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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Jun 16. 2017

문학 : 고요서사  (1부)

#서울책방학교4-1강 :  해방촌의 문학 서점, 고요서사에 대하여


2015년 10월, 문학 서점 고요서사가 해방촌에 문을 열었다. 언덕배기 옹기종기 모여 있는 주택들 사이, 무심결 지나칠 수도 있는 내리막길 한편에 자리한 책방,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국내 해외 작가들의 보물 같은 소설들이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다. 전문성을 내세우기보다 좋아하는 문학을 이야기하는 작은 공간. 차경희 대표님이 들려주는 서점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문학을 향한 애정과 공감에 한 뼘 더 가까워진다. 일상을 쌓아 올린 인생의 한 부분을 세밀한 눈으로 그려낸 소설은 모든 이의 삶을 대변한다. 그러므로 삶은 곧 한 권의 소설이며 모두의 인생은 한 권의 책과 같다.




1부 고요서사 : 소개 및 콘셉트, 기획 및 운영, 문학 서점은 어떤 활동을 하고 생각하는 공간인가.


손님이 가장 드문 10월, 고요서사는 이태원 경리단길 골목길 사이의 숨은 책방에서 출발했다. 그것도 카페 안의 서점이라는 샵앤샵 형태였다. 작은 책장 너머 테이블이 있고 바깥쪽에 서가가 있으며 가운데 책상에 운영자가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카페 안에 있다 보니 매체는 물론 북카페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아 서점으로써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다. 그리하여 2016년 현재의 해방촌 오거리에서 멀지 않은 골목길 주택가로 이전하여 음료 판매 없이 오롯이 서점으로만 독립하였다. 6평이 채 못 되는 작은 공간에 큰 책장이 하나 있고 작은 책장이 2개, 그 외 테이블이 놓여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이다.


"앞서 운영자라고 소개를 했지만 실은 다른 말로 저를 소개하고 있어요. 명함을 만들 때 보통은 대표, 운영자, 책방지기라고 소개하지만, 그것 말고 다른 이름으로 정체성을 갖고 싶었어요. 서점 하기 전에는 출판 편집자로 7~8년을 일했어요. 북큐레이터처럼 서점이라는 공간도 큐레이션 할 수 있지 않을까, 편집자처럼 선택하고 취합하여 보기 좋게 효율적으로 진열할 수 있지 않을까. 서가도 편집하고, 공간의 느낌도 편집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서점 편집자라는 명칭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고요서사는 해방촌의 문학 서점이지만 문학 전문보다는 문학 중심이다.


공간에 대한 콘셉트: 작은 서점


서점의 이름은 가장 중요하다. 고요서사의 '서사'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박인환 시인이 운영한 서점 '마리서사'에서 따왔다. '서사'는 서점, 책, 내러티브라는 뜻도 담고 있다. 문학, 이야기, 책을 다루고 소개하는 공간이라는 잊힌 말을 되살리고 싶었다. 앞의 '고요'는 책이 주는 느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우리말이었다. 좋은 공간에서 좋은 책을 읽으면 내면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생각하며 '고요'를 떠올렸다.   


"이름 따라간다고, 마음이 고요해지는 것이 아니라 서점이 고요해지는 거 아니냐는 주위의 놀림 때문에 잘못 지었나 싶기도 했어요. 북적북적으로 지으라는 조언도 있었어요.(웃음) 지금도 서점이 고요해요 라고 말해주면 이게 좋은 의미인가 아닌가 헷갈리기도 해요. 서사는 서점, 다시 말해 책을 뜻하는 공간인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공간과 로고에 잘 반영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어요."

서점 로고는 삼각형 안에 고요서사라는 이름을 놓았다. 손으로 대략 그린 것을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구현한 것이 전부이다. 전문적인 디자인이 아니기에 로고로써의 기능은 약한 편이다. 타이포도 가늘고 활용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보이는 재미가 있다. 텐트로 보기도 하고 산으로 보는 사람도 있고, 어떤 작가는 펜촉을 떠올린다. 실제 의도는 책을 펼친 모양이다. 그 책 안으로 들어가 느낄 수 있는 고요한 순간을 떠올렸다. 전문적인 문학 서점을 표방하거나 문학 분야에서 권위를 통달한 느낌을 주기보다 친구의 서재에 놀러 간 것 같은 친근한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 이름과 로고와 공간이 서로 녹아들어 가기를 바랐다.


다양한 서점 사례에서 주목받는 서점은 맥주와 커피 판매는 기본이고 여러 가지 굿즈를 판매한다고 하지만 고요서사는 그럴만한 여력도 부족하고, 단지 책 읽는 서점이라는 본래의 공간적 의미를 더 살리고자 한다. '탐방서점'의 다양한 인터뷰 사례 중에서 한 서점 운영자가 커피를 비롯해서 다른 것으로 수익을 낼 수 있지 않냐는 물음에 서점이라는 공간은 본연의 책으로 말하고, 책으로 수익을 내는 공간이라고 답한다. 고요서사 외부 음료 반입에 제한이 없다. 책만 읽고 느낄 수 있는 작은 공간을 지향할 뿐이다.


분야의 콘셉트: 문학 중심  


서점의 중심 분야는 문학이다. 그다음으로 문학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주제, 가령, 젠더 관련 문학이 있다면 그와 함께 읽을 수 있는 인문 교양서를 문학의 연장선에서 입고한다. 큰 서가에는 소설과 에세이, 시(詩)가 대부분이고 문학과 함께 읽으면 좋은, 인문, 사회 분야를 어렵지 않은 레벨에서 곁들이고 있다. 행사 역시 주로 소설과 시(詩)를 주제로 기획한다. 문학 서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하게 문학을 돋보이기 위하여 서가와 행사, 활동 안에 접목시키고 있다.  



왜 하필 문학인가


이유는 단순하다. 책방을 준비할 당시, 인문사회를 판매하는 서점은 이미 있었고 사회과학 또한 오래되고 유명한 서점은 많았으나 정작 '소설'과 '시(詩)'를 다루는 곳은 거의 없었다. 편집자일 때도 문학을 담당한 경험은 전무했다. 그러나 경력과 상관없이 좋아하는 분야는 소설이었다. 순수하게 즐길 수 있는 분야를 택하여 꾸린다면 즐겁게 서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일산의 '미스터 버티고'라는 문학 전문 서점이 생겨 좌절감도 느꼈다. 하지만 비교도 안 되는 장서 규모의 차이를 보고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구나, 그렇다면 다르게 하면 된다고 방향을 전환했다.


대다수가 독서에 관심을 갖지만 어려워하고 시간을 내기 힘들어한다. 그러나 이야기 식으로 친근하게 접근하면 이내 곧 '독서의 맛'을 들이는 사례를 여럿 봤다.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른 아이 모두 자연스럽게 책을 접할 수 있다. 혹자는 소설을 허구라고 폄하하거나 타인의 이야기는 읽기 힘들고 견디기 어렵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소설과 시(詩)와 같은 문학 장르는 인문사회 예술 분야를 총망라하는 장르와 같다. 문학을 읽으며 인문 사회의 파트로 넘어가는 경우는 있어도 반대의 경우는 힘들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소설 읽기를 힘들어하지만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기계발과 같은 실질적인 도움보다, 문학이 주는 정서적인 면과 태도 등 여러 의미에서 도움이 되는 영역이 실재한다.


서가 구성


문학 분야는 광범위하지만 서가는 한정되어 있다. 신간은 광화문 교보를 따라잡을 수가 없다. 대부분 외국 소설, 한국 소설, 일본 소설로 분류하지만, 그 안에서 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부분으로 서가를 꾸민다. 가령, 산문은 다양한 사람들이 쓸 수 있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장르이다. 그러나 그 속에서 시인들이 쓴 산문을 모으거나, 소설가가 쓴 산문도 있을 수 있고, 그 내용과 결도 다양하다. 무엇에 관하여 말하고 싶은 산문인가를 조금 더 세분화하여 보여주고자 한다.


"작년 대학로에서 책방 서가를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낭랑공고라는 이름으로 1930년대 활동했던 옛날 문인들의 책과 그 시대 활동했던 작가들, 이상, 박인환 등을 중심으로 구성한 서가였어요. 그 당시가 문학 부흥기로 여겨져서 한국 현대문학이 세계 문학의 영향도 받고 커가는 시점에서 그분들에 대한 동경을 담아 작은 코너로 만들어본 경우였어요."




초기에는 서점 큐레이션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문학 애독자들의 평도 있었다. 애초 전문성을 부여하고 싶은 목적은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문학 서점을 무겁게 생각하기 때문에 기획 의도 또한 깊이가 없는 서점을 지향한다는 태도였다. 친근하게 문학을 느끼게 하고 싶었기 때문에 체험해 볼 수 있는 타자기를 두거나 문장 뽑기를 진행했다. 뽑기 기계 안에 캡슐을 만들고 작은 사탕이나 젤리, 초콜릿 같은 간식을 넣고 책에서 뽑은 한 문단의 문장과 책 제목을 넣고 마음이 끌려 그 책을 구입하면 천 원 할인도 진행했다. 표지만 보고 손을 대지 않는 책들도 소개하고자 하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해방촌에는 6개의 책방이 모여 있고, 그중 3개의 책방이 한 달에 한번 심야책방을 운영했다. 밤 12시까지 책을 읽을 수 있으며 밤 10시에 재미있는 게임을 진행했다. 책 제목으로 시 짓기이다. 책 표지를 연달아 2,3권 골라서 문장으로 만들면 시처럼 읽힌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오늘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같은 문장들이 만들어지고 서가에서 새로운 책을 발견하는 기회도 된다.


서점 활동


최근에는 읽고 쓰기와 관련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서점은 책만 사고팔 수 있는 공간이지만 동시에 읽고 쓰기에 대한 문턱을 낮추면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공간, 문화센터나 아카데미에서 접하지 못한 교양도 제공한다. 독립 책방의 다양한 활동을 보면 책을 직접 만들고 제본하고 드로잉 수업은 충실히 잘 갖추어져 있다. 그것 이외의 활동을 고민한 끝에 정직하게 읽고 쓰기로 가자고 결정했다.


문턱 낮은 독서모임부터 시작했다. 정해진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참여가 가능한 모임이다. 읽기와 토론만으로 끝나지 않는 플러스알파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했다. 거의 모든 모임이 책을 읽고 오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소설과 시를 낭독한다. 단편은 전문 낭독이 가능하며 간혹 주요 부분만 발췌해서 함께 낭독하기 때문에 책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도 참여에는 무리가 없다. (함께 읽고 나서 나머지 글이 궁금하여 모임이 끝난 후에 홀로 완독 한 분들도 있다) 1인 1 책을 조건으로 한 권을 빌려와도 좋으니 모두가 책 한 권씩은 지참해서 같이 읽는 것이 조건이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북스앤코르크라는 와인 모임이 있다. 단순히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는 모임은 아니다. 작가와 단편 소설이 먼저 정해지면 소믈리에도 작품을 직접 읽고 나름의 해석을 더하여 이와 어울리는 와인을 정한다. 매칭 된 2,3종의 와인을 함께 시음하고 책을 낭독한 뒤, 와인에 대한 짧은 강연도 곁들인 복합적인 독서 모임이다. 1회는 제임스 설터의 <어젯밤>이라는 단편이었다. 약 8명이 참여하여 40분 정도 함께 전문을 낭독했다. 소설은 짧지만 그 속에 놀라운 반전도 있고 그 변화가 급격하게 나타난다. 생각지도 못한 관계가 드러나고 세 인물의 뚜렷한 특징도 볼 수 있어 캐릭터마다 블렌딩을 설명할 수 있다. 소설의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는 와인답게 처음 코르크를 따면 30분 안에 드라마틱하게 변하는 와인을 선정했다. 작품을 해석하여 소믈리에가 선정한 와인이 무엇인지 몰라도 재미있게 흡수할 수 있고 작품도 새롭게 접할 수 있다. 이 모임은 서점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으로 소개할 만큼 인기가 높아 2달에 1회 진행하고 있다.



소설 낭독회는 시기에 따라 다르다. 의미를 같이 공유하고 싶은 작품은 릴레이 낭독회로 진행한다. 작년 5월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맞추어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항쟁 기간 동안 매일 릴레이 낭독으로 진행했다. 사전 신청을 받지 않고 2명이 모여도 읽어 나갔다. 마지막 날은 한강 작가님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었다. 맨부커상 이후 세간의 이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직접 찾아와 주어 뜻깊은 시간을 함께 했다. <소년이 온다>는 이미 좋은 작품으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그 내용이 무겁고 힘들어 혼자 읽기 두려웠다는 사람들이 함께 끝까지 읽을 수 있어 좋았다는 후기가 많았다.


릴레이 이외의 1일 모임으로는 단골 고객이 추천하여 진행한 소설집 <안녕, 주정뱅이>가 있다. 소설집 안에 등장하는 알코올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술을 가지고 와서 즐기는 모임이었다. 이 책은 소설집 제목처럼 알코올과 관련된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고 의존에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 단편집이다. 각자가 좋아하는 작품을 읽고 왜 좋아하는지 함께 이야기하며 즐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딱딱한 독서 토론이나 자기계발적이지 않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이색적인 자리로써 자연스럽게 그 안에 문학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최근에는 방향을 전환하여 다른 파트로 활동을 선회하고 있다. 앞선 모임이 문턱이 낮은 모임이었다면 지금 소개하는 모임은 워크숍 형태의 참여형, 강좌의 형태이다. '깊이 읽기'라고 표현하고 있듯이 소설과 시를 전문가(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읽는 시간이다. 자신이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안목이 좋은 자의 선택을 받아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지금 이 순간 : 문학평론가 황현경 님과 함께 한국 소설 읽기 모임이다. 원래의 이름은 '가장 지금의 한국소설'이었다. 과거가 아닌 지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문인들을 낯설어하고 특히, 단편을 어려워하고 읽기 어렵다, 힘들다는 독자들이 있었다. 일단 그 해에 출간한 수상 작품집을 선정하여 지금 활동하고 있는 작가의 수상작을 골라 1시간 동안 두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 단순 해석보다는 은유도 풀이해주고 이 소설이 이런 관점으로 읽으면 재미있다는 점을 소개한다. 또한, 단편 자체를 어떻게 읽으면 좋은가라는 강의도 포함되어 있다. 집중된 강연의 형식이며, 평론가의 전문성도 인정받지만 독자들도 다른 해석과 풀이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평론가가 좋은 한국 소설을 고르고 그것을 다양한 방법으로 읽어 내고,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소개받을 수 있는 자리이다.  

남 모르는 시(詩)들 : 독일어와 불어를 번역하는 최성웅 번역가와 함께 세계시뿐만 아니라 근 현대시를 같이 읽는 시간이다. 남 모르는 시들이라고 정한 이유는 그가 다양한 언어를 자발적으로 좋아하고 번역하는 사람이고,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현대 외국 시와 자체 번역한 개인 소장 텍스트를 함께 읽으며 현대 시의 흐름을 읽어 나간다. 지금 국내 시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형성에 대하여 아쉬움을 갖는 독자들도 있다. 모국어뿐만 아니라 외국어 시를 이렇게 읽을 수 있고, 이런 주제로 쓰고 이런 리듬과 호흡이 있다는 생소한 텍스트를 읽는 자리이다. 애초의 기획 의도는 낯선 시를 더욱 낯설게 읽기였다. 시를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

책상의 시간 : 조해진 소설가와 함께 하는 소설 쓰기 워크숍이다. 기존의 소설 쓰기가 등단을 목적으로 하거나 아카데미에서는 주로 주부를 대상으로 분류를 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 애매할 수 있지만 취미로 써보고 싶고, 취미에서 더 발전시키고 싶은 사람을 대상으로 4-5주 동안 색다른 짧은 단편을 쓰는 시간이다. (1기는 4-5월 진행되어 종료되었고, 2기는 하반기 예정이다)


:


"문학 서점이라는 이름 안에서 활동들은 조금 더 아카데믹한 깊이 읽기가 있을 수 있고, 그전에 소개했던 것처럼 문학이 뭘까, 어렵다 쉽다는 개념 없이 재미있게 직장인과 학생들이 저녁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주제로 공간을 다르게 활용하고 서점에서 하지 못한 것을 해보고 싶어요. 서점 말고 외부에서 기획했던 행사로 '응답하는 시(詩)들의 밤'이 있어요. 기존 시 낭독회는 시인들이 시를 낭독하고 독자들은 듣고 좋아하고 사인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면,  시인에게 주제를 전달하고 그 주제에 맞는 자신의 시를 1-2편을 뽑아 오고, 독자 참여를 받았어요.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 아래 어울리는 시를 시인이 낭독하고 마지막은 독자들도 무대에서 함께 낭독하는 거예요. 좋아하는 시인과 함께 낭독할 수 있는 시간은 특별할 수밖에 없잖아요. 작년에 한번 진행했을 때, 독자 참여는 저조했지만 낭독을 너무 잘해서 시인들도 당황해할 정도였어요. 그분들도 두고두고 잊지 못할 시간이라고 해주었고, 시인만 시를 읽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도 응답할 수 있는 낭독으로 기획했어요. 언젠가 고요서사에서 '응답하는 소설들의 밤'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네요."


지역적 콘셉트: 지역 서점에서 하지 못하는 역할


50평 이상의 지역 서점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여기, 작은 서점에서 대신할 수 있어야 이 공간이 특별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읽는 것뿐만 아니라, 읽는 것 안에서도 혼자 읽고, 나누어 읽고, 소리 내어 읽고, 함께 읽는 여러 가지 형태의 실험을 하고 있다. 쓰기 또한, 깊이 읽기의 연장선이라 판단하여 읽고 쓰기에 관한 모든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창업전에 중점적으로 활동하고 싶었던 기획들이 있었어요. 해방촌이라는 지역 사회에서 작은 서점이 과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그 지역 청소년들과 학교와 결합하거나 서가 자체의 큐레이션하고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문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출판 활동들을 병행하면 출판사 책을 단순히 읽는 것보다 접근하기 편하지 않을까. 다만 언제 시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예요. 최근 메이커스라는 곳에 서점 소개할 일이 있었어요. 공간에 대한 한 줄 설명보다 시(詩)가 읽힐 수 있고 소설이 들리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싶어요. SNS을 통해 간접적으로 서점 활동을 지켜봐 줘도 좋고, 시간 내서 놀러 와줘도 좋아요."






*  special thanks to @slowhand

* 본 강연은 2017년 3월 28일, 제4회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으로 오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 : 고요서사 공식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goyo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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