. 생존 경쟁 속에서 기존의 온오프라인 서점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고, 새로운 디지털 환경 속에서 독자들은 어디를 향해 가는지를 늘 촉각을 세우며 관찰하고 있다.


독자는 늘 트렌드에 발 맞춰 변화하고 있다. 서점도 그에 맞춰 변화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므로 현재의 시점이 위기일 수도 있고 기회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힘들고 어려워도 자기만의 고유한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서점도 있다. 그동안 어떻게 고객 취향에 맞춰 새롭게 변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세계 여러 나라의 발전이 빠른 경쟁 업체를 찾아 보고, 벤치마킹을 통해 타개하고자 한다.


기존 온오프라인 서점이 변화하는 방향은 어디인가?

해외 서점들의 사례를 통해, 기존의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변화하고 있는 서비스를 설명하고자 한다. 그중에서 대만과 홍콩, 유럽에서는 요리책 레시피를 컴퓨터에서 바로 뽑아주는 서비스가 있다. 책과 레시피를 함께 전달해주는 서비스로 오디오북 다운로드하기, 혹은 CD를 구워 직접 주기 등도 있다. 자체 키워드 출판도 가능하며, 에스프레소 북 머신처럼 3분 만에 책을 뽑아주는 기계도 있다. 북 머신은 유럽과 미국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 도입 비용이 3억 가까이 달한다. 머신에 책 프로그램을 넣고 그에 맞는 교양 책을 골라 3분 안에 만들어 주는 서비스도 있다. 또한, 일반인들은 본인의 삶을 책으로 출판하여 지인과 가족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도 있다. 전문성을 높이는 코너도 마련되고 있다. 호주는 요리책을 특화하거나, 웰빙 코너, 어린이 동화 벽화 작업 등의 전문성에서 승부를 거는 서점도 있다.


보더스는 파산 직전까지도 변화를 추구했다. 구매 동선을 연구하여 어떤 상품을 놓아야 추가 구입이 가능한가를 파악하여, 카운터 주변에 문구류와 연계 도서를 배치하고 대기하는 곳마다 도서를 배치하였다. 어느 서점은 작가가 사인을 하면 기계가 똑같이 사인을 만들어, 가령 광화문에서 작가의 사인을 받아도 다른 지역 서점에서 동일한 사인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현장에서 실제로 작가를 만나 사인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매장 내 자체 ebook 구간을 마련하여 자연스럽게 ebook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페이퍼북과 오디오 북을 결합한 상품은 운전하면서 책 오디오를 들을 수 있어 땅이 넓은 나라에서 인기가 높다. 독립 서점들, 특히 일본처럼 특정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전문 서점이 유행이다. 여행 마니아들은 대형 서점보다는 독립 서점에서 자신이 원하는 종류의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으며, 북콘서트와 북카페 형태를 갖춘 곳도 있다.



강남 교보 점은 고객을 초청하여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밤새도록 독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광화문 교보 점은 카우리 독서 테이블을 마련하여 약 백 명이 함께 앉아 독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30년 동안 독자들에게 서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고 싶다고 하였다. 대부분의 과거 서점은 빨리 책을 사서 나가기를 바랐기에 동선 관리에만 신경을 썼다면 지금은 그 안에서 머무르기를 바란다. 이는 상징적인 변화의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전의 콘셉트가 교보 서점에 책이 없다면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그 책은 없다고 했지만, 지금은 여기서 쉬었다 가고, 더 머물다 가고, 책을 더 읽고 가기를 바라는 콘셉트로 변화한 것이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매장의 시대에서 인터넷 서점의 중고 매장 시대로


80,90년대의 서점은 규모의 시대였다. 큰 서점과 작은 서점의 구분 없이 가격은 자율적인 도서 정가제였고, 특별 할인이 없어도 동일한 가격으로 진행되었다. 큰 서점은 많은 책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었고, 중소형 서점 또한 지역에 밀착된 형태로 유지되었다. 그러나 온라인 서점이 등장하면서 가격의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가격 할인 비율의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같은 값이라도 저렴한 곳을 사용하려는 독자들의 움직임은 온라인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 서점들은 문을 닫기 시작하였고 가격 차별화로 인하여 가격의 가치가 중심이 되었다. 배송비를 절감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어디가 더 빨리 배송하느냐가 중요해졌다. 그다음으로 중고책 매장 시대로 옮겨졌다. 종로 3사가 과거의 영광을 유지하기 바쁘다면 지금 가장 떠오르는 출판 상업 지역은 강남이다. 매출 규모는 종로가 크지만 전반적인 온오프라인 시장이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서점이 있고, 온라인 서점이나 중고책 서점도 강남으로 집중되며 치열한 경쟁 양상을 띠고 있다.


바로드림 서비스, 온오프라인이 결합한 옴니채널 서비스


 바로드림 서비스는 온라인과 모바일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바로 받아가는 서비스이다. 배송에 관한 속도의 문제에서 고안된 이 서비스는 온라인으로 주문만 하면 현장에서 더 빨리 가져갈 수 있어 편리하다. 여기에 온라인 가격 혜택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의 바로드림 센터는 오프라인의 감성적 마음과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휴게 공간을 많이 마련하고 있다.


대형 서점들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현재 대형 서점의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한 대형 서점이 잘하는 서비스가 있으면 유사 서비스가 각 서점별로 나타나고 있다. 바로드림 서비스 같은 온오프라인 결합한 옴니채널 서비스가 3사 구별 없이 진행되고 있다. 온오프라인 채널별 성장 여부를 보면 전통적인 오프라인의 종이책 구매보다, 온라인 결합 서비스로 고객 이동이 신장하고 있다. 모바일을 베이스로 하여 직접 찾아가고, 채널 구분 없이 모두가 이동하고 있다.


이밖에도 대만의 청핀 서점은 24시간 연중무휴이며, 도서 이외에도 다양한 제품과 상품들을 배치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영풍 서점의 수원점은 휴게 공간을 점차 늘려가고 있으며, 반디앤루니스도 캐릭터 및 상품 배치 등에 주력하며 스타일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가장 고급스러운 교보 서점 매장은 울산점이다. 독서를 많이 하는 지역이며, 유일하게 3사가 함께 있는 곳이다. 독서에 최적화되어 있어 구매율도 높고, 매장 자체가 유럽 서점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고급스럽다.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도 많은 편이며 만약 울산을 갈 기회가 있다면 3사의 서점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온라인 서점은 현재, 중고책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알라딘은 중고 서점을 열었고, 예스 24도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였다. 작년 11월, 아마존 닷컴은 시애틀에 1호 오프라인 매장을 시작으로 300- 400개 정도 더 오픈할 예정이다. 아마존 매장은 온라인 리뷰와 추천을 많이 받은 책 중심으로 진열하고, 서가에는 표지 전면이 보이도록 하며, 엄선된 책을 추천해서 선별하고 배치하고 있다. 아마존닷컴이 굳이 오프라인 매장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존 닷컴 대표는 본래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성향을 분석하는 회사를 다녔다. 실제로 고객 정보를 베이스로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연계 도서의 흐름을 잘 찾아주는 서비스에 있어 아마존닷컴을 따라갈 곳은 없다. 고객 정보를 중심으로 A라는 고객이 B라는 책을 샀다면, 이와 연계되는 C라는 책을 추천해주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에서도 고객 정보를 통해 최적화된 정보를 더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구매 형태의 특징적 고객 정보를 받아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격차를 메워 나갈 수 있고, 더 많은 고객을 산출해 내려는 움직임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온라인 서점들도 고객 정보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그 형태를 연구하여 관련 도서를 추천 및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본으로 한다. 이 책을 구매한 사람은 그 이전에는 이 책을 구매했고, 이런 책을 검색했고, 이런 책도 구입했다 등의 디테일한 정보를 연구하고 저장한다. 모든 경험들이 쌓여서 고객이 필요한 책은 이 책일 수 있다는 연결 고리를 이어 이득을 창출하며 빅데이터를 온라인 영업의 중심에서 활용한다. 어떤 책을 샀는가, 어떠한 연계점이 있는지를 파악해서 서비스를 갖추고 제공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교보 서점 또한 오프라인에서 시작하였지만, 온라인 오프라인 고객 정보를 구분하여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광화문 교보 점의 카우리 소나무 테이블의 상징성


뉴질랜드의 4만 8천6백만 년 전, 땅 속에 파 묻혀 있던 카우리 숲의 소나무는 현재 광화문 교보 매장의 독서 테이블이 되어 나타났다. 단순히 편하게 앉아서 독서할 수 있다는 것보다는 교보 서점의 놀라운 변화를 상징하는 스토리가 담긴 테이블로 회자되기를 갈망했다. 하나의 상점처럼 모든 책을 갖추고 있는 장소의 개념에서 머무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을 꾀한 것이다.


80-100석의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좌석을 마련하였고, 서점 코너마다 서가를 없애고 의자와 소파, 간이 테이블 형태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또한, 커피를 마시며 실제로 독서할 수 있는 공간도 4백 석 정도 확보 아였고, 스낵 코너도 조만간 새롭게 카페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2-3백 석의 야외 좌석을 준비하여 약 천 명의 독자들이 광화문 내외부에서 독서와 함께 쉴 수 있게 된다. 더불어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는 조명으로 교체했으며, 더욱 책에 집중할 수 있는 조명으로 최적화시켰다. 다 같이 모여 앉아 세대별로 이용하고, 자연스럽게 책도 읽고 휴식도 취할 수 있는 형태로 변모한 것이다.


(카우리 테이블 관련 영상: https://youtu.be/yceMCW92VDs)



국내 종이책 판매율은 10년 동안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전자책 시장 또한 활성화되지 못하여 그 갭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미국은 가격적으로 저렴한 전자책을 판매하여 그 시장을 키우고 있지만, 국내는 전반적인 독서 시장이 축소되어가고, 가격 베이스가 아닌 시장은 감소되는 추세이다. 앞으로 몇 년 뒤의 서점은 생존에 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엄청난 위기의식 속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이제 서점은 옛날처럼 책을 많이 갖춘 장소가 아니라, 머물고 싶은 곳, 다시 오고 싶은 곳,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점차 공간을 확보해 나아가야 한다. 도서 이외의 즐길거리를 마련하는 콘셉트로 책과 콜라보레이션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북 큐레이션:  발견의 기쁨


요즘은 SNS을 통해 책을 발견하는 기쁨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오프라인 서점이다. "이런 책이 있었나"라는 발견의 기쁨을 집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교보 서점도 최대한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진열 방식을 바꿔 보거나 카운터 주변에 책을 놓기도 한다. 이제는 많은 책을 쌓아 놓기보다는 판매를 예측하여 적절하게 고객에 맞춰 책을 줄여 나가는 방식도 고안해보고 있다. 자연스럽게 MD 코너도 바뀌면서 직원별로 북마스터 구간을 마련하여 본인만의 책방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직원 각자가 본인의 책방을 소유하는 형태이다. 그것이 모여 광화문 교보 서점을 이루고, 각자의 서점 안에서 콜라보레이션이나 좋은 책을 추천해주고 있다. 타 경쟁업체의 대형서점의 추천 코너를 확인하거나, 인터넷의 데이터를 비교도 해보고, 단골 고객을 통해서 책의 정보를 얻기도 한다. 특정 분야에 대해서는 키워드별로 이런 분야의 책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직원들에게 알리고 있으며, 큐레이션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도록 한다.  


적극적으로 자체 내 학습을 권장하고 서점 내 직원들의 공부를 돕기 위하여 출판사 직원 혹은 편집자를 초청하여 매 1주일 2회씩 출판사만의 숨은 책들의 기획이나 방향, 대상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판매율은 높지 않아도 출판사마다 대표하는 책, 좋은 책들을 빠짐없이 들을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다. 보통 6개월 동안 판매가 저조하면, 한 권만 남겨놓는 것이 현실이다. 2,3개월도 버티기도 어려운 시장 안에서 시기가 맞지 않거나, 마케팅이 부족하여 판매 혹은 반응이 없는 책들은 출판사와 함께 선별하는 작업을 공동으로 하고 있다.  


공간의 재구성 : 갤러리, 컨시어지, 플라워


서점 안에서 즐기고 편안하게 관람하며 머무를 수 있도록 편집 매장을 통해 다양한 시도를 진행해 왔다. 가령, 등산용품 혹은 그림, 예술 작품과의 콜라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았다. 그러나 지금은 갤러리라는 공간으로 확정 짓고 주제에 맞는 다양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임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코너 자체를 갤러리로 변모한 것이다. 저자와 소통할 수 있도록 50명의 공간을 확보하여, 그 안에서 미술품 전시를 한다. 책과 관련된 주제에서 다양한 주제별로 구체화하여 개성 있는 갤러리 운영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 큐레이터를 고용하여 매월 주제를 바꾸고 예술 관람을 장려하여 다음에 한번 더 오고 싶고, 그다음에도 올 수 있도록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한다.   



곳곳에 컨시어지를 두어 상담도 받을 수 있다. 도서 검색기로 탐색이 가능한 단순한 문의에만 그치지 않고 상황에 맞는 책을 배치하고 코너 안에서 분야별 컨시어지 데스크를 마련한 것이다. 그 외 주제별로 베스트셀러를 배치하거나, 쌓아놓기만 했던 책 말고도 주목받은 화제의 책은 정면을 볼 수 있도록 서가를 새롭게 구성할 수 있다. 직원 추천 사는 물론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그 배경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코너마다 직원들의 본인 사진을 넣고, 본인 소유의 책방 이름도 함께 표기하여 개성을 살리고 있다. 또한, 사인회의 프로모션용 사인 존은 1주일에 4-5회 진행된다. 작가의 책을 프로모션하고 마케팅하는 장소로 활용되며, 사인회를 할 때는 그 작가의 책을 배경으로 분위기를 꾸며주고 있다.  


한편, 자회사 핫트랙스는 마니아들을 위한 코너를 마련했다. 음악을 좋아하는 오디오 마니아들이 실제로 다양한 스피커를 통해 음질을 확인하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였다. 전문성을 갖춘 마니아들을 위한 코너로 직접 들어보고 사용해보고 마음에 들면 주문할 수 있다. 또한, 플라워 업체와 큐레이션을 접목하여 같은 주제별로 꽃들을 배치하거나, 관상용 혹은 선물용으로 의미를 부여해준다. 가령, 책과 꽃을 함께 선물할 수 있는 특화된 구성이나 추천도 가능하다. 새로운 카운터 구성을 위하여 자연 친화적인 살아 있는 식물을 배치하였다.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어 눈이 덜 피곤하고, 피로감을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매장 리뉴얼은 계속된다


교보 서점의 리뉴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가장 많은 책을 보유하고 있는 서점의 이미지에서 문화적인 공간으로 축적된 경험을 공유하는 이미지로 탈바꿈하기 위하여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객이 만족하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매장은 바뀔 것이다. 지금도 조금씩 서가와 카운터의 배치가 바뀌고 있다. 독자들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책과 관련된 시장으로서의 플랫폼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우리 테이블 덕분에 젊은 고객층이 돌아왔다는 사실은 무척 고무적이다. 이전에도 고연령의 고객들은 꾸준히 찾아왔지만, 10-20대들은 시즌에 맞춰 교과서나 참고서를 구입을 위하여 방문하였다. 혹은 음반, 학용품, 기프트 코너에만 들리고 나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인터뷰 고객 대상들도 거의 20대들이고, 향후 10년 안에는 더 많은 젊은 고객들이 방문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프라인 서점만의 감성적 교감


지금 독자는 온라인과 모바일, 오프라인을 모두 이용하고 있다. 두 가지를 동시에 활용하며 경험하는 독자들이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의 광고 배너는 더 이상의 효과를 바랄 수 없다. 그러므로 서점 안에서 작은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최소 30명을 위한 간담회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매주 매시간마다 진행되며, 조금 더 깊이 있는 규모의 행사는 23층의 350석에서 주말을 활용하여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 일정 이상의 수준을 보장하는 강연회는 사전 1년 전부터 회의를 거쳐 독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강연자를 섭외한다. 무료 강연은 예약만 하고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유료화로 전환하여 80% 이상의 참여율을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체험할 수 있는 행사 역시 인기가 좋아 첫날 마감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미리 SNS를 통해서 홍보하고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처럼 오프라인 서점만의 강점은 아무래도 실제로 사람과 사람이 만날 수 있는 감성적 교감을 극단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책, 책과 책이 만나는 공간을 특별히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새로운 사람을 연결시켜 주고, 그 사람을 통해 다른 사람이 연결되고, 책이 마음에 들어 공감할 수 있다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곳도 오프라인 서점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교감이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함도 대형 서점의 이유 있는 변신이라 할 수 있다.




Q&A


Q1. 카우리 테이블을 설치하고 나서의 매출 변화가 궁금하다.


- 작년 리모델링을 할 때는 기간을 두고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로 진행된 리모델링은 100일 동안 구역을 나누어서 영업과 리모델링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카우리 테이블이 있는 코너는 일단 그 구역을 막아 놓고 진행했기 때문에 최소한 6개월은 지나야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리뉴얼 기간 동안은 서가의 책들이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6개월이 지나야 고객에 맞는 책 선별이 가능해질 것이다. 최근 3-6개월 동안 많이 판매된 책만 구비해야 된다라는 단순한 개념에서 탈피하여 지금은 해당 분야의 추천을 많이 받아서 주제별로 구성을 달리하고 있다.


책방 주인이 자기 개성에 맞게 서가를 구성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경험할 수 있는 시기가 최소 6개월이다. 지금 매출은 목표에 비해 부족하지만 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선방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비수기인 4-6월 지나면 7월부터는 매출이 예년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20대들이 당장은 책을 구입하지 않고 즐기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자연스럽게 책을 구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어떻게 고객을 분석하는지 그 방법이 궁금하다.  


온라인에서는 고객 분석이 치열한 반면, 오프라인은 책 배치에만 시간이 많이 소비한다. 책이 빠지면 채워 넣기 바쁘게 주문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 분석에 시간을 많이 투입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코너마다 분석하는 직원을 두고, 온라인에서의 판매와 비교하거나, 같은 대형 서점과 판매를 비교하고 동일한 교보 서점에서도 광화문, 강남, 잠실점의 판매량을 비교해서 어떤 분야별로 판매가 좋은지를 확인한다. 최근에는 온라인에서 경험한 것을 오프라인에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온라인 MD가 직접 오프라인에서 책을 판매하기도 한다.


Q2. 카우리 테이블의 제작 과정과 비용이 궁금하다.  


가공, 수입, 이동을 포함해서 약 5억 가까이 들었다. 한 테이블 당 약 2억 4천만 원이 들었고, 이탈리아에 가공 전문 업체가 있다. 무엇보다도 카우리 테이블을 제작하면서 그 안에 스토리가 살아 있기를 바랐다. 테이블을 갖다 놓고도 많은 고생이 있었다. 5천만 년 전부터 진흙 아래 있던 나무를 캐내어 가공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테이블의 벌어진 틈이 더 벌어졌다. 문의해 보니 지하 서점에 적응하는 기간이 3-6개월 걸린다고 한다. 더 벌어지고 더 찢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


Q3. 자체 MD 코너를 만들었지만, 1인 소규모 출판사의 추천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MD마다 각자의 목표가 따로 정해져 있고, 개인적인 목표도 부여하고 있다. 각자가 정한 책방 이름을 갖고 있다. 혹여 책이 판매 위주이다 보니 1인 출판 혹은 독립 출판의 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도 있다. 그래서 별도로 20개의 출판사를 선정하여 중앙 위치에 강제적으로 코너를 만들어 배치하기도 하였다. 또한, 직접 책에 관하여 설명하는 출판사 직원들의 신간 브리핑 시간을 마련하고, 그 와중에 선정된 좋은 책은 중앙에 진열하려고 한다. 전체적으로 비중은 작아도 변화를 잘 주고 있는가를 늘 확인하고 있다.


Q4. 직원들은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는가.


성향에 따라서 다르다. 평균 한 달을 기준으로 2-3권이다.

코너에 따라 다르지만, 자기 코너에 대한 욕심이 있다면 최대 5권이다.


Q5. 알라딘 서점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궁금하다.   


첫 알라딘 서점이 종로에서 시작됐다. 초반에는 큰 가격 할인이 안되니까 중고 서점의 이미지로 가격 할인을 시도하는 건 아닌지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였다. 혹은 인근 대형 서점의 책이 분실되어 알고 보니 그 책을 알라딘에 판매되는 경우도 있어서 강력하게 항의하기도 하였다. 지금은 문제가 될 만한 책은 받지 않고 있다. 이제는 전반적으로 알라딘의 중고 서점을 받아들이고 크게 위협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Q6. 검색하면 책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작은 출판사는 발견될 수 있는 기회가 워낙 줄어들고 그들은 광고 매대를 살 수도 없다. MD의 큐레이션을 제외하고 적극적으로 작은 출판사를 보호하고 지원할 계획은 없는가


광화문 교보 점은 광고를 많이 진행했으나 지금은 1/3 정도 광고 매대가 사라졌다. 광고를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작은 출판사들은 대부분 1인 사업이고, 매장 직원들과 함께 윈윈 할 수 있는 마케팅 혹은 기획을 상담할 수 있다.


책 종수가 많이 줄어들면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 이는 서점에 대한 기본적인 가치를 바꿔 나가는 과정에 있다. 영업장 직원들도 기본적인 책이 없다는 것에 많은 혼선을 갖고 있다. 6개월 동안 예측해서 구입할 수 있는 책을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35만 권에서 출발하여 목표로 하는 50만 권의 종수를 보유할 예정이다. 그 사이에 빠지거나 부족한 책은 상황과 여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Q7. 도서 정가제 이후로 공급률이 정해진 상황에서 어떤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지 궁금하다  


판매가 되고 있는 대부분의 출판사는 어음 결제였으나, 현금화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올해부터는 다 현금으로 판매 지급하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 공급률을 온라인 공급가로 맞추고 있다. 온라인은 평균 공급가의 70%로, 시스템적으로 구축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온라인 공급가를 오프라인에 맞춰 진행하며, 평균 5% 이상을 출판사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Q8. 강남으로 책시장이 옮겨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남으로 돈이 있는 고객들이 많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예전의 서점은 종로를 중심으로 밀집되어 있었다. 그러나 강남권 안에 속하는 수도권 이남의 고객들이 종로까지 오지 않아도 손쉽게 강남의 매장에서 책을 구매하고 있다. 강남으로 고객이 이동하고 있고, 그와 함께 트렌드도 강남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객 수나 매출면에서는 아직 광화문이 10이라면 강남은 6 정도의 비율이다. 그러나 점점 강남으로 상권이 이동하고 있고, 고객들도 더욱 핫한 것도 사실이다.




긴 시간 동안 성심성의껏 강연과 질문에 답해준 광화문 지점장님은 서점은 실제로 현장에서 직접 방문하고 볼 수 있어야 구석구석 보이지 않는 부분도 볼 수 있어 재미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의미 부여를 좋아한다. 이 코너에서 책을 샀더니 대통령이 되었다는 식으로 스토리를 입혀 가이드를 하면 꼭 책을 구입한다고 한다. 서점이 갖고 있는 타이틀의 변신이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며 새겨나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를 바란다.  






*본 강연은 2016년 4월 12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광화문점'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yobobook.g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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