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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Aug 23. 2016

땡스북스의 아이덴티티 (2부)

#서울책방학교 10-2강 : 홍대의 떠오르는 랜드마크, 땡스북스

현재, 땡스북스는 7명의 직원과 3명의 파트타이머를 포함한 10명이 운영하는 공간이다. 초기에는 경영자의 아이덴티티가 녹아 있었지만, 지금은 그 10명의 고유한 색이 고루 섞여 드러나는 공간이 되었다. 그 공간 안에서 직원들이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어야 그들의 아이덴티티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적으로 자신만의 경쟁력이 우러나와야 유일무이한 공간이 될 수 있다. 아무리 우리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수긍하더라도 그것은 저자의 성공 스토리일 뿐이다. 그럼에도 계속 대리 만족을 느끼며 변화를 꿈꾸려 한다면 저자가 아닌 이상 본인의 사례가 될 수 없다. 제일 바람직한 것은 나와 타인은 어떻게 다르고,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빨리 판단하여 집중해야 한다. 저자와 나를 동일시하여 비교한다면 갭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아이덴티티는 고사하고 경쟁력도 갖출 수 없다. 어떤 일을 하든지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다. 나와 이 프로젝트와의 관계에서 스스로가 줄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며, 할 수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 집중해야 한다. 본인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발생한 갭에 관하여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비즈니스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땡스북스는 언제 가도 한결같아서 좋다고 하는 고객들이 있다. 한결같다고 느끼는 이유는 땡스북스가 조금씩 발전하고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하여 좋아지는 부분은 당연하게 여기지만 수준이 떨어지고 누리던 혜택이 없어지면 금세 불편함을 호소한다. 언제까지 서점을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대표를 포함한 전 직원과 서점의 가장 큰 목표는 개인의 성장이다. 개인이 성장을 해야 땡스북스도 함께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콘텐츠


명확한 콘셉트를 정하고 확고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그렇게 쌓인 콘텐츠는 서점만의 고유 자산으로 남기 대문에 명확한 콘셉트와 시스템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일견 동네 서점의 윈윈 시스템이 단순해 보이지만 일관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아이덴티티가 담긴 서점 콘텐츠가 생겨난다.



땡스북스는 매주 직원들이 금주의 책을 직접 선정하고 있다. 그 한 권에 집중하기 위하여 서점 내부의 소파가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리뷰 또한 돌아가면서 직접 작성하고 있다. 생각보다 빨리 차례가 오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초기에는 업무의 일환으로 강압적으로 시작했지만 그에 비례하여 직원들의 만족감도 크다. 글에 대한 책임감도 커지고 그 이상으로 책과 서점에 대한 애착심도 생겨난다. 무엇보다도 자기 계발과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어 준다. 무엇이든 꾸준히 지속한다면 그것 자체가 콘텐츠가 되어 영향력이 커진다. 6년 동안 금주의 책 리뷰가 차곡차곡 쌓이다 보니 출판사에서도 별도의 책을 보내준다. 이처럼 서점만의 콘텐츠로 소통이 발생하면 혜택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이밖에도 땡스북스에는 자체 제작한 스탬프(stamp)가 있다. 이곳에서 구입한 책은 원한다면 스탬프를 찍을 수 있다. 잉크 없이도 꾹 누르면 스마일 아이콘이 선명하게 찍힌다. 서점 운영이 힘든 점은 책이라는 물건은 어디를 가도 똑같이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어디서 구입했는가에 대한 각자의 경험만이 다르다. 이전에는 문화의 다양성과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여유가 없는 삶이었다. 빠른 고도성장의 과정 속에서 경험이 지닌 가치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 발전 속도가 점차 느려지면서 일상에서 얻는 소소한 만족감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어디서 구입했는가에 대한 개인의 경험치가 삶의 만족도에 끼치는 영향력이 점점 달라지고 있다. 땡스북스는 스탬프 이외에도 책갈피로 사용할 수 있는 엽서(카드)를 함께 비치해 두고 있다. 지금까지 30여 종의 엽서를 만들면서, 이를 수집하는 단골들도 생겨났다. 엽서에는 캠페인처럼 좋은 문구가 들어가며, 스탬프와 같은 맥락에서 구입의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작은 기쁨들이 쌓여 큰 기쁨을 이루듯이, 차별화를 꾀하며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은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해 나간다면, 똑같은 책이라도 구입의 경험은 더욱 특별해진다.





서점 오픈 초기 3개월 동안 여러 다양한 행사들을 진행했다. 홍대의 캘리그래피 매거진 오픈 파티를 진행하였고, 저자와의 강연이 있는 날에는 빈자리를 의자로 빼곡히 채워 놓고도 앉을자리가 모자라 곤혹을 치른 적도 있었다. 한편, 인디 레이블과의 협업으로 뉴 레이블의 CD를 무료로 나눠주는 이벤트도 진행했었다. 독자들은 서점 건물을 한 바퀴 두를 만큼 긴 줄을 서서 1시간 이상을 기다린 끝에 한정 150장을 받아갔다.


이처럼 지역 아티스트를 최대한 끌어들여 여러 이벤트와 행사를 진행했다. 대표적인 홍대 아티스트, 스노우캣과는 실제 인형을 만들어 전시 기간 내내 테이블을 옮겨 다니며 사진을 찍기도 하고, 동시에 오리지널 원화와 에코백도 판매하였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건 이후, 홍대 앞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모금 행사를 열고 엽서와 에코백을 판매한 수익금을 기부했다. 한편, 땡스북스의 최대 자랑거리는 첫 한글 폰트 2개를 발표한 일이다. 공간체라는 서체를 처음 발표하였고 그 패키지는 땡스북스에서만 판매하고 있다. 이처럼 여기에서만 판매하고 구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서체뿐만 아니라 기회가 닿는 대로 다양한 이벤트와 행사를 서점 안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서점 연계 전시는 관련 책과 볼거리만 있으면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갤러리와 다르게 기본적으로 책이라는 오브젝트가 있고, 그 책을 모으는 일이 큐레이션의 힘이다.


예를 들어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모은 전시도 있었고,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워크룸의 '제한들' 시리즈를 처음으로 공개한 적도 있었다. 땡스북스는 그들에게 공간을 나누어주고 기획의 작은 힘을 보태기만 하여도 그들은 기꺼이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 준다. 이처럼 홍대라는 지역을 최대한 끌어들이는 콘셉트 안에서 윈윈 시스템을 갖추고 같은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일을 진행한다면, 서점을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이렇게 한 해 두 해 시간이 쌓이면 우리도 모르게 콘텐츠가 쌓이고, 좋은 일을 함께 하자는 제안들은 꾸준히 생겨난다.  



동시에 최소한의 원칙은 지키고자 노력한다. 몇 안 되는 유혹 중에 계산대 옆에 핸드폰 케이스를 놓고 판매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월 2,3백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기대감도 있었지만 과감하게 거절한 경우이다. 이유는 단 하나, 핸드폰 케이스와 책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케이크와 과자를 판매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독서의 방해 요소이기 때문에 고사했다. 책과의 조화가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판단 요소이다. 커피 가격 역시 오픈 가격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다. 커피는 매출 대상은 아니지만, 앤트러사이트의 좋은 원두를 사용하여 퀄리티 또한 높이고자 한다. 홍대의 지역 업체와도 인연이 닿아 좋은 조건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발생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책 한 권에 관심을 갖고 방문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 공간이 마음에 든다면 오래 머물 것이고, 오래 머물다 보면 더 많은 소비가 이루어질 것이다. 서점은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이기 때문에 책 이외의 다른 것들은 조연이라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서점 운영의 필수적인 키워드를 콘셉트와 시스템, 콘텐츠로 꼽았다. 이뿐만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사회적 관계를 맺는 일 그리고 프로세스를 갖추는 일도 이와 동일하다. 사회와 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기 자신 스스로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여전히 모르고 있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가,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고 어떤 것에 취약한가 등등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갖고 있는 고유한 개성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외부를 향해 자연스럽게 표출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했더니 잘 됬다는 소문은 억지로 갖다 붙인 남의 이야기에 불과하다. 우리는 모두 그 사람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스스로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며 나의 것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스스로에게 꼭 한 번은 질문해야 한다. 나만의 콘셉트, 시스템, 콘텐츠가 쌓인다면 그것으로 막강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서점을 운영하면서 꾸준히 발생한 매출의 일정 부분은 성장한 수익만큼 재투자를 하였다. 서점을 한지 얼마 안 되어 의류 브랜드 에이랜드의 제안이 들어왔다. 가로수길에 있는 멀티숍 건물 5층의 일정 공간을 땡스북스로 활용해 달라는 것이었다. 최근 의류 브랜드가 점차 라이프 브랜드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도 문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좋은 조건으로 가로수길에도 입점하여 잠깐의 운영 경험도 갖추게 되었다. 또한, 메가박스에서도 재미있는 일을 함께 해보자는 연락을 받았다. 서점은 지속 가능성 여부와 윈윈 할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 잘 살펴서 다양한 제안 가운데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고민과 걱정도 뒤따르지만, 일단 시작하면 활력이 생기고, 한 번 알려지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한 예로 이전에는 기업 위주의 디자인을 많이 했다면, 땡스북스 이후의 주 수입원은 북디자인이 되었다. 출판사들과 계속 미팅을 하고 거래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북디자인 의뢰도 첨가되면서 서점 이외의 주요 수입원이 생긴 것이다. (현재, 홈페이지의 스튜디오 링크를 통해 다양한 북디자인 의뢰를 받고 있다)



앞으로 땡스북스가 풀어 나가야 할 숙제는 독서 학교이다. 올해 가을부터 건물 2층에서 지속적으로 수강할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책에 관하여 추가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으나, 아직은 유료 강연이 습관화되어 있지 않아 어려움도 따르고 있다. 테스트로 진행한 무료 강연에는 많은 이들의 호응이 있었으나, 만약, 만 원이라도 입장료를 받는 순간 참여율은 10명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만 원 이상 투자할 가치가 있는 학교를 위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서점을 하면서 가장 크게 체감한 변화는 활력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속에서 머뭇거리던 시간이 확 줄어들었다. 빨리 일어나서 바로 하고 싶은 일들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서점을 통하여 좋은 제안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더불어 삶에 활기가 넘쳐난다. 본업을 살려 작은 전시라도 제약 없이 포스터를 제작하는 일은 큰 기쁨과 즐거움을 안겨주며 힐링이 되고 있다. 인생의 목적이 편안함이라면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작가 중에도 어떤 이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 소통하는 사람이 있다면, 방에서 홀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책으로 대화하는 작가도 있다. 이처럼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양하기에 그중에서 자기와 잘 맞는 방법을 찾으면 된다. 서점뿐만 아니라 무엇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일들이 있다면, 그 일이 시간이 지나도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면, 기꺼이 한 번은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시도해 보고 안 되더라도 그 안에서 배우는 것들은 많다.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은 분명히 있다. 지금의 땡스북스 사례는 짧은 시간 안에 압축하여 설명하다 보니 쉽게 잘 풀린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온 행운이다.


현재 많은 이들이 땡스북스를 좋아해 주고 있지만 1년 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도 운이 좋아 건물주의 배려가 있기 때문에 좋은 공간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한정의 호의는 계속될 수 없다. 첫 달 월세는 2백만 원이었지만 1년을 기점으로 매출 상황에 맞춰 자체적으로 월세를 올려 지불하고 있다. 이곳에 서점이 들어서면서 왕래가 적었던 골목들 사이로 식당과 상점들이 생기면서 상권도 덩달아 살아났다. 한편, 대부분의 상권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며 다른 여러 자영업자들이 고초를 겪고 있다. 여기도 월세 1천만 원에 들어오겠다는 업체가 있다고 있다.


땡스북스를 홍대의 떠오르는 랜드마크로 소개해주고 있지만, 위태로운 홍대의 랜드마크일 수 있다. 오래 서점을 운영하며 이곳을 아껴주는 독자들에게 보답하고 싶지만, 현재 상황에서 월세 1천만 원은 서점이 감당할 수 없는 액수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은 늘 도사리고 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서점이 없어지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졌다. 홍대 인근 주민들은 일을 하는 중간에도 자주 이곳을 방문하기 때문에 운영에 대한 책임감도 막중해진다. 서점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들이 진행되며 그에 따른 여러 위험 요소를 비롯한 변수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여기 서울책방학교에 모인 이들도 각자의 고민이 있고 하고 싶은 일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험들이 분명 자신의 아이덴티티와 결부되어 미래의 하고 싶은 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Q&A


Q: 땡스북스는 디자인 스튜디오와 서점 매출로도 운영이 가능한가?


스튜디오 디자인에서 많은 일들을 하지만 인건비는 제외된 부분이다. 서점은 인건비와 임대료가 책 판매로 이루어지고 있다. 수익이 늘어난 부분은 다시 임대료로 돌려주고 있다. 임대료를 올리지 않으면 더 많이 남겠지만 자체적으로 올려주고 있다. 그래야 오래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하와 2층은 위탁 운영으로 건물주의 갤러리를 관리해 주고 있어 일정 부분의 수수료도 수익으로 발생하고 있다.


갤러리 공간은 저자와의 만남을 진행하기도 하고, 전시가 없을 때는 독서학교를 비롯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건물주의 생각은 다를 수도 있지만, 가능한 오래도록 서점을 하고 싶은 개인적인 바람은 변함이 없다.


Q: 땡스북스의 도서 판매율이 높아진 원동력 중의 하나는 좋은 북 큐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그 비결이 궁금하다.  


매출 증가의 원동력으로 몇 가지를 꼽는다면 확고한 콘셉트와 시스템, 지속적인 전시를 들고 싶다. 서점이 다양하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단골들은 지루해할 것이다. 매달 전시가 바뀌면 한 달에 한 번만 와도 서점 분위기는 바뀌고 그에 따른 시각적인 효과도 달라진다. 독자들의 자발적인 재방문이 이루어지는 동기에는 전시가 맡고 있는 역할이 크다. 지속적으로 꾸준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면 덩달아 매출도 같이 올라간다.


땡스북스의 초기 북 큐레이션이 독자적으로 꾸려졌다면, 지금은 10명의 직원이 함께 참여하며 그중에서 점장과 매니저가 상당 부분 관리하고 있다. 심도 깊고 엄격한 북 큐레이션을 하기보다는 직거래 출판사를 신중하게 선택하고 있다. 땡스북스와 잘 맞는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을 찾는 독자들의 선호와 맞는 책들이 유입되고 있다. 숨은 책을 찾기보다는 신간 안내 의뢰 속에서 좋은 출판사의 선택을 믿고 판단하는 편이다.  


600여 개의 출판사와 직거래를 하고 있는 지금으로써는 공간적 여력이 부족할 정도다. 서점 오픈하고 6개월 동안은 책으로 이곳을 가득 채우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1년이 지나면서는 어떻게 반품할까라는 상반된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죽을 때까지 하는 것이 고민과 걱정인 것 같다. 6개월은 버티자, 1년만 잘 버티자라는 다짐은 순진한 걱정이었다. 2년 차가 되면서 살아 있는 동안 걱정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걱정의 난위도와 품질(?)만 높아지고 있다. 다만 이것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관건이다.  


Q: 세 가지 질문이 있다. 첫 번째 질문은 땡스북스만의 강력한 아이덴티티가 만들어지고 하나의 브랜드 플랫폼이 만들어진 것 같다. 만약 저 공간을 벗어나게 된다면 땡스북스의 아이덴티티가 유지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질문이다. 사실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시각적인 아이덴티티에서 공간이 주는 힘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땡스북스는 이 공간을 떠날 준비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건물주가 아닌 이상, 자영업자들은 늘 할 수밖에 없는 고민이면서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아이덴티티에 관한 부분에서는 큰 걱정은 없다. 다만 이 공간만이 가진 높은 층고의 고상한 분위기를 일정 부분 포기해야 한다면, 반지하의 허름한 곳이든 옥탑이든 어디든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더라도 정체성에 관한 부분은 포기할 수 없다. 아무리 공간이 열악하더라도 분명 다른 장점이 있을 것이다. 컵의 채워진 물을 보고 '반밖에 안 남았구나', '반이나 남았구나'라는 생각의 차이만 있다면, 물이 1/3만 채워져 있어도 나는 '많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것을 잘 활용해서 인정할 부분은 빨리 인정해야 한다. 공간이 주는 매력을 재빨리 캐치하여 지하든 옥탑이든 그 매력을 극대화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지금의 땡스북스가 아늑하고 푸근한 분위기를 낼 수 없다면 다른 공간에서는 반대의 느낌을 살려 꾸밀 수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또 다른 매력이 찾아올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장점만을 생각해야 하며 단점만 본다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포기할 것은 빨리 포기하고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한다. 이전에는 주로 마몽드, 설화수와 같은 화장품 패키지 디자인을 많이 했었다. 클라이언트 작업을 하다 보면 최종 이사회에서 임원의 한 마디에 전체 디자인 다 바뀌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지난 디자인에 미련을 갖는다면 앞으로 진행할 수가 없다. 그러한 훈련은 살아가면서 누구한테나 필요한 부분이다. 빨리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만 힘들어진다.


Q: 두 번째 질문은 시행착오를 늘 겪을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크게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딱 떠오르는 사례는 없다. 시행착오라기보다는 지금은 사업자가 개인 회사로 되어 있어 리스크에 관한 부분은 스스로 감수하고 책임을 져왔다. 이제 6년 차가 되면서 개인 사업자가 아닌 법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직원들에게 지분을 주고 셰어 할 생각이다. 이것도 윈윈의 일종이다. 직원들이 그만두면 내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같이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 5백여 군데의 출판사와 계약서를 다시 써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보통 일이 아니라서 이 부분을 잘 해결하고 싶다.  


Q: 마지막 질문은 방송은 거절한다고 한 이유가 궁금하다.


초기에는 인터뷰를 많이 했다. 검색하면 한번 한 이야기를 계속 반복하는 영상들이 남아 있어 지금은 안 하고 있다. 특히 TV 출연을 더욱 안 하는 이유는 이제는 손님을 오게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방송에 나가면 홍역을 한번 크게 치르게 된다. 그래서 3년 전부터 공중파 취재를 거절하고 있다. 하지만 마포구와 함께하는 탐방 서점이라는 기획의 일환으로 일본의 유명 서점 운영자들을 초청하여 강연하는 행사가 땡스북스 2층에서 열리기 때문에 KBS 뉴스 보도가 있을 것 같다. 2층에서 진행할 서점 학교를 알리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목적이 분명하다면 일정 부분의 매체 홍보는 필요하지만 궤도를 찾아가는 과정 중의 TV 출연은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방송에 서점이 나오면 뜨내기처럼 한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굉장히 심해진다. 괜한 우려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서점의 큰 변화를 원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사양하고 있다.  


Q: 주변에 대형 서점이 들어섰는데 타격은 없었는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없었다'. 대형 서점은 사고자 하는 책이 명확한 반면, 땡스북스는 그렇지 않다. 심지어 나 역시도 북스 리브로에 가서 입고 안 된 책들을 구입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합정 로터리에 생긴 알라딘은 신경이 쓰인다. 같은 블록에 위치하고 있고, 알라딘도 어떤 책을 사야 한다는 목적보다는 싼 가격에 책을 구입하기 위하여 방문하는 독자들의 선택지 중 한 곳이다.


땡스북스 같은 동네 서점,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 중고 책방이 다 함께 공존하는 것이 좋다. 문화의 다양성 측면에 있어서 공존은 필요하다고 본다. 공격적인 알라딘의 중고 서점이 아직은 큰 타격을 주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주고 있다. 아마도 책방 나들이를 하는 사람 중에도 한 두 권의 책 구매를 망설일 것이다. 알라딘은 비즈니스 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도서 정가제 이후 중고책의 인기가 높아질 것을 미리 간파한 것이다. 다만, 중고책의 활성화는 출판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새책이 출판사의 주요 수입원이라면 중고 서점은 구간에 관하여 서점과 독자와의 순환을 맡고 있다. 그러므로 알라딘은 출판사와의 윈윈 관계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심각한 타격은 아직 없지만 앞으로의 상생을 염두에 두고 알라딘이 발전하기를 바란다.  


Q: 활자에서 영상 시대로 이동하면서 종이책의 미래에 대하여 낙관적이지 않다. 대표님이 생각하는 종이책의 미래가 궁금하다.


디지털은 종이의 질감과 물성을 대체하지 못한다. 국내의 전자책 보급률은 생각보다 느리다. 예스 24가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지만 아마존이 플랫폼에 끼치는 영향만큼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책으로 이동하는 부분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므로 다시 종이책이 귀해질 것이고 소장하고 있는 책들은 더 좋은 책으로 재판되어 나올 것이다. 디자인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등 고 퀄리티를 지향할 것이다.


오브젝트의 기능으로써의 종이책은 점차 소장하고 싶은 책으로 변모할 것이다. 내용 습득만이 아닌 구입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대에서 소비를 안 하고 살 수는 없다. 쇼핑의 즐거움이 생활화되어 있고, 옷을 사듯이 책을 사고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다만 이제 쇼핑의 한 측면처럼 더 까다로운 잣대가 책에도 적용될 것이다. 표지 디자인이 좋아지고 완성도가 높아지면 선호하는 종이로 인쇄된 것을 찾을 것이다. 이전에는 하루키라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책을 샀다면 앞으로는 외부 요소로 인한 저항감이 생길 것이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 디자인이 이름값만 못한다면 이를 견디지 못하는 독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Q: 땡스북스를 운영하면서 책에도 트렌드의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는 트렌드에 신경 쓰지 않는다. 문화적인 콘텐츠, 유통기간이 짧은 것은 피하기 위하여 자기 계발서는 들이지 않고 있다. 다만 표지 디자인에는 어떤 유행의 흐름이 있다. 캘리그래피가 유행했을 때는 B급 디자인처럼 손글씨를 일부러 컬트적으로 촌스럽게 하는 부분이 있었다면 이제는 점점 담백해지고 있다. 표지의 성향도 변화하고 있다. 다양성의 측면에서 점점 북 디자인을 보는 즐거움이 확실히 늘어나고 있다. 다양한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 이러한 소소한 즐거움들이 일상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 서울책방학교를 찾는 이들은 크게는 책방을 하고 싶은 사람과 책과 책방이 좋아서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1강부터 10강까지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느리지만 꾸준히 기록했던 이유도 서점을 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서점과 책이 좋아서 취미가 된 사람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즐거움과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이것으로 10강 땡스북스의 2부 강연을 마지막으로 서울책방학교의 강연들도 함께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앞으로도 서점과 책에 관한 나만의 기록은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태로든 이어나가고 싶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다른 세계의 우주를 들여다보는 일처럼 흥미롭고 진지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방이 좋다. 우주를 히치하이킹하듯이 앞으로도 이렇게 목적 없이 헤매고 떠돌아도 끝내 돌아갈 곳은 책방이라는 꿈을 꾸고 싶다. 지금까지 지루했을 길고 긴 글들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나름의 거창한 인사말을 이 작은 여백을 통해 남기고 싶다.


* 본 강연은 2016년 5월 10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 이미지 출처 : '땡스북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anks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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