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울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유 Jan 03. 2017

탐방서점: B-PLATFORM (1부)

#04-1: 금정연, 김중혁과 함께 하는 서점 기행

우리가 만든 책을 유통할 수 있는 서점, 그것이 시작이었다. 


2016년 5월, 일정의 차질로 인하여 당시 예정보다 오픈이 늦어진 B-PLATFORM (이하, 비플랫폼)에서 작가 김중혁이 함께 하는 탐방 서점이 진행되었다. 책 한 권 없는 미완성의 빈 공간에서 북 아티스트 김명수 님의 책에 대한 신념과 열정, 작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벌써 작년의 일이 되었다. 그 뒤로 6개월 동안 다양한 워크숍과 프로그램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초심을 잃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지 지금의 시점에서 한번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타이밍인 것 같다. 그때 그 시간 비플랫폼의 취지와 북 아트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단호하게 '우리가 만든 책을 유통할 수 있는 서점을 만들고 싶다'라고 했던 김명수 님의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일반 도서가 아닌, 아티스트북이 가진 매력과 이상은 무엇인지, 그 안에 담긴 메시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롭게 알 수 있었던 그날의 기록을 뒤늦게 남겨보고자 한다. 


 



"우리가 만든 책이 일반적인 책은 아닐 수 있어요. 국내의 여러 독립 출판 서점들이 있지만 실제로 입점한 적도 없고요. 책 자체가 일반적인 책과는 다른 양상의 책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이런 식으로 책을 만드는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시작점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드는 책은 과연 무엇이며, 비플랫폼에서 보여주고 싶어 하는 책은 어떻게 다른 것인가. 아트북 라운지, 아티스트북 서점을 표방하고 있는 비플랫폼의 김명수 큐레이터 겸 북아티스트는 다음과 같이 북아트와 아트북, 아티스트북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명료하게 밝혀준다.  


"북아트 개념이 잘못 알려진 채로 국내에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예술 장르로 소개되기보다는 크래프트 성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점이 아쉬워요. 북아트를 단순히 제본으로만 인식하고 소비되는 식이거든요. 그래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쉽게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딱 하나 있더군요. 바로 한자로 해석하면 이해가 수월할 것 같아요."


한자로 그 뜻을 풀이해보자면 북아트는 서적 예술이고, 아트북은 예술 서적이며, 아티스트북은 작가의 책, 미술가의 책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아티스트북을 이렇게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술가가 책을 어떤 식으로 개념화하느냐에 따라서 책의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한 여류 작가는 '인간이 곧 책이다'라는 개념으로 퍼포먼스를 진행했었다. 그러면 작가의 책이란 곧 퍼포먼스 행위 그 자체가 되어 버린다. 아티스트북은 물체 단위로써만 규정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반대로 북아트는 서적 예술이기 때문에 가장 표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북바인딩이다. 그러나 북바인딩은 책을 만드는 기술 중에서도 인쇄술, 제지술, 활자술, 편집술, 조판술, 네 번째 귀퉁이로 하는 제본술 등등 책을 만드는 수많은 기술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북바인딩이 서적 예술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는 수박 겉햝기 하듯이 북아트 자체를 북바인딩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단순히 '북아트= 북바인딩'이라는 개념은 부분일 수는 있지만 전체는 아니라는 점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비플랫폼이 추구하는 것은 북아트라고 할 수 있다. 책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공간이며 텍스트북이 있지만 일반적인 서적 중에서도 '콘텐츠가 책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서점 공간 자체가 책의 예술성을 드러내는 공간이며, 책을 만드는 서점이고, 그러한 소비 시장 자체를 만드는 것 또한 비플랫폼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한자의 책(冊)은 제본의 형태이지만 영어의 북(BOOK)은 더 큰 개념으로 단순한 물질이 아니라 지식의 집대성, 콘텐츠 모음, 표현 도구 등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비플랫폼의 구상은 2015년부터 대략 6개월 동안 걸쳐 진행됐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서 발 디딜 곳 없이 북적이는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셀렉트 한 책들의 개성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일반 대중들이 즐겨 찾을만한 서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럼에도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셀렉트샵의 성격을 가져가되 혼자만 보기 좋은 책만을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와중에 그림책도 있고, 작가주의적 책도 있을 것이고, 아티스트북의 기발한 책도 있고 북아트라는 개념을 핵심으로 두는 부분도 있으며, 책의 예술성을 단순히 코덱스 북의 형태로만 한정 짓지는 않을 것이다. 죽간의 모양을 띈 책, 펜북, 두루마기, 아코디언.. 북 오브제 같은 다양한 책의 형태도 있을 것이다. 판매가 많이 이루어져 지속적으로 서점을 유지하고 싶은 바람도 있지만, 큰 부담 없이 찾아오는 독자들에게 가능한 친절하게 어려운 책들의 개념과 작가의 메시지, 책에 대한 개념을 설명해주고, 이런 책의 가치가 있으며, 생겨날 수 있다는 발견의 재미를 공유하고 싶다. 교보문고와는 다른 여기만의 다양한 형태의 책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최대한 활용하고자 한다. 그래서 일부러 책을 많이 진열하지 않을 것이다. 대략 백 여권의 책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고, 정기적으로 변화를 주면서 가능한 충분히 여백을 두어 책을 탐미할 수 있을 정도로만 구성할 계획이다. 어지럽게 최대한 많이 책을 쌓아놓고 보여주는 식은 지양한다. 




해외의 그림책이나 아티스트북 같은 경우 수입이 대부분이며, 반품은 당연히 안 될 것이다. 평균 가격대는 얼마이며, 운영 가능한 마진에 대해서 미리 예상한 바가 있을 것이다. 비플랫폼은 홈페이지에도 입고 정책에 대해 작성을 해두었고, 분기별로 입금에 대해서도 책임지고 미리 정리를 해 두었다. 수입서적은 일반적으로 사입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 큐레이터라는 직함을 정해 놓았다. 큐레이터라는 직함에 걸맞은 책임감은 확실하게 다르다. 책임을 지고 책을 사 와야 하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 소위 팔리지 않으면 재고가 되기 때문에, 사입에서는 확실하게 선별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그중에도 아티스트북은 더 어렵다. 



그림책은 사입할 수 있는 비용이 국내 시장은 1-2만 원대로 잡혀 있고, 해외는 3만 원 대로 생각하면 된다. 국내 책의 사입 위탁보다 외국책의 부담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아티스트북은 가격 차가 기본적으로 열 배이며 몇 십배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가능하면 위탁으로만 진행하고자 한다. 배송비는 지불하는 한이 있더라도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위탁을 할 예정이다. 아티스트북을 셀렉 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리스트가 올라오면 그중에서 구매 의사를 표시하면 매입해주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위탁이기 때문에 가능한 미리 여유분을 갖고 수입을 해야 한다. 배송비는 똑같기 때문에 세 권 정도는 갖고 와야 되는 부분이 있고, 몇 권은 어쩔 수 없이 예약 판매가 되는 부분도 있다. 아티스트북 리스트는 홈페이지, 블로그, SNS에서 확인할 수 있고, 컬렉션 리스트로 소장 목록이 1차 정도 올라갈 것이며, 판매되는 리스트는 1차 라인업이 준비되어 있으며, 아티스트북이 들어가는 2차 라인업도 곧 목록화 작업을 통해서 소개할 예정이다. (2016년 5월 기준) 


북 큐레이션에는 작가의 취향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될 것이며,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 또한 클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주관적인 판단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본인 소장품으로 책을 구매한다면 당연히 자신의 취향대로 선별되겠지만, 이 공간만의 콘셉트가 있고 거기에 맞게 대중에게 소개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대중의 코드와 소개할 수 있는 책의 예술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작품을 우선적으로 셀렉트 한다. 그 외에 부득이하게 갖고 올 수 있는 책들이 위주가 될 것이다. 





오늘 토크를 위하여 자리해 준 비플랫폼의 큐레이터이자 북 아티스트 김명수 님은 키스 스미스 작가와의 각별한 인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떤 인연으로 만나서 작업을 이어왔는지,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들어본다. 

 

"저는 대학을 나오지 않았고 북아트는 독학했어요. 독학하는 과정에서 운 좋게 2005년 열린책들에서 출간된 <키스 스미스의 북아트> 출판 기념회에서 키스 스미스를 직접 만나게 됐어요. 그 당시 저는 아마추어 작가로 작업을 시작했었고, 그가 우리 부스에 들렀을 때 제 책을 소개하면서 운 좋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죠. 그 뒤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친해졌고, 코드가 맞아 협업까지 이어졌어요. 지난 10년 동안 그와의 협업으로 책을 만들었고, 지난 5년 전부터 대안학교에서 디자인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요, 그 이후에는 저도 제 출판물로 책을 만들게 되었어요. 아직도 그는 저의 멘토예요. 처음 강의할 때는 대학도 안 나온 사람이 강의를 한다는 것이 제 기준에서는 무척 어려웠거든요. 내가 감히 할 수 있을까. 첫 강의부터 대학원생 강의였고 내 또래들이어서 굉장히 부담이 컸어요. 그런데 키스 스미스는 저에게 "학생들이 너에게 배운 것보다 네가 학생들로부터 많이 배울 것이다"라는 말을 해주어서 용기를 가졌죠. 


그 이후로 많이 바뀐 것은 둘이서만 작업할 때는 책만 만들었다면 그 이후에는 나의 메시지를 갖고 내 출판물만 만들었어요. 물론 국내에는 시장이 없기 때문에, 가격 자체가 다르고 한정본이라서 보통 키스 스미스를 통해서 혹은 커미션 단체를 통해서 재유통하는 방법이었어요. 결국 국내에는 유통되지 않았죠. 그러다 대안학교에서 공부하고 느낀 점은 결국 국내 시장을 갖추지 않는 이상 혹은 내가 외국에 살지 않는 이상은 우리나라에서 책을 만들어도 EMS를 통해 외국에만 책을 판매해야 하는 환경이라는 거예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책의 전시였어요. 큐레이터도 전공도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책에 관한 전시 기획에 욕심이 났어요. 이것을 통해서 책을 어떤 전시물이 아니라 에듀케이션의 형태로, 단순히 자랑하는 형태나 장기자랑식으로 소개하는 형태가 아니라, 이런 책들이 어떤 미적 가치를 갖고,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소개하는 형식, 즉, 친절하고 상세한 설명이 함께 한다면 내가 만든 책들도 소비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트워크가 1퍼센트를 위한 컬렉터를 위한 것이라면 그렇게 미술 교육을 받은 그 소사이어티(society) 내에서만 유통될 수 있는 아트워크만 존재할 것이고, 이는 곧 99퍼센트를 배제한 방식이다. 소비될 수 있는 시장을 만들고 싶은 욕심, 그 과정 속에서 비플랫폼이라는 구체적인 서점의 형태를 떠오르게 된 것이다. 




 

가장 대중적으로 호기심을 건드릴 수 있는 방법은 가격이다. 어떻게 가격이 다른가를 이야기하면 정말 그러한가라고 책에 더 집중하게 된다. 사실 아티스트북은 가격을 숨기고 구매욕이 90%까지 높아질 때 오픈하는 방식이다. 한권만 오픈하자면 여기서 가장 비싼 책은 4천 달러 (약 4백만 원) 정도다. 하지만 가장 왜소한 책이다. 1965년에 제작된 책으로 일단 오래됐고, 중성 박스(PH7.0)에 딱 맞춘 상자 안에 들어가 있다. 온도도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하는 작품으로 '썬 로스앤젤레스 아파트먼트'라는 책이다. 현대 미술관의 에둘로샤라는 작가가 50년 전에 제작한 책이다. LA의 아파트들을 나열한 방식으로 만든 별 볼일 없는 책이었다. 


그림책의 경우 출판물로써 책이기 때문에, 외국의 시장가가 30달러 이하를 오고 가지만 국내에서는 1-2만 원대를 형성한다. 제작비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5만 원 (약 50달러) 까지 더 올라갈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시장가의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아티스트북의 가격 형성 기준은 플러스알파가 있다. A는 제작기간, B는 제작 비용, C는  플러스알파, 이 알파가 작가 플러스이다. 가령 앤디 워홀과 제작한 책이 다 똑같아도 플러스알파의 작가가 누구이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진다. 아티스트북 같은 경우는 일반적으로 키스 스미스의 경우 뉴욕의 한 갤러리 전속 작가로서, 판매방식이 갤러리 방식에 맞춰져 있으며 작가에 의하여 가격이 형성된다. 


그 밖의 실크프린트로 만들어진 책은 가격이 저렴한 대신에 아티스트북의 경우 에디션 넘버가 있다. 총 가격 제작비(A+B+C)가 나오면 1/n을 하여 가격이 설정된다. 초기 출판물 가격대가 30-40달러로 비싸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 뒤에 '0'이 더 붙을 것이다. 소장가들, 소위 컬렉터들이 접근하는 방식으로 1-2권의 판매로 잡지 않고, 하나의 서재를 큐레이터 하는 방식, 즉, '나의 서재'를 판매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 본 토크는 2016년 5월 20일 탐방서점, B-PLATFORM 편을 개인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오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더 자세한 공식 내용은 도서 <탐방서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저자는 편집부와 전혀 무관함을 알립니다. 

* 사진 출처 : 비플랫폼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BPLATFORM)

#03-2 

매거진의 이전글 땡스북스의 아이덴티티 (2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