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법소년
"만들어지는 악 "
암은 처음엔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세포에서 시작한다.
아무렇지 않게 증식하다가, 결국엔 덩어리가 되고,
몸 전체를 병들게 하며 극심한 고통을 남긴다.
마지막엔 삶을 앗아가고, 죽음에 이르게 만든다.
그 시작은 너무도 미약했지만, 방치된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파괴였다.
악도 그렇다.
악은 태어나지 않는다.
악은 만들어진다.
누군가를 해칠 무기를 들고 태어나는 아기는 없다.
그러나 잘못된 제도와 무관심, 방치와 왜곡된 욕망이 아이들을 조금씩 바꾸어 간다.
죄책감 대신 계산법을 배우고, 책임 대신 면죄부를 먼저 익힌다.
그렇게 하나의 작은 ‘악의 아기’가 자라난다.
촉법소년 제도는 그 대표적인 산물이다.
“어리니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는 보호였으나,
그 보호막은 이제 범죄의 인큐베이터가 되어버렸다.
아이들은 빠르게 눈치챈다.
“이 나이엔 무엇을 해도 괜찮다.”
그 순간, 죄의식은 줄고 대담함은 커진다.
작은 악은 이렇게 자란다.
처음엔 장난 같았던 행동이, 곧 호기심이 되고,
마침내 타인의 삶을 파괴하는 범죄로 터져 나온다.
마치 암세포가 조용히 증식하다가 어느 순간 온몸을 위협하듯,
악의 아기는 제도의 빈틈 속에서 자라 사회 전체를 위협하는 악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이 악은 혼자가 아니다.
그 뒤에는 눈을 감은 어른들이 있고,
무력한 제도가 있으며,
“나와 상관없다”는 방관이 있다.
악은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그림자는 사회 전체의 책임이 드리운 결과다.
우리가 직면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악을 탓할 것인가,
아니면 악을 길러낸 제도와 사회를 직시할 것인가.
법은 해결해주지 않는다.
법적으로 손쓸 방법이 없다.
이 악을 길러낸 건 제도의 허점이자 어른들의 방관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악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방치한다면, 그 작은 악은 반드시 자라난다.
그리고 그날, 우리 모두는 우리가 길러낸 악과 함께 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