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길을 방해하는가」

"도로 위에 모습을 드러낸, 숨어 있었던 화"

by 루치올라

뉴스나, SNS에서 보복 운전이나 분노 운전 이야기를 종종 접한다.

욕설, 경적, 고의 추돌, 심지어 야구 방망이나 망치, 흉기까지 들고 나오는 장면은 무섭고 놀랍다.

“저게 저렇게까지 화낼 일인가?”

“도대체 왜 저렇게 까지 행동을 하지?”

하지만 그 운전자를 단순히 제정신으로 살지 못하는

인격장애인으로 만 볼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사람의 보이는 분노 너머에 숨은 감정에 관심을

가져 볼 필요가 있다

마음 깊은 곳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어떤 고통이 있었을지 모른다.




투자 실패, 직장에서의 모멸감, 깨진 인간관계,

갑작스러운 이별, 장기화된 우울감.

삶의 피로와 감정의 고립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작은 자극 하나에 터져 나오는 것.

그것이 바로 도로 위에 모습을 드러낸, 숨어 있었던 화이다.

모습을 드러낸 화는 상대를 자신의 인생 전체를 막는 사람처럼 인식해 버린다.

방향지시등 없이 끼어들고,

느린 속도로 주행하고,

경적을 울리고,

어쩌면 단순해 보이고 가볍게 넘길 이런 일들을

절대 단순히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해’, ‘걸림돌’ 무시와 같은 이름으로 재해석하고,

확대 재생산시켜버린다.

그리고, 결국

그 위에 자신의 삶 전체의 억울함 분함을 덧씌운다.




그러나 사실 그들도,

내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름의 어떤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모든 감정을 나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도,

내 안에 화가 쌓여 있다는 것도,

나는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오롯이 탓하기 바쁘다.

"탓"을 해야 그 순간은 내가 정당화되니까.

그런데 만약,

이 같은 화를 끝내 인지하지 못한다면?

나 또한 어느 날 뉴스 화면 속 인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평소엔 조용했다는데요.”

“그럴 사람 아닌 줄 알았어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가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상황과 마주했을 때를 위해,

감정 통제능력이 아닌 감정처리 능력을 미리 훈련하고 키워낼 필요성이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 웹툰이 픽션임에도

나의 재미나 행복으로 생각하고, 접하듯이

한 번쯤은 상상해 보는 것이다.

내 앞에 거슬리는 사람을 볼 때

감기약으로 몸이 무거운 상태인가?

전날 깊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나?

실연이나 상실의 고통 속에 운전대를 잡고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혹은 초보 운전자일 수도 있을 거야!

불안 증세로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운 상태였을지도 모르잖아

이 모든 가능성을 떠올려보는 것은, 반드시

착한 마음에서가 아니다.

내가 성숙해서도, 이상적으로 살고 싶어서도 아니다.

그건 바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다.

그렇게 한 걸음 물러서서 상황을 다시 보면,

내가 겪은 일을 "무시', ‘방해’나 ‘모욕’으로 해석하지 않게 된다.

상대는 의도적으로 내 인생을 가로막은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속도로 버티고 있는 또 하나의 인간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화"는 불이다.

처음엔 작은 불씨에 불과하지만, 방치하면 온 산을 태우는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불이 번지기 전에 알아차리고 조기진화해야 한다.

내 안의 화를 조기에 알아차릴 수 있다면,

사건의 주인공이 되는 일은 내 인생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을 수 있고,

무너지고 흩어지는 나까지 구할 수 있다.


나는 이 글을 도덕을 말하기 위해 쓰지 않았다.

누군가를 이해하라고 가르치고 싶은 것도 아니다.




그저 이 짧은 글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당신도 나도, 조용히 화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화는,

제때 알아차려야만 조용히 꺼질 수 있다는 것을.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내 안의 화를 조기에 진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야만 나를 태우지 않고 내가 나를 보호하고 지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넬슨 만델라

“분노는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누군가에게 던지려는 것과 같다.
먼저 데이는 것은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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