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의 사계절」

우리는 그렇게 계절을 겪으며, 사랑을, 삶을, 나를 배운다.

by 루치올라


봄 – 흔들림으로 피어나는 사랑과 시작들



봄이 왔다.

햇살이 조금씩 따뜻해져 마음도 풀리는가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꽃잎 위에 눈이 내린다.

더웠다가 추웠다가, 바람이 불었다가 멈추었다가,

“이게 정말 봄 맞아?” 싶은 날들이 이어진다.


마치

첫사랑에 두근거리다, 상처받고 조용히 등을 돌린 미숙한 사랑의 마음 같다.

설레지만 서툴고, 애틋하지만 금방 아파지는 계절.

봄은 언제나 그렇게 뒤죽박죽,

시행착오로 가득한 출발선이다.


이건 사랑뿐만 아니다.

처음 장사를 시작한 사람도,

갓 태어난 아이를 안은 초보 엄마도,

취업을 앞두고 세상 앞에 선 청년도 그렇다.

모든 시작에는 불안과 설렘이 엉킨 감정,

그리고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함께한다.


봄은, 그런 마음들을

하나씩 겪게 하고,

넘어지게 하고,

조금씩 자라게 만든다.






여름 – 달릴 수밖에 없던 계절


봄을 지나 여름에 이르면

세상이 갑자기 속도를 낸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쏟아지는 햇살처럼

사방에서 기대와 경쟁이 내리쬔다.


“이젠 괜찮아졌어.”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지만,

어느 날은, 너무 더워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일이

소진이라는 모양으로 돌아올 때도 있다.


그래도 여름은 멈추지 않는다.

애써 일어나고, 다시 달린다.

이 계절은 지치면서도,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니까.


여름은 우리에게 묻는다.

“버텨낼 수 있겠니?”

그리고 그렇게 견디다 보면,

내 안에 조금씩 단단함이 자란다.






가을 – 내려놓을 줄 알게 된 계절


가을이 오면, 나는 잠시 멈추어 선다.

한참을 달려온 뒤에야

비로소 무엇이 소중했고, 무엇이 불필요했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가을은 무르익은 벼가 고개를 숙이는 시간이다.

말 대신 침묵이 말이 되고,

욕심보단 정리가 어울리는 계절.


사랑도, 일도, 관계도

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보게 된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감사와 다짐이 천천히 스며든다.





겨울 – 멈춤은 끝이 아니라, 품음이다


겨울은 얼어붙은 계절이 아니다.

가장 깊이에서 생명이 숨 쉬는 계절이다.

겉으로는 멈춘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쉼을 배우고, 회복을 준비한다.


어쩌면 실패 뒤의 시간,

관계가 끝난 후의 적막,

일을 그만두고 난 뒤의 공백…

그 모든 순간이 인생의 겨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봄은,

언제나 겨울의 한가운데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서 겨울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될 용기를 품고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산다


봄에 흔들리고,

여름에 달리고,

가을에 내려놓고,

겨울에 회복하며.


우리는 그렇게

사랑하고, 일하고, 관계하고, 살아간다.


실수는 늘 따라오고,

후회는 사계절 내내 흩날리지만,

그 모든 시행착오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성숙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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