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혼의 기록」

조항보다 존중

by 루치올라
‘나타날 저(著)’는 드러냄이다.
내 안의 생각이 세상에 닿는 순간,
그것은 ‘지을 작(作)’이 된다.
그렇게 세상에 태어난 창작에는,
마땅히 ‘권세 권(權)’이 따른다.



저작권은 법이 아니다.

그건 창작자의 삶이 가진 무게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곧 정의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존재하는 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지켜내는 양심이다.


저작권은 단지 법에 적힌 조항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기억하겠다는 사회의 약속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법이 맞지만,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법적 효력을 부정하는 말이 아니라,

삶의 무게는 법만으로는 담아낼 수 없다는 선언이다.


진짜 저작권은 조항이 아니라, 존중에서 시작된다.



이 글은

내가 실제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쓰였다.

지방의 한 군 단위 지역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내 창작물이 버젓이, 뻔뻔하게 사용되고 있다.

나는 군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개인이 기관을 상대로 목소리를 낸다는 것,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나의 표현과 창작에 대한 정당한 권리를,

그리고 그 공정한 권리를 송두리째 빼앗겼다.

그리고 함께 빼앗긴 것이 있었다.

사람에 대한 신뢰, 사회에 대한 기대,

그리고 세상이 내 창작을 존중해 줄 거라는 아주 작은 희망.

저작권은 단지 법의 조항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엄을 보호하는 울타리이자,

창작자가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경계선이다.

그 선이 무너졌을 때, 남는 건 오랫동안 곪아가는 상처뿐이다.

나는 수많은 밤을 견뎠다.

새벽을 넘기고,

동이 트기 직전까지 화면 앞에 앉아 작품을 다듬고,

아이디어를 붙잡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그 시간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내 안의 모든 것을 끌어올려 바깥으로 꺼내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그 작품에는 내가 살아온 감정, 견뎌낸 외로움,

버텨낸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도둑질해 갔다.

이름도 없이, 사라지듯이.



그리고 나는 그날부터 매일,

존재의 일부가 아니라 존재의 전부를 도둑맞은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그 이후 나는 달라졌다.

사람에 대한 불신이 생겼고,

세상은 더 이상 나를 지켜줄 울타리가 아니게 되었다.

다시 펜을 들 때마다, 이 문장도, 이 감정도 누군가 가져갈까 봐,

아이디어보다 두려움이 먼저 떠올랐다.

그때부터 무너짐과 지연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창작이란,

고통과 시간을 견디며 자신을 세상에 증명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훔쳐간다는 것은,

그 사람의 존재를 지워버리는 일이다.

말없이 이뤄졌다는 이유로, 덜 잔인했던 것은 아니다.

그 상처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피도 나지 않았고, 부러진 뼈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매일,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처럼 피폭된 채 살아갔다.

보이지 않는 폭력, 기록되지 않는 폭발,

공기처럼 스며들어 신뢰와 자존을 파괴하는 파장.

그것은 칼보다 깊었고, 총보다 날카로웠으며,

어떤 무기보다 아프고 강렬한 통증이었다.

단 한 번의 침묵 속 도용이 평생을 흔드는 트라우마로 남았다.



나는 생각했다.

차라리 진짜 무기에 다쳤다면, 사람들이 알아봐 줬을까.

"아프다"라고 말할 수 있는 상처를 가졌다면, 이 고통이 덜했을까.

하지만 이 고통은, 표정도 없이 사람을 무너뜨린다.

작품 하나를 마주할 때마다, 나는 오늘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처럼 심장을 부여잡는다.

때로는 육체적 고문보다 더 고통스러운 게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홀로 감당해야 하는, 심리적 고문이다.

내가 만든 작품, 그 한 점을 지켜보며 수없이 밤을 지새우고,

동이 트는 줄도 모르고 울었던 시간들.

그 억겁의 시간 위에 또 억만 겹이 쌓였다.

그리고 그 고통은 지금도 스토커처럼 따라다닌다.

내 이름 없이 쓰인 그 작품을 볼 때마다,

그 지역을 지날 때마다, 나는 다시 피폭된다.



누군가는 "그거 하나쯤"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나에겐 단 하나였고, 전부였다.

그 전부가 조용히, 그리고 영원히, 내게서, 내 영혼까지 훔쳐졌다.

이건 끝나지 않는 고문이다.

피도 없고, 소리도 없지만, 존엄이 사라지고,

신뢰가 부서지고, 창작자로서의 나 자신이 붕괴되는 침묵의 고문이다.

아픈 마음의 상처를 이끌고, 그래도 나는 오늘 이 글을 쓴다.

지워진 것을 다시 말하고, 숨겨진 고통을 드러내기 위해.

실제 겪은 사람으로서, 그 고통을 기록하기 위해.

그리고 다시는,

누군가의 창작이 그렇게 사라지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열정이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글을 바친다.


저작권이란 단순한 소유권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존엄이며, 존재의 증명이다.
창작자는 세상을 밝히는 작은 빛이다.
우리가 그 빛을 지킬 때, 세상은 더 따뜻하고 더 인간다워진다.





이 글로 복수할 수는 없겠지만,

그저 잊히지 않기 위한,

그리고 다시는 같은 상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내 영혼의 기록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년등과 – 너무 이른 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