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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Jun 27. 2017

문학 : 고요서사 (2부)

#서울책방학교4-2강 :  작가와의 만남, 서점과 작가에 대하여

2부의 주제는 '서점과 작가'이다. 조해진 작가님은 고요서사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2004년 등단하여 총 일곱 번째 책이자 세 번째 소설집, <<빛의 호위>>를 최근 출간하였다. 관련 홍보 행사로 바쁜 가운데 이번 책방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특별히 준비하였다. 고요서사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고, 작은 책방이 작가에게 어떤 동력이 될 수 있는지를 직접 들어보는 시간이다. 최근 발표한 소설집에 대한 이야기 또한 나누며 질의응답을 비롯하여 마지막은 소설 낭독으로 이어진다.


서점과 작가에 대하여


- 해방촌 구석에 숨어 있는 서점 고요서사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


: 최성웅 번역가의 불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선생님처럼 생각하며 친분을 쌓았다. 그는 '읻다'라는 소규모 출판사도 운영하며 릴케의 '두이노 비가' 출간에 앞서 고요서사에서 함께 읽는 워크숍을 한다고 했다. 릴케의 시도 궁금했지만 고요서사 이야기도 많이 들었던 터라 궁금했다. 신청하고 보니 해방촌이라는 동네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얼핏 보면 서민촌 같고, 서울의 다른 곳보다 낙후된 느낌이지만 사이사이 불을 밝힌 상점들이 아기자기하고 이야기가 있을 것만 같았다. 전망도 좋고, 동네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서점도 작지만 읽어서 좋았던 책들, 내가 읽고 싶은 책들이 잘 배합되어 있어 그런 분위기들이 좋았다. 주택가 한가운데 작은 서점이 있는데 그 안에 좋은 책들이 많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오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서점을 닮은 느낌이었다. (웃음) 좋은 사람들, 멋쟁이들이 많이 오더라. 개성 있고 편안해 보이는 느낌이었다.


수업이나 강연이 끝나고 책 출간 때문에 바빠서 못 갔지만, 그 근처 갈 일이 있어서 한번 쓱 들렀는데 다행히 나를 알아봐 주었다. (웃음)  그 와중에 소설 쓰기 이야기가 나왔다. 등단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내가 나를 표현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인생에서 한 번은 내가 아니어도 내가 표현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서 한 편의 소설로 쓰고 싶을 때가 있잖은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쓰기 워크숍을 하면 어떨까. 대학이나 아카데믹한 공간이 아니라 동네 서점에서 한번 해보는 것도 의미 있고 재미있을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이 올지 궁금하여 좋은 마음으로 흔쾌히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 그 상황을 더 설명하자면 릴케 강독회 때 작가님이 오셨다. 다시 손님으로 왔을 때는 얼굴보다 목소리를 듣고 대번에 누구인지 기억이 났다. (웃음) 늘 소설 쓰기 워크숍은 하고 싶었다. 릴케 강독회 이후 작가님의 소설을 더 찾아 읽어봤고 다른 기관에서 소설 쓰기 강연을 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작품을 쓰는 작가님과 이 공간에서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분들도 많지만 이 공간과 잘 어울리는 분을 찾고 있었다. 연락처만 받아놓고 고민이 많아 제대로 연락을 못하던 차에 방문하셨다. 그래서 대뜸 소설 쓰기 워크숍을 하면 어떨까요 물어봤는데 바로 좋다고 수락하여 되려 당황했다. 그러나 작가님을 염두하고 기획한 '서점의 시간'이 책방을 통해 이루어진 인연이라서 더욱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대개 작가님들이 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어린 시절의 서점이나 외국의 서점을 떠올리더라. 혹시 서점이라는 공간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는가. 그리고 다른 서점에서 특별한 행사를 진행했다고, 그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 어릴 때의 서점은 표준적이어서 기억이 없는 편이다. 요즘이 더 아기자기하고 특수한 서점이 많이 생겨 좋다. 어린 시절 기억은 별로 없지만 2,3년 전에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미국 미주리의 샌윌슨에서 5개월 정도 생활한 적이 있다. 미국은 동네 서점도 많고 도서관도 많다. 확실히 전반적으로 책을 많이 읽는다. 공항이나 공공장소를 봐도, 애플이 있는 나라이지만. (웃음) 핸드폰 보는 사람과 책을 읽는 사람들 수가 비슷하다. 책이 가장 잘 보급되어 있고 특수화된 서점들도 많다. 여행 서점, 무슨 서점 등등.  


집 근처에 자주 가는 서점이 있었다.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그 공간이 참 좋았다. 동네 사람들이 오고, 할머니들도 와서 서로 안부를 묻고 대학생들도 많이 오고, 아이들 코너도 있었다. 동네 사람들이 와서 책을 읽고 가는 그런 풍경이 좋았다. 그때부터 서점에 대한 로망이 생긴 것 같다. 특히 그 서점은 직원이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이나 최근에 읽은 작품에 대해 추천하는 코너가 따로 있었다. 타이핑이 아닌 자기의 필체로 이 책을 왜 좋아하고, 왜 추천하는지 포스트잇을 써서 붙여 놓았다. 그러면 어떻게 그 책을 안 살 수가 있겠는가.(웃음) 미디어나 출판사의 추천이 아닌 서점 직원이 손으로 써서 추천하는 것이 좋았다. 막연하게 혹시 내가 서점을 한다면 직접 써서 추천한 책을 진열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빛의 호위>>를 출간하고 '위트앤시니컬' 서점에서 유료 낭독회를 했다. 위트앤시니컬은 시집 전문 서점으로 신촌에 이어 합정역에 카페 파스텔 블루의 숍인숍 형태로 서점이 더 큰 분점을 열었다. <<사물과의 작별>>을 낭독하는 자리였는데 유료 낭독회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유료 낭독회라서 출판사의 부담도 덜하고, 2만 원만 내면 책 한 권과 음료 한잔이 포함되어 있어 서점도 책을 판매할 수 있어 서로에게 좋은 윈윈 같았다. 오는 사람들도 지불을 하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꼭 참석을 하는 것 같다. 낭독할 책은 미리 읽고 가겠다는 책임감으로 참석한 25명의 사람들과 함께여서 좋았다. 연극 무대처럼 조명도 비춰주고 중간의 쉬는 시간에는 작가가 선곡한 노래도 틀어주어 작품에 빠질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준다. 나중에서야 그 낭독회에 지인인 미디어 아티스트도 왔다는 것을 알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살다 온  분인데 그 나라에도 작가가 바로 와서 낭독만 하거나 독자와 함께 낭독하는 시간이 매일 저녁 서점에서 펼쳐졌다고 한다. 그런 것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무척 좋았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미스터 버티고의 특정 요일에는 항상 은희경 작가님이 와서 낭독만 하고 간다고 들었다. 소설을 외면하는 시대에서 작가도 작품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 독자도 실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서점 입장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책이 있다, 이런 서점이 있다고 알릴 수 있고, 이런 낭독의 문화가 더 많이 보편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다.


- 은희경 작가님은 오래 일산에 거주해왔고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미스터 버티고가 생긴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 길로 자발적으로 찾아가 하고 싶다고 제안하였고 그 내용이 기사화가 되어 알려졌다. 순수하게 낭독만 하고 독자들은 그  자리에서 실컷 들을 수 있는 자리로 한 달에 1회,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작가님이 행사로 오는 경우는 많지만 서로가 부끄럽고 민망하기도 하여 어느 한쪽이 선뜻 다가서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한쪽이 편하게 제안해주면  서로에게 좋은 자리가 될 것 같다. 비용과 공간의 제약에 대하여 오고 가는 것이 없는 좋은 케이스이자 부러운 사례이다.


위트앤시니컬은 독자와 함께 애초 낭독 문화를 유료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비용 여부를 떠나 다른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신념으로 기획한다고 들었다. 서점에서 문학이나 혹은 다른 장르이든 독자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계속 연구하는 중인 것 같다. 이는 작가분에게도 다른 식의 동기 부여와 체험의 장이 될 거라 생각한다.


반대로 여전히 문학을 어려워하는 일반 독자들이 작은 서점 혹은 동네 서점을 이렇게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거나, 소설이 어렵다면 어떻게 책을 고른다던가, 혹은 서점 추천 코너를 이런 식으로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가.

 

: 일단 서점 주인이 교보 문고 같은 표준적인 서점이 아니라면, 동네와 잘 어울리는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서점을 하고 싶다면 본인이 책을 많이 읽어야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손님은 작은 것에 감동하는 법이다. 내가 말한 미국 서점의 작은 포스트잇 같은 것처럼. 고요서사에서 시도한 '제목으로 시 짓기' 같은 작은 것도, '좋은 문장 발견하기' 같은 것도 포함된다. 고객이 이건 다른 서점과 다르구나를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키워드를 가지고 책을 진열할 때도 서점 주인으로써는 그것을 다 인지해야 하고, 왜 이렇게 진열했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처음으로 북큐레이터라는 말을 들었는데 적당한 표현 같다. 작은 서점일수록 서점 주인의 역할은 반대로 커진다.


미국의 서점처럼 지역사회 사람들이 언제라도 편하게 와주면 좋을 것 같다. 반드시 책을  안 사더라도 서로 소통하는 것은 필요하다. 서점 운영자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무슨 요일 저녁에는 같이 모여서 어떤 유명한 고전을 읽는다든지, 원서를 읽는다든지, 자녀가 있다면 자녀를 위한 어떤 것을 한다든지, 만들기 나름인 것 같다. 지역 사회 사람들을 위한, 문턱이 낮은 서점이라는 표현이 적확하다. 아무 때나 와서 오고 가며 수다 떨듯이, 이런 책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고전이지만 안 읽는 책들도 많으니 그런 이야기도 서슴없이 나눈다면 좋을 것이다.  


- 고요서사를 비롯해서 다른 서점에서도 단골들이 서로의 취향을 알고 제안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모든 제안을 다 소화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살펴보고 공간에서 하면 좋은 것들은 손님의 입장에서 기획된 행사들도 열린다. 고정적으로 낭독회를 한다면 이 작가님을 만나고 싶다고 손님이 제안하기도 한다. 이렇게 독자 입장에서 이 서점을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니 주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누고 이 공간에서 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이 생겨난다면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책을 워낙 좋아하는 분들은 나름의 서점에 대한 꿈들이 있는 것 같다. 작가님도 운영해보고 싶거나 상상해 본 서점이 있는가.   


: 고요서사처럼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서점을 꿈꾸는 것 같다. 내 눈에는 그 빛만으로도... 그 발산하는 빛이 아름다워 보인다. 들어가 보고 싶고, 그 안에 새로운 이야기가 있을 것 같고, 동네의 작은 서점에 대한 로망이 생겨난다. 큰 서점은 자본도 능력도 없다. (웃음)

 

- 마지막으로 워크숍 이야기로 간단히 마무리하겠다. 다음 달부터 소설 쓰기 워크숍을 함께 할 계획이다. 소설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거나 혹 그런 생각이 없더라도 또 하나의 적극적인 소설 읽기로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길지 않은 분량으로 습작도 해볼 수 있고, 서점이 작아서 최대 인원이 7명이다. 보통 다른 곳은 20명을 대상으로 하지만 거의 1대 1로 호흡할 수 있는 자리이다. 다른 서점에서 하고 있는 저자와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자리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다.




서점 운영자로서 <<빛의 호위>>는 꼭 소개하고 싶은 책이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준비했다. 오랜만에 나온 단편 소설집이고, 제목이 '빛의 호위'이다. 이는 소설집의 첫 번째 작품 제목과 같다. 왜 제목을 '빛의 호위'로 정했고, 전체적으로 어떤 흐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소개해달라.  


: 2013년과 2016년 동안의 9편의 단편을 묶었다. 2013년에 발표한 단편이 동백림 사건을 배경으로 한 <<동쪽 伯의 숲>>이었다. 소설을 오래도록 쓰다 보면 여기까지는 타자 이야기, 이제부터는 소통의 이야기라는 식의 구분선은 생기지 않는다. 그저 막연하게 느낌이 오는 것 같다. <<동쪽 伯의 숲>> 을 쓰면서부터 점점 소설이 열려가고 있구나...라는 막연한 느낌이 찾아왔다. 그때부터 작정한 건 아니지만, 조금 더 시대와 지역을 초월한 두 인물, 혹은 두 사람 이상의 순간적인 소통과 유대, 구원의 가능성을 찾아간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낙관적이고 희망찬 사람은 아니지만 이 소설들을 쓰면서부터 소통과 유대, 조금씩 한 순간이나마 반짝이는 그런 희망의 순간을 쓰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 10년 넘게 소설을 쓰면서 발견한 나름의 돌파구일 수 있다. 어쩌면 소설 외적으로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삶의 태도가 바뀐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그때부터 쓴 9편의 단편들을 모으게 됐다. 쓰고 모으다 보니 그 어떤 한순간, 소통과 유대의 한 순간, 그러면서 희망의 가능성을 찾는 한 순간이 '빛의 호위'라는 소설 제목과도 잘 어우러졌다. 그런 소설 전반적으로 빛의 호위를 받는 한 순간들이 조금씩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 <<빛의 호위>>를 표제작으로 선정하게 되었다. 오늘 낭독할 소설도 이 소설이다.  


- 낭독하기 전에 <<빛의 호위>>의 줄거리를 소개해달라.  


: 소설은 두 가지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다. 한국에 있는 '나'와 '권은'의 이야기가 있고 또 하나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유대인 홀러 코스터와 맞물려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만 알마 마이어와 한국의 고아처럼 산 권은이 똑같이 어떤 타인의 배려와 선의에 의해서 살아야 하는 순간을 발견하게 된다.


화자인 나는 반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무단결석한 권은의 집을 찾아간다. 사진작가가 되라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권은이 너무 가난하니까 아마도 팔아서 돈을 마련하라는 의미에서 카메라를 주지만 그걸 받은 권은은 사진 찍는 것의 의미를 알게 되고, 소설에도 표현되어 있다. 프레임에 잠깐 있다가 나가는 걸 발견하게 됐다고. 그렇게 밀폐된 방에서 스노볼을 보면서 혼자만의 방에 갇혀 있던 아이가 방 밖으로 나오게 되고, 피사체를 찾아가는 꿈을 꾸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는 사진작가가 된다.


다른 이야기의 알마는 유대인으로 홀로 코스터 당시 오케스트라 당원이며 연인이었던 장의 도움으로 식료품 지하에서 생존하게 된다. 장이 일주일에 한 번 자신이 작곡한 악보와 식료품을 갖고 찾아오는데 알마는 답답한 지하 창고에서 가끔씩 빛의 환상을 본다. 그것은 아마 가장 행복했던 시절,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을 켰던 시절일 것이다. 그 순간에도 빛으로 둘러싼 악기 상점을 환상으로 보는 장면이 있다.


두 인물 모두가 타인의 호의와 배려에 의해서 환상을 보고 빛으로 된 순간 때문에 살 수 있었던, 생존할 수 있었던 이야기다. 매개는 '나'인데 권은을 도와준 내가 알마와 알마의 아들에 대한 다큐를 보러 미국으로 가고 권은의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상기하는 순간에 대한 소설이다. 설명은 길지만 사실 소설은 짧다. 알마가 지하 창고에서 환상을 보는 순간에 대한 부분을 낭독하고자 한다.




창문이 없던 그곳은 램프를 켜지 않으면 아침이나 한낮에도 깜깜했다. 가끔은 눈을 뜨고 있어도 꿈속처럼 몽롱하고 아스라한 장면들이 허공에 펼쳐지곤 했다. 그럴 때 눈을 한번 꾸욱 감았다 뜨면 어김없이 낯선 거리가 나왔는데, 그 거리에서 유일하게 불이 켜진 곳은 악기상점뿐이었다. 조심스럽게 그 악기상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반갑게 그녀를 맞이해주었다. 그들은 곧 각자의 악기 앞에 앉아 무가나 행진곡 같은 활기찬 연주를 시작했고 그녀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더할 나위 없이 호의적인 미소를 지어 보이곤 했다. 아픈 건 없다고, 살아 있는 한 그 모든 아픔은 위로받고 치유되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속삭이듯이. 흐뭇한 마음으로 그들의 연주에 심취해 있다가 어느 순간 다시 한번 눈을 꾸욱 감았다 뜨면 선율도, 단원들도 그들의 미소도 사라지고 없었다.
 
달콤했던 환영이 사라질 때마다 그녀는 더 외로워졌고 더 쓸쓸해졌다. 어머니가 만들어준 음식을 마음껏 먹는 꿈을 꾸면서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문득 잠에서 깨면 바람뿐인 벌판에 혼자 서 있는 듯한 기분에 견딜 수 없이 추워지곤 했던 것처럼. 이주에 한 번씩 장이 물과 빵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지하 창고를 찾아오긴 했지만 그 무렵엔 누구나 그렇듯 장 역시 가난했으므로 그 양은 보름을 버티기엔 늘 부족했다. 바구니는 가볍고 초라했지만 장은 바구니 밑바닥에 자신이 작곡한 악보 한 장씩을 깔아놓는 걸 잊지 않았다. 빛으로 에워싸인 허공의 악기상점을 본 날이면 그녀는 바이올린을 꺼내 활이 줄에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그 악보들로 연주를 했다. 조명이 없는 무대에서, 관객의 박수를 받지 못한 채, 소리가 없는 연주를....

- 장이 작곡한 그 악보들은 식료품점 지하 창고에서 날마다 죽음만 생각하던 내게는 내일을 꿈꿀 수 있게 하는 빛이었어요. 그러니 난 이렇게 말할 수 있어요. 그 악보들이 날 살렸다고 말이에요.

 -   <<빛의 호위>> 중에서


- 얼마 전 소설집을 다 읽었다. <<빛의 호위>> 에서 빛이 나를 보호해 주는 순간을 카메라 셔터처럼 잠깐 들어오는 빛으로 묘사되어 있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두 사람의 인연들이 쭉 이어져 있다. 외국 인물들도 많이 등장하고 술술 막힘없이 읽힌다거나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인연에 대해서 곱씹게 되는 작품이다. 전반적으로 <<빛의 호위>>가 인연에 관하여 나머지 소설들까지 한꺼번에 관통하는 소설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작년에는 이효석 작품상을 수상하였다. 12년 가깝게 작가로서 쓰는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데 수상이 어떤 영향을 주는가. 소설집에 미치는 영향이 있는지 일반 독자로써 궁금하다.


: 상을 받으면 기분은 좋다. 내가 아주 틀리지 않았다는 위로를 받는다. 한국 문학 독자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작가를 알게 된 계기가 수상 작품집인 것 같다. 독자를 더 넓게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상을 받아서 바뀐 부분은 모르겠지만 위로는 된다. 혼자 쓰는 영역이다 보니, 드라마나 영화 대본은 여러 사람이 같이 회의해서 쓴다고 하지만 소설은 여전히 작가만의 역량이다. 혼자 감당해야 하고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좋아지고 있는 건지 나빠지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다른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확실히 대중의 관심이 높은 편은 아니다. 비유하자면 밤바다 위에서 혼자 떠다니는 조각배 같은 느낌이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른 채 쓸 때가 많다. 작품이 좋다고 호명해주면 그때서야 내 항로가 아주 틀리지 않았다는 느낌과 위로를 받는다.


- 작품집이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겁다. 무겁다는 느낌이 국가와 역사와 관련된 비극들, 역사적인 동백림 사건도 그렇고 독일에 사는 한국인들을 강제 혐의로 귀국시키거나 언급된 재일교포 간첩 조작처럼, 역사 비평으로 쓴 게 아니라 연계된 사항에 개인적인 이야기들, 사회적 경우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작가님은 어두운 편은 아닌 것 같지만 쭉 읽다 보면 쓰기 힘든 이야기들도 많다. 쓸 때의 순간과 현실을 살아가는 일반 사람으로서의 괴리감은 어떻게 분리하고 혹은 나누는지 궁금하다. 생활의 여파는 주지 않는가.

 

: 아무래도 여파는 받는다. 이런 말 하면 믿을지 모르겠지만, 쓰고 읽는 것이 삶의 가장 밀착된 일부분이다. 글을 쓴다고 더 투철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다. 연장선 상에서 닿아 있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리고 내가 변하면 글도 맞물려 변한다. 2년 전에 마흔을 넘겼는데 그 순간, 마흔이 넘었으니 달라지자고 결심한 건 아니지만... 30대의 불안이나 그런 순간들을 지나온 느낌이 들면서 내가 인간다워지는 순간을 찾고 싶었다. 인간적인 것. 소설집의 <<산책자의 행복>>이라는 단편에도 썼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을 더 찾고 싶었다. 그 지점이 1-2년 전에 찾아왔고 소설도 함께 변화해 갔다.  이전 소설이 어두운 편은 아니었지만, 내 생각에는 조금 더 열려 가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소설 쓰는 나와 안 쓰는 내가 절제 선처럼 끊어져 있지는 않다.


- 이것을 쓰면서 제정신을 잃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싶었다. (웃음)





Q&A


Q1_1 : 고요서사의 모든 책들을 다 소화하기 어려울 텐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고 진열하는가. 그리고 편집자를 그만두고 얼마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오픈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작은 서점들이 책과 관련된 이벤트를 많이 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작은 서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A_1: 처음 오픈할 때는 읽은 책 중심으로 서가를 꾸리려고 했다. 처음에는 400권 정도였는데 그 안에서 읽었지만 좋지 않은 책과 비문학은 추려냈고, 좋아하는 작가의 안 읽은 책도 포함시켰더니 대략 340권 정도밖에 채워지지 않아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어떤 서점은 오픈 전에 SNS를 통해서 독자 추천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지양하고 싶었다. 관점이 섞일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래서 독서 취향이 비슷하거나 믿을 만한 사람, 소수 4-5명에게만 물어보고 각 추천 서적을 10권 내외만 받았다. 교보문고도 가서 둘러보고 도서관도 찾아보면서, 웬만하면 다 훑어본 작품을 중심으로 채웠다. 그 이후에는 신간을 들여야 하지만 말 그대로 다 읽을 수가 없다. 하지만 편집자로 있을 때 비교 도서나 참고 도서로 소개글을 보거나 서문을 보거나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은 잡혀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길러진 기준으로 신간을 들였고, 자주 오는 손님에게 추천을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선정 기준이 있다면, 이 공간과 어울리느냐에 있다. 좋은 작품은 많지만 재미가 있어야 한다. 웃을 수 있는 재미만이 아니라 이 공간에서 어렵지 않게 다룰 수 있고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는가이다.  개인적으로 남미 문학은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러시아 문학도 그렇다. 작품성은 뛰어나도 난해하다면 들여놓지 않는다.  스스로도 소화가 가능해야 한다. 산문은 글을 잘 쓰고 숙련된 사람의 글들,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 읽어도 좋은 문장이라면 선택한다. 결론적으로 베스트셀러는 굳이 판매하지 않는 편이다. 가령 정유정 작가님의 <<7년의 밤>>이 무척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지만, 이미 팬층도 두텁고 예약 판매로 쫙 빠지는 책이 과연 이 공간과 어울린가를 생각하면 후순위로 미룬다. 작은 공간의 역할은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선택받지 못하고 노출이 어려운 책을 먼저 택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다른 책에게 더 기회를 주고자 한다.


준비 기간은 편집자로 있을 때 오픈하기 2년 전부터 염두에 두고 있었다. 1년 전부터는 편집자일 때도 동네에 오픈한 서점을 미리 경험도 해 보고, 오픈까지 1달 반 정도의 기간이 있었다. 퇴사하기 전에 틈틈이 메모하고 휴가 내서 부동산도 알아봤다. 일단 하기로 결심하고 퇴사한 순간에도 준비가 부족했다. 책과 책장만 있었고 숍인숍에서 시작해서 인테리어 공사도 필요 없었다. 최소한의 자금으로 시작했다.


말이 많은 부분이지만 이벤트는 작은 서점이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그것과 별개로 실제 하기 싫고 버거워하는 서점도 있다. 손님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실제적인 경영상의 이유 때문에 하기도 한다. 책을 팔아서 수익이 나오는 구조가 아니어서 일정의 소액이나 현금을 받을 수 있고 이벤트로 책을 팔 수 있다. 당장의 도움도 되지만 장기적으로 본다면, 50평 규모의 중형 서점의 장서량에 못 미친다면, 소수의 책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작은 서점이 지속적으로 이벤트를 이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독자들의 발걸음을 잡는 기회가 된다. 고요서사는 1년이 지나서 서서히 시작했지만 여러 면에서 이벤트도 독자들을 위하여 해야 할 역할인 것 같다. 작은 스킨십으로 효과가 좋은 자리들도 있고, 교보문고에서 100명을 모아놓고 하는 것도 좋겠지만, 다른 식의 시도들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책 판매를 해친다거나, "너무 행사로만 가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하나의 역할로써의 서비스라고 생각한다.



Q1_2: 작가님은 소설의 소재를 어디서 얻는지 궁금하다.


A_2: 소재는 작품마다 다 다르게 오는 것 같다. 어떤 작품은 체험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어떤 작품은 책 속에서 얻기도 한다. <<빛의 호위>>만을 예로 든다면, 7-8년 전 폴란드에서 생활할 때 아우슈비츠에 갔던 경험이 있었다. 그때, 이 역사적이고 비극적인 현장을 소설로 쓰기에 내가 과연 해도 되나 싶은 원죄 의식이 느껴졌다. 그럼에도 써야 한다면 이 시대의 한국적인 현실에 맞게 재구성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지금 이 시대의, 우리들의 이야기와 연결해서 쓰고 싶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에세이스트인 프리모 레비와 서경식 작가의 글에도 빚을 진 것 같다.


그리고 스노볼이라는 동그랗고, 그 안에 눈이 내리고 음악이 나오는 사물을 발견했을 때, 개인적으로 느낀 매력적인 부분들... 작가이고 이야기를 만들다 보니 매력적인 사물을 봤을 때는 인물과 같이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사물에 나처럼 매료된 인물이 있다면 어떤 사람일까. 그런 상상을 통해서 소설이 완성되는 것 같다.



Q2_1: 고요서사와 편집일을 겸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A1: 프리랜서로 편집일을 계속하고 싶었다. 서점으로 수익이 얻을 것이라는 기대가 없었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니까 투잡을 해야 한다는 각오로 시작했다. 편집자 일을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회사 생활에 대한 염증은 있었지만 편집이나 교정 일을 손에서 놓고 싶지는 않았다. 운이 좋게도 초창기에 일이 2-3건 들어왔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정말 힘들었다. 밖에서 보면 작업실 같은 느낌도 있을 것이다. 글을 쓰냐는 질문도 받았다. 서점 일이 잡다한 일들이 많다. 하루 종일 엑셀만 하거나 손님이 오면 한두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그래서 서점 마감한 뒤에 밤새 교정을 보거나, 마감이 코앞까지 닥치면 손님이 와도 인사만 하고 일만 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이러려고 서점을 한 것은 아닌데, 주객전도가 되는 것 같아서 과감하게 들어오는 일들을 끊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서점을 통해서 수익을 내보자, 서점과 관련된 기고나 이런 서점 관련 강연이나 행사는 받지만, 편집자로서의 일은 현재 안 하고 있다. 아쉽지만 그럼에도 당분간은 서점에 집중해야 될 것 같다.  


Q2_2: 작가님은 독자와 교류한 경험 중에 기억에 남는 독자가 있는가.


A2_2: 독자와의 인상적인 만남은 위트앤시니컬의 낭독회가 인상적이었다. 책만 읽는다는 것, 그리고 내가 먼저 읽고 그다음에 독자와 함께 읽었던 것이 오래 남아 있다.  사실 독자와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나누기는 쉽지 않다. 독자이면서 함께 글쓰기 수업을 했던 수강생들 중에서 '소설을 읽으면 나도 쓰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라고 말해 주면 구름에 앉아 있는 것처럼 기분이 행복하다.


Q_3: 최근 미디어에서 독립서점이 많이 노출된다. 그것이 서점 운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가.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은 운영자도 있었다. 그리고 실제 매출에도 영향이 있는지, 지금 이렇게 독립 서점이 주목받는 현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A_3: 일단 처음에는 본인도 그 효과를 알 수 없어서 선택하지 못했다. 홍보라는 이유만으로 무례하게 취재 의뢰가 오기도 한다는 것을 소문으로만 들었다. 서점을 이전한 다음부터 두 달 정도는 작심하고 모든 매체의 인터뷰를 다 받았다. 운이 좋아서 김창완 님이 진행했던 KBS 책 관련 프로그램 1회로 나가기도 했고 미디어에도 많이 나왔지만 사실 아무 체감이 없었다. 그다음에 한겨레 ESC 전면으로도 나갔지만 2,3명 정도의 체감 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없구나 싶었지만, 대신에 서점의 현재를 기록할 수 있는 아카이빙은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두 내내 작정하고 인터뷰만 했고 일주일에 2-3회는 촬영이나 인터뷰는 다 했다. 그러고 나서 서서히 효과가 오는 것이 느껴졌다. 여러 가지 요인도 있겠지만, 노출도 무시할 수 없고 네이버 메인에도 목차나 사진으로 올라가고, 2-3달 뒤에 찾아오는 흐름들이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너무 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관점에서 포장에 가깝게 무조건 서점을 좋게만 보거나 낭만적인 질문들이 넘쳐나서 지치게 됐다. 최근에 브로드컬리라는 독립 잡지에서 3년 이내의 서점을 다루는 인터뷰를 5시간 정도 했었는데, 서점 창업에 대한 어두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것으로 이제는 충분하다 싶었던지 이제는 안 하고 있다. 짧게 하는 정도나 방향성이 흥미로운 경우만 하고, 거의 거절하고 있다. 반복되는 인터뷰도 지치지만 소비되는 느낌도 있었다. 아마 선호하지 않은 서점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힘든 이야기를 해도 좋은 이야기만 나가거나, 한가로운 사람으로만 비치는 것들에 대한 감정적 소모가 있다. 다짜고짜 당일 취재를 원하는 매체는 미리 연락해달라고 말하고 거절하고 있다. 왜곡된 기사들도 있고 미디어 노출에 대한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어두운 이야기도 지금 나오고 있지만 서점이 많이 생기는 것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도 어떻게 대답할 수가 없다. 그 흐름에 대해서 말은 해야 하는데, 서로가 모르는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기분이다. 시기상조로 과다하게 노출이 많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개인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아닌 것 같다.



Q_4. 노출도 많이 되고 소위 핫플레이스에 입점한 서점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렇다면 동네 주민과 소위 구경꾼 같은 외부 유입객의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A_4: 일단 고요서사는 월세를 낮추고 싶었고, 애초 주택가에서 하고 싶었다. 원 주민과 교류할 수 있을까에 대해 기존 서점 운영자들로부터 힘들다는 이야기는 들어왔다. 망원동과 염리동도 주택가이지만 기존 주민들도 낯설어한다고 한다. 낮 시간의 동네에 어르신들이나 육아 중인 젊은 엄마들밖에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대한 바도 없지만 현실적인 이유에서 혹은 풍경 때문에 역세권이 아닌 주택가를 선호했다. 해방촌으로 온 이유 중 하나가 1인 가구가 많다고 들었다. 30-40년 살아온 주민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오히려 서점 걱정을 많이 하지 오지는 않는다. (웃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1인 가구 주민들도 서서히 찾아왔다. 지나가다 몇 번 보고 들어오기도 하고. 한때는 자주 오는 경우가 있어서 40% 정도가 주민 방문객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해방촌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주말에는 외부 독자들, 구입 목적이 아닌 투어나 구경으로 찾아오고 사진만 찍는 이용객들이 많아졌다. 구경꾼은 받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고, 꼭 책을 사야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책을 사주면 고맙지만 그렇게 2-3시간 구경만 하고 가는 분들도 있다.

궁극적으로 동네와 교류하기를 원하는 편인데 다행히 인근에 여고가 있어 좋은 선생님들이 지원금이 나오는 행사가 있으면 여기서 하려고 하거나 도서관 책도 구매해 준다. 어떤 학생은 1주일 내내 서점에서 책을 읽기도 했다. 서점에서 해줄 수 있는 일들, 가령, 수업 대신에 서점에서 책을 읽고자 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런 식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은 있지만 시작부터 작정하고 마을 공동체 활동에 뛰어들지는 않는다. 그래도 고민은 늘 하고 있다. 외부 손님들도 좋은 분들이고 자주 와주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결국 과연 동네 서점으로만 분류가 될까라고 묻는다면 아직은 멀었다고 답할 것 같다.   






* special thanks to @slowhand

* 본 강연은 2017년 3월 28일, 제4회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으로 오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 강연 이후 소설 낭독은 생략됐으며, 본문 중 삽입된 소설은 강연과 무관합니다.    

* 이미지 출처 : 고요서사 공식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goyoboo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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