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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Jul 29. 2016

개성 넘치는 독립 책방 탐방기  (2부)

#서울책방학교 9-2강 : 핫한 도시 뉴욕의 핫한 독립 책방들

지난 1부 마지막으로 소개되었던 블루스타킹스(http://bluestockings.com)는 소호 근처에 위치한 LGBT, 페미니즘 전문 서점으로 한국 사람들도 한 번은 방문하는 서점이다. 힙스터의 명소는 아니더라도 많은 검색을 통해 알려져 있고, 100% 자원 활동가들로 운영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페미니즘 사상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자원 활동을 통해 그 문화와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매대에서는 공정 무역 커피를 판매하고 있고, 그 옆에서는 정치적인 LGBT 혹은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또한,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재미있는 모임을 만날 수 있다. 바로 뜨개질을 하는 친목 모임(Dyke Knitting Club)으로 레즈비언들이 모여서 뜨개질을 하는 클럽이다.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 갈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깨지는 걸 목격할 수 있다. Dyke라고 하여 뜨개질을 안 하라는 법도 없고, 거꾸로 남자라고 하여 뜨개질과 십자수를 좋아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혹은 자신과 정체성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취미를 공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등산을 하고 싶어도 아저씨가 너무 많아서 싫다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여기서는 같은 성향의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 무엇을 해도 이상한 부분에서 부딪힐 염려가 없다.


Housing Works bookstore & cafe


Housing Works(www.housingworks.org/bookstore/)는 집, 일, 서점, 카페라는 뚜렷한 4개의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는 비영리 재단이다. 1977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HIV와 AIDS 의식 개선을 위해 설립돼 단체이다. 대부분의 노숙자나 에이즈 바이러스 보균자들이 낮은 계층의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들을 위한 의료와 주택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홈리스의 생활 개선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호 지역에 서점을 오픈하였다. 이 서점은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고 카페가 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자주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책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중고 서적만 취급하고 있고, 그 중고 서적 역시 미국 전역의 Housing Works를 후원하는 사람들로부터 기증받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출간된 <뉴욕의 책방>에는 이곳의 자원 활동을 한 저자의 경험이 나온다. 이곳 지하에는 서점만큼이나 큰 방이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전국에서 주문한 사람들에게 배송할 책들을 자원 활동가들이 직접 포장한다고 한다. 그들은 Housing Works 재단과 커뮤니티에 동의한 사람들로 3교대의 자원 활동을 하며, 카페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잘 살펴보면 서점이라면 상상할 수 없는 파격적인 의상들, 가령, 등이 넓게 파여 있거나, 깃털이 달린 옷을 입고 일 하는 게이 직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이 아무렇지 않게 일상적으로 주문받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안의 고정관념이 깨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기서는 실질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 자원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이 LGBT가 아니여도 참여하고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비영리 단체 성향의 서점


뉴욕에는 비영리 단체 성향의 서점이 상당히 많다. 자연스럽게 한국의 독립 서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와 같은 비영리 성향도 남의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서촌에서 5년 간 예술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북소사이어티가 놀랍게도 비영리의 성격을 띤 서점을 모색하고 있다. 책만으로는 이익을 창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색다른 방향을 고민하게 되었고, 서점의 정체성을 파괴하지 않은 방식에서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를 봤을 때, 비영리 서점은 굉장히 좋은 모델로 나타났다. 다음은 이 유형의 대표적인 뉴욕 서점은 무엇이 있고, 어떤 특색들을 발견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 서점으로써의 공간은 한국에서도 오래 운영되고 있는 독립 서점들이 모델로 지향하거나 준비가 가능하다. 북소사이어티 서점은 확실하게 이 같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기획하는 유어마인드 역시 프린티드매터의 LA아트북페어와 뉴욕아트북페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도쿄에도 있고 뉴욕에도 있는 이러한 북페어가 어떻게 서점에서 시작 될 수 있었는지 생각해 보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Printed Matter, Inc

일단 세계적으로 가장 대표적인 서점은 프린티드매터(https://www.printedmatter.org)이다. 겉에서 보면 굉장히 허술하고 허접한 공간으로 보이지만, "1만 5천 개의 아티스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책이 있다"라는 소개문은 가히 진지하다 못해 진실되다. 슬쩍 보면 지저분해 보이고 이곳이 그렇게 유명한 곳인지 쉽게 알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서점이 위치해 있는 첼시는 소위 뜨고 있는 갤러리들이 많은 곳이다. 유명 갤러리들이 많은 반면, 주로 문을 닫는 월요일에 방문하여 홀로 허탕을 치고 터덜터덜 돌아가는 길에 발견한 서점이 바로 이곳, 프린티드매터이다.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 치려다가 무엇인가 발 길을 붙잡는 것이 있어 들어가 보았다. 그런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하여 자석처럼 끌린다면 대부분 자신과 잘 맞는 곳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페메라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고, 외관과 다르게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점임을 알 수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북소사이어티가 이곳과 교류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곳에 직접 만든 책을 납품하여 판매도 하고, 프린티드매터의 운영진들이 한국에 왔을 때 방문하는 중요한 스폿 역시 북소사이어티라는 사실을 귀국하고 나서야 알게 됐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1976년에 설립하여 40주 년을 맞이하고 있는 첼시 인근의 비영리 단체라는 점이다. 이곳은 아티스트북 판매를 위하여 조직된 세계에서 가장 큰 비영리 단체이다. 아티스트북을 만드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어 서점을 만들었고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아티스트북을 연구하고 출판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아티스트북이란 독립 서점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책들을 가리킨다. 아티스트에 의해서 만들어진 책이며, 단 한번 제작되는 책이라기보다는 어느 정도 유통이 가능하고, 3백 부 정도 카피가 가능한 책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아티스트북에 대한 세세한 정의는 사이트에서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프린티드매터는 아티스트북을 연구, 출판, 지원하고 있으며, 인쇄물을 받아 일반인들도 지원할 수 있고 판매도 가능하다. 서점 중심으로 5:5 계약이 이루어지며, 1년 단위로 정산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한편, 아티스트북과 아트북에는 차이가 있다. 아트북이라는 것은 세공, 프린팅, 종이라는 물성을 염두에 둔 한 개 밖에 없는 책이고, 아티스트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작게 인쇄가 되어도 아티스트북이라고 부를 수 있다. 즉, 여러 개를 만들 수 없는 책이 아트북이고, 대량 인쇄가 어느 정도 가능한 것이 아티스트북이다. 아트북을 만들고 전시하는 것은 레터 프린팅(Letter Printing) 이든가 공정 경험을 같이 운영할 수 있다. 프린티드매터 역시, 책을 만들 수 있는 공정을 갖추고 있고 그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아티스트북과 아트북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외국에서는 책을 만드는 것에 대한 역사와 기술이 오래도록 보존되고 발전되는 식이기 때문에 이런 분야도 세분화할 수 있는 특성이 있다.


한편, 2006년부터 LA와 뉴욕에서 두 가지의 북아트페어를 진행하고 있다. 아래와 같이 뉴욕 모마의 분관에서 진행된 영상을 확인할 수 있으며,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일민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New York Art Book Fais @MOMA PS1

(https://youtu.be/8 u1 r9 GKpsd0)


아트북페어의 규모가 상당히 크다. 페어가 있는 이유는 이런 책도 만들 수도 있구나를 직접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프린티드매터처럼 모든 아티스트북을 취급하는 곳에서 이러한 형태의 페어를 진행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점의 규모는 작지만 이 행사를 준비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유어마인드도 그 큰 행사를 언제 준비하고 있을까 싶지만 평소 틈틈이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프린티드매터 역시 이 페어를 위하여 어떤 책을 놓을 것인가, 어떤 출판사를 섭외할 것인가 등등 1년 여에 걸쳐 큰 페어를 계속해서 틈틈이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학교 프로그램 지원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서점 근처에 워낙 좋은 예술 대학이 많이 있다. NIU, 쿠퍼유니온, 스쿨오브비쥬얼아트 등등 북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다. 모여 있기 때문에 여러 강의를 연결한 워크숍이 벌어지고, 고등학교와의 워크숍도 가능하다. 또한, 출판문화의 진흥을 꾀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도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런 단체 중에 퍼블리싱을 지원하는 곳이 많고, 여기서도 북아티스트로서 지원을 하면 자원을 제공받는 장학 제도처럼 자원을 활용하여 책을 만들고 팔 수 있다. 이상적인 프로그램이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실로 놀라운 면이기도 하다.  또한, 무상으로 경험을 쌓고 싶다면 인턴십 지원도 가능하다.


The Center for Books Arts


북아트센터(http://centerforbookarts.org)는 아트북을 중심으로 수공 제작된 책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는 곳이다. 이곳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서점이라 할 수 없지만 미래의 서점을 상상할 수 있는 한 단면을 보여준다. 단지 책만 판매하는 곳이 아닌, 책을 만드는 행위와 그러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결합된 형태를 직접 보여주고 있다. 1974년 리처드 린스킨이라는 북아티스트가 설립했으며, 북아트를 하는 아티스트들을 모은 첫 번째 비영리 단체이다. 이곳은 예술가, 작가, 혹은 책을 직접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인턴십, 장학 제도, 학교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운영하고 있다. 만약, 어떤 프로그램을 지원하고자 할 때, 비용을 충당할 수 없다면 인턴십을 지원하여 그곳에서 일을 하며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즉, 비용을 상쇄하는 활동으로 대체할 수가 있다. 또한, 본인이 직접 레터 프린팅 기계를 다루어 책을 만들 수 있다.


한편, 이곳의 연간 행사들이 독창적인데, 계속해서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진흥 발전시키기 위한 행사, 가령 챕북 경연(Chap-book Competition)이 그것이다. 챕북을 누가 더 잘 만드는 가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잘 만든 챕북에게 상금을 수여한다. 혹은 시인이라면 자신의 시 5-10편을 지원할 수 있고, 선정되면 챕북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제도이다. 국내에서 시집이란 유명 출판사에서 제작되거나 강한 권위가 수반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여기서 시뿐만 아니라 비평, 에세이 혹은 아주 작은 글로써 자신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고 싶을 때, 서점이나 출판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고, 그것을 가지고 사람들이 챕북으로 만드는 일에도 동참해 준다면 미래의 서점 출판계의 지평은 더욱 넓어질 것이고 그 이상으로 기회와 가능성은 열리게 될 것이다.


Poets House


포이츠하우스(http://www.poetshouse.org)는 서쪽 맨해튼을 중심으로 서남부에 위치한 뉴욕의 쌍둥이 빌딩 근처에 있는 단체이다. 번역하면 '시인의 집'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며, 이곳도 비영리 단체이다. 인상적인 부분이 많은 곳이기 때문에 서점은 아니지만 비영리 모델로 소개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곳이다. 1985년 시인 스탠리 쿠니츠(Stanley Kunitz)와 엘리자베스 크레이(Elizabath Kray)라는 예술 분야 행정인의 협업으로 설립되었으며, 초기에는 뉴욕시티하이스쿨 안에 있던 곳이다.  


Bill Murray Reads to Construction Workers at Poets House

(https://youtu.be/rj_LYsvGF0 E)


위의 영상은 포이츠하우스가 건설된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다. 영상 속에서 배우 빌 머레이가 근엄하게 시 한 편을 읽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덧붙여 여기서 일하고 있는 인부들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고 있으며, 미래의 시인들과 미래의 시를 읽는 사람들과 시를 쓰는 학생들을 위한 건물을 짓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공사에 들어가기 전에 시를 읽는 의식을 거쳐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한 명씩 나와한 마디씩 하는데, 공사 직원들의 표정은 긍정적이기보다 당황해하거나 황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빌 머레이는 특유의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그는 배우이면서도 시를 좋아하는 중요 인사로서 포이츠하우스에 도움을 주는 자문을 맡고 있다.  


이 영상을 보면 우리가 흔히 갖고 있는 생각의 경계가 누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지어놓은 건물에 들어가 단순히 산다는 개념이 아니라, 건물을 짓는데도 어떤 다른 생각을 가지고 만들었겠다는 인상을 준다. 처음 이 영상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무엇일까 어리둥절했는데, 이렇게도 영상을 만들 수 있고 건물과 단체의 의미를 압축해서 보여줄 수 있구나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어 흥미롭다.


포이츠하우스의 1층은 어린이 공간이고, 2층은 어른을 위한 공간으로 꾸며졌다. 1층에서 어린이들은 편안하게 시와 관련된 것들을 자유롭게 볼 수 있고, 2층 초입부는 카페처럼 이루어져 있다. 미국 전 지역에서 발간되는 잡지 중에 계간지와 포이츠하우스에서 추천하는 책이 셀렉 되어 있어 원하면 편안하게 앉아서 볼 수 있다. 또한 포이츠 하우스를 기부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공헌자들을 위한 방이 만들어져 있다. 단순히 그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방이라기보다 혼자 들어가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도서관이 탁 트인 공간에서 단체로 책을 읽는 공간이라면, 여기서는 혼자 조용히 읽고 싶은 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마련된 것이 독특하다.


어느 공기관이라도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를 자유롭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부를 하였고, 얼마나 많은 재원들이 운영되고 있는가, 무슨 후원을 받고 있는가, 어떤 식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자세히 볼 수 있다. 그중에서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퍼블릭한 워크숍 프로그램은 대략 연간 145개 정도 운영되고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클래스가 1만 4천 회 열렸고, 중복 카운팅을 포함한 6만 6천 명이 방문했다. 그리고 다양한 시인과의 마스터 클래스가 있으며, 그 시인이 작가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들이 글쓰기를 잘할 수 있도록 돕는 클래스 등 다양한 단계별 워크숍들이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젊은 작가를 지원하는 펠로십(Fellowship)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마지막의 두 가지 사례는 비록 서점의 형태는 아니지만, 미래의 책을 매개로 하는 공간과 관련하여 이상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인디펜던트 정신은 세컨드 트랙(Second Track)이 아닌, 언아더 트랙(Another Track)으로 선택된다는 것과 뉴욕의 독립 서점을 크게 세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는 것, 특색이 강한 서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서점, 마지막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비영리 기관으로서의 서점의 역할이다. 어떤 서점은 이 중에서 하나만 갖추기도 하고 세 가지의 특성을 다 지닌 서점도 있을 수 있다. 국내 서점 또한 이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이제 막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잘 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서점이 갖고 있는 세 가지의 특성 중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얼마 존속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한편, 미래의 서점이 지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커뮤니티가 가능한 서점이다. 서울시의 마을 사업 같은 모습이 아니라 블루스타킹스처럼 강아지가 자연스럽게 앉아 있는 서점, 자신과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서점, 휴일에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 올 수 있는 서점을 뜻한다. 교육과 관련된 유익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자원 활동을 통하여 커뮤니티의 일부가 되는 서점,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출판물을 만드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서점이 미래를 꿈꾸는 서점의 모습이 아닐까. 결국은 독립 출판물을 만드는 사람들이 독립 출판 서점을 찾는다. 독립 출판물을 좋아하거나 미래의 제작자들이 없다면 독립 서점도 살아남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독립 출판을 하는 사람들을 키우고 장려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 자신들이 만든 책이 있을 공간이 없다면 돌아갈 수 없고, 그들이 소멸한다면 그 서점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오늘의 강연을 북소사이어티에서 발표할 때, 서점을 준비하고 있던 참석자에게 좋은 아이디를 제공한 경험이 있다. LGBT 중심의 게이 서점을 표방한 이태원 우사단로길에 위치한 햇빛 서점이라는 곳인데 서점 공간이 무척 협소하여 어떻게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가 중요한 관건이었다. 그래서 수업이나 학교를 운영하는 경우, 수업은 외부의 코워크 할 수 있는 공간만 찾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제안 한 바 있었다. 여기서 인사이트를 얻은 햇빛 서점은 바로 사업 계획을 착수하여 실제로 적용하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도 LGBT가 올 수 있는 공간,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을 꾸리고 운영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작은 아이디어가 어떻게 서점을 만들고 이루어나갈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사례였다.   





Q: 작년에 뉴욕을 중심으로 서점을 방문하였는데 다음에는 어떤 기획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9월 정도에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다. 즉흥적으로 결정된 사항이다. 팟캐스트 라디오를 진행하면, 부산에서 대안 공간을 운영하는 청취자를 알게 되었다. 일본어를 잘하고, 일본의 대안 공간을 방문할 때 일본인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때마침 9월 도쿄에서 대안 공간들의 연합 축제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 공간에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다고 하여 결정을 내렸다. 책방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공간이라는 의미에서 과연 어떻게 운영이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에 북소사이어티를 방문한 일본 대안공간 운영자들도 있다. 대안 공간이라면 젊은 사람들이 운영자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40-60대의 운영자였다. 십 수년간 운영을 해 왔고 카페를 열어도 커뮤니티가 가능하다고 한다. 운영자가 직접 시도 쓰고 책도 만든다.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형성되어 있는지 알고 싶다. 그리고 순천에서 책방을 하는 청취자도 있는데 그곳에 워크숍을 위한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전국의 여러 곳을 방문해 보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궁금한 것들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


Q: 책방은 편집자나 출판 경영진들이 많이 운영하고 있다. 그런 경력이 없어도 일반인들이 책방을 잘 운영할 수 있을까.  


그린라이트북스토어의 창립자 제시카도 사실은 편집자가 아니다. 그녀는 책을 좋아하고 판매하는 사람이었지만, 그 가운데 쌓인 감각들이 책방을 여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보인다. 뉴욕은 책과 관련된 사람들이 대부분 책방을 열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일반인들이 더 많이 책방을 열고 있다. 마치 카페를 여는 것처럼 새로운 비즈니스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그런 부분은 일본을 많이 참고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한국과 비슷한 면이 더 많다. 도쿄 또한 대개는 출판 비즈니스를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작은 서점을 많이 열고 있다. 참고로 국내의 땡스북스가 운영을 잘 하는 서점으로 손꼽힌다. 사업이 잘 되는 이유는 일단 셀렉션이 좋고 방문 여성 타깃을 잘 포지셔닝하고 있다. 서점을 방문하는 타깃을 확실하게 설정해 놓고, 그 타깃을 위한 책과 굿즈가 명확하기 때문에 불황인 가운데에서도 유일하게 잘 해내고 있다.


굳이 책방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대안 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책과 관련된 전문적인 프로그램과 워크숍이 열리는 공간, 인생학교처럼 말이다. 한국의 인생학교는 비용이 있지만, 서점이 그런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점이 학교인 셈이다. 일반 시민들이 올 수 있는 서점, 공간, 굿즈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과 방향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 본 강연은 2016년 5월 3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및 참고 사이트: "책 문화 향기로운 그곳, 뉴욕 독립 서점을 가다"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9063.html)

* 기타: 네시이십분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420radio.po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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