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쳐와 팬덤문화 첫번째 시간. 오타쿠
<화성인 바이러스 꽃미남 의대생 편>에 이어 한국에서 방영된 <화성인 바이러스 십덕후편>의 오타쿠의 수용이 한국에서 만연한 오타쿠의 인식이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시각을 아직도 가진 사람은 주변에 넘쳐난다. 하지만 나는 한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화성인 바이러스>의 MC가 계속해서 내뱉은 오타쿠에 대한 편협한 시각을 바꿀 수 있었다. 예전엔 ‘아 오타쿠는 당연히 변태겠지’, ‘오타쿠니까 저런 행동을 하지’라고 생각했던 것이 일본 만화 <현대 시각문화 연구회>를 보고 난 후, 이번 수업시간엔 MC들을 바라보며 오타쿠에 대해 ‘왜 저렇게 밖에생각 못 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이 만화가 창작된 ‘오타쿠의 고장’ 일본에선 약 20년 전만 해도 잔혹한 변태 범죄자로 묘사되거나 부정적으로 그려졌다. 하지만 <현시연>은 약 10년 전에 창작된 만화로 오타쿠 인식전환의 한 획을 긋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이렇게 나에게 이번 <화성인 바이러스 꽃미남 의대생 편>은 <현시연>을 통해 변화된 오타쿠에 대한 인식을 깨닫게 해줬다.
처음 현시연의 부원들을 보았을 때 뭔가 의아했다. 내 속에서 생각했을 때 오타쿠 집단은 매우 폐쇄적이고, 그리고 사회성도 없는 집단 같았다. 하지만 그 속의 동아리 부원들은 매우 친해 보였고, 그것을 학교 중앙동아리처럼 가지고 있을 정도로 끈끈하기도 했다. 이것은 내 오타쿠문화에 대한 편견이었고 그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소심한 성격의 주인공인 사사하라칸지가 진정한 오타쿠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동아리를 해나가면서 사사하라도 발전해갔고, 그도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소심한 성격을 아주 조금 벗어난 부분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마지막에선 오타쿠들도 사회성이 존재하고, 그들도 우리랑 별반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란 점을 깨닫게 되었다.
또 주목한 점이 있었다. 이들의 문화 속에는 다양한 만화들과 함께 야한 동인지나 피규어도인상 깊었다. 내 머릿속의 오타쿠들은 실제 여성들과의 교류 없이 이러한 야한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하나의 가지로서 야한 애니 속 여성만 바라보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 속주인공들은 물론 애니메이션 속 여성들도 좋아하지만, 그에 더불어 오타쿠가 아닌 여성들도있었고, 후에 이 동아리는 오기우에라는 여성이 중심축을 이루기까지 한다. 오타쿠와 자아실현현시연에서 오타쿠들은 자아발전도 하고 있었다. 주인공인 사사하라는 열심히 준비해 만화회사 취업에 성공한다. 아주 소심한 성격이었던 그가 취업해서 타인과 사회 생활할 정도까지 많은 자아발전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그의 여자친구인 오기우에도 많은 발전을 했다. 맨 처음에 동아리에 들어왔을 땐, 오타쿠 혐오 정도로 오타쿠를 매우 싫어했다. 왜냐하면, 중학교 시절 동인지를 창작했을 때 너무 많은 친구에게 놀림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시연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 트라우마를 깨게 되었다. 이 트라우마를 깨게 도와준 것은 현시연의 사람들이다. 그리고 함께 동인지와 같은 2차 창작물도 만들게 된다. 그리고 편집자인 사사하라와 함께 그녀는 자신이 몇 년 동안 트라우마를 갖고 있던 만화를 다시 그리게 된다. 어찌 보면 애니 속 발전을 이뤄낸 오기우에와 사사하라는 발전이 아닌 현실사회 속 자신의 모습을 조금 숨기고 현실사회에 적응하려 노력한 존재들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자신의 자아의 완벽한 발전이아닌 현실사회의 적응도 그들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현실과 접목해봤을 때 이 <현시연>의 주인공들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어떤 사람은결국 졸업을 하고 일반적으로 성공이라고 일컬어지는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은 취직을 못 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은 자신의 적성과는 반대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기도 하다. 이것은 포스트모던에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만화를 본 뒤 이렇게 현실과 접목해 생각해봄으로써 완벽하게 오타쿠에 대한 편견을 깼다고 하긴 힘들어도, 오타쿠에 대한 좀 더 넓은 시각을 갖게 될 수 있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MC들처럼 오타쿠를 편협하게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대학생들도 각자의 삶이 다른 것처럼 <화성인 바이러스>에 등장한 ‘꽃미남 의대생’과 ‘십덕후’도 오타쿠 문화 속에서 그들의 삶은 그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