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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Jul 21. 2016

탐방서점 : 책방 만일 (2부)

#03-2 금정연, 김중혁과 함께 하는 서점 기행

만일의 세계 

                                           이장욱


만일......이라고 누가 말했다

왼쪽 귀로 들어왔다가 오른쪽 귀로 흘러나간 수많은 목소리들처럼

문득 다른 궤도로 들어선 기차처럼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만일...... 이라고 누가 말했다

오후 내내 숨어 있던 소년은 결국 캄캄한 다락을 나가지 않았다

당신과 함께 간 외딴 바닷가에는 당신이 너무 많고

오른쪽 귀로 흘러나간 것을 왼쪽 귀로 모아 이야기를 지어내느라

할머니는 죽지도 못했네

 

소년은 자라지 않고 어둠이 되었다

어둠 속의 바퀴벌레들에게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수많은 당신들은 아직 그 바닷가에서 노래를 부르고

나는 단 하나의 당신과 손을 잡고 돌아왔지

연애하던 호시절을 이야기할 때 할머니,

할머니는 살아 계셨네

 

하지만 만일......이라고 누가 말했다

거기는 어둠뿐이야, 그것이 좋지,라고 소년이 대답했다

바닷가의 의자들은 거꾸로 서 있고 태양이 밤에 뜨는 곳,

수많은 당신들은 거기서 외롭게 앉아 있지

긴 귀를 가진 할머니는 어둠처럼

파도처럼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해주었네

 

밤이 새도록 나는 낯선 길을 달려갔다

다락에서 나온 소년은 두 귀를 잃어버렸다

할머니는 오늘 밤도 무덤 위에

산 채로 앉아 계셨다

만일.....이라고,

누가 힘겹게 말했다

 




:: 책방 만일만의 고객 손님 대응법이 있는가?  


"기본적으로 거리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편이에요. 오시는 분들이 대형 서점에 갔을 때 느끼는 피로감? 번잡함에서 오는 피로감을 피하려고 오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서 오랜 시간 책을 읽는 모습을 볼 때가 제일 좋아요. 저는 손님들과 최대한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책을 엄청 쌓아 놓고 컴퓨터 뒤에 숨어 있기도 하고, 낮은 의자에 앉아 있기도 하죠. 내가 손님이면 작은 공간에서 오래 있기 불편할 것 같아요. 내가 아는 작가가 손님으로 방문해도 최대한 시선을 두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도 손님들이 말을 걸어 주면  본능적인 리액션이 몸에 배어 있어 간혹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해요"


:: 책방도 자영업인데 혹시 진상 손님은 없었는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없어요. 오히려 책방 문 열기 전에 동네 할아버지들이 오셔서 뭐라고 하기도 하고, 되려 편하게 이용하는 분들도 있고요. 간혹 책방을 이질적으로 느끼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아요. 이건 나의 톤이 문제인지, 아직도 책방이 낯설어서인지 잘 모르겠어요. 문을 열어 놓거나, 책방 앞에 물건을 두고 가거나 자전거를 세워 놓고 다음날 와도 그대로예요. 어떤 보이지 않는 결계가 쳐져 있는 것 같아요. 카페를 이용하는 동네 손님과 책방을 이용하는 손님들이 겹치기도 하고 안 겹치는 일도 많고요."


:: 서점을 운영하면서 보람된 순간, 내가 하길 잘하였다는 순간이 있다면?


"책방에 있다 보면 내가 원하는 그림이 그려지는 순간이 있어요. 번잡하지 않을 때 손님들이 와서 이곳에서 책을 보고, 읽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그분들은 나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나도 신경 쓰지 않아요. 각자가 시선을 피하려고 애써 노력할 필요 없이 그렇게 옆에서 시간을 머무르다 가는 분들을 볼 때면 제일 마음이 편해요. 이런 걸 두고 보람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가 싶을 정도로 책방 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 작은 책방 안에서 책을 오래 읽고 안 사는 손님이 있으면 마음의 상처가 될 것 같다.


"그러기에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책을 사주세요. 초반에 그런 걸 체감하면서 생각보다 힘들고 어떻게 하나 막막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알라딘에서 충분히 싸게 살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할인받아 살 수 있는데도 여기서 책을 사다니, 순간순간 정말 고마운 일이구나 느껴요. 여기는 단순히 책방을 애정 하는 마음? 호의와 응원하는 마음이 이어지는 경우가 다수라서 책을 안 사는 것에 대해 서운해하거나 상처받지 않아요."



:: 책은 어디서나 똑같이 팔고 있다. 그런데 어느 서점에 갔을 때 내가 찾는 책이 없으면 허탈하고 그래서 점점 더 인터넷 서점에 의존하게 된다. 적어도 그 안에는 모든 책이 있으니까. 그런데 최근에 "내가 같은 물건을 사더라도 돈을 어디에 썼느냐의 의식적인 선택이 내 삶을 꾸리고 지탱하는 실천"이라는 말을 들었다. 여전히 알라딘에서 책을 많이 구입하지만, 그 말을 듣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반성은 하지 마세요. (웃음) 나 역시도 도매상이 책을 안 갖다 줄 때가 있고, 근간도 2,3권만 있는 급한 경우에는 알라딘을 이용하고 있어요. 다른 인터넷 서점과 비교했을 때, 알라딘 서점은 또 다르잖아요. 사실 최근 들어 알라딘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어요. 그에 대한 순간순간 다른 생각들이 올라오기도 해요. 작은 책방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여전히 그들이 소개하는 매체는 SNS이고, 독자들은 계속 숨어 있는 책을 발견하고 싶어 하죠. 발견했을 때는 아마 많은 분들이 알라딘으로 연결될 것이고, 넓게 봤을 때는 책이 소개되고 읽히는 것은 좋은 일 같아요. 그런데 알라딘도 기업체이고, 굿즈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웃음), 그 선택이 없었다면 그 일부를 작은 책방의 구입으로 어떻게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작업들이 이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탐방 서점을 시작할 때, 묻고 싶은 큰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책은 무엇인가였다. 10년 전 알라딘 내부적으로 어떤 책을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내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는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가, 아니면 많이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이므로 더 많이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이었다. 유어마인드의 이로님은 이 질문을 피해서 대답해주었다. 독립출판은 시작할 때부터 많지 않아서 일단은 모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좋은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무겁고 어려운 질문이에요. 일단은 개인의 취향, 운영자의 취향이 십분 반영된 책을 여기다 가져다 놓는 것을 경계하고 아주 멀리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책방 만일의 기준을 세우고 가져오려고 하죠. 개인의 취향이 한 책방의 서가에 전시되는 것은 위험한 것 같아요. 물론 한계는 있어요.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정말 내가 싫은 책은 들어올 수가 없겠죠. 그래서 그 기준을 대외적으로 정의해야 한다면, 일단은 시장 안에서 연약한 책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이 책방 자체의 공간도 그런 공간이고 시장에서 연약한 책을 조금 더 발견될 수 있고, 접근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출판 시장에서 어려워하는 것들, 안 팔리는 책과 신간이 쏟아지고, 대형 서점의 문법과 관련하여 그 책이 눈에 계속 안 띄고, 이것이 출판 시장의 문제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로 유통 구조에도 관심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는 연약한 책? 다시 말해, 작은 출판사의 책이나 문학으로 치면 번역이 더 되었으면 하는 작가, 혹은 해외에서는 아주 많이 알려져 있는데 국내에 덜 소개된 작가를 알리고 싶어요. 연약한 책이 다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작은 책방의 공간에서는 조금 더 눈에 띄기 쉽고 발견되기 쉬우니까요. 그리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향을 지향하는 책들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요"  


:: 그럼 만약에 이 책방에서 일주일 동안 단 한 권의 책만 팔아야 한다면 어떤 책을 고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미리 생각해 봤어요.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쉽게 결정했어요. 한티제라는 출판사에서 팸플릿 같은 표식을 표방하는 아주 가볍고 작은 책을 시리즈처럼 발간하고 있어요. <삶을 위한 정치 혁명>이라는 책이 5권 정도 조그맣게 나와 있는데, 나라면 일주일 동안 한티제의 팸플릿 시리즈 중 한 권을 팔고 싶어요. 저 시리즈는 환경, 기본 소득, 정치, 선거 등이 있는데 팸플릿처럼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문을 열수 있는 책처럼 빨리 읽을 수 있어요."



:: 지금까지 2년 조금 안되게 책방을 운영해 왔다. 이에 대하여 자영업자로써 자평해 본다면?


"자영업자로써 자평한다면, 책방 만일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생각보다 계속 기대 이상으로 잘 해왔다고 생각해요. 내 외부의 콘텐츠를 꾸려가는 일을 잘 해왔다기보다는, 그 기본적인 세팅도 안 되어 있다고 지금도 느낄 때가 많아요. 지금도 섹션 구분이 안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어떤 '만일'이, 책방의 이름에서 오는 뉘앙스와 인상이, 여기 책방에서 구체화시켜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본적이 거의 없어요. 책방을 제대로 설명한 적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제스처와 인상, 애매모호한 뉘앙스만으로 2년 여를 버텨온 것 같아요. 손님들이나 외부에서 보았을 때, 그 뉘앙스를 읽는 과정에서 다채로운 읽기가 나오기도 하고, 어떤 순간에는 이건 오독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지나고 보면 오독이 아닐 수도 있고요, 그만큼 열어놓은 상태에서 반응을 지켜보자, 실험도 해보자 했어요. 의도적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고, 구체적인 설명을 할 수 없어서이기도, 그것만으로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서 다행인 것 같아요."


:: 언제까지 책방을 운영하고 싶은가?


"언제 까지라는 체감 부분은 몸에 와 닿는 물리적인 시간은 내년, 내 후년도 예측이 안돼요. 예상은 했지만, 이 동네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고, 책방 일을 한 치 앞도 모르겠어요. 구체적인 시점을 딱 집어서 그때를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는 뭘 해야지 정도의 감만 갖고 있어요. 운영자가 40대에 접어들면 시장 수요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는데 영어 시장권에서 책이나 국내 책, 책방 운영을 가지고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 그 말은 해외에서 책방을 하고 싶다는 의미인가?


"책방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건 훨씬 어려운 일이잖아요. 책을 매개로 번역본 같은, 이런 식의 희미한 생각만 하고 있어요. 이것은 너무나 개인의 욕망과 연결된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하나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다음 달에 번역본을 출간하게 됐어요.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이 영화 <사울의 아들> 감독에게 보내는 서신으로 만들어진 책이 있어요. 얇은 책이고 프랑스 미니 문고본 같은 것인데 번역을 마쳤고, 다음 달에 급하게 준비해서 출간할 예정이에요. (주: 7월 현재 이 책은 시중에 출간되어 판매되고 있다.) 사실은 우연의 요소가 커요. 이 저자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영화와 이 저자의 철학적인 개념이 즐겁게도 책방과의 접점이 많아요. 그래서 이 책을 출간하는 것을 기점으로 정치적인 것이란 무엇일까, 책방과 책 혹은 책이 갖고 있는 메시지를 가지고 유연한 방식의 일상생활에서의 정치적인 것의 의미를 어떻게 생각해 볼까라는 작업을 해 보고 싶고, 그러면 거의 종합 서적에 가까운데요, 컬렉션이나 다른 이슈들을 조금 더 축소시키거나 더욱 결집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일에서 출간한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의 <어둠에서 벗어나기>



:: 출판사의 이름은 만일인가?


"출판사 이름은 지금 등록은 '만일 프레스'인데 고민이에요. '책방 만일'로 바꿀 것인지 혹은 그냥 '만일'로 할지, 어떤 게 더 좋을까요? ('만일'이 더 좋은 것 같다) 사실 그쪽으로 기울고 있어요.(웃음)"



:: 드디어 마지막 질문이다. 이런 서점이 되었으면 하는 멀리 있지만 구체적인 생각이나 바람이 있는가?


"책방을 두고 이런 행사나 혹은 기획들이 조금 더 줄어들 수 있는 책방 생태계가 형성됐으면 좋겠어요. (웃음) 지금은 책방이기 때문에 나라는 개인이 책방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개인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아직까지는 종수로 봤을 때도 책방이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단계인 것 같아요. 이제 막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고, 점점 더 많이 생겨서 일정 시점이 되면 포화 상태가 돼서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서 일상적인 공간이 돼 버리면 아마 이것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거나 어떤 시선을 통해서 지평 위에 놓으려는 시도를, 어떤 적절한 시점에만 할 수 있는 먼 이후의 일이겠지만, 그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 마지막 이야기는 여운이 남는 이야기인 것 같다. 그러면 이제 독자와의 질문을 가져보겠다.


Q: 손님들의 분포도에서 지역 주민이 많은가? 일부러 외부에서 오는 손님들이 많은가?


"일정 통계를 낼 수 없을 만큼 섞여 있어요. 동네 주민도 많고, 지속적으로 이용하려는 분들은 아무래도 접근성이 좋은 사람들 같아요. 특히 편집자의 퍼센티지가 꽤 높아요. 체크하는 차원에서? 아니면, 응원하는 차원에서 책을 많이 소비하는 가장 강력한 독자예요. 접근성이 좋은 문화 예술 종사자들은 당연히 많아요. 초반에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거의 비등하게 많았고요. 최근에는 줄어들었지만 망원동의 성격이 달라지면서 그야말로 불특정 다수의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결론은 통계 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거예요"  


Q: 오늘 마치 토해내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았는데 혹시 자유 주제로 더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 있는가? 


"날씨가 좋아져서 분노가 사라졌나 보다. (웃음) 특별히 꼭 이야기를 해야겠다라든가 어떤 특정 대상을 향해 염증을 고발하여야겠다는 것은 없어요. 다만 스스로도 실체를 알기 힘들다는 점은 있어요. 왜 이렇게 좋을 수도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회의감은 무엇이고, 그 도사리고 있는 기운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내지는 불편함은 갖고 있는 것 같아요. 1년 정도 시점을 통과하면서 내가 예측을 잘 못했거나 추상적으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면이 있었던 것 같아요. 1년 여 동안 책방에서의 경험들이 쌓이면서, 기사에서 많이 나오는 이야기이지만 생각보다 출판계에 관한 아주 비관적인 생각들, 무력하다 무기력하다 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던 시절이 있었고, 지금도 겪고 있어요. 이건 책을 읽는 독자가 결국 책이 팔려서 이쪽의 시장이 돌아갈 것인가, 그리고 사회적인 문제로 확장시키면 책을 읽을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에서 오는 것 같아요."



Q: 개인적으로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는데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책은 어떻게 들어오게 되었는가?


"현실문화의 책으로 알고 있는데 현실문화의 책은 책방의 성격과 잘 맞는 편이어서 주기적으로 들어오고 있고, 그 가운데 손님들이 관심 있을만한 책이고 직거래처이기도 해서 들여놓았다.


Q: 독립 책방의 존재도 잘 모르고 있었고, 알고 나서는 편집샵 같은 개념으로 생각했다. 대형 마트나 대형 서점을 안 가고 굳이 이런 책방을 찾는 이유는 책방 주인의 취향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자기 취향과 책방의 취향을 일부러 떨어트려 놓는다고 하였는데, 오히려 책방의 취향까지 반영되어 필터가 된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사실은 취향이 가진 위험성을 경계하기 때문에 아닌 척하려고 한 말이에요.(웃음) 아닌 척해서 피해가 보려고 외부에 하는 말이기도 해요. 결국은 두 개가 다 공존해요. 취향이 아닌 책, 이를테면 물론 덧칠이 되어 있겠지만요.


그리고 지금 어느 정도 선에서 밖에서 만일을 인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이슈 중심,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책을 모으고, 아닌 척하면서 그 이슈를 회자화 시키려고 하고 있어요. 책을 통해서 그 메시지를 어떤 플랫폼, 어떤 장치를 통해서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있어요. 그런 책들을 골라 오고 있는데 이것이 개인적인 성향이다, 혹은 취향이다, 사소한 취향이라고 말하기에는 같은 선에서 놓이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Q: 그 말은 제일 처음 이야기한 '목소리를 드러내지 않는 운동'이라는 표현과 맞닿아 있는가?


"그렇죠. 말하자면 탄핵에 관한 책들을 단순히 사진을 찍어서 이 책은 이런 내용이다라고 간단하게 소개하는 제스처이겠죠. 물론 회의감은 있어요. 이런 의도가 과연 보는 사람들에게 전달이 잘 될 것인가, 혹은 내가 게을러서 조금 더 밀도 있는 리뷰를 할 수 없는 경우도 많거든요. 책에 대한 조금 더 견고하고 자세한 설명과 리뷰를 할 수가 없어서, 제스처만 던지는 경우가 많은데 과연 그 작업이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과 혼자 끙끙대는 일도 있어요.


2년을 기점으로 하는 작업은 오프라인에서는 이런 식으로 조금 더 열어 놓고 있어요. 왜냐하면 여기는 이것 좀 봐달라고 하면 쉽게 봐주거든요. 그래서 그 봐줘를 조금 더 죽이고 여기를 천천히 보는 손님의 모습을 보는 경험을 할 때 새롭고, 나 역시도 책방에 대해서 새롭게 읽는 것들이 많아요. 그래서 온라인 상에서는 이슈를 회자화시키고 책을 아예 패키지화해서 관련된 이슈를 팔기도 하고, 이런 식의 방향으로 가 보고 싶고, 가야 할 것 같아요. 의도대로 하고자 한다면요."  






* 본 토크는 2016년 5월 18일 탐방서점, 책방 만일 편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책방 만일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anil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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