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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Apr 25. 2017

시각 예술 : 포스틱포에틱스 (1부)

#4회서울책방학교 2-1강 : 조완 대표가 들려주는 10년의 발자취

2006년 설립된 포스틱포에틱스(POST POETICS)는 기본적으로 도서를 유통하는 회사이다. 국내 도서는 전혀 취급하지 않으며 외국과의 유통 매개 수단이 바로 도서, 책이라 할 수 있다. 아직 국내는 수입과 유통만으로는 수요가 부족하여 불가피하게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로 아트북을 취급하고 있다. 그림을 포함한 미술, 사진, 패션, 그래픽 디자인, 인테리어 디자인, 클럽, 건축 등을 다루며 전문 분야는 아니더라도 점차 음식, 여행, 가드닝을 포괄한 취미에 해당하는 도서 비중이 커지고 있다. 시각적인 자료가 주가 되는 출판물을 다루고 있으며 작은 갤러리나 군소 미술관까지 포함해서 100여 개의 거래처를 두고 있다. 전부 직거래는 아니다. 해외에도 마찬가지로  총판이라는 시스테이 있기 때문에, 그 총판들이 아시아만 담당하거나 미주와 함께 담당하는 등의 총판마다 성격이 다르다. 경우에 따라서 총판을 통해 거래를 하거나 출판사혹은 미술관과 직접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 종수는 대략 천여 종으로 예상되고 있다. (포스 시스템을 사용함에도 집계가 정확하지 않은 고충이 있다.)



외국이라면 서점과 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국내는 외서를 취급하는 서점이 많지 않아 의류, 가구, 문구류의 편집 매장 혹은 카페에 책을 납품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이나 기관의 공공 도서관 자료실에 책을 선정, 납품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2016년 9월부터 땡스북스와 함께 신사동의 어른을 위한 서점 파크(PARRK)를 공동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는 그래픽 디자인 작업도 하고 매체에 청탁 원고를 기고하거나 문화 예술 분야의 행사 기획을 내부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비중도 크지 않고 이윤이 크게 남지는 않지만 반복적이고 비슷한 서점 업무를 떠나 내부 인원 모두가 그래픽 디자인을 겸하고 있어 창의적인 동기부여를 위한 목적이 크다. 주변의 미술과 음악 관련 지인들의 의뢰를 받아 주로 전시와 관련된 인쇄물 혹은 음반 작업, 포스터 작업을 진행해왔다.


차 한 대라면 모두가 탈 수 있는 소수 인원이 모여 여러 가지 일을 동시 다발적으로 맡고 있는 포스틱포에틱스는 작은 규모의 회사로써 10년째 운영되고 있는 도서 전문 유통 회사이다.




개인적으로 이태원을 가면 즐겨 찾는 곳이 이태원의 mmmg 매장이다. 그 안의 디앤디파트먼트와 프라이탁 브랜드 제품도 구경하며 한편에 마련된 잡지와 책들에도 눈길이 닿곤 했다. 최근에는 도산공원을 산책할 일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발길을 두는 곳도 퀸마마마켓의 파크 서점이다. 이번 강연을 통해서 이 두 공간의 숨은 주역으로 함께 하고 있는 곳이 포스틱포에틱스라는 것을 알게 됐고, 도서 유통회사라는 명칭도 생소하게나마 제대로 인식하게 되었다. 좋아하는 공간에 당연하게 놓여 있던 책들이 포스틱포에틱스의 셀렉션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과연 이 회사의 정체가 무엇이며 지난 10년 동안 걸어온 발자취에 대한 궁금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강연장에서도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색하여 모니터 뒤에서 상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대표의 모습은 나름의 회사 분위기를 어렴풋하게 짐작해보았다. 무엇보다 서점이라는 용어 대신 매장이라는 단어를 쓰는 점이 인상적이다. 책을 반드시 좋아해야 서점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책 역시도 상품의 가치를 담고 있기에 좋은 책을 많이 효율적으로 진열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고. 또한, 가장 먼저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하라는 조언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로 와 닿았다. 그리고 서점 말고도 책과 관련된 연결 고리는 무수하기에 하나에만 연연하지 말기를 당부했다.




포스틱포에틱스의 시작은 조완 대표의 개인적인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하였으나 일찌감치 학교에 나가지 않을 만큼 적응하지 못했고, 우연한 기회로 패션 디자이너 아틀리에에서 1년 반 동안 일을 했으나 이 역시 자신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행히 그곳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배워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됐으나 클라이언트 업무에서 보람을 찾지는 못하여 사업을 하면 어떨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다. 그 와중에 병역특례로 3년 동안 회사 근무를 해야 하는 기점을 앞두고 일본 도쿄로 여행을 떠났다. 그 이전부터 책을 상당히 좋아하는 애호가였던 그는 그림이 주가 되는 패션과 포토그래프와 관련된 책에 유독 관심이 많았고 도쿄에도 자주 찾는 단골 서점들이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한 곳이 아트버드북스라는 지하철 역 앞 상가의 3,4평 정도 하는 중고서적을 다루는 아주 작은 서점이 있었다. 지금은 폐업을 하고 출판사 편집자가 된 서점 주인은 거슬러 생각해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2006년 방문했을 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시만 기다리라며 함께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며 가게 문을 닫고 나카메구로라는 동네로 그를 인도했다. 작은 하천을 두고 양쪽으로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재미있는 가게들도 많은 동네였다. 하천을 따라 그를 데리고 간 곳은 위트위트라는 묘한 분위기의 서점이었다. 지금은 오모테산도 아오야마 사이에 적당한 사이즈의 서점 다운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애초의 시작은 한국식 원룸 건물 같은 곳의 작은 간판만을 걸고 운영하는 서점이었다. 2-3평 정도 되는 규모의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예약제 서점이었다. 그 이전까지 서울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한 소위 독립출판물로 분류되는 책들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어렴풋이 인지만 하고 있던 책들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직원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점이라는 곳이 단순히 책만 사는 곳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어떤 예술과 문화를 전담할 수 있는 매개가 될 수 있구나를 몸소 경험했다.


위트위트와 함께 있는 바하(BACH)라는 회사는 전문 도서 관련 컨설팅 회사로 전문적으로 책을 큐레이션 하는 일만 하고 있다. 책에 관한 글을 잡지에 기고하고 강연을 하는 일 이외에 주요 업무가 북 큐레이션이다. 실질적이고 물리적으로 책을 전달하지는 않고 리스트만 전달한다. 그 리스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나왔고, 어떻게 설명되고 전달해야 하는지를 컨설팅하는, 한국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독특한 회사이다.


여기서 여러 권의 책을 구입했고 그중 얀패밀리 (Janfamily)라는 책은 지금은 절판되어 구할 수 없지만 당시 그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 과연 이 책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많이 알릴 수 있을까를 골몰하게 된 것이다. 이는 바하처럼 책을 소개하고 골라주고 책에 관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으로 뻗어나가 그렇다면 서점을 하면 어떨까로 이어졌다.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6년 12월, 뜻이 맞는 동료와 함께 상수역 근처에서 첫 서점을 오픈했다.  


12.2006- 5.2009 : 마포구 상수동 337-4 첫 서점


 첫 서점은 12권의 책에서 시작됐다. 서점에서 일해본 경험도 없고 서점을 하는 사람도 주변에 없고 어떻게 수익을 내야 하는지, 몇 권이 필요한지, 어떻게 책을 구입해야 하는지, 수입, 통관, 심의, 관세에 대하여 무지한 상태에서 출발했다. 전문적인 지식조차 검색해도 나오지 않던 시절, 일정 규모가 아니면 공급도 해주지 않는 여건 속에서 뾰족한 수 없이 매사를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운영했다. 매장은 휑하고 인테리어도 미완성이었다. 책도 없고 마땅한 자본도 없는 상황에서 중고품 재활용 센터에서 구하거나 누가 준 가구들로 채웠고 100만 원이 넘는 30평의 바닥 공사비를 아끼기 위하여 카펫을 깔아야 했다. 화분 역시 최소한의 예산 안에서 구현 가능한 인테리어 소품이었다.


당시 외국에서 독립잡지가 쏟아져 나올 시기여서 매거진을 많이 취급했다. 책장에는 절판된 책들, 판매할 수 없는 소장용 책을 꽂아놓고 자유롭게 꺼내볼 수 있도록 했으며 외국 수입 CD와 LP도 판매했다. 책을 판매하는 상업적인 공간 이외의 갤러리 전시도 겸하며 사진 작업하는 친구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음악 하는 친구들의 공연도 기획하고 진행했다. 지금은 책 판매 유통 수입하는 일만으로도 다른 일을 진행할 여력이 없어 구현하기 힘들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했고 2년 반반의 운영 끝에 2009년 6월 한남동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현재 이리 카페가 이어서 운영하고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이 나기 전에 일찍 홍대 상권에서 벗어난 셈이었다. 특별한 이유로 이사를 했다기보다 상수동이라는 곳에서 무언가 시작되려는 조짐을 감지했던 것 같다. 하지만 서점 이사는 가능한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책은 손상이 잘 되고 아무리 포장을 잘 해도 크기에 비해 밀도가 높아 무겁고 포장과 해체의 과정도 힘이 많이 든다. 심지어 포장 이사업체는 일반 이삿짐 다루듯이 옮기기 때문에 책은 다 망가진다. 정리하고 옮기고 풀고 진열하는 과정에서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서점을 개업한다면 한 곳에 오래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한다. 최대한 건물주와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외국 서점은 한 자리에서 20,30년이라는 오래된 서점들도 있지만 그곳이 좋아서라기보다 불과 5-6년 된  서점 하나를 통째로 옮기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6.2009- 6.2011 : 용산구 한남동 683-126


지금의 한남동 서점과 멀지 않은 곳에서 시즌2가 시작됐다. 3층에 서점을 마련했는데, 같은 건물 1층은 일본식 꼬치구이 가게였고 2층은 성인용품점이었다. 2층을 지나야 3층 서점으로 올라올 수 있는 구조였는데 성인용품 가게를 지나 서점까지 오려는 고객은 상당히 드물었다. 여전히 사업적 마인드에서 벗어나 그것이 이태원에서만 느낄 수 있는 로컬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홍대에서 경험하지 못한 고객과 클라이언트, 기업을 많이 알게 됐다. 이전에는 취급하지 않은 책을 셀렉하고 유통하는 일에 대한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책을 수입하게 됐고 거래사들도 늘어났다. 취급하는 서적의 종수도 늘어났고 홍대 상권과는 다른 규모의 방향성을 가지고 회사와 서점을 운영하게 됐다. 예전에 비해 많은 책을 취급하게 됐지만 매장 규모는 넓지 않았다. 이때부터 패션, 디자인, 가구, 문구를 취급하는 편집매장들과 거래를 시작했고 차차 재정적으로 형편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첫 서점은 병영 특례로 받은 월급과 그래픽 디자인으로 번 수입으로 메워왔으나 한남동으로 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직원도 채용하고 서점 운영과 수입유통판매만으로도 회사를 꾸려나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전만 하더라도 독립출판물에 가까운 책만 판매하였으나 다른 방향성을 갖고 운영하면서 상업적인 책도 취급하게 되었다. 의외의 선택에 아쉬워하는 단골 고객들도 있었지만 이덕에 고객층은 한층 넓어졌고 기업 클라이언트가 생겨났다.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현실적으로 경제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적으로 책을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 이 역시도 근본적으로 유통업에 해당되는 일이다. 동네 슈퍼 사장이 물건이 좋아서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잘 준비해서 필요한 물건의 수요를 파악하고 적당한 가격으로 판매해서 운영하는 것이 유통업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여 얼마나 그 계획에 충실하고 현실성이 있는가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얼마나 책을 가까이하며 좋아하는가도 중요하겠지만 반드시 필요조건은 아닌 셈이다. 경제적이고 상업적인 계획들이 더 중요하다. 대부분의 서점 운영자들이 밑도 끝도 없이 서점을 시작했을 것이고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을 많이 했을 것이다.  


03.2011 : 타카키 마사카츠 서울 내한 공연 기획

일본의 미디어 아티스트와 인연이 닿아 350석의 공연장을 대관하여 공연을 기획했다. 음악과 영상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비록 수익은 적었지만 일본 대사관과 국내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손해는 면했다. 성공적으로 공연을 진행했음에도 당시 얻은 교훈은 공연은 전문 회사에 맡기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웃음)  


07.2011- 08.2015 : 한남동 683- 142 6층


앞으로도 계속 언급하겠지만 서점 본연의 기능은 소비자가 고를 수 있는 가능한 많은 책을 구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그렇게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서점은 책이 많아야 좋다는 미덕을 깨닫는다. 5년 만의 다른 매장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큰 변화를 겪었다. 해외 출판사와 뮤지엄, 갤러리와 거래하면서 외국의 크레이티브 한 사람들과도 사적으로 친해지면서 내한을 오거나 외국에 가면 도움을 주고받게 되었다.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고 서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지만 재밌게 할 수 있는 일들도 생겨났다. 공간도 꽤 넓어지고 취급하는 책도 많아지고 햇살도 환하게 들어오는, 100미터도 멀지 않은 건물로 다시 한번 이사를 오게 됐다.   



우연히 좋은 건물주를 만나 6층 건물을 전부 임대하게 된 것이다. 파격적인 임대료와 마음대로 사용해도 좋다는 조건으로 mmmg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와 공동 임대하여 입주하게 되었다. 지금은 3층을 앤트러사이트가 카페로 사용하고 문구 생활용품을 mmmg가 운영하고 디앤디파트먼트와 프라이탁 매장이 있다. 2007년 7월 이전하면서 지금까지도 사실상 남아 있다.


쾌적한 상태에서 사무실도 생기고 직원도 많아지며 업무도 분할되었고 인테리어도 전문 업체에 맡겼다. 해외에서 책이 대량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배송 형태를 통해 수입했지만 이제는 전문 포워딩 업체와 일을 하며 유럽 대륙 1곳, 미주 1곳, 아시아권은 개별적, 국가별로 받게 됐다. 포워딩업체에서 물건을 취합하여 그때의 무게에 따라 배나 비행기로 받기도 하면서 전문적인 도서 무역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서적 종수도 늘어나고 거래량도 늘어났다. 본격적으로 유통을 하며 자리를 잡아간 것이다. 2015년 8월, 이사하기 전까지 8-9백여 종의 책이 빽빽하게 꽂혀 있었고 다른 일보다 책을 어떻게 하면 더 준비하고 더 구비해서 고객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02-03.2012 : 마지막 전시, 스테판 막스 (Stefan Marx)  

독일의 스테판 막스와의 전시가 마지막 기획 전시가 되었다. 포스터는 지금은 잘 알려진 코우너스라는 출판사와 그래픽 디자인을 리소그라프인쇄 하는 자가 처음으로 인쇄한 포스터이다. 인터뷰할 때마다 우리가 처음으로 의뢰한 곳이라고 말해주어 뿌듯했다.

스테판 작가는 원래부터 독립출판물을 많이 만들며 유럽과 미국 북페어에서 항상 초청받고 있는 작가이다. 행사의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나오고 있는 인쇄물 작업을 주로 하는 작가이다. 이때는 책보다는 오리지널 드로잉 전시를 많이 했다. 야구 모자를 쓴 사람들을 길에서 그려 놓은 작업을 연작으로 전시했으며 도시별로 에디션 작업을 진행했다. 동경, 뉴욕, 베를린, 파리도 있으며 액자 형태의 아트워크로 만들어 티셔츠와 라이터에 새긴 것도 있다. 서울에서도 여러 가지 에디션 제작 작업을 진행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만든 실크스크린 포스터는 파주의 실크스크린 공방에서 직접 작업하여 판매한 것으로 지금도 소수 남아 판매하고 있다.

차후 여건만 가능하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상업 갤러리이다. 대안 공간이 아닌 국내, 해외의 젊은 작가들이 실제 전시를 통해 작품을 팔 수 있는 갤러리를 구상하고 있다. 아직까지 서울에서는 쉽지 않지만 갤러리에 관해서 꾸준히 큐레이터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도모하고 있다.  



08.2015- 현재 : 한남동 683- 142 아래층


서점의 시즌4는 주소는 같지만 꼭대기에서 아래층으로 내려오면서 시작됐다. 매장 규모는 더 축소됐다. 땡스북스와 함께 파크라는 서점을 하면서 매장에 모여 있던 책들을 분산시키면서 책 수량도 많지 않다. 책장 선반 역시 저렴하면서도 설치가 쉽고 해체도 용이하며 재활용할 수 있는 걸로 바꾸었다. 이제는 디자인, 인테리어를 특별하게 잘 해야겠다기보다 튼튼하면서 책을 잘 볼 수 있고, 선입견 없이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중성적인 느낌의 뉴트럴 한 색의 집기를 선택했다.



현재 포스틱포에틱스 매장은 출판사별로 구분되어 있다. 약 40여 개의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출판사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분류되어 판매되고 있다. 출판사들은 나름의 내부적 기준에 부합되는 곳들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규모는 작지만 자부심을 갖고 만들고 싶은 책들만 출판하는 책으로 구성되어있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어느 나라를 가도 쉽게 볼 수 없는 작은 규모이지만 내실 있는 책을 만드는 좋은 출판사들의 책을 들여놓으려고 한다. 유럽과 미국, 그 밖의 다양한 국가들의 출판물을 만날 수 있다. 초기에는 소비자들의 적응 시간이 필요했으나 다행히 지금은 잘 운영되고 있다.



도산공원 퀸마마마켓의 어른을 위한 서점 파크(PARRK)


어른들을 위한 서점 파크(PARRK)는 도산공원 옆 퀸마마마켓이라는 서울에서도 손꼽히게 멋있는 건물 안에 위치하고 있다. 그래픽 디자인 업을 병행하면서 건물 소유자와 오래 알고 지내왔는데 처음에는 그래픽 디자인 업무를 의뢰하는 클라이언트 관계였다. 그뒤로도 포스틱포에틱스를 흥미롭게 봐주고 매장에 오고가며 구준히 책에 관심을 갖고 교류를 이어왔다. 그들이 실제로 퀸마마마켓 건물을 설계하고 완공한 이후로도 콘텐츠 기획 과정에서 서점을 희망한 것도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이전에도 외부의 서점 위탁 운영 요청은 꽤 많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내부 의견이 높아 고사해왔다. 위탁 운영 상의 일반적인 위탁 수수료와 입점 임대료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으로 프로젝트를 성사시킬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땡스북스 이기섭 대표와 큰 기대 없이 미팅에 참여하러 왔다가 건물 테라스에서 도산 공원을 바라보는 동시에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이 프로젝트를 꼭 성사시키고 싶다는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었다. 압구정과 청담동이 가깝게 있고, 멋있는 공원 근처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건축가가 만든 공간에 서점을 운영한다면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클뿐더러 개인적으로도 근사한 프로젝트였다. 간혹 책이라는 것이 문화 소비자들을 위한 예쁜 소품에 가까운 물건이라 생각될 때도 많고 읽기 위한 의미보다는 필요에 의해서 구입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 공간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하여 실로 열악한 서점 수익 구조와 그로 인하여 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을 앞세워 내부를 설득시켰고 전포적인 지원 아래 무사히 서점을 오픈할 수 있게 되었다.


퀸마마마켓 안에는 연희동의 유명한 매뉴팩트커피라는 카페도 있고 오보이라는 친환경 동물 보호 매거진의 굿즈를 판매하는 곳도 입점해 있다. 6개월 정동 공동 운영을 통해 그동안 무지했던 국내발행 도서 유통 과정에 대해 전문적으로 배우게 됐고, 다행히 좋은 실적으로 내부에서도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인정받고 있다. 건물주와 임대인과의 좋은 계약만 잘 이끌어낼 수 있다면 서점이라는 비즈니스 모델도 최소한의 성공을 얻을 수 있는 모델이구나를 알 수 있었다. 다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포스틱포에틱스는 운이 좋아 10년간 잘 운영해왔고, 땡스북스도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홍대라는 험난한 로컬에서 6년동안 유지해온 노하우를 잘 적용한 사례라고 자평해 본다. 여기에 어른들을 위한 서점이라는 부제를 붙인 이유는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은 스스로 고를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큐레이션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독자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책이기를 바라여 어렵지 않은 책들로 구성했다. 여기에 일상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책, 가령 여행, 음식, 가드닝, 여가와 관련된 책들도 다른 곳에 비해 많기 때문에 취미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외국 서적과 대형서점에서도 볼 수 있는 커피테이블 같은 책들도 있다. 포스틱포에틱스보다는 꼭 한번 파크를 가보기를 추천한다.  








* 본 강연은 2017년 3월 14일, 제4회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으로 오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포스틱포에틱스 공식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ostpo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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