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다는 것에 대하여」

"착하다는 말은, 내가 얼마나 아픈지를 가린다"

by 루치올라

그 사람은 참 착했다.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가장 착한 사람이었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에도 따뜻함이 배어 있었고,

자신보다는 늘 남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내가 장난처럼 물었다.

“등 한 번만 보여줘. 혹시 날개라도 숨겨져 있는 거 아냐?”

그랬더니 그는 웃었다.

항상 그랬다.

무례한 말에도 웃고, 부당한 대우에도 이해했고,

상처받아도 말없이 넘겼다.


그는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일을

세상에서 제일 두려워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자신이 상처받는 쪽을 선택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래도 넌 참 착하잖아.”

그 말이 칭찬이 아니라,

자기 파괴를 조용히 허락하는 면죄부라는 걸 아무도 몰랐다.


착한 사람이라는 말은

그를 고립시켰고,

그의 가정을 무너뜨렸으며,

그 자신을 가장 나중으로 미뤘다.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나 커피 마시고 싶다.”


그 말속에는

‘나는 나가기 싫다’는 감정이 담겨 있다.

춥다고, 덥다고, 귀찮다고.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은 피하면서도,

그 불편함을 누군가가 대신 겪는 건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밖이 너무 춥다.”

그래서 자기는 나가지 않으면서,

그 차가움을 대신 누군가의 살갗이 느끼는 건 괜찮다.

“오늘은 너무 덥다.”

그래서 자기는 앉아 있으면서,

그 더위를 누군가가 걸어가며 대신 겪는 건 괜찮다.


그는 그런 말들에 조용히 일어났고,

항상 대신 움직였다.




그가 겪은 추위는

살갗을 파고드는 칼바람이었다.

그가 흘린 땀은

눈물처럼 이마를 타고 흐르는 무언의 복종이었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사람’으로,

늘 그렇게 감정을 삼켰다.


그는 부탁하지 않아도 움직였고,

도와달란 말 없이도 짐을 들었다.

그렇게 그는

누군가가 피해야 할 고됨과 감정을

‘대신’ 느끼고, ‘대신’ 짊어지고, ‘대신’ 무너졌다.




그리고 그렇게,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채

조용히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네가 그렇게까지 착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나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은 참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지연된 해악이었다.

그의 착함은 천사가 아니라,

자신을 천천히 지워가는 과정이었다.


착하다는 건 미덕이 아니다.

무모한 착함은, 해악이다.

그것은 가정을 무너뜨리는 병이며,

자신을 끝내 텅 빈 껍질로 남게 만드는 독이다.


그의 웃음 뒤에는 늘 눈물이 있었고,

그의 침묵 뒤에는 설명되지 못한 고통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알겠다.

세상에서 가장 큰 복수는, 그 착한 사람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것이다.


그를 함부로 대했던 사람들,

그의 착함을 당연하다고 여겼던 사람들,

그를 이용하고, 편하게 기대고,

필요할 때만 찾았던 사람들은 결국 깨닫게 된다.


그 사람은 세상에 흔히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다는 걸.

그 사람은 너무 귀했고,

그래서 더 이상 그 누구도, 그와 같은 사람을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것.




그들은 뒤늦게 애타게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남은 그들의 삶은,

자신이 얼마나 잔인했는지를

평생 기억 속에서 되새기며 살아야 하는 형벌로 바뀐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후회 속에서,

그들은 안다.

착한 사람을 떠나보낸 자신이,

결국 가장 못된 사람이었다는 걸.


기억은 용서하지 않는다.

착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착함의 부재는

그들을 영원한 고립과 그리움 속에 가두는 진짜 복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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