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2 금정연, 김중혁과 함께 하는 서점 기행
고요서사의 작은 공간을 채워준 독자들 앞에서 김중혁 작가는 마치 교회 부흥회에 온 듯한 느낌이라고 하였다. 가까이에서 몰입되어 더욱 깊은 속내를 들어 볼 수 있는 시간, 그것이 탐방서점의 기획 방향과도 같다. 이곳으로 이사 오기 전에는 약 30 평 정도의 공간이었다. 여기는 빽빽하게 앉아도 최대 15명이다. 이전 위치에 대한 아쉬움도 있지만, 이 작은 공간에 맞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모두에게 큰 의미를 서로 다른 생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서점탐방의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수입과 지출에 관련된 사항이다. 김중혁 작가 역시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받고 있는 질문이다. "글을 써서 과연 먹고살 수 있나요?" 같은 질문을 책방 주인에게도 적용될 것 같다. "과연 책방 해서 먹고살 수 있나요?"
"일단은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전 인터뷰에서도 다 공개하고 있어요. 6개월 정도 운영했기 때문에 다른 질문과 대답을 하고 싶었는데, 같은 질문의 같은 답이 될 것 같아요. 월세와 기타 비용 등은 나오지만 서점 운영이 큰 비용이 드는 사업은 아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생활비는 외주 교정도 하고, 행사나 기고 식으로 충당하고 있어요. 서점 운영으로 공간과 관련된 수입은 창출되지만 온전한 인건비는 나오지 않고 있어서 모아 놓은 돈을 쓰고 있어요"
동네 어른들은 팔리는 책, 일종의 베스트셀러를 팔아야 한다고 조언을 한다. 하지만 단호하게 고요서사는 베스트셀러를 팔고 싶지 않아서 서점을 한다고 말한다. 찾는 고객들을 위해 맞춤 주문을 하기도 하지만 원칙적으로 베스트셀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소량 입고를 하면 반품이 어렵다고 하는 도매상과의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
"위탁이라고 해서 돈을 주지 않고 들여놓는 경우도 있지만 고요서사는 현금이 있을 때만 거래하고 있어요. 판매가 안되면 반품도 가능하지만 오히려 출판사 직거래는 안 되는 조건이 많아요. 반품을 아직 하지는 않았어요 대개는 5% 손해를 보고 반품한다고 들었고요. 래핑이 안 되어 있어도 안 받고요. (저는 일단 래핑은 다 뜯습니다) 아마도 반품은 1년에 한 두 번 정도 하겠지만요"
같은 해방촌이지만 이사를 했다. 월세와 관련해서 꽤 복잡한 과정을 거쳐갔다.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하여 장소 선정의 어려움은 없었을까.
"젠트리피케이션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해방촌의 특성상 상가 건물이 없어요. 여기는 주택이 많은 주거지라서 상대적으로 매물이 없고, 가끔 나와도 권리금이 걸려 있고, 예산의 한계가 현실적으로 힘들었어요. 다행히 여기가 몇 개월 전만 해도 월세가 싼 동네였어요. 6개월 전만 해도 장사하는 사람들이 월세 25-30만 원 냈다고 하던데, 제가 구할 때는 찾기가 어려웠어요. 운이 좋아서 아는 분이 연결해줘서 빠지는 곳을 찾아 계약서를 썼는데, 갑자기 조건을 올려 말해서 무산된 적도 있어요.
처음부터 해방촌에 문을 열었기 때문에 계속 이 근방으로 구했는데 임대 소득자에 붙는 부가세를 10%를 저한테 부담하더라고요. 몰랐는데 그게 통상적인 관례라고 하더군요. 책은 면세 사업인데 음식점이나 카페는 부가세 사업이니까 환급받으면 된다고 해서 건물주 사이에서는 장사하는 사람한테 물려버리면 된다고 해요. 저한테 돈을 더 내라고 해서 계약을 취소한 적도 있었다. 내가 세상 물정을 너무 몰랐나 싶기도 하고 아무리 통상적인 관례라고 해도 현실적으로 낼 수는 없는 입장이었어요"
*김중혁 작가와의 일문일답
생각보다 손님들이 내성적이지 않은가 - 집에서 혼자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서 인터넷 주문도 가능하니 끌어내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손쉽게 하는 SNS 관리이다. 실상 공간에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에 필요한 것은 디자이너라고 했지만, SNS는 편하게 말하고 말 걸기 쉬운 공간 같다. 인터넷 주문자도 있지만, SNS으로 소개된 책은 직접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심지어 일산에서 오는 사람들도 있다. 버티고라는 좋은 서점이 있다고 소개를 하지만, 고요 서사가 더 취향에 맞아서 온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아마도 SNS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서 힘들지만 중요한 창구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근 미래를 상상하는 지점이 있는가. 예를 들어 매출이 보이는 지점 같은 것 - 나는 장사 소질이 없는 것 같다.(웃음) 그렇게 거창한 목표 설정은 없다. 최근 생활신조가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로 삼았다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남들은 매출도 늘리거나 월세를 내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하지만, 경험치가 높지 않다. 이런 책에는 이런 반응이 있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팔리는 구나에 관해서는 조금씩 경험이 쌓여가고 있다. 생활이 힘든 것도 있지만 책을 파는 방법을 고민해서 책이 팔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되는 경우도 있고. 거기에 대한 갈증이 해소가 안돼서 힘든 것도 있다.
외식 사업은 최소 1년은 버티라는 말이 있다. 서점에도 어떤 조언이 있는가 - 작년 10월에 오픈하고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다. 체감할 정도로 손님들이 팍 줄어들었다. 일주일 운영하는 날마다 한 명도 안 오거나 한 권도 안 팔리는 날이 꼭 있었다. 어떻게 한 명도 안 오고 한 권도 안 팔리나 라는 마음이 컸으나, 이제는 일희일비 안 하고 있다. 서점은 특히나 예상이 쉽지 않고 날씨가 변하면 변동도 크다. 1년 운영한 서점 주인에게 푸념 아닌 푸념도 했다. 초기라고 해도 일주일에 손님이 안 오는 날은 힘들다고 하면 그들은 그것이 일상이라고 표정도 안 바뀌고 이야기하더라. 내가 만약 1-2년을 지금의 나의 방식대로 운영했는데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 아마 못할 것 같다. 고정적으로 발생한다면 나의 운영에 문제가 있을 거라고 판단 할거 같고, 새로운 방식을 찾아 나설 것 같다.
절박한 문제 같다. 하루 종일 손님이 없으면 외로울 것 같다 - 실제 매출 영향도 있겠지만 내 마음이 힘들지 않으려면 하루에 한 권도 안 팔리는 날이 고정적으로 생기면 힘들 것 같다. 하루에 한 권은 팔아야 한다. 장사를 한다면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다. 아직까지는 흔들리고 있지만, 오늘 사람이 많아도 기쁜 내색을 감추고, 안 오는 날에도 슬퍼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곳으로 이사 와서 동네 사람들이 신기해한다. 여기 있어도 괜찮겠냐는 우려가 담겨 있다. 혼자 있는 걸 보면 사람들의 걱정 어린 표정이 묻어 있지만, 나는 그래도 괜찮다는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그럼 혼자 있을 때는 주로 무엇을 하나? - 사실 혼자 있을 때도 나는 바쁘다. 장부도 정리하고, 입,구매처와 연락도 하고, 기획전도 준비하고, 행사나 포스터, 섭외 등등 이사하고 나서는 공간 단장에도 신경을 썼고, 하나하나 신경 쓸 일들이 의외로 많아서 앉아서 쉬는 시간은 사실 많지 않다.
책 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 여기 있는 모든 책들이 소개하고 싶은 마음으로 골랐다. 굳이 꼽자면 제임스 설터는 좋아하는 작가이다. 와인과 함께 하는 북콕(북스앤코르크)이라는 소모임을 제임스 설터의 책과 함께 했는데 반응이나 분위기가 좋았어요. 아직은 독자들과 덜 만난 작가 중 한 명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한강 작가님의 내 여자의 열매를 더 좋아하고, 황정은 작가님의 계속해보겠습니다는 표지를 보이게 진열해 뒀어요.
책을 쓰고 유통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고맙다. 작가들도 이런 공간을 오히려 큰 서점이나 큰 행사보다 좋아할 것 같다. 특히 서울에서는 많이 해봐도 좋을 것 같다. 비슷한 생각이지만 일산의 버티고 서점에서 행사를 했었다. 여기보다 4배 이상 큰 서점이고 장서량도 많은데 행사를 할 때 너무 좋았다. 좁은 서가 사이로 지켜보는 모습들이 좋더라. - 이렇게 함께 하는 프로그램들이 은근히 많은데 잘 모르는 것 같다. 고요서사는 사실 제안이 들어오지만 여력이 없기도 하다. 공간에 관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해서 작가들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까지의 과정이 지난 하다. 이제 이사도 했고 세팅도 됐으니 실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최근 유희경 시인과 인터뷰할 때, 원하는 시인이 있다면 함께 하자는 고마운 제안도 받았다. (유희경 시인도 최근 위트앤시니컬 서점을 오픈하였다.)
미래 서점 운영자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서점 하고 싶으면 하라. 자기 방식대로 여러 가지 형태의 서점이 생겨야 그에 맞는 모범 답안이 점점 생겨날 것 같다. 콘셉트가 다양한 서점들이 많아지고 있고, 그런 흐름들이 참고가 되고 의지가 된다.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 좋다. 이제 붐을 탄지 1,2년 지난 뒤지만, 책방은 낭만이 없어도 열 수가 없다. 낭만을 현실화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운영이 힘든 것도 알고 시작할 테지만 서점을 하고 싶으면 적극 권하고 싶다.
소년이 온다 릴레이 낭독 기획을 봤다. 모든 여건이 허락된다면, 가령 디자이너도 있고 섭외도 되고 작가도 오겠다고 한다면 꼭 해 보고 싶은 기획이나 이벤트가 있는가 - 거대한 이벤트보다는 즉흥적으로 생각하는 편이다. 작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면 좋지만 비용의 문제가 항상 있다. 유명인이 오는 유명한 행사도 좋지만,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좋고, 아무리 큰 행사라도 이 공간 안에서 책과 관련된 워크숍처럼 꾸준히 진행하고 싶고 실현해 보고 싶은 것이 1차 목표다.
기획하면 꼭 불러달라! (웃음)
독자와의 Q&A
Q1. 막연하게 영화 전문 서점을 하고 싶다고 하였는데 왜 문학 서점을 시작하게 되었는가
- 그냥 책도 안 팔리는데 영화 책은 정말 안 팔릴 것 같았다. 영화는 잘 모르기 때문에 동경하는 분야였다. 그러나 소설과 문학은 잘 몰라도 많이 읽고 있고, 여전히 읽고 싶은 분야이기 때문에 하고 싶었다. 인문, 여행 서점은 이미 있고, 버티고만큼 장서 구비에도 한계가 있어서 살짝 비껴가는 마음으로 문학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다.
- 영화 관련 서점은 한국의 장서도 부족하다. 채우기가 쉽지가 않다.
천 종 안팎일 수도 있고 품절되거나 전문서들이 많아서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하고 싶다.
- 검색해 보면 사례가 될 만한 문학 서점이 의외로 없었다. 준비할 때 참고로 한 서점이 있었는가
내가 하려고 할 때도 문학 콘셉트의 서점은 없었다. 대신 참고했다기보다는 하고 싶다고 꿈만 꿀 때 책방 만일이 사는 곳 근처에 생겼다. 자주는 못 가도 한 달에 1회 정도는 일부러 이용하고자 했다. 비록 나는 알라딘 유저였지만.(웃음) 동네 서점을 이용해 보자는 마음이었지만 실제 이용 만족도가 컸었다. 이런 풍경을 줄 수 있겠구나 라고 응원을 받는 것 같았고, 그런 책방 풍경을 많이 생각했다. 국내에 있는 서점은 기회 될 때마다 돌아봤지만 딱히 표본으로는 삼지는 않았다. 마리서사에 대해서도 자료를 찾다가 과거에 이런 서점 문인들이 교류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았고, 하나하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Q2. 일산 버티고 서점은 술을 팔고 다른 서점들도 술과 커피를 판매한다. 확장된 서점은 하고 싶지 않은가
- 그렇게 해야 운영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이사 오기 전에는 카페 안에도 있어봤지만, 내가 서점을 운영한다면 서점만 하고 싶다. 이상한 욕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웃음) 카페는 음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전문적인 머신이 없더라도 팔아 볼까 했지만 음료는 편의를 위한 제공이지 동시 운영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다.
- 특성상 술을 팔면 문인들이 모이기는 할 것 같다
북콕 같은 와인 관련 프로그램은 해봐서 기획 중이긴 하다. 소설을 비롯해서 작품이 잘 맞는 와인을 정해주는 프로그램인데 술 마시면서 낭독도 하니까 재미있었다. 그런 프로그램으로 대신하고 싶다.
Q3. 이전에는 해방촌 카페 안에 있었다고 했는데, 해방촌이라는 지역 자체가 붐을 타고 있기도 한데,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 우연이였다. 처음에는 집과 가까워서 연희동이나 연남동을 알아봤다. 낯선 동네에 적응하는 것이 힘들어서 주변을 찾아봤지만 절대적으로 월세 액수 때문에 어려웠다. 다른 동네를 찾는다면 3 순위가 해방촌이었다. 그러던 중에 카페를 하는 사람이 공간이 넓으니 월세를 나누고 같이 사용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솔직히 카페 콘셉트와 서점이 잘 맞지 않아서 처음에는 거절했다. 그런데 서점 공간은 내 마음대로 바꿔도 좋다고 해서 절대적 액수 때문에 오긴 했지만, 근처에 스토리지북앤필름도 있고 별책부록도 이사를 왔다. 막상 적응하는 것과 별개로 힘든 것보다 해방촌에 빨리 마음이 안정을 찾았다. 이상하게 활발한 동네이고, 젊은 층과 어르신들도 계시고, 특별한 교류는 없어도 이질감이 없어서 우연치고는 잘 맞았다.
Q4. 서점을 하고 후회될 때와 반대로 서점을 해서 좋다고 생각되는 점이 궁금하다
- 잘 안돼서 속상한 적은 있어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일단 직장 내 인간관계의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고, 이상한 분들이 간혹 방문하지만 아닌 분들이 훨씬 더 많다. 만나서 좋은 분들이 더 많다. 한강 작가님도 만날 수 있었고, 훨씬 더 많이 하기 잘했다고 생각한다. 공간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여기를 좋아해주는 분들을 만나면 기쁨이 하나씩 늘어간다. 아이러니하게도 혼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막상 후회라는 감정보다는 더 잘하고 싶어서 속이 상하는 감정과 가깝다.
* 본 토크는 2016년 5월 13일 탐방서점 고요서사 편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 개인 사진 & 탐방서점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ookshop)
* 고요서사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goyobooksh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