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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May 01. 2017

시각 예술 : 포스틱포에틱스 (2부)

#4회서울책방학교 2-2강: 해외 독립 출판사 이야기와 서점 Q&A

포스틱포에틱스는 해외 도서를 무역하고 유통하는 규모가 작은 회사이다. 규모가 큰 다른 회사와 차이점이라면 무역업보다는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하는 일에 더 가깝다는 점이다. 다음은 포스틱포에틱스가 독점 계약한 주요 외국 독립 출판사들을 차례대로 소개하고자 한다. 처음부터 같이 일 했던 곳들이며 그들의 대표 서적을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물론 포스틱포에틱스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덴트 드 레오네 (Dent - De - Leone) (2009년)


'덴트 드 레오네'는 단델리온을 독특하게 만든 이름으로 민들레라는 꽃이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아바케의 구성원 두 사람(Maki와 Kajsa)과 가구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디자이너가 모여 구성된 그룹으로 2009년 시작했다. 아래 사진의 두 사람은 커플인데 오른쪽의 마키 스즈키는 외모로 오해를 많이 사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가도 아이를 납치하는 줄 알고 경찰이 다가오거나 한국에서는 노숙자로 신고를 받기도 했다.


왼쪽의 Kajsa와 오른쪽의 Maki (출처: http://humanpractice2012.blogspot.kr)


외모는 유별나지만 영국의 센트럴 마틴이나 로열 컬리지 명문 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교수들이다. 저들이 작게 시작한 출판사이지만 국내에는 2009년부터 취급하고 있고 다른 출판사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고 있다. 첫 책은 <100가지 방법으로 100일 동안 만든 100개의 의자들> (100 chairs in 100 Days and its 100 ways)이라는 책으로 가장 많이 팔린 독립출판물의 책이다. 누적 6천 부 이상이 판매됐다. 놀라운 점은 대형 유통망을 전혀 거치지 않고 작은 유통사만을 통해서 혹은 서점과 직거래를 해서 전 세계적으로 많은 부수를 판매했다.



몇 만부가 팔리는 국내 베스트셀러와 비교하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굉장한 성과이다. 재미있는 점은 중쇄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출판사의 모토인데 이 책이 인기가 좋아서 중쇄를 했다. 그런데 판형을 달리해서 3쇄까지 찍었는데 같은 책이면서도 다른 에디션이라고 볼 수 있다. 점점 판형이 작아져서 이미 손바닥만 한 사이즈까지 왔는데 4쇄는 어떻게 해야 할지가 고민이라고 한다. 더 줄이면 글자가 안 보이게 된다. 이 책을 만든 계기는 마티노 감페르(Maritno Gamper)라는 디자이너가 대학원에서 했던 작업으로 자신의 작업으로 책을 만들고 싶다고 하여 지금까지 작업 한 의자를 백 개를 만들면 고려해보겠다고 하여 만들게 된 책이었다.  



의자들 중에는 길에서 주워 온 것도 있고 자전거 안장이나 풍선도 있고 당시 학교에서 강연했던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기증한 의자도 있으며 100개를 만들었고 그 작업을 통해 런던 뮤지엄에서 올해의 디자인으로 선정됐다. 이 책의 중간 페이지를 전시회의 초대장처럼 꾸며서 이 초대장을 받은 사람이 책을 받으면 한 권을 완성하는 기능도 겸한 특이한 책이다. 지금도 판매가 좋아서 독립 출판물 업계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책으로 알려져 있다. (공식 홈페이지 : http://dentdeleone.co.nz/)


니브스 (Nieves) (2001년)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출판사로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그림책 작가인 벤야민 좀머할더 (Benjamin Sommerhalder)가 2001년에 설립했다. 회사 로고는 크릭이라는 동화 주인공으로 국내에는 <책 읽는 유령 크니기>으로 번역되어 나왔다.


아래 맨 왼쪽 캐릭터가 책읽는 유령 크니기, 니브스의 로고이다 


원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써 일본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을 마치고 일본으로 인턴십을 시작했다. 타워레코드에서 처음으로 진(zine) 인쇄물을 접하고 디자인 회사에 들어가거나 스튜디오를 차리지 않고 출판사를 설립했다. 하드커버 책도 만들고 작은 단행본도 만들지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역시 진(zine)이다. zine이라는 것은 미술 작업이나 디자인 작업의 형식이 아니라 주로 어떤 특이한 분야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제작하는 동호회 회지와 가깝다. 헤비메탈, 펑크락, 추리 소설 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동인지에 가까운 것들로 예전에는 소량으로 조악하고 복사기로 만들어 접어서 중철 제본한 책들이 많았다. 그것이 팬진(fanzine)의 형태가 되어 미술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에 일부러 활용하면서 독특한 문화가 생겼다. 그것들이 지금도 DIY 문화와 연계되면서 꾸준히 이어지고 있고 팬진을 대표하는 출판사가 리브스이다.


지금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알릴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기에 굳이 A4 용지 출력기나 복사지로 작업한 중철제본의 형식이 유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5백 부 맡겨서 제본을 해도 가격은 비슷하다. 하지만 팬진이라는 정신, DIY 정신을 계승하여 지금도 리브스 출판사는 발행인이 하나하나 제본을 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인쇄도 해결하고 있다.



지금까지 출판했던 A5 판형의 팬진을 모아서 리브스 진 라이브러리 전시를 세계를 돌며 순회 전시를 하고 있다. 갤러리 공간의 쇼윈도를 활용하여 특이한 전시를 하고 있다. 몇 년 안에 국내에서도 진행해보고자 했으나 작가 벤야민이 혼자서 책 디자인을 하고 출판하고 가족도 있고 미국이나 일본 아트북페어에 참여해야 하고 좀처럼 틈이 나지 않아 국내까지는 시간을 낼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정해진 일정이 많아 언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꼭 하고 싶은 전시 중 하나이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nieves.ch/)


유닛에디션 (Unit Editions) 2011년


비교적 최근 설립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스핀의 파운더 토니 브룩 (Tony Brook)과 패트리샤 피네건 (Patricia Finegan)이며 여기에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그래픽 디자인 저술 위주로 활동하는 애드리언 쇼네시 (Adrian Shaughness)가 설립한 출판사이다. 스핀은 국내 안그라픽스 규모의 스튜디오로 사람은 많지 않지만 주로 기관과 기업을 상대로 일하는 명망 높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애드리언 쇼네시는 <영혼을 잃지 않은 그래픽 디자이너 되기>라는 책도 저술하며 손꼽히는 그래픽 디자인 저술가이다. 전문적으로 그래픽 디자인을 다루는 사람들이라서 그래픽 디자인 역사와 관련된 책을 만든다. 그중에는 특정 분야에 대한 편집과 컴필레이션 책들, 전과라고 농담 삼아 말하는 작업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책들도 만든다. 하지만 주로 그래픽 디자인 출판계에서 다루지 않는 것들을 다루고 있다. 어떤 디자이너의 책을 낼 때도 출판되지 않거나, 알려지지 않는 부분, 한 번도 책을 내지 않은 디자이너의 책을 내려고 아카이빙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가령 폴란드의 60년대의, 들어본 적도 없는 그래픽 관련된 책도 있으며 그 외에도 특이한 책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매뉴얼스 (Manuals : Design & Identity Guidelines)라는 2권으로 나온 책 시리즈인데 부제처럼 디자인의 아이덴티티 가이드라인이라고 하여 큰 기업들은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하여 로고나 서체, 색상 등을 일관적으로 제작하는 가이드라인이 있다. 예전에 나온 것들, 지금은 사용하지 않은 것들을 구해서 새로 사진 촬영도 하고 그것에 관한 설명을 붙여 넣어 만들었다. 그중에는 올림픽에 관한 아이덴티티도 있고 유명 회사도 있고 여러 큰 규모의 시각적인 아이덴티티 가이드라인을 모아서 뜻깊은 작업들을 모아 발행했다. 10 몇 군데 기업들을 취재했다고 하는데 그것들을 다시 촬영하고 편집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 여러 사람의 전문가가 필요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여기도 대형 유통을 하지 않기 때문에 기껏해야 2-3천 부만 판매한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나면 대형 출판사와 계약해서 조금 더 가벼운 - 지금까지 하드커버로 제작하여 만듦새의 소장 가치를 높여 가격이 비싸다 - 대중적으로 개정판을 발행할 수도 있다는 계획이 들려오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렇게 좋은 작업이 소수의 컬렉터들과 거래되고 유통되는 건 역시 아쉬움이 있다. 전시 계획도 많으며 런던 뮤지엄과 갤러리와 함께 한다.(공식 홈페이지: https://www.uniteditions.com)




보다시피 책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 편집, 출판사, 디자인, 작가, 도서관의 전문적 사서가 될 수도 있고 서점도 그중 하나이다. 반드시 서점이 아니더라도 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서점을 하게 되면 경쟁력이 있어야 하지만 국내에서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원하는 책들을 다 수급할 수도 없고 하다못해 파크에도 원하는 출판사의 책을 다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빠듯하게 책을 유통한다. 총판을 담당하거나 직접 유통을 하거나 지역을 담당하게 되는데 몇 안 남은 서점을 순회하는 일이 굉장히 타이트하게 계획된다. 몇 권이 팔릴지 알 수 없는 서점에는 책을 납품하려 하지 않는다. 그 작은 서점을 정기적으로 방문하기 위해서 경로를 바꿔야 하고 그로 인하여 근무시간이 연장되고 인원이 더 필요하고 노력이 들어간다. 그러한 사소한 일 때문에 서점들은 원하는 책을 수급하지 못하게 되고 어느 시점 이후로 개업한 서점들의 서가가 비슷해지는 상황이 이루어진다. 그런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어떤 식으로 출판사에 접근하고 다른 서점과 차이를 둘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외서 출판사가 큰 대안이 될 수 없다.  


서점 운영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최근 서점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이 다소 과열된 경향을 띄고 있다. 현실적으로 서점 운영을 녹록지 않다. 매거진 브로드컬리에서 3년 이하의 서점 인터뷰를 보면 긍정적인 검토나 앞으로 하겠다는 의지나 확신도 약해 보인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곳은 어떤 분야에서 전문성이 있는 곳이다. 그런 강점이 없다면 아무리 예쁘고 친절한 서점이라도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심지어 인터넷 서점의 10% 할인과 5% 적립해줄 때 무엇을 더 해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다.


포스틱포에틱스가 취급하는 책들은 국내 경쟁사가 없는 책들이다. 어쩌면 손쉽고 편안하게 안심할 수 있겠지만 경쟁이 없다는 것은 반대로 시장성이 없다는 뜻이다. 하물며 대기업이나 한남동의 현대카드가 서점을 낸다고 해도 걱정이 크지 않다. 큰 규모로 한다고 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다. 그러므로 만약 서점을 하고 싶다면 어디서, 인테리어를 어떻게, 커피를 팔아야 할까, 행사를 할까를 걱정하기보다 어떤 책을 어떻게 남들과 다르게 구성하고 소개하고 판매를 할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서점을 시작할 때 수익을 어떻게 낼 것인가라는 고민보다는 간판, 이름, 가구에 대한 계획으로 막연한 상상과 기대를 키우는 것 같다. 그것보다는 많이 다녀보고 알아보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하고 계획을 세워 나가야 한다.





Q&A



01 해외 독립 출판물 입점할 때 아마존과 겹쳐질 것 같다. 가격 책정은 어떻게 설정하는가? 


- 아마존의 기준이 있듯이 포스틱포에틱스만의 기준이 있다. 실제 국내 외서 수입 업체들의 상황이 좋지 않은 이유는 외상 거래가 많고 기업을 상대로 덤핑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에 납품을 하면 제일 힘든 부분이 할인율이다. 40%를 요구하는 곳도 있다. 일단은 납득을 시키고 설득이 어려운 고객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아마존에서 책을 사면 다 망가져오기 때문에 다시는 주문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책은 배송비의 품목이 크다. 의류가 직구가 가능한 이유는 현지에서 소비세를 빼주고 주로 비싼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화나 가방 역시 배송비의 비중이 크지 않다. 가령 50불의 아트북을 아마존에서 세일해서 25불에 주문해도 배송비가 25불이고 2주 이상 걸리고 상태가 좋지 않아도 컴플레인을 할 수 없다. 대부분 국내 대형 서점들은 외국의 유통업체에서 엑셀 파일만 받아서 자동으로 업로드하고 할인율을 책정해서 할인을 해버린다. 현실적으로 고려된 금액이 아닐뿐더러 주문을 해도 100% 취소된다. 교보 외서를 주문해도 2,3일 지나면 대부분 재고가 없는 책이라며 취소 메일이 날아온다. 여러 면에서 경쟁이 낮은 시장이지만 역설적으로 안 되는 일이라서 아무도 안 하려 한다.  


가까이서 땡스북스를 보면서 책이라 다행이다라고 느낀 부분은 책 자체 금액이 비싸지 않고 결국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책을 사더라. 예스24에서 싸게 살 수 있고 적립금이나 할인도 많이 해주지만 고객들은 서점이 잘 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가는 것 같다. 휴대폰으로 주문해도 되는데 그렇게 안 하더라. 얼마나 진정성을 가지고 서점을 하느냐,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고객들도 그 부분을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것 같다.

 


그 대신에 아마존에서는 얼마에 하니까 가격을 깎아달라는 말은 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동네 시장 가서 마트에서 얼마이니 그렇게 해 달라고 하면 안 되지 않나. 아무래도 사람이 현실 앞에서 이기적이게 되고 타인의 사업에 배려를 하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는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다른 외서보다는 가격이 비싼 편이다. 나름대로의 원칙에 맞게 값을 매기고 있고, 부당 이득은 취하지 않는다. 초기의 가격 책정은 일본을 많이 참고했다. 지리적으로도 여러 면에서 참고할만한 대상이다. 일본에서 미국과 유럽 책에 대한 가격 책정이 제일 궁금해서 바하에도 물어봤다.


유럽에서 실제 한국 책을 사려면 진짜 비싸다. 15,000원 잡지가 한 때는 35유로에 팔렸다. 환율이 1500원일 때는 5만 원에 팔았다는 것이다. 유럽 사람들은 선진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인데 왜 5만 원에 팔까. 리스크 때문이다. 사는 사람이 몇 명 없기도 하고 국제우편으로 받아서 매장에 구비하고 팔면 그 가격에 팔아야 한다. 적어도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는다. 2,3배를 받기보다 현지가보다 10% 비싼 정도다. 타협하는 순간 고민하게 되는 지점은 '어디까지 타협할 것인가' 이다. 우리는 3-4명 규모의 회사인데 과연 교보와 경쟁해야 한다면 우리도 20% 세일을 해야 할까 말까... 끝도 없는 갈등의 과정을 겪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나름의 기준에 확신을 갖고 고객에게 잘 설명할 수 있어야 충분히 납득이 가능하다. 우리끼리는 '얼마나 부자 되려고 책 값마저 아끼려고 하나' 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하곤 한다. 예스24, 알라딘이 있어서 걱정이라면 서점은 할 수 없다. 소위 한국 경제를 어렵게 한 요인이 택배라고 말한다. 그것이 걱정이라면 소매업은 할 수 없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다른 서점과 어떻게 차별점을 두어야 하나를 고민하는 것이 더 건설적이다.  


02 해외 출판사를 발굴하기 위하여 필요한 정보는 어떻게 수집하는가? 직접 해외 페어나 마켓에도 참여하는가?

 

- 일단 북페어는 가지 않는다. 북페어는 책의 판권을 거래하는 곳이지 책을 사는 곳은 아니다. 트레이드 페어나 박람회의 성격보다는 마켓의 성격이 더 강하다. 소매가 이루어지는 곳은 트레이드 페어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 업체와 업체가 거래하기 위해 가는 곳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책을 판매하기보다 계약을 하는 곳이 트레이드 페어이다. 따라서 북페어는 작은 규모의 출판사들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하여 열린 다른 형태의 이벤트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경 아트북페어는 매년 가려고 노력한다. 페어 조직 운영자와 친분도 있고 거래하는 출판사들도 만날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인사하러 간다. 북페어를 가도 명함은 주고받지 않는다. 구경삼아 보는 건 좋지만 실제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보기가 쉽지 않다. 뉴욕은 숨도 못 쉬게 많다. 모마의 별관에서 하는데 창문도 없고 브루클린에 있어 공기도 안 좋고 힘만 든다.


북페어보다는 인터넷 상으로 발굴이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작은 출판사들만의 네트워크가 있어서 잘하는 곳이 있으면 서로 소개해준다. 누구라도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괜찮으면 소개도 해주고 잘 해주려고 하고 좋으면 좋다, 안 좋으면 안 좋다 라고 이야기해 준다. 인디펜던트 출판계는 돈 안 주고 안 받는, 느슨한 연대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외국도 그렇고 유럽고 그렇고 국제적으로 유동하다 보면 돈 못주고 안 받는 일들이 수두룩하다. 정말 형편이 안 좋아서 그런 경우도 많다. 그런 네트워크가 있어서 정보 공유가 된다.


따로 정보를 얻는 루트가 있고 10년 동안 하다 보니 출판사들이 먼저 연락해준다. 문제는 샘플이다. 샘플을 먼저 달라고 하는데 받아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걸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고민이다. 외국의 어느 서점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도서관에 기증한다고 한다. 그런 형태를 서브미션이라고 하는데 책을 보내주는 케이스가 다반사고 웬만하면 샘플은 팔지 않는데 팔리다 걸리는 서점도 있다. 유명한 서점도 샘플을 받아 판매해서 의만 상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려고 노력한다.

 


외국에 안 나가는 또 다른 이유는 가능한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 실제로 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많다. 음악도 음반으로 들을 때 더 좋은 경우처럼.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현실적으로 회사를 비우기가 어렵다. 출장을 가려면 실적이 있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실적이 별로 없다. 오히려 휴가를 가서 오래 거래한 출판사들을 방문하고 사적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친해져서 할인을 더 많이 받는 것이 효율적인 비즈니스이다.


뉴욕아트북페어가 가장 좋지만 뉴욕 친구들은 사납다. 반면 LA북페어는 출판사는 적지만 친절하다. 프랑크푸르트는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크고 큰 출판사에서 판권 거래하고 유명 작가의 소설을 누가 살 거냐에 혈안이 되어 있다. 비용 때문이라면 동경북페어도 좋다. 동경북페어만의 특성은 주빈국이 있다는 점이다. 재작년에는 스위스였다. 거래하는 출판사가 5-6군데가 참여하여 가서 인사도 하고 미팅도 하고 디스카운트도 받았다. 작년에는 브라질이었지만 따로 거래할 일이 없을 것 같아 가지 않았다. 이렇게 스폰서십을 주빈국의 대사관에서 받는 독특한 형태가 영리한 운영 방법인 것 같다. 행사 비용을 대사관에서 운영하는 문화원에서 지불한다.


03 어떤 마케팅 전략이 있고,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며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 마케팅 전략이 없다는 것이 전략이다. (웃음) 사실 마케팅 할 시간이 없다. 우리 구성원들은 모든 일에 모두가 다 참여하고 있다. 계획적으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국내에 없는 책이므로 그래픽, 디자인, 미술, 패션계의 지인들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내준다. 사실 땡스북스 대표님도 아이디어가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분이지만 옆에서 내가 다 만류하고 있다. 아이디어도 없고 하지 말자 주의이다. (웃음) 특별한 전략이 없던 것이 궁금증을 유발해서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나름의 생각을 해 본다. 


가장 어려웠던 일은 역시 돈이 없을 때다. 돈이 없으면 너무 힘들다. 남들처럼 일했지만 2년 정도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 통장에 5만 원 있는데 당시 월세가 160만 원이었다. 동업하는 친구도 챙겨줘야 하고, 책은 계속 쌓이는데 팔리지는 않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며칠 안에 결제해야 할 것들이 눈 앞에서 막 떠오른다. 가진 돈은 얼마인데 내야 할 금액은 이 정도이고 결국 마이너스 금액이 찍힌다. 그래서 누가 아르바이트 준다고 하면 구걸하듯 해서 그 돈으로 메꾸고 다시 쓰는 반복이 이어졌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파는 책들이 대중적이지 않은가 걱정도 되고, 무엇보다 책은 겨우 2,30종뿐이고 손님들이 고를 수 있도록 책을 더 들여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이것저것 쥐어짜듯 책을 구비해놓고, 그러다 상황이 좋아지고 정기적으로 고정 거래처가 생기면서 납품도 하고, 공급가액을 조절해야 하지만, 큰돈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숨통이 틔였다.


10년 동안 이 업을 하면서 평생의 칭찬은 다 들은 것 같다. (웃음) 한국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워 주지만 사실 서점 하나, 아트북 하나 없어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본의 아니게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해서 강의해달라, 인터뷰해달라 요청은 들어 오지만 그때뿐이다. 처음에는 우쭐해지지만 생각할수록 기분만 이상해진다. 이렇게 훌륭하다고 칭찬은 많이 듣는데 왜 이렇게 통장에 돈은 없을까. 열심히 잘 해보려고 해도 사람이 비뚤어진다. (웃음) 내 호주머니가 두둑해지면 누가 칭찬을 하든 말든 관심도 없어진다.  


서점도 돈을 벌기 위한 비즈니스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도 아니고 출판사가 30% 할인해주고, 지금 주문하면 내일 배송해주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 라는 비즈니스이다. 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이렇게 힘든 일이라는 것이 때론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사람이 돈이 없으면 우울해진다. 퇴직금을 털어서 서점 한다면 말리겠다. 그 돈은 다른 곳에 유용하게 쓰고 적어도 6개월에서 1년은 버틸 수 있는 예산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해야 한다. 말도 안 되는 게임에서 말 안 되는 거 하려면 잘해야 한다.



서점만이 길은 아니다. 10년 동안 매일매일 서점에 앉아 있었지만 지금은 매장에 있지 않는다. 앉아 있는 것도 매우 힘들다. 서점은 불특정 다수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곳이라서 다른 일에 집중하기 쉽지 않다. 손님들은 서점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애정을 갖고 꾸민 공간이지만 개의치 않고 어지럽히는 사람들이 있다. 책 한 권 사주면 고맙지만 안 그런 사람들이 수십 명도 더 왔다 간다. 심지어 책 위에 거울 올려놓고 화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매장을 운영하고 그 안에 앉아 있는 일이 평화롭지 않다. 매일 앉아서 집중도 잘 안되고 고객이 물어보면 대답도 해줘야 하고 차 빼 달라고 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물론 보람도 있다. 책 잘 골랐다, 공간이 좋다고 하면 보람을 느낀다. 하지만 좋아하는 책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사소한 매일매일의 노동들을 어떻게 견뎌야 할 것인가, 자신이 접객과 판매에 적합한 타입인가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 본 강연은 2017년 3월 14일, 제4회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으로 오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부분 이미지 출처 : 포스틱포에틱스 공식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ostpoe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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