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우

생각 낭비

by 루치올라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 없겠다
티베트 속담

고작 속담 한 줄이 인간의 가장 뿌리 깊은 불안을 간파한다
걱정은 마치 무언가를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 채
마음만 갉아먹는다

사람들은 자꾸 머릿속으로 미래를 산다
아직 오지도 않은 불행을 지금부터 견디며
존재하지도 않는 고통에 스스로를 내던진다

그것이 바로 기우다
하늘이 무너질까 봐 벌벌 떨며
오늘을 잃어버리는 삶

기우는 처음엔 신중함처럼 보인다
하지만 곧 습관이 되고
성격이 되고
결국엔 병이 된다

누군가는 걱정을 준비라고 착각하고
누군가는 책임감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질질 끌려가는 것이다

걱정은 예언이 아니다
예상도 아니다
그저 상상일 뿐이다
그 상상은 너무 자주
현실보다 더 잔인하다

문제는
그 상상에 너무 오래 머물다 보면
진짜 현실이 보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오늘이 흐려지고
아직 도착하지 않은 내일의 재난만 또렷해진다

걱정은 결국 마음의 구조를 망가뜨린다
불안은 그 틈을 파고들고
반복된 걱정은 강박이 되고
강박이 심해지면 결국 공황에 이른다.


걱정이

우리를 구해준 적이 있었던가.

그건 언제나 마음을 침식시키는 조용한 수렁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