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등가교환
앞으로 닥쳐올 나쁜 일을 다른 곤란으로 미리 겪음으로써
크기가 같지 않은 것을 서로 바꾸어
대신하는 것
이것이 부등가교환
액땜이라 하겠다.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겪은 사람은
이런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차라리 끝이었으면 좋겠다고
그 생각을 부정할 수 없다
고통이 너무 깊을 때
살아 있다는 사실조차 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만약
지금 내가 잃은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면
그 잃음으로 인해
더 큰 고통을 피한 것이라면
그건 단순한 손실이 아니라
무언가를 대신 막아낸 지불이다
우리는 그걸 액땜이라 부른다
그걸 잊지 못하면
그 시간은 불행으로만 남는다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기억은
몸에 병이 되어 스며든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왜 나만 이렇게 힘든 걸까
하지만 아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불행은 저마다 다르다
찾아오는 시기도 모양도 강도도 다 다르다
그래서 우리가 겪은 힘듦은
어쩌면 더 크고 더 깊은 고통을
미리 대신 겪은 일일지도 모른다
인생에는
겪지 않았기에 상상조차 못 할 불행들이 있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았기에
이름조차 붙지 않은 고통들이
어쩌면 우리 곁을
조용히 스쳐간 적도 있었을 것이다
액땜이라는 말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진실을 가리킨다
우리가 겪은 손해 억울함 실패 이별은
더 큰 재앙을 막아낸
조용한 대가였는지도 모른다
삶은 종종
말없이 균형을 맞추는 방식으로
우리를 살려낸다
그러므로 액땜은 불운이 아니다
불운을 대신한 용감한 지불
우리가 아직 살아 있다는
조용한 증거다
심리학은 말한다
정리되지 않은 고통은
몸이 대신 기억한다
해석되지 않은 감정은
내면의 독이 되어
육체에 증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니 지나간 아픔은
그저 후회로만 남겨두어선 안 된다
막아낸 액운의 흔적으로
다시 새겨야 한다
고통은 해석되어야
비로소 치유된다
그때의 상처에 이렇게 묻자
왜 그런 일이 있었는가가 아니라
그 덕분에 아직 지켜진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의 방향이 바뀌어야
면역이 된 기억으로 남는다
그렇지 않으면
겪은 일이
앞으로 겪을 일에게
끊임없이 해코지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