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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Mar 13. 2017

탐방서점 : 땡스북스 (2부)

#06-2: 금정연, 김중혁과 함께 하는 서점 기행

유달리 크고 작은 깨알 같은 농담들이 대담 사이사이 김중혁 작가와 땡스북스 사이에서 오고 갔지만 아쉽게도 정리하는 과정에서 삭제해야 했다. 관련 전공자가 없음에도 땡스북스의 큐레이션은 일목 요연하고 정갈하며 땡스북스 답다는 평이 대다수다. 모든 책을 다 읽었느냐는 질문에 말 끝을 흐리며 알듯 모를 듯 작은 한숨 소리를 깊게 뱉어내 폭소를 자아냈다. 아마도 다 읽을 수 없는 물리적 시간의 한계를 모두가 공감하리라. 주말 내내 자리가 없을 만큼 사람이 꽉 차 있음에도 서점 안이 조용할 때 감동을 느낀다는 말에 모두가 하나의 전율을 느꼈을 것이다. 상상만 해도 그 광경이 주는 고요함과 아름다움은 책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감동 중 하나이기도 하다. 땡스북스는 그렇게 홍대 동네 서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나가고 있다.  




김중혁 작가 (이하, 작가) :  땡스북스는 전시도 테마별로 많이 하고 있다. 기획은 같이 하는가. 

이기섭 대표 (이하, 대표) : 초기의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점장 님과 매니저 님이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처음부터 전시를 시작한 이유는 오픈할 때 책이 없어 벽면이 휑하여 그걸 채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점점 직거래 출판사가 늘어나고 위탁으로 받다 보니 고마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전시를 기획하게 됐다. 전시에 대한 대부분의 기획은 점장 님이 기획한다. 

작가: 전시 역시 재방문을 높이는 요소 같다. 

대표: 마스다 미리 작가 전은 모두가 재미있게 열심히 했던 기획전이었다.  

최혜영 점장(이하, 점장): 마스다 미리는 땡스북스 직원들도 좋아하는 작가였다. 전시는 원래 출판사에서 거의 리드를 많이 하고 그 의지가 분명하다. 신간 홍보 제안을 해 주면 우리는 공간적으로 구현 가능한 부분을 알려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방향이다. 왜냐하면 출판사가 그 책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땡스북스는 공간적인 아이디어만 제안한다. 


그런데 마스다 미리의 경우는 전작도 다 읽었고 애정도 남달라 처음으로 우리가 적극적으로 리드해서 기획하고,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즐거웠던 경험이다. 출판사에서도 반응이 오니까 좋아했고 2개월 전부터 작가 내한을 미리 알고 계획했는데, 내한 시 강연도 열고 우리가 한 것들을 작가가 좋아해 주었다. 전시한 책에 직접 그림도 그려주고... 개인적으로 만족감이 높았다. 



작가: 다 직거래를 하고 있다. 몇 군데이며 반품이 신경 쓰일 텐데 낮추기 위한 방법이 있는가.

점장: 지금은 200군데이다. 처음에는 10군데 내외였는데 금방 늘어났다. 반품률을 낮추는 법은 출판사에서 제안을 줄 때 최대한 골라서 받는다는 것이다. 무작정 다 받지는 않는다. 우리가 봤을 때 이건 안 팔리겠다 싶은 책이 눈에 보인다. 출판사에서는 다 좋은 책이고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만 여기 공간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책을 최대한 골라서 반품하지 않도록 초이스 하려 한다. 팔리는 책이라 하면 속물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우리 기준에 잘 부합하는 책을 선택하려고 한다. 


작가: 총판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로 받으면 할 일들이 많지 않은가.

점장: 다행히 책이 한 번에 몰려 오지는 않는다.

대표: 서점 창업에는 책을 어떻게 받는 것이 중요한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출판사들 특히, 대형 출판사들은 작은 동네 서점과 직거래를 하지 않는다. 할 이유도 없고 예전에도 하지 않았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영업 직원은 많지 않고, 주로 온라인 서점과 대형서점을 중점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직거래 서점은 늘었는데 매출은 크게 발생하지 않고 그럼에도 신경 쓸 일은 이전과 다름없이 비슷하다. 


땡스북스 초기에는 그런 시스템을 알지 못했고 참고할 서점도 없었다. 다만 창업 비용을 아끼기 위해 위탁이 아니면 책을 들일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인맥이 있는 5군데 서점만 일단 책을 받아 시작했고 그 뒤로 꾸준히 직거래를 늘렸다. 서점이 홍대 앞에 있고 이 주변에 출판사들이 많아서 담당자들이 시간 날 때 직접 둘러보고 공간이 예쁘니까 먼저 컨택해 준 곳도 있었다. 그래도 3년 넘게 유지가 되니 그제야 조금씩 대형 출판사가 직거래를 해주기 시작했다. 


출판사 입장에서 이해를 하면 편하다. 출판사는 판매가 불확실한 서점에 위탁으로 책을 줄 이유가 없다. 작은 서점들은 그 이전부터 총판을 통해 책을 받아왔고, 그렇다면 책을 어디서 공급받을 것인가를 묻는다면 결국은 총판과 직거래를 섞어야 할 것이다. 대형 출판사는 처음에는 위탁으로 직거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업부는 만약에 책을 줬다가 서점이 문을 닫아 회수가 안되면 전부 다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업무 미스가 된다. 다만 거래량이 대형 서점만큼 커지면 큰 출판사에 직접 책을 사 올 수 있다. 총판을 통해 받지 않고 출판사에 직접 책을 사 올 수 있으면 동시에 관계도 생겨난다. 


직거래의 힘든 점도 있지만 출판사의 관계자와 관계가 형성되면 함께 전시도 꾸리고 이벤트도 진행할 수 있는 장점이 생긴다. 위탁으로 하면 당장의 목돈이 들지 않지만 신경 쓸 일은 많다. 초기에는 대형 출판사가 직거래를 흔쾌히 수락해주는 곳은 많지 않다. 다만 최근에는 동네 서점을 응원하고 개인이 문화적으로 하는 곳에는 책을 보내 주는 등 직거래를 하는 작은 서점도 제법 많아졌다. 그러나 아직은 위탁과 관련하여 대형 출판사와 이어지기가 어려운 시스템이다. 


작가: 출판사에 오더를 하면 거기서 책을 보내주는 건가 아니면 가서 가져와야 하는가. 

대표: 출판사에 오더를 하면 책을 보내 준다. 땡스북스는 위탁으로 거래를 터 줬고 지속적으로 시간을 갖고 기다렸다. 싸게 줄 테니 사가라고 말해 주기도 한다. 직접 직거래이지만 위탁이 아닌 출판사와의 매입관계이기 때문에 출판사에서 직접 받으면 마진율을 조정할 수 있다. 대신 위탁이기 때문에 신간 중에 성격이 맞지 않아 원치 않아도 깔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작가: 5년 동안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은?

점장: 워크룸에서 나온 프란츠 카프카의 '꿈'이다. 왜냐하면 책 커버와 책 시리즈가 예쁘다. 다만 읽었는지는 모르겠다. (웃음)

대표: 소품으로써의 책의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다. 책 표지를 보이게 들고 다니거나 인스타그램에 많이 나왔다. 지적 이미지를 풍긴다. 많이 팔린 이유는 워크룸 책 중에서도 카프카의 '꿈'이 처음 나왔고 제일 먼저 이 시리즈의 전시를 여기서 했었다. 

작가: 땡스북스에서 키운 셈인가? 

대표: 그렇게 와전되면 곤란하고 윈윈으로 생각한다.(웃음) 


작가: 그다음 잘 팔리는 책은 무엇인가?

점장: 매거진 B 중에서 '츠타야' 이슈가 많이 팔렸다. 최근 이슈인데도 빨리 판매된 경우이다. 

작가: 확실히 잘 팔리는 성향의 책이 있다. 디자인적 요소가 많은 책이다.

대표: 대형 서점은 원하는 책이 있을 때 가지만, 땡스북스에서는 책을 원해서 오기보다는 그냥 와서 책을 고르는 셈이다. 다른 곳과의 판매율과는 차이가 있다. 일단은 여기 두 사람의 영향력이 크다. 

작가: 원래 큰 서점에서도 책 등이 보이느냐, 표지가 보이느냐에 따라서 판매율이 달라진다고 한다.  

점장: 그래서 출판사에서 잘해준다.(웃음) 




작가: 다른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을 제외하고 땡스북스가 다른 동네 서점 중에서 책 판매가 높은 서점인 것 같다. 

대표: 그 중간에 서점이 많이 사라져서 그렇다. 100평 이상 되는 중형 서점이 많지가 않다. 한강 문고는 200평 정도의 규모이고 오래된 전통 서점으로 책을 DP 하는 방식이 예스럽다. 새로 생긴 서점들은 특화된 서점으로 취급하는 반면 오랜 서점들은 그 범주 내에 카테고리로 들어오지 못하는 모양새가 불편했다. 서점 지도 프로젝트를 하면서 카테고리도 재정립하고 30년 이상 된 서점들, 90년 이후 서점들도 많이 조정했다. 나 역시 서점 운영의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기도 하다.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 좋은 것이다. 원하는 책이 다 있는 것이 대형 서점의 장점이고 온라인 서점에는 할인율이 있다면 각각 다양한 동네 서점들의 개성을 골고루 누리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땡스북스만의 색깔이 있듯이 다 자기만의 색깔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작가: 이젠 교보 서점에도 다 꽂혀 있지는 않다. 오히려 땡스북스에서 생각지 못한 책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에, '내 취향과 맞는 책들은 여기 다 있다'라고 생각할 것 같다.  


작가: 대표 님이 결단성이 있고 낙천적이다. “한쪽 문을 닫아야 다른 문도 열린다.”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대표: 1층만 봐도 밖에서 보면 문이 닫혀있다. 쇼윈도로 쓰지만 원래는 출입구인데 막아놓았다. 일부러 불편하게 한 이유도 지나가다가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라는 뜻이 있다. 




작가: 지금까지 서점을 하면서 인상적이거나 감동적인 경험이 있는가. 

대표: 스토어이고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다 보니 책방은 점잖은 편이지만 불청객들은 어딜 가나 있다. 나는 서점을 연 것은 도전이었다.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이었다. 스토어, 가게 운영을 어떻게 하다 보니 하게 됐는데 하다가 안되면 할 수 없지... 낙천적이라고 봐주기도 하지만 이걸 아등바등한다고 될 일은 아닌 것 같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다 보니 일이 잘 풀리는 경우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 자기가 잘하는 일을 어떻게든 서점과 결부시켜야 하고 내가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북디자인 의뢰가 들어왔고 땡스북스 스튜디오가 나중에 생겼다. 디자인 프로젝트, 브랜딩 프로젝트를 하다가 땡스북스 때문에 북디자인 일을 하게 됐고 지금은 도서관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소외 지역에 도서관 만드는 일을 하는데 이 일도 내 성향과 맞다. 강원도 양양, 연평도 같은 지방에서 도서관 이름부터 전체 콘셉트를 잡아주고 구획을 잡아 책을 넣어 주고 땡스북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 고객들의 취향 분석을 반영하고... 프로젝트가 확장해 간 건 계획에 없었다. 


이왕이면 긍정적인 것에 포커스를 둔다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선물처럼 따라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그런 일들을 통해 얻는 만족감이 굉장히 크다. 즐거운 일로 힘든 것들을 상쇄해 나가고 있다. 누구도 미래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다만 자기 능력이나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보여주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만나게 되고 같이 하자고 먼저 손을 내밀어 준다. 지금도 그 과정이고 그런 면에서 즐겁다. 


매니저: 개인적으로 가장 감격스러웠던 순간은 서점에 있으면서 여기 취직을 했다는 것이다. (웃음) 작년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어떻게 타이밍이 잘 맞아다. 그리고 작년 서울에서 타이포잔치를 할 때, 대표 님의 권유로 서점 지도에 들어가는 책방 설명 글을 썼었다. 그때는 그 일이 좋아서 한 일인데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지도를 들고 "오늘은 여기 왔으니 다음에는 저기를 가보자"라는 식으로 정보가 되어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 있었다. 이렇게 뜻밖의 일들이 계속 생겨났다.   



점장: 주말에 손님들이 진짜 많다. 테이블도 꽉 차 있고 자리마다 공간에 손님들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할 때. 책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이 공간이 잘 돌아가고 있구나 생각할 때가 감동적이고 신기하다. 







Q&A


Q1. 혹시 초반에 이야기 한 서점 학교가 어디까지 계획되어 있는가?


대표: 지금 2층은 빈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출판사들에게 대관료 30만 원으로 빌려 줄 계획이다. 출판사에서는 적은 돈이 아니기 때문에 직거래 서점을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막상 적당한 장소가 없고 비용이 높아서 못하는 경우도 있어서 여러 건을 동시에 계약할 것이다. 7번에 100만 원 정도. 대형 서점에서 책과 관련된 이벤트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라는 서점 수업은 탐방서점의 연장선에서 다음 주부터 시작된다.   


Q2. 초기에는 독립 출판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입점이 안 되어 있다. 자주 접하지 못하여 아쉬운 마음도 있다. 그 이유가 있는가. 


대표: 초기에는 우리도 책이 없어서 독립 출판물은 다 받았지만 그 이전에 유어마인드가 먼저 있었다. 유어마인드는 독립출판물 전문 서점이고, 같은 홍대권에 있는 땡스북스는 동네 서점을 표방하며 일반적인 북 큐레이션 서점을 지향하고 있다. 크게 보면 배려의 차원에서 입고를 원하는 분들에게 유어마인드로 인도해 주고 있다. 지금은 초기부터 받은 곳이나 개인적 친분에 의한 책들만 받고 있다. 여기서 독립출판물을 구입할 수 있다면 같이 보는 독자들에게는 편하겠지만, 같은 홍대권 안에서 서로 윈윈 해야 한다. 전문 서점들이 자기만의 색깔을 내기 위한 방편으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Q3. 책 내용을 많이 알고 있어야 추천도 가능할 텐데 모든 책을 다 읽었는지 궁금하다. 또 하나는 북 큐레이션과 관련하여 따로 전공자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이에 관한 직원회의가 따로 있는지, 혹은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매니저: 물론 다 읽지는 못한다. 그러나 내부에서 금주의 책이라고 일주일에 한 번씩 책 추천하는 코너가 있다. 내가 못 읽더라도 다른 직원들이 쓴 리뷰를 읽고 어떤 책인지는 기본적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여기 들어올 때 결심까지는 아니더라도 점장 님과는 다른 취향의 다른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점장님은 확실히 땡스북스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고 내가 그 이외의 다른 책들을 읽고 권해주면서 책의 취향을 넓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아예 모르는 책은 들여놓지 않는다. 


점장: 큐레이션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사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책벌레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땡스북스 오는 분들은 책벌레가 많이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책을 좋아하고 가까워하고 싶은데 어려워하는 분들, 내 수준과 시선이 맞는 독자들이 주인 것 같다.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가까워질 요소가 많은 책들을 고르고 있다. 


Q: 책 분류가 전문적으로 보이는데 순전히 감각에 의지하는지 혹은 분류 기준이 따로 있는지 궁금하다.


대표: 그것은 시간의 벽이 있다. 초반에는 도서관 카테고리를 갖다 썼다. 하지만 공간에 오래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잘 나가는 책이 생기고 손님들과의 감이 생겨난다. 전문가라는 부분은 대학 때 배운 것도 중요하지만 관련된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이라는 부분도 중요하다. 그런 촉들이 생겨난다. 지난주 한강 문고에서 20년 일한 분은 손 끝으로 책을 찾는다라는 말을 하시더라. 

 

작가: 땡스북스는 어느 분야와 잘 맞는가? 문학, 디자인, 에세이? 

대표: 큐레이션의 중요한 핵심은 직거래 출판사를 신중하게 고른 부분이 크다. 출판사도 자기 색깔이 있기 때문에 색이 맞는 출판사와 지속적으로 함께 하게 된다. 되려 판매율이 높아도 맞지 않는 곳은 거절하기도 한다. 시중의 베스트셀러가 땡스북스에서는 아닐 수 있다. 서점의 색깔을 만드는 것에 있어서  출판사 컨택도 신경을 쓴다. 

작가: 확실히 여기서는 경제 경영서는 보기 힘들다. 

대표: 자기계발서 같은 유통 기간이 짧은 책도 피한다. 디자인 요소를 중요시하는 반면, 훌륭한 디자인에 비하여 내용이 맞지 않으면 배신감을 느낄 때가 있다. 반대로 좋아하는 작가의 책임에도 디자인이 아쉬운 경우도 있다. 세계 전집을 택하더라도 모든 출판사의 전집을 들일 수 없기에 열린책들 문학 전집을 택했다. 디자인도 훌륭하지만, 알고 보면 제일 먼저 직거래한 곳이다. (웃음) 물론 우리 기준에도 잘 부합된다.  

작가: 어떤 분야의 가져오고 싶은 책이 있는데 직거래는 힘들다고 한다면?

대표: 그래도 1차 원칙은 직거래이다. 직거래를 먼저 시도하고 안 주면 기다린다. 

작가: 기다리는걸 잘 하는 것 같다.(웃음)


Q4. 디자인 스튜디오와 서점을 같이 병행할 때 생기는 장단점이 듣고 싶다.   


대표: 일단 자연스럽게 일하는 사람들의 아이덴티티가 땡스북스에 반영되기 마련이다. 스토어는 잠정 부분적으로 점장 님과 매니저 님이 만들어 가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찾고 있기에 이 일들을 엮어 나가야 한다. 누구나 다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는 지금까지 해오던 일을 무시할 수는 없다. 어떤 방식으로든 어려움이 있더라도 지금까지 보낸 시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 시간 내에서 내가 나만의 것을 찾아서 지금 하는 일과 믹싱하고 매칭 해야 한다. 그 시도의 일환으로 스튜디오가 만들어졌고, 책 판매보다는 디자인 업무에서 돈 벌기가 수월하다. 비즈니스 감각이 있거나 스토어 운영 조직 관리에 더 적합했다면 초창기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아 땡스북스의 프랜차이즈를 진행했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접근했다면 지금의 땡스북스도 한 번에 훅 갔을지도 모른다. 


그 부분에서만큼은 빨리 판단했다.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고민하고,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을 나름 치열하게 고민하고 그 형태를 찾아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으니까 기꺼이 하는 것이다. 극복하는 것이 나름의 재미이고 지금도 그  과정 위에 있다. 


이제 막 생기는 작은 서점들이 나름의 안정된 모양새를 갖추고 있지만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일들이 생각처럼 단단하지 않다. 지역 사회와 함께 나누는 일이고 일정 부분을 책임 의식과 보람을 갖고 임한다. 그 바탕에는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정신이 깔려 있다. 분명 혜택을 받았기 때문에 사회와 나누려는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다. 특별히 괜찮아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 덕분에 성장한 것이다.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이다. 줄 수 있는 것은 많이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많이 받는 운영으로 가고 있다. 서점에 있어서 그런 부분들이 잘 순환되어 이루어지고 있다. 


Q5. 직거래하면서 출판사 직원들 중에서 마케터들을 많이 만날 것 같다. 마케터를 상대하는 서점 직원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런 부분이 아쉽다거나 이런 부분이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있는가. 

점장: 어느 서점에 입점해 있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교보를 다룰 때가 다르듯이 땡스북스만의 성격을 고려해주면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책이 거절당하는 경우에도 좀 더 이해해줄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이벤트를 제안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Q6. 외람된 질문인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렇게 하고 싶고 이런 책을 팔고 싶은 꿈들이 많을 텐데... 초기 창업 비용이 궁금하다. (웃음)  


대표: 요즘은 SNS 시대이기도 하고 실제 서점을 찾아오게 만들어야 한다. 모객도 다 비용이다. 임대료가 싼 지역을 가더라도 유동인구가 기꺼이 찾아올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조금 의외의 장소도 좋다. 향후 열심히 해서 2~4년 자리 잡을 만하면 상권이 커져 임대료가 올라가면 그에 대한 대비도 늘 해야 한다. 


내가 운 좋게 이 좋은 상권에서 좋은 건물주를 만날 수 있어 지속이 가능했지만 '여기서 나가면?'이라는 고민은 늘 하고 있다. 이전 서울 도서관에서 주최한 서울책방 학교 때 “땡스북스가 이 공간을 포기하고 다른 외진 구석으로 가더라도 땡스북스스러울까요”라는 날카로운 질문을 받았었다. 이 건물에 대한 매력 때문에 상당수 메리트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만약에 차후 반지하로 이사 가거나 5층 위로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땡스북스만의 매력은 사라지지 않을 거라 자신한다. 지금 공간은 아늑하지 않아서 이사 간 다면 더 아늑하게 만들고 싶다. 


몇 가지 창업 비용은 무조건 현실적인 것을 장점화 해야 한다. 적으면 적은 대로 무리하면 안 된다. 창업 비용을 공개하면 그게 바로 물리적 잣대가 되기 때문에 액수를 밝힐 수는 없지만 초기 때도 이 돈 이상 쓰면 그만두겠다고 딱 정해놨다. 그래야 그 비용 이상으로 넘어가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적절하게 긴장감을 갖고 가야 한다. 


작가: 땡스북스라는 이름은 누가 지었는가. 

대표: 내가 지었다. 초기에 혼자 해야 하니까 차라리 편했다. 클라이언트 작업만 하다가 디자인도 반나절 만에 다 끝냈다. 경영인도 아닌 그래픽 디자이너라서 어려움이 생기면 내 방식대로 풀어간다. 부족한 점도 있고 그걸 채우기 위해 공부하는 방법도 있지만 잘 안 되더라. 일단 회계사한테 맡기고 돈을 쓰데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강화해서 균형을 맞추자는 주의이다. 


땡스북스 초창기에도 이름 정하는 게 제일 어려웠는데 이름도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멋있는 이름을 지어도 내 것 같지 않았다. 내가 왜 서점을 하고 싶은가를 생각해보니 나 또한 책을 많이 읽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독서가 내용을 다 읽는다고 해서 그 책이 주는 메시지를 온전히 수용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독서는 표지와의 만남에서부터 시작된다. 서문만 읽고도 추천사만 읽어도 많은 정보가 입력된다. 땡스북스도 결국은 책이 좋아서이다. 책이 고마웠고 그래서 그냥 책이 고맙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땡스북스에서 '스'의 운율도 살리고 도메인도 살아 있어서 바로 샀다. 


작가: 돈만 있다면 땡스북스 옆에다 쏘리북스를 만들고 싶다. (웃음) 



작가: 마지막으로 해주고 싶은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마디씩 부탁한다.   


대표: 뭔가 더 정보를 주고 싶지만 그래도 이 시간을 정리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서점은 문화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일상에서 땡스북스를 오픈한 것도 그렇고 그 덕에 나의 생활이 풍요로워졌다. 책이 풍요롭다는 것, 살면서 즐거운 일은 남이 주지 않는다. 내가 만들어야 한다. 내 시간을 내 의지대로 쓰고 소소한 만족감을 늘려가는 일들이 중요하다. 뉴욕 서점에서 보낸 시간의 풍요로움이 내 안에 계속 남아 있어 결국 이렇게 서점을 하게 됐다. 문화적인 일로써 서점을 하고 싶다면 생계를 수단으로 치열하게 서점을 해야 한다면 스스로의 비즈니스 감각을 점검해 봐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는 일에 큰 정답이 있다. 


나는 서점을 하라는 주의다. 좋았기 때문에 권하는 것이다. 나는 나다운 방식으로 풀어 나갔다. 나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신나고 즐거운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았고, 내가 다운되지 않을 노하우를 많이 쌓아 두어 잘 지치지도 않는다. 물리적으로 새롭게 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싸우고 있다면 기꺼이 한발 내딛으라고 권하겠다. 다만 답은 외부에 있지 않다. 오늘의 경우도 땡스북스의 경우다. 본인의 경우를 생각해라. 하다 안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배울 수 있으니 일단 해 보면 좋겠다. 


매니저: 얼마 전에 읽은 '중쇄를 찍자'에서 등장인물이 서점에 오는 독자들을 보며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선택했구나'라는 대사가 있다. 지금 여기 온 분들도 많은 즐거움 중에 여기 오는 것을 선택한 거다. 놀 것이 이렇게 많은데 이런 즐거움을 선택한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그 즐거움을 오래 누리셨으면 이왕이면 땡스북스에서 누렸으면 좋겠다.


점장: 이 자리에서 계속 늘 지킬 수 있도록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겠다. 






* 본 토크는 2016년 6월 1일 탐방서점, 땡스북스 편을 개인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오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더 자세한 공식 내용은 도서 <탐방서점>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본 저자는 편집부와 전혀 무관함을 알립니다.

* 사진 출처 : 땡스북스 공식 홈페이지 (http://www.thanksbook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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