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부조화: 꽃길만 있다는 무서운 착각

"좋은 일만 계속되리라는 믿음이, 왜 우리를 더 고통스럽게 만드는가"

by 루치올라

“꽃길만 걷자”는 말은,

인생은 고통이 없어야 한다는 착각을 심는다.

그 착각은 언젠가 좋은 일만 계속되리라는 비정상적인 가치관을 낳고,

그 비현실적인 망상은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더 큰 좌절을 만들어낸다.

결국 우리는 고통 자체를 부정하기에 이른다.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왜 당신의 인생이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질문 안에는 삶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이 담겨 있다.

자연을 바라보면 그 이치는 더욱 분명해진다.

겨울을 견디는 나무, 짓밟혀도 다시 피어나는 잡초,

생존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야생동물과 길고양이,

그리고 작디작은 개미조차도

자세히 오래 들여다보면, 이 지구에 ‘힘들지 않은 생명’은 없다.

모두가 다르게 힘들고, 각자의 계절에 따라 고통을 견디며 살아간다.




주역에서는 “일음일양지위도”라 했다.

한 번은 음이 되고, 한 번은 양이되는 이 지극함이 조화를 이룰 때,

그것이 곧 도(道)라는 것이다.

도라는 게 별거겠는가.

밤이 지나면 낮이 오고, 슬픔이 지나야 기쁨이 온다.

인생이란 본래 기쁨과 슬픔, 탄생과 죽음이 함께 공존하는 길이다.

고통은 예외가 아니라, 삶 그 자체다.




오히려 ‘고통은 없어야 한다’는 비현실적인 전제가 우리를 혼란과 착각에 빠뜨린다.

착각은 기대를 만들고,

기대는 실망과 분노를 낳는다.

그때 우리는 더욱 외로워지고, 나만 잘못된 것 같고,

세상에 대한 믿음마저 흔들린다.

하지만 잘못된 건 고통이 아니라, 고통이 없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이제 우리는 정말 듣기 싫어도, 보기 싫어도 직시해야 한다.




‘꽃길만 걷자’는 말이 얼마나 달콤한 위로처럼 들리면서도,

얼마나 위험한 착각을 만들어내는지를.

때로는 가시밭길 위에서도 꽃은 피어난다.

그 사실을 기억하는 믿음이야말로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지혜를 선물해 준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생명의 이치이며,

우주의 조화 속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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