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책방학교 9-1강 : 핫한 도시 뉴욕의 핫한 독립 책방들
서울책방학교 9강은 '네시이십분' 문학 팟캐스트의 제작자이자 진행자인 June(장혜령)님의 뉴욕의 핫한 독립 책방에 관한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간략한 자기소개를 하자면 그녀는 현재 소설 리스트(http://sosullist.com)에서 소설 리뷰를 쓰고 있으며 아티스트 웨이라는 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글 쓰는 작가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책은 아직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책방처럼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높고, 만들어가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도 갖고 있다. 네시이십 분을 통해 다양한 워크숍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문득 이 자리에서 나오지 않은 질문과 생각들이 있다면 이후에도 서로가 질문과 만남을 통해 연결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예술을 전공하여 학교를 졸업하고 입사와 동시에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일과 작업을 병행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곧 깨닫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모임과 팟캐스트 제작도 스스로가 살고자 하는 의지로 시작하였다. 내 삶의 재미와 원동력을 스스로 만들 수 없다면 살아가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워크숍을 비롯한 모임도 만들고 이러한 서점이라는 공간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 만남의 기회는 소중하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공식적인 시간도 편한 마음으로 서로가 모르는 것, 궁금한 것, 자유롭게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강연은 특별히 준님이 준비한 유튜브 영상을 함께 보면서 진행되었다. 영상이 이해하기 쉽고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사진과 함께 보면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점을 하고 싶거나 혹은 지금 운영하고 있다면 뉴욕의 다양한 독립 서점을 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처음 뉴욕을 방문한 것은 2015년 1월, 한 달을 머물며 하루 한 곳 이상의 서점을 방문하며 적은 돈을 가지고도 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일에 소요했다. 서점이라는 공간이 적은 비용으로 책에 집중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임을 뉴욕에서 저절로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의 책은 일견 봤을 때 조잡해 보인다. 그러나 이 책은 미국 뉴욕에 있는 로체스터대학 출판부에서 나온 필립 퍼키스의 <Teaching Photography> 라는 출판물이다. 한국에는 <사진 강의노트>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번역본을 읽고 나서 이 책의 저자는 물론 관련된 모든 것들이 궁금증으로 다가와 원서를 찾아보고, 원작은 사진의 형태로 나온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대체 왜 이런 연습장 형태로 책을 만들었을까? 만든 사람의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10년 전, 무슨 생각으로 40년 동안 뉴욕대에서 강의를 한 유명 사진가가 자신의 인생을 정리한 책 한 권을 300부만 찍었고, 보잘 것 없는 형식으로 만들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자신이 유명하지 않기 때문에 혹은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출판물로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가 원해서 이런 모양과 스타일과 생각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를 알고 나서야 마치 삶의 큰 전환점을 시사받은 강렬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대학 출판과 독립 출판은 다르기 때문에 엄연히 독립 출판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독립 출판의 한 정신을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정규와 다른 트랙으로 살아야 한다면, 경쟁에서 떠 밀려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 나라는 Second Track 이 아닌 Another Track을 선택하겠다는 각오가 멋있게 다가온다. 뉴욕의 서점에서도 그러한 정신을 많이 보고 배우고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한 권의 책을 봤을 때, 그것이 전혀 부끄럽거나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태도(attitude)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 또한 비슷한 모양을 띄고 있다. 독립 서점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출판물 사진을 가져온 것이다. 연습장을 아무렇지 않게 만든 일러스트 같기도 하고, 한 장에 대충 그림을 그려 놓은 느낌이다. 한국이라면 아마도 대략 찌라시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것들을 통칭하는 표현은 독립 출판물 서점에서도 사용하고 있으며, 이페메라(Ephemera) 라는 정식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다.
이페메라는 어떤 뜻을 담고 있는가. 그 어원을 찾아보면 '찢기기 쉬운'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찢기기 쉬운 것을 굳이 서점에서 파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편, 필립 퍼키스의 책처럼 쉽게 찢기거나 단 한번 소실되면 다시는 구하기 어려운 귀한 것이다. 그러므로 상대적이고 양가적이다. 단 한 번만 발생하기 때문에 그만큼 귀하고 만나기 어렵다. 또 한편으로는 여러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이런 스타일을 내가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뉴욕 서점에는 이런 식으로 분류가 불가능하고, 명명(命名)화하기 쉽지 않은 책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일반 교보문고라면 진열하기 어려울 것이다. 찢기기 쉽고, 책의 물성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교보문고라면 이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해하거나 혹은 내던지기 쉬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출판물에 맞는 적합한 전시 형태와 공간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독립 출판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독립 서점이라 할 수 있다. 반대로 독립 서점이 있어야 이런 출판물도 나올 수 있고, 이러한 독특한 것들도 계속해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수직으로 꽂히는 책들만 있다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도 한정적일 것이며, 거기에 딱 맞아떨어지는 책들만 찍어내기 바쁠 것이다. 어떤 책들은 그 스타일로 인하여 특정한 공간을 필요로 하며, 그것이 바로 인디펜던트(Independent) 정신을 수반한다.
지난 1년 여를 돌이켜 생각해 봤을 때, 오늘의 강연은 네 번째 발표이다. 처음에는 북소사이어티에서 발표했고, 그다음은 부산의 대안공간 '생각다방산책극장', 세 번째는 챕터 제로라는 혁신 파크, 불광동의 비파크에서, 오늘의 서울책방이 네 번째 강연이다. 직접 부딪히며 한국에서도 고민했던 지점은 독립 출판이 조잡하거나 메이저에 비해서 제대로 자리를 잡기 어렵다고 인식되는 경향이다. 사실상 미국에서 인지하고 있는 독립출판과 국내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다르다. 우리가 정의하는 독립 출판은 Self Publishing (셀프 퍼블리싱)과 Small Publishing (스몰 퍼블리싱)이 혼재되어 있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즉, 독립 출판은 작고, 혼자서 만드는 자급자족의 수작업으로 대충 하는 것으로 귀결되어 정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다양한 독립 출판물을 독립 출판 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분명 한국에서도 독립 출판사는 존재한다. 개인적인 기준으로 판별했을 때, <사진 강의노트>를 출간한 안목 출판사와 워크룸프레스가 뉴욕 기준에 적합한 독립 출판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독립 출판을 개인이 혼자 만들고, 저(底) 퀄리티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어 스스로를 독립 출판사로 규정하지 않고 그런 책을 만들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국내 사정상 어쩔 수 없는 당연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 이리라.
다음은 영상의 일부를 보면서 강연이 진행되었다. 뉴욕의 독립 서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다.
스트랜드북스토어 (Strand Bookstore) 은 80년대 이전부터 생겼고, 규모가 굉장히 큰 서점이다. 독립 출판 서점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중고 서적을 취급하고 있는 북스토어이다. 뉴욕 사람들은 이 곳을 여행 명소로 소개하고 있다. 뉴욕대 근처에 있는 서점으로 꼭 한 번은 방문해야 하는 광광지로 유명하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 다양한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 작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을 보며 과연, '독립 출판 VS 메이저 출판', '독립 서점 VS 메이저 서점'을 단지 규모의 문제로만 볼 수 있는가에 관하여 의문을 갖게 된다. 왜냐하면 이렇게 큰 곳을 인디펜던트 북스토어라고 주장한다면 모두가 지닌 근본적인 설정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닐까. 스트랜드북스토어는 여행자들이 많이 방문하며, 개성이 강하기보다는 모든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일종의 교보문고 같지만, 그 안의 다양한 예술서와 인문서를 보유하고 있다는 특성이 강하게 살아 있다. (http://www.strandbooks.com)
그렇다면 미국 독립 서점은 어떤 분류 기준으로 나눌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특성으로 독립 서점을 나누어 볼 수 있다.
강한 특성
특성과 개성을 갖춘 고유한 출판물을 발견할 수 있는 서점이다. '우리는 여기서 이런 것을 한다'라고 표방하고 있다. 뉴욕에만 수백 개의 독립 서점이 있고, 뉴욕 시라는 협소한 개념의 맨해튼, 브루클린 정도의 규모를 갖춘 서점들이 존재한다. 한 달이라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직접 방문할 수 있는 서점은 한정되어 있고, 너무 작은 사이즈가 아닌 적정 규모가 있는 서점을 방문하는데 할애하였다. 그중에서 소개하고 싶은 특색이 살아 있는 서점을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Mysterious Bookshop
미스터리어스북샵(http://www.mysteriousbookshop.com) 은 만약 서점을 하고 싶다면 참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면 더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큰 사이즈의 서점은 아니지만, 이름에 걸맞게 미스터리 서적만을 취급하는 가장 큰 특색을 지니고 있다. 미국의 출판되고 있는 서적의 절반 정도가 미스터리 계열의 장르물이기 때문에 굉장히 시장이 크고 넓고 다양하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미스터리 장르가 크지 않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곳은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잘 살렸고 서점 스태프들도 오타쿠들이기 때문에 이 장르에 관해서 잘 알고 있다. 이 서점이 자부심을 갖는 요소도 사인본 에디션이 없던 시절에 처음으로 시도하고 제공했다는 점이다. 여기를 오면 작가가 직접 사인한 책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그 당시만 하더라도 굉장히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따라서 서점을 이용하는 독자들의 자부심도 굉장히 크다.
또 다른 재미는 이 서점을 만든 오토 펜잘린이라는 미스터리 편집자 출신의 서점 오너이다. 아마존 서점 비평에도 참여하고 있기에 미스터리 계열의 서적을 잘 알 고 있다. 대부분의 편집자라면 자신의 서점을 갖는 것이 아마도 큰 소망일 것이다.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특정 분야에서 일도 했고, 작가들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청탁도 가능하다. 유명 작가들이 자신을 위해 글을 써 줄 수 있는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출판사를 함께 설립한 것이 큰 특색으로 작용한다.
간단한 아이템을 소개하자면 예를 들어, 오너와 친한 작가들에게 본인의 범죄 시리즈에 나오는 인물의 탄생 비화 프로필을 의뢰하는 것이다. 그 인물이 어떻게 탄생했고, 어떤 사람인지를 페이퍼북으로 만든다. 100부 하드 커버 사인본 한정판을 만들어 멤버십 고객들에게만 판매한다. 혹은 크리스마스 이벤트로 친한 작가들한테 계간지 형태로 단편을 직접 의뢰한다. 대신 이 서점을 배경으로 반드시 서점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야 한다는 조건을 걸어 의뢰한다. 이것을 1,000부로 인쇄하여 서점 멤버십 고객에게 판매 혹은 선물로 제공한다. 대체적으로 많은 서점들이 출판을 겸업하는 경우가 다수이며, 여러 가지 형태의 가능성을 갖고 구현할 수 있으며, 독자를 상대로 유통 범위를 확장할 수 있다.
Mcnaly Jackson
소호, 브로드웨이가 있는 유명한 지역 서점이 2-3 곳이 있다. 그중 하나인 맥너리 잭슨 (http://www.mcnallyjackson.com) 은 개성 강한 특색 있는 서점으로 분류된다. 이곳은 뉴요커에 걸맞은 수준의 문학 서적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타깃이다. 문학 비평, 대륙별 문학 비평 등을 갖추고 있으며 북마스터가 상당히 많으며 전문성을 지닌 추천이 가능하다. 국내 서점도 이와 비슷한 경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큰 규모의 스트랜드북스토어의 경우에도 북마스터가 누구보다 책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만약 특정 희귀한 사진 책을 이야기할 때 그 작가를 알고 있는 것은 큰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알고 있는 책만 취급하는 것은 아니라 뉴요커의 수준에 맞는 문학적인 취향을 대변하는 낭독회나 인터뷰, 이벤트, 토론회를 다채롭게 운영하고 있다.
Book Culture
북컬쳐(http://www.bookculture.com) 는 할렘 근처의 뉴욕 맨해튼 콜럼비아 대학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서점이다. 콜럼비아 대학생들이 볼 수 있는 책으로만 구비되어 있다는 가장 큰 특색이다. 세계에서도 명문으로 꼽히는 학교의 학생들이 최신의 트렌드로 학문을 접할 수 있는 책으로만 구비되어 있다. 많은 수의 언어로 이루어진 책도 구비되어 있으며, 인상적인 부분은 이런 서점이 있기 때문에 이런 학교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대학 가는 여전히 좋은 서점을 발견하기 어렵고, 그로 인한 독자적인 대학 문화를 발견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곳의 아르바이트생들도 콜럼비아 학생들이다.
Saint MarksBookshop
뉴욕 맨해튼의 어느 유서 깊은 서점에서 지젝이 나와 세인트마크스북샵을 살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상이 있다. 그 영상을 통해서 지젝이 말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지젝이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말을 하는 동네 아저씨 같은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대조적으로 다가오는 이미지는 지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이다. 경희대 평화의 전당이라는 큰 공간에서 지젝 한 사람이 무대 중앙에 있고, 청중들은 일방적으로 그의 강연을 듣는 형태였다. 그때와 이 영상에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 이 영상은 그곳에 참여했던 한 독자가 찍은 영상이다.
세인트마크스북샵 또한 재정적으로 상황이 어려운 곳이다. 이곳은 수잔 손택의 단골 서점으로도 유명하다. 일주일에 한 번은 책을 사고 자신의 지적인 부분을 충족했던 유서 깊은 곳이다. 그 정도로 많은 뉴욕의 작가들이 책을 사고 참여했던 곳이다. 그러나 이 근처에 굉장히 큰 체인 서점이 생기면서 그곳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농담 식으로 지젝이 말하고 있다. 가령 매대에 있는 사람에게 무라카미 하루키나 밀란 쿤데라 같은 유명한 사람의 있을 만한 소설을 들고 튄다거나 서점 안의 체인 커피숍에서 커피를 하나 주문하고 마신 다음, 책은 여기 와서 산다라는 식이다. 우리나라의 철학자라면 웬만한 논쟁 앞에서 쉽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말들도 지젝은 손쉽게 하고 있다. 심지어 유창하지 않은 영어로 열심히 어필하고 있다. 이 서점을 꼭 살려야 하고, 그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역설하고 있다.
당시 이 서점은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하여 수백만 원이 넘는 월세가 부담이었다. 2008년 경제 불황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쿠퍼스 케어의 위원회 같은 지역 위원회의 도움을 요청하여 온라인 청원 같은 세인트마크스북샵 살리기 운동이 벌어졌다. 이 서점은 원래 미국의 갤러리가 많은 지역, 모마라는 유명 갤러리가 위치한 곳의 쿠퍼 유니온이라는 디자인 학교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쿠퍼 유니온이 세인트마크스북샵을 내쫓는 것은 자기 자신을 내쫓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젝은 주장하고 있다. 서점이 있기 때문에 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명 인사들이 편안한 차림과 마음으로 독자들과 가깝게 소통하듯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결국 서점은 다른 지역의 싼 곳으로 이전했지만 그럼에도 남겨진 영상들은 큰 인상을 던져준다.
교보문고 매대에 깔리는 도서들은 주로 대형 출판사들의 책이다. 광고 수수료 때문에 작은 출판사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은 대형 출판사들의 책을 중심으로 노출되어 있다. 하지만 여기는 스태프들이 직접 셀렉 하여 진열할 수 있다. 국내 독립 서점도 할 수 있겠지만 독립 출판물까지 정교하게 셀렉 되는지는 알 수 없다. 무차별적으로 진열되는 것과 서점 스태프가 선별하여 진열하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
커뮤니티 기반
만약 브루클린 지역에서 서점을 한다면 브루클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거나, 혹은 브루클린 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지역 내에서 아동들이 올 수 있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 이처럼 커뮤니티 기반의 서점이란 지역 중심의 커뮤니티 기반의 멤버십을 갖춘 서점이며, 그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서점이다.
Greenlight Bookstore
그린라이트북스토어 (http://www.greenlightbookstore.com) 의 사장은 제시카 스톡턴 백누로
(Jessica Stockton Bagnulo)라는 젊은 여성이며 공동 창립 멤버 역시 레베카 피팅(Rebecca Fitting)이라는 여성이다. 그들은 단순히 서점을 개인 취미를 위한 공간이 아닌 비즈니스적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한다. 당시 뉴욕은 경제 불황을 맞이하였고, 그들은 오히여 이점을 독립 서점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여 주민 출자, 지역 출자의 형태로 지원을 받았다. 이 브루클린 지역이 낙후되어 있기 때문에 서점이 꼭 필요하다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수 십 명의 공동 출자가 가능한 셈이었다.
창립자 제시카는 20대부터 서점에서 일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였고, 대단히 많은 서점에서 파트타이머로 일을 해 왔다. 서점 경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우친 그녀는 맨해튼의 주요 북스토어에서 경력을 쌓았고, 서점 창업자들과 인맥을 쌓으며 그들의 도움을 바탕으로 자신의 서점을 운영할 수 있었다. 그에 따른 보이지 않는 긴 노력이 있었으며, 포토그린이라는 낙후된 지역의 재생을 위하여 서점이 필요 다하는 결론을 내렸고, 지역 협회와 지역 출자라는 신의 은총에 힘 입어 20대부터 파트타이머를 하며 그려왔던 포부를 현실로 이룬 셈이다. 이미 센터라는 것이 존재하지만 새로운 센터를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하였다. 한편, 공동창업자 레베카 피팅은 출판사 랜덤하우스의 영업 대표이며, 35만 달러라는 거금을 지원하며 서점 창업의 큰 힘을 보탰다.
2009년 개장한 이 서점은 특히, 브루클린 작품을 소개하는 일에 특화되어 있으며, 브루클린 지역 기반 문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폴 오스터, 줌파 라이히가 대표적인 작가로서 지역 기반 수준이 높은 편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강연회도 열고 있다. 이 당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이창래의 낭독회를 한다는 작은 포스터가 붙여져 있었다. 규모는 작지만 작가가 찾아오는 행사는 인상적이다. 마치 지젝을 가까이에서 본 것처럼 작은 곳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피상적인 만남이 아닌 진정한 대화와 말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한편, BAN이라는 아트 센터와도 연계하여 할인을 적용하며, 멤버십 카드가 있다면 어디와 연계되면 좋을지에 대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있다.
Blue Stockings
블루스타킹스 (http://bluestockings.com) 는 큰 개도 자유롭게 쉬거나 자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서점이다. 개가 편안하게 잘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얼마나 자주 왔는지, 옆에서 책을 떨어트려도 놀라지 않는다. 평소 주인과 이런 경험을 자주 했다는 반증 이리라.
블루스타킹스는 미국 뉴욕에서 처음 생긴 페미니즘 전문 북스토어이다. LGBT의 인권 신장에 관한 책들을 취급하며 정치적인 성향의 서적들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인상적인 부분은 어린이 책 코너이다. 7살 이하의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판매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아나키스트가 되는 법에 관한 가이드북도 있다. 한국의 부모라면 절대 사주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이 이곳에는 쉽게 볼 수 있다. 가령, 어린이가 어른의 말에 굴복하지 않고 살아남는 법에 대하여 어린이의 관점에서 쓰인 동화책도 있다. 스스로 아웃팅 하는 이야기 혹은,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이야기,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성적 경험을 드러내는 잡지들도 편하게 볼 수 있다. 이런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면, 10대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해서 덜 고민하고,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어른이 있다면 쉽게 자살하거나 우울증에 빠지지 않고 다르게 생각하는 법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본 강연은 2016년 5월 3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이어지는 2부는 비영리단체로 분류되는 뉴욕 서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이미지 출처 및 참고 사이트: "책 문화 향기로운 그곳, 뉴욕 독립 서점을 가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9063.html)
* 기타: 네시이십분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420radio.podca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