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울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유 Jul 05. 2016

헌책은 헌책이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1부)

#서울책방학교 8-1강 : 헌 책을 대하는 서점인의 자세

아이러니하다. 시집은 잘 팔리지 않는데, 시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다. 책을 사는 사람들은 점점 찾아보기 힘든데, 책방을 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올해 10년 차, 중고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지기 윤성근 님이 말한다. 중고 책방을 운영하면서 늘 계획과 맞지 않는 일들 투성이었다고, 지금까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었다고 말이다.


"오늘만 되면 늘 가슴이 설레고 떨려요. 오늘이 아주 가장 중요한 날이거든요.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시는 분 계신가요?"


갑작스러운 질문 앞에 모두가 당황한 듯하다. 애써 침착하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말없이 침을 삼키며 그다음 말이 나오기를 뚫어지게 기다린다. 금방이라도 피식피식 새어 나올 것 같은, 웃음주머니의 꼭지 앞 머리를 꼭 붙잡고 웃을 채비를 갖춘다. 지기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원은 곧 웃음바다로 떨어진다. 폭소가 터지는 순간, 예기치 못한 대답이 돌아온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 하면,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월세 내는 날입니다! 잊으래야 잊을 수 없고, 지우려야 지울 수 없는 날이지요.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려 혼났어요. 이 돈을 받는 사람도 설레고, 저는 반대 입장에서 설레고. 가게 운영하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뭔가 돈을 내야 하는 날이 오면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과연 다음 달에도 이 돈을 낼 수 있을까 매달 생각하니까요"


모두의 큰 웃음이 마르기도 전에, 다음 달에도 과연 월세를 낼 수 있을지 매달 고민한다는 그 마지막 말이 책방을 비롯한 모든 자영업자들의 고민일 수밖에 없는 작금의 현실임을 씁쓸히 인정한다. 다음 달에도 이 돈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고, 월세를 입금하고 나서도 다음 달 월세 내는 일을 걱정하기 시작한다고, 하지만 익숙해지면 이 또한 즐거워진다고.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월세가 안 오르거나, 더디게 올랐으면 좋겠어요. 다른 강연을 자주 나가지만, 사실 이런 이야기는 잘 하지 않아요.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데, 오늘 강의만큼은 현실적인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네요. 여기 오신 여러분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해요. 한 곳에 관심사가 집중되어 있어서 그런지 빛이 납니다.


오늘은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현실이 시궁창만은 아니니까요.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하잖아요. 제가 10년 동안 해 온 걸 봐도 그렇고, 저는 앞으로도 더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이제는 돈을 많이 버느냐 못 버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과연 이 일이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가 더 중요하죠. 만약 책방이 재미가 없어지면 그때는 더 이상 못할 것 같아요"



 

우리가 지금 알고 있다고 느끼는 것들은 사실 태어났을 때는 전혀 알지 못하고 태어난다. 학습 능력도 없던 상태에서 부모님에게 학습을 받던지, 사회의 학습을 받거나, 책을 많이 읽으면서 알아간다. 우리 자신들은 이 모든 것들을 함축되어 만들어지고 있다. 다시 말하여, 외부적인 요인 없이 지금의 우리는 만들어질 수 없을 것이다. 혼자 스스로 수련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무언가를 통해서 외부적인 요인으로 학습한 지금의 우리가 있다.


나의 길을 간다는 사람조차도 어딘가에서 영향을 받아 왔을 것이다. 자기 스스로 홀로 깨달음을 얻는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에게 어떠한 외부적 요인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결국은 나 자신을 만들어서 그 자신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간다. 자신이 배우고 듣고 학습했다고 하더라도, 자기 마음 안에서 융화 작용 없이는, 배운 것을 버무리지 않고 사용한다면 이상한 길로 빠지게 될 것이다. 수많은 정보를 듣고 보고 얻은 것을 내 안에서 녹여낼 수 있고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것이 곧 진정한 철학이자 정체성이 아닐까.

 

그는 헤르만 헤세의 <책>이라는 시를 조용히 읽으며 본격적인 책방 이야기에 앞서, 책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주는지, 책이 갖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압축된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삶을 견주어 책과 철학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2007년,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은 처음 문을 열었다. 책방 안에는 무대도 있고 앉을 의자도 있고, 동네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공연도 열린다. 동네에서 자리를 잡고 생활을 하다 보니 주민들이 많이 찾아 온다.  간혹 섭외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동네 사람들과 다 함께 돈을 모아 모셔오기도 하고 강연회를 열기도 한다. 마치 지역 공동체의 한 일부분처럼, 주민들과의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커뮤니티의 형태로 오래도록 함께 하고 있다. 장사가 잘 되나 안되나를 떠나서, 늘 그 자리에 계속 꾸준히 버티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 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지만, 그래서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물론, 책방은 오롯이 순수한 개인 사업장이다. 협동조합도 아니고 사회적인 기업도 아니다. 조합의 형태였다면 사업비를 공모를 통해 집행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 사업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원하는 행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보고서 쓸 일도 없고 정산이나 회계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반면, 진행할 목돈이 없어서 초반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 번번이 몇 달 전부터 동네 사람들에게 그 사람이 책방에 올 거라는 식으로 슬며시 말을 꺼내고 흘리기가 수 차례. 언뜻 주먹구구식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헌책방은 그렇게 그 동네에서 오래도록 자리를 잡으며 운영되어 왔다.  


한편, 오해를 받는 일도 있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2011년에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그의 집무실을 헌책방처럼 꾸며 달라는 요청을 받아 직접 디자인에 나선 적도 있다. 인맥이 있거나 친한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도 연락 와서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전화번호를 알려달라는 요청은 그래서 지금도 괴롭다.  




처음 헌 책방은 응암동의 이마트가 있는 근처 지하에서 시작하였다. 2007년 5월 초, 인테리어 공사를 시작하고 두 달 뒤 정식 오픈하였다. 그 당시에는 참고할만한 독립 책방도 없었고, 중고 서점 역시 전무하였다. 멋 모르고 맨 땅에 헤딩한 셈이다. 보증금 천만 원의 월세 45만 원, 지금은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월세비를 내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힘든 것은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것이다. 월세가 두 배 오른 지금이나 그때나 힘들다고 느껴지는 체감은 변하지 않았다.


시설비와 인테리어 비는 5백만 원, 모으고 가진 돈 전체를 책방에 투자하였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였고 IT 기업에서 일을 배운 경력을 살려 홈페이지는 자체 제작하였다. 도서는 대학 때부터 수집한 책 5천 권 중에서 3천 권을 가지고 시작하였다. 그중에서 천 권은 예비용으로 비축해 두었고, 나머지 천 권은 자신이 아끼는 책으로 소장하고 있다. 헌 책방을 하고 싶다면 예비 책의 유무는 중요하다. 이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중고 책은 특히 어디서 가져와야 하기 때문에 새 책을 파는 것과는 시스템이 다르다. 새 책은 소위 도매상에서 갖다 주지만, 헌 책은 주인이 직접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규격화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헌 책이 많이 나오는 기간을 주목해야 한다. 장마철에는 책이 젖기도 하고 쓸모가 없어지는 시기이며, 주로 이사철의 봄과 가을에 많이 나오는 편이다.


만 8년 만에 지하를 벗어나 지상으로 옮겼다. 그러니까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은 2 블록 떨어진 곳으로, 건물 2층의 제2의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였다. 물론, 월세도 2배가 되었다. 하지만, 멀리 가고 싶지는 않았다. 늘 그 동네 안에서 그 장소에서 계속 있고 싶었다. 그것이 일종의 신뢰의 기반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 위치에서 있는 모습 그대로 있어 준다는 것.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밉든 좋든 그 모습 그대로 있어 준다는 것이 중요한 신뢰인 것처럼. 사람들은 보통 인테리어나 간판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그것은 사실 오래가지 않는다. 꾸준하게 있어주고, 늘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사람들이 원하고 찾는 것은 어쩌면 믿음, 신뢰, 내가 언제 가더라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겠다는 꾸준한 약속같은 것이다.

 지금의 터전은 30평 정도 되는 평수로 3-4년 동안 공실로 비워져 있던 곳이다. 서울 은평구가 시골 동네는 아니지만 서울 내에서 임대료가 백만 원을 넘지 않는 이례적인 동네이기도 하다. 하지만 곧 1년도 안되어 월세가 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 아닌 걱정이 들기도 한다. 건물주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월세의 자동이체 설정을 피하라, 이다. 일부러 일주일 늦게 지불한다든지, 쪼개서 2, 3일 뒤에 나머지를 입금한다든지, 상대방으로 하여금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도 지혜 아닌 지혜이다. 너무 잘 내면 장사가 잘 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간혹 이 방법을 사용하면 집주인의 위로 전화가 오기도 하고 명절에 작은 선물 세트를 받기도 한다. 이로 인하여 둘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수 있다. 믿거나 말거나이지만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 보길 바란다.




최근 온라인 서점들이 오프라인 중고 서점을 내고 있다. 예스 24도 강남점을 오픈하였고,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근처인 연신내에도 알라딘이 오픈했다. 이로 인하여 운영에 타격을 받지 않는가?


"타격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좋은 질문이다. 내가 워낙 겁이 많은 성향이다. 그래서 여행을 가거나 쇼핑을 할 때도 그전에 미리 엄청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타입이다. 2002년 회사를 퇴사하고 오랜 기간 동안 헌 책방을 하기 위한 준비 기간을 5년 정도 가졌다. 성격 탓에 오래 고심했다. 스스로 준비를 많이 했고, 알아보고 다녔다. 심지어 회사를 관두고 헌 책방을 하고 싶었지만 책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출판사를 2년 정도 근무하고, 그러고 나서도 운영 시스템을 알 수가 없어서 헌 책방 직원으로 2년 간 일을 하고 서점을 열었다.  


90년 대 후반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보통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일본을 자주 왕래하며 출판 시장이나 서점을 오고 간다. 워낙 일본이 열독률도 높고, 나 역시도 일본을 자주 왔다 갔다 하며 책과 서점을 많이 봤다. 91년 당시에는 북오프라는 일본의 대형 중고 서점이 생기면서 일본 서점계에 큰 타격을 주었다. 도쿄를 포함하여 주변 도심의 서점 6천 개가 북오프 이후 절반 이후로 뚝 떨어졌다고 한다. 99년을 기점으로 일본에서도 독립 서점이 많이 생겼다. 지금의 우리나라의 독립 서점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한국은 2007년에 북오프와 같은 중고 체인 서점 알라딘이 종로에 오픈했다. 15-20년 정도 한국과 일본과의 차이가 벌어진다. 2천 년대 초반에 퇴사를 하면서 그러한 일본의 급변하는 서점의 생태계를 보며 한국도 조만간 그 뒤를 밟을 것이라고 많이 느꼈다. 새로운 형태의 책방이 생겨나고 그런 시스템이 한국에도 나타날 거라는 감이 강하게 왔었다.


2007년 지금의 헌 책방을 열면서 얼마 후면 대형 헌책 체인점이 들어서고 서점들이 많이 힘들어할 것이고, 독립서점이 많이 생기겠구나를 일본에서 미리 보고 온 셈이다. 심지어 대형 서점에서 앉을 수 있는 공간, 지금의 교보문고의 카우링 테이블처럼, 그 당시 일본에서는 이미 하고 있었다. 일본인들도 놀랐고 나도 놀랐다. 지금 한국에서도 그대로 실현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어느 정도 예감하고 있었고, 그렇게 될 때를 대비해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애초부터 고민했다. 핵심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이다.


그러나 보니까 한 가지 생각만이 남더라. 가격 비교가 안 되는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확신이었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확신. 알라딘은 헌 책조차도 가격 비교가 가능하니 말이다. 지금은 그래서 사실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미 그런 것들을 예상했었고, 나와 알라딘은 서로 종목이라는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그 주변의 서점들은 긴장하고 있다. 문화당 서점 같은 50년의 터줏대감 서점도 문을 닫을 수 있다. (주:실제로 5월 문화당 서점은 영업을 종료하였다)


앞으로는 지금처럼 우후죽순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는 독립 서점들이 점점 솎아질 것이다. 일본도 2천 년대 초반에 많이 생겨났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많이 솎아졌다. 나 역시도 어떤 서점이 살아 남았고 없어졌는지 많이 보러 다녔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는다면 향후 5년 안에 어떤 서점들은 없어지고, 생겨나고, 유지되어 있을 것이다. 비록 분석가는 아니지만, 느낀 것 한 가지는 서점의 정체성이 뚜렷한 곳은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가수가 책방 내고하는 것처럼 일본에서는 심지어 레슬러도 책방을 열고, 코미디언도 냈었다. 진짜 재미있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독립 책방 서점에서 다양한 행사와 워크숍을 하듯이 일본도 많이 했었다. 별의별걸 다 하더라. 우리나라는 주로 독서모임이나 저자와의 대화 위주이고,  헌 책방도 제본 워크숍 등을 하는데 일본은 더 다양하다. 심지어 책방에서 레슬링을 하기도 한다. 사방은 책장이고 그 가운데 링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다. 일본은 레슬링 팬이 많고, 레슬러를 섭외해서 서점 대표로 책방 유니폼을 입혀서 홍보하는 것이다. 레슬링 쇼도 보여주면서 책 박스도 던지고, 그렇게 콘셉트는 재미있었지만 곧 없어졌다. (웃음) 재미는 있겠지만 그 책방에서 레슬링을 하면, 사람들이 단연코 레슬링을 보러 가지 책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다. 책은 1도 관심이 없는 것이다.  


책방의 정체성을 생각해야 한다. 책방인데 책에 관한 정체성이 없으니까 버티지 못하고 사라지고 만 것이다. 대신 책 축제할 때는 레슬링 이벤트 같은 걸 하더라.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관련 없는 이벤트를 하는 서점들은 사라졌다. 대신 큰 홍보를 하지 않지만 좋은 책을 팔고, 책 목록이 신선하고 좋다면, 그런 화려한 이벤트가 없어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서점이 분명 있다. 이처럼 정체성과 동 떨어진 서점들은 많이 골라졌따. 지금 남아 있는 서점들은 정체성의 기본을 잘 지켜 나가고 있는 곳들이라 할 수 있다. 술집이라면 술이 맛있고 좋으면 되고, 카페는 원두가 신선해야 하고, 책방은 책이 기본이다. 아무리 바리스타가 예쁜 여성이라도 커피 맛이 없으면 몇 번 가다가 발길을 끊는다.


일단 결론적으로 알라딘의 출현은 일본의 상황을 통해 인지하고 있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의 예상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은 큰 타격 없는 시기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일반적인 전통적인 헌 책방들은 위독한 상태이다. 변화가 필요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일본의 헌 책방들은 조합도 잘 되어 있고 책방 거리도 잘 지켜지고 있고, 함께 힘을 합쳐 이겨 낼 수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의 시스텝이 일본과 비교해서 상당히 열악하다.


지금 혹시 앞으로 어떤 책방이나, 다른 문화 공간을 하고 싶다면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의 경험에 한정되어 말하자면, 절대 가격 비교를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각자가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해 봐야 한다. 나 역시 지금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과연 우리 책방에서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곧 책방만의 경쟁력이다. 되도록 알라딘과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렇다면, 가격 비교를 할 수 없는 책반만의 정체성에 대해서 이상한 나라의 헌 책방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고 있는가?

 

 "추상적일 수 있지만, 내 생각에 헌 책방을 오는 사람들은 책방 주인과 대화를 많이 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일반 서점은 원하는 책을 사서 나가면 그만이지만 헌 책방을 오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고 오는 사람들은 거의 드물다. 보통 사람들이 새 책을 선택하지만, 헌 책방만큼은 책이 사람을 선택한다. 그래서 나 역시도 그러한 독자들의 성향에 맞춰 웬만하면 책방에 오래 자주 있으려고 한다.


내가 지금 책방을 하기 때문에 이렇게 강연도 다닐 수 있지만, 가능한 책방에서 독자들을 기다리려고 한다. 나와 대화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자리를 지킨다. 많이 만나려고 하고 언제 오더라도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같은 책이라도 대화를 통해서 산다면 그것으로도 보너스다. 나름대로 정한 규칙이 있다면, 한 달에 10번 이상은 강연을 하지 않는다. 강연료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나한테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솔직히 헌 책방에 앉아 있는 것보다 돈은 많이 벌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외부 활동 시간이 많아지면 제대로 된 현실적인 이야기는 들려줄 수가 없다. 손님이 왔을 때 반갑게 맞아주고 같이 대화할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밖에만 나와 있으면 손님들도 재미없을 것이다. 헌 책방의 특성상 가능한 많이 그들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책방에서 하는 일 중에 같은 중고책이라도 새롭게 커버를 입혀서 판매한다. 보수가 필요한 책은 아예 처음부터 풀어서 재 장정을 해서 판매한다. 완전히 새로운 책으로 변신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유럽에서는 머리 면에 마블링을 하기도 한다. 위 표면이 깨끗하고 예쁘게 해서 팔기 때문에 같은 책이라고 해도 엄연히 다른 책이다.


이것 말고라도 찾아보면 많을 것이다. 나 역시도 하나하나씩 시도해 보고 부딪혀 가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리를 비우고,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시간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 시간을 통해서 좋은 생각이 떠오르고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 멍 하게 쉬는 시간이 때론 큰 도움이 된다."






* 본 강연은 2016년 4월 26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2부는 10년 동안 가장 많이 받은 질문과 책방 운영의 필요한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2sbook)

                   





매거진의 이전글 탐방서점 : 고요서사 (2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