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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May 17. 2017

음악: 초원 서점 (2부)

#서울책방학교3-2강 : 음악을 책으로 읽는다는 것에 대하여

음악을 책으로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떤 손님은 음악을 그냥 들으면 되지 굳이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음악을 책으로 읽는 재미는 분명 있다. 초원 서점에서는 그러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그 재미를 지금부터 소개해보고자 한다.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Layla)


이 노래는 에릭 클랩튼의 절절한 사랑이 담긴 노래이다.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과 에릭 클랩튼은 절친이었다. 하지만 에릭 클랩튼은 조지 해리슨의 와이프 패티 보이드에게 첫눈에 반한다. 10년의 짝사랑 끝에 구애를 펼치며 자신이 가장 잘하는 노래를 만든 것이다. 결국 조지 해리슨이 그 사실을 알고 이혼을 해주어 두 사람이 결혼에 골인을 하게 되는데 심지어 조지 해리슨은 결혼식에 참석한다. <원더풀 투나잇>이라는 노래도 그 여자를 위해서 만든 곡이다. (어디를 가야 하는데 치장만 하고 늦으니까 빨리 가자고 재촉하며 기다리는 상황에서 만든 곡이라 한다.) 레이라라는 노래 제목은 페르시아의 시에서 따온 것이다. 받아주지 않는 사랑 때문에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처럼 뒷이야기가 재미있고 음악 또한 멋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음악이 있는가?


러시아의 <Ani Lorak>이라는 노래 가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전해지고 있다.


그루지아라는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의 있는 나라에서 니코 피로스마니라는 화가가 있었다. 불우하고 어릴 때 부모가 죽고 노동을 하며 생계유지를 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그러던 어느 날 미모가 뛰어난 한 여자에게 반하여 급속도록 사랑에 빠진다. 유랑극단의 프랑스 여배우였던 그녀가 장미꽃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은 화가는 습작 그림을 다 팔아 전 재산으로 엄청난 양의 장미꽃으로 사랑을 고백한다. 하지만 유랑극단 일원이었던 그녀는 곧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실의에 빠진 화가는 사랑을 꽃피우지 못한 채 죽고 만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아직도 확인된 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안드레이 보즈네센스키가 가사를 쓰고 알라 푸가초바가 불러 러시아에서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심수봉의 <백만 송이 장미>로

귀에 익숙한 노래이며, 불후의 명곡에서 보컬 한현우가 불러 한 번 더 화제가 되었다.


한편, 이 노래의 또 다른 원곡 <마리냐가 준 소녀의 인생>도 전해지고 있다. 1981년 라트비아 방송국이 주최한 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유명해진 곡으로 강대국에 의하여 라트비아의 운명이 휘둘리는 상황을 엄마와 딸에 묘사하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가사를 바꿔 부르며 대히트를 쳤으나 2008년, 러시아 전쟁 이후 금지곡이 되었다. 이처럼 하나의 노래에도 다양한 역사적 배경을 확인할 수 있다.  




음악으로 책을 읽는 것에는 이와 같은 재미와 즐거움이 숨어 있다. 위의 두 가지 사례는 익히 알려진 유명한 일화이지만 단순히 음악을 듣기보다 역사적 배경을 알면 더욱 풍부하게 들을 수 있다. 그 뮤지션의 삶은 어떠했으며, 어떤 마음으로 음악을 만들었는지 알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노래에도 사람들의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에 역사를 읽고 사람을 읽는 일이 크게 무관하지 않다. 결국 궁극적인 재미는 인간을 탐구하는 과정이다.



죽기 전에 들어야 할 천곡 리스트도 그 노래가 사랑받는 이유나 음악적 취향을 넓히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 담긴 사람 살이와 사랑을 느끼며 감상할 수 있는 리스트이다. 가요도 반전이 숨어 있다. 고귀한 민중가요로 알려지고 역사적 노래로 평가받는 김민기의 <아침 이슬>도 그 시작은 밤새 술 마시고 일어났더니 이상한 장소에서 눈을 떠 그때의 기분을 살려 만든 곡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로맨틱한 재즈 음악이 무드송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흑인들의 아픔과 역사가 담겨 있다.





Q&A



Q1. 초원 서점에서 다양한 행사를 많이 하고 있다. 앞으로도 만들고 싶은 행사가 있는가.


- 그것이 바로 필사 모임이다.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음악 가사에 실린 이야기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시대별과 주제별로 나누어서 같이 이야기하고 써보는 시간이다. 그 외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이 구상해 놓았지만 당장은 비공개이다. 결국은 음악과 관련해서 책과 어렵지 않게 활동할 수 있는 것들을 만들고자 한다.


Q2. 음악책이라고 하면 막연한데 큐레이션은 어떻게 하는가.


- 음악책은 다 들여놓으려고 한다. 장르와 상관없이 고객들이 읽을만한 수준에 맞춰 들여놓는다. 모든 책을 큐레이션 할 수는 없지만, 서점에 왔는데 내가 찾는 책이 없으면 가야 하기 때문에 일단은 들여놓고 그 안에서 내가 여러 권을 엮어서 소개하고 있다.



- 그렇다면 공통 주제는 음악과 관련된 것인가.


- 음악 소설 혹은 음악에서 영감을 받거나, 음악가에게 영감을 주는 연결 고리가 있다면 들여놓는다. 관련 서적은 본인 찾기 나름이다. 인터넷의 연관 검색한다고 나오는 건 아니지만 찾다 보면 분명 나온다.



Q3. 서점을 하려면 자신의 취향과 성향도 맞아야 할 것 같다.  


- 나의 취향이 어떠한지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 시기가 이루어진 것이 지금 같다. 내가 생각한 대로 맞아가는 것 같다. 서점도 서비스직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당연 손님을 응대해야 한다. 간혹 책은 안 사고 이야기만 하려고 오는 분들도 있다. 나 역시 그건 힘들다. 어떤 손님은 질문도 없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책은 보지 않지만 내 할 일만 할 수는 없다. 그런 부분이 솔직히 어렵다. 서점을 한다면 서비스직이라는 것을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 생각지 못한 손님이 올 수 있다.


Q4. 그렇다면 진상고객은 없었는가.  


- 가만히 있거나 책을 안 보는 사람은 반갑지 않다. 오자마자 책장을 막 찍는 것도 달갑지 않다. 나와 이야기하려고 오는 분이나 책이 좋아서 궁금해서 오는 분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예고 없이 기자 인터뷰나 학생 과제로 인터뷰 요청을 들어오면 난감하다. 나도 해야 할 일이 있고 한가하지 않다. 서점도 잡무가 많고 워크숍 기획을 하려면 공부도 해야 한다. 불쑥 와서 시간을 내달라고 하면 힘들다.


Q5. 커피 음료 판매 같은 수익 사업을 병행할 계획은 없는가.


- 처음부터 북카페는 싫었다. 개인적으로 카페를 오래 해서 주방 일하기가 싫고 공간이 매우 작다. 지금은 고민 중이다. 책을 구매하는 분들에게 저렴하게 커피를 판매할까 고민 중이다. 멀리서 찾아오는데 죄송한 마음도 들고, 카페처럼 되는 건 원치 않지만 오래 있지를 못하는 모습이 신경 쓰인다. 서점에서 책을 오래 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대부분 미안해서 금방 돌아가는 것 같다. 테이블을 붙여 놨는데 책상만 없애면 더 좋게 진열할 수 있지만 30분 이상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서점은 8평 정도이고 안쪽이 길며 천장이 높아서 답답하지는 않다. 가능한 샘플 책 말고 새 책을 사서 오래 앉아 보길 희망한다. 새책은 손상시켜 놓으면 다음 판매가 어렵기 때문에 샘플 책을 이용해 달라고 부탁한다.



Q6. 마케팅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 마케팅은 SNS이다. 지양하는 건 염리동 소금길로 엮어서 하는 인터뷰는 지양한다. 개인적인 질문도 받지 않는다. (오늘은 많이 풀어놓은 셈이다.) 청년 창업으로 묶여서 얼굴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고 서점에만 초점을 맞춰주면 좋겠다. 지금까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에 한 번씩 서점 소개로 나왔다.  

 

Q7. 중고책도 같이 병행해서 판매하는가.


- 절판된 책이나 구하기 힘든 책들을 판매하고 있다. 다만 내가 팔기 싫다는 것이 문제다. 팔지 않더라도 서점에서 누구라도 볼 수는 있다. 가치가 높은 책들은 누군가가 가져가면 다시는 구하기 힘들다. 서점에서 여러 사람이 볼 수 있기를 바란다.


Q8. 책방 로고 디자인은 어떻게 했는가?


- 초원 서점은 내가 지었고 로고는 대충 스케치해서 디자인하는 지인에게 맡겼다. 포스터는 직접 만든다. 포토샵을 다룰지 몰라서 다 PPT로 만들고 있다. 내가 스타일리시한 사람도 아니고 트렌드와도 거리가 멀다. 입간판도 창을 떼서 두 개를 붙여 테이프로 쓴 것이다. 간판도 태극기 봉에다 종이를 붙여서 걸었다. 다 수작업들이다.(웃음)






최근 서점이 많은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 낭만적인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물질적 가치 이외의 또 다른 가치를 만드는 일은 중요하다. 각자가 능동적으로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 가는 삶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서점이다. 각자의 삶에서 낭만과 재미를 찾기를 바란다.  









* 본 강연은 2017년 3월 21일, 제4회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으로 오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초원 서점 공식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ampaspasp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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