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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Mar 31. 2016

책방 이음&나와 우리:책방이 책방을 돕는다

#서울책방 학교 1-1 : 책방을 통해 꿈꾸는 책 문화 공동체  

서울 도서관은 지난 3월 8일부터 매주 화요일, 지역 주민에게 사랑받는 동네 책방 운영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서울책방학교'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총 10강으로 구성된 이번 프로그램은 빛의 속도로 마감되며 그 인기를 실감케 하였다. 책방에 관심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라도 참여 가능한 이번 '서울 책방 학교'는 책방 운영자들의 피와 살이 되는 경험담은 물론, 출판업계 동향 및 독서 문화와 관련하여 책방 운영과 유통, 물류, 트렌드, 생존 비법 등을 생생한 육성으로 들을 수 있다. 그 첫 번째 강연은 현재, 대학로 '책방 이음 & 나와 우리'를 운영하고 있는 이음지기 조진석 대표님의 이야기로 문을 열었다.




'책방이 책방을 돕는다 : 책방을 통해 꿈꾸는 책 문화 공동체'라는 주제 아래 시작된 강연은 '기승전 책방 이음'으로 마무리될 것이라 예견되었다.  이음지기로 불리는 대표님은 책방 이음에 대하여 개와 고양이도 함께 올 수 있는 곳, 늘 음악이 흐르고, 마실 수 있는 차(茶)가 준비되어 있고, 갤러리에는 사진과 그림이 걸려 있다 하였다. 만약 이 곳에도 책장이 있다면 분위기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책이 있는 공간과 책이 없는 공간, 그 있음과 없음의 경계의 차이가 주는 느낌은 달라진다.


책방을 꾸려가기 위해서는 투잡은 물론, 책 판매 이외의 수입이 필요할 정도로 운영이 녹록지 않다. 책방 이음지기님 역시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전공하였고, 좋아하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좋아하는 책과 관련된 서점에서 일하는 것을 먹고살기 위한 생업의 꿈으로 삼았다. 학교 앞 서점 아르바이트도 하고, 당시 대학 서점으로 입점한 1호 교보 서점으로 눈도장을 찍으며 드나들기도 하였다. 당시 가장 책을 많이 산 고객으로 교보 서점 직원과 친분을 쌓았다. 그러나 막상 서점에서 일 하면서 느낀 점은 교재 철만 반짝 학생들이 모여들 뿐, 평소에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심지어 경희대 구내 서점에서 이음지기님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올 수 있도록 직접 출판사와 연결하여 글쓰기 강좌를 여는 등, 자발적 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이런 환경 속에서 과연 내가 사장이 된다면, 어떻게 서점을 운영하고 이끌어 나가야 할 것인가" 실제적인 고민만이 숙제처럼 남겨졌다.




이음지기님이 책방 이음을 운영하기 전부터 2006년, 서울예대 문창과 출신의 한상준 대표가 퇴직금과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음 아트라는 서점을 오픈했다. 그는 좋아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자 지금이 아니면 안 되겠다 라는 결심으로 인문 예술 전문 서점을 열었다. 당시 이 곳은 대학로의 문화 소통의 공간으로, 입소문을 타고 열광적인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내며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경영악화로 인하여 문을 닫게 되었고, 이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 없었던 이음 지기님이 직접 인수하며 운영에 뛰어들게 되었다. 당시 출판업계는 2006년부터 인터넷 시장으로 인하여 낮은 가격 경쟁이 시작되었고, 책은 사치품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온라인 서점은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기 어렵게 되었고, 중고 서점이 운영되면서 신간 같으면서도 신간 같지 않은 가격으로 새 책이 출간되어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작은 책방은 책을 주문해도 오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교재 중심으로 판매되는 오프라인 서점, 동네 서점에는 책이 없는 구조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큐레이터가 읽어주는 그림책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 소중한 공간, 사회에서 점점 사라져 가는 공간의 중요성을 인지한 이음 지기님과 '나와 우리'라는 NGO 단체는 2009년부터 이음 아트를 인수하여 책방 이음을 운영하게 되었다. 비정부조직 NGO가 과연 서점을 운영해도 좋은 것인가 라는 의문에 다음과 같은 해답을 찾아낸다. "NGO는 무엇이든 다 한다. 국가가 필요성을 알면서도 행동할 여력이 없는 곳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점은 그 지역 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개인 영리를 위한 목적보다는 책을 통해 얻게 된 수익금은 출판 생태계에 지원하거나 공공 이익에 기여하고 있다. 가령 출판사에게는 그림 전시회 및 장애인 사진 전시를 위하여 갤러리를 무료로 대여해주며, 비영리로 운영하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학생들에게 NGO 인턴 과정으로 학비 전액을 외국인 대학생을 포함하여 지급하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 동네 지역 주민들도 오고 가며 찾아오는 곳, 연극을 기획하고 공연하며, 다큐 영상 영상회를 개최하며 수익금은 감독에게 전달한다. 인문사회과학 부문을 중심으로 강연회와 세미나를 30여 회 운영 진행해오고 있으며, 파주 지지향 호텔에서 1박 2일 지혜의 숲에서 책 여행을 기획 진행한다. 저녁 8시 이전에는 세미나를 중심으로 책을 판다면, 그 이후에는 저자 강연 및 워크숍을 진행한다. 서점 인재양성 사업과 함께 한국 책 실크로드를 꿈꾸며, 한국어 책을 수출하고 있다.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어려우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의 꿈과 경험을 믿고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출판 기념회와 강연회 현장


기억에 남는 책방 프로그램이나 기획이 있냐는 질문에 방황하던 대학시절 사서오경과 한문을 공부했고, 4년 전에 논어 강좌를 열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논어 스터디를 진행했고, 마지막 강의로 끝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다음 책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맹자로 정했다고 한다. 배움에는 끝이 없으며, 책방에서 만난 인연은 책으로 이어진다.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책방 이음은 기존 100명의 회원에서 200명의 회원으로 늘어나며, 자발적인 모금과 자원 봉사자들의 힘이 더해지고 있다.




*본 강연은 2016년 3월 8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 '책방이 음&나와 우리' 공식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eum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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