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을 포기한 세대가 늘어나는 한국
요즘 세대를 N포 세대라 한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에서 주택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 세대로, 꿈과 희망을 포기한 7포 세대까지 기본 욕망을 포기하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으로서 사람답게 살고 싶어도 경제적 여건이 여의치 않아 기본적인 욕구마저 포기하게 만든 안타까운 사회다. 주변에 사는 아내 친구들이 모이면 온통 화제가 결혼하지 않은 자녀 때문에 골치를 썩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통계자료에 나타난 21년 현재 한국사회의 30대 미혼율이 42.5%나 되고, 3~40대 캥거루족이 65만 명이라는 통계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 같다.
자본이 사회를 지배하면서 빚어진 현상이 아닌가 싶다. 3~40년 전만 해도 돈이 없다고 연애를 포기하거나 결혼을 못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고 노력을 하면 희망은 있었다. 성공도 출세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힘이 들어도 아이를 낳고 재형저축이나 적금을 부어 내 집 마련의 꿈을 꾸며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 돈이 곧 권력이고 신분이 되는 사회가 되면서 법이 보장하는 최소한의 자유조차 잃고 말았다. 돈 없는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개인의 표현의 자유조차 꺼낼 수 없는 사회가 되고 말았다. 누구나 똑같이 배우고 도전하고 꿈꿀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말았다.
거의 모든 게 상품으로 취급되는 사회에서 돈 없이 살 순 없다. 먹고살려면 돈이 필요할 수밖엔 없다. 문제는 돈이 삶에 필요한 도구가 이상으로 최고의 가치로 되어버린데 있다. 사랑과 우정, 도덕이나 윤리, 정의나 명예 등 인간답게 아름다운 삶을 사는데 필요한 것은 많다. 그런데 돈이 다른 모든 가치들을 지배하는 사회로 변했다.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부정이든 탈법이든 일단 부자가 되면 성공으로 인정하는 사회다.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물신숭배 사회는 개인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 된 것이다. 현실 사회 우리의 민낯이다.
부동산이나 주식 사기에 넘어간 서민 빚쟁이들이 수두룩하다. 온갖 추악한 짓을 벌여 서민들을 빚쟁이 만들고 자신의 말 잘 듣는 하인이 되게 만든다. 결혼보다는 싱글로 지내면서 우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환상을 심어주기도 한다. 돈 많은 귀족을 꿈꾸며 오랫동안 노동 시장에서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녀 갈등을 경험케 하여 가족 연대를 구속이라 말하고 화려한 싱글의 삶을 유혹한다. 평범한 연애와 결혼을 방해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차일피일 미루다 연애와 결혼이라는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연애와 결혼이 자신을 구속하는 것으로 자위하면서 말이다.
문명이 진화될수록 일자리는 줄어들기 마련이다. 생산활동 인구는 줄어들면 경기는 침체는 자동적으로 따라온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경제 위기는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대량의 돈의 노예가 양산되고 기업이 부도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 거품 또한 드러나고 말 것이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IMF 위기에서 경험했던 것처럼 경제 위기가 발생되면 돈의 위력을 더 발휘하게 되어 있다. 인간의 존엄한 가치는 허울에 불과하게 되고 만다. 누구도 믿지 못하는 험악한 세상이 되고 만다. 서로가 서로를 사기 치고 등쳐 먹는 그런 시기가 다시 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그러한 사회가 오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려면 정부는 물론 언론이나 미디어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들이 먼저 각성하고 감시기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한데 한국사회는 이미 자본의 논리에 점령당한 상태다. 드라마나 영화도 권선징악 대신 돈의 욕망을 쫓는 이야기들로 넘쳐난다. 자본의 논리에 지배당해 황금만능주의가 당연한 진리인 양 말하는 사람들뿐이다. 2013년 <설국열차>처럼 평등을 모르는 화려한 자본주의 현대인의 삶을 비꼰 작품도 있지만 돈을 벌라는 유혹뿐이다. 대중들을 선동하는 경제 관련 방송채널이나 경제지가 넘쳐나는 까닭이다. 통일을 대박이라는 것처럼 미디어가 환상을 심어주는 짓을 하면 안 된다. 돈 많은 사람을 두려워하라는 꾐 수나 속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상천지가 돈을 벌기 위한 유혹으로 가득하다 보니 '가장 비싸게 매입하고 가장 싸게 판다'고 대놓고 사기를 쳐도 묵인하게 된다. 불법 부당한 꼼수로 시장 경제를 혼란스럽고 타락하게 만들어 놓았다. 기술 발전으로 전통적 노동시장이 악화되어 땀 흘린 대가로 살기조차 힘들어졌다. 그렇다고 남이 흘린 땀을 훔쳐야 돈을 버는 세상이라 말을 믿는 사회로 변질되어선 곤란하다. 노동으로 인한 소득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불로소득자들이 이익을 챙기는 추악한 사회가 그러하다. 불로소득자 내지 그 부역자들이 자유 시장 체제를 그렇게 만들도록 흔들고 있다.
개인이 노력과 무관하게 이익을 챙긴 것이 불로소득이다. 노동이나 일을 하지 않고 투자 수익이나 매매 차익이나 상속이나 연금, 복지 등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나 경제 변화애 의해 개인이 향유하는 이익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에 대한 과세는 경제에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다. 또한 토지 자원을 활용하여 초과 수익을 창출했다면 초과 임대료를 지불하는 것은 정당한 과세다. 공동체 사회의 조화로운 삶을 유지하는데 가장 좋은 세금이라고 할 수 있다. 불평등을 없애고 평등한 공동체 삶을 구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40년 동안 압축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폐해가 부동산 시장에 있다. 천민자본주의 상징물이자 망국병이 된 것이 한국의 부동산 정책이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으로는 평생 벌어도 살 수 없을 정도로 거품으로 가득 차 있다. 맥주나 비누 거품처럼 감칠맛을 더해주는 수준을 넘었다. 건설업자나 투기꾼들의 욕망으로 만들어진 거품은 서민들이 일할 의욕을 잃게 만들었다. 삶에서 희망을 빼앗은 N포 세대의 주범 중 가장 악역을 했다. 한국사회를 불로 이득을 챙기려는 투기와 사기꾼들이 들끓는 투기 공화국으로 오염시켜 놨다.
한국은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은 지 오래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상태다. 투기 수요자가 아니면 분양이 어려운 상태다. 그럼에도 아파트 분양에는 입주 신청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광고에 의존하는 방송과 언론이 쉴 새 없는 아파트 광고로 선동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에 현혹된 투자자들과 수요자들이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이유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 특혜를 받은 대기업과 그들의 광고에 기생하는 미디어가 투기 공화국을 만든 주범이라면, 이들의 장단에 꼭두각시처럼 놀아나 부동산 투기로 차익을 챙기려는 투기꾼들이 공범인 셈이다.
식료품 가격이나 의료비가 상승하면 생계비 부담에 아우성이다. 쌀값이나 옷값이 오르면 못살겠다고 난리를 친다. 아파트 분양가가 올라도 그래야 마땅하다. 주거비는 가계비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주택에 재산이 묶여 생계가 힘든 사람들이 엄청 많다. 주택 담보 대출금 상환으로 허덕이는 현실을 감안하면 난리를 쳐도 모자란 마당이다. 부동산 재산이 증가하면 세무가 늘고 생계비가 늘어나니 피켓을 들고 나서야 정상이다. 하지만 헛된 꿈으로 겉과 속이 다른 민심은 그렇지 않다. 1인 1가구 소유주조차 투기꾼 행세를 흉내 내는 형국이다. 부동산 불로 이익이 마치 자신의 소득 증가인 양 좋아한다. 투기꾼 내지 건설업체가 챙기려는 부당이득이 자기 소유인 양 착각의 늪에 빠져있는 셈이다.
부동산 광풍이 몰아쳐 부동산 투기 공화국으로 일그러진 사회를 만들었다면 물질문명은 정신문명을 황폐화시켰다. 비정하고 냉혹한 자본에 인간성이 파탄날 지경에 이른 사회라 할 수 있다. 돈 때문에 어린아이를 유괴하고, 대학 교수가 아버지를 살해하고, 유산을 차지하기 위해 멀쩡한 가족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가두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탈세를 저지르는 등 돈이 모든 범죄의 원인인 셈이다. 돈이 원인인 흉악 범죄는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인간을 상품이나 도구처럼 취급하는 물질문명 사회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1인당 국민 소독이 3만 4천800달러나 되는 세계 선진국이다. 세계 수준의 부유한 나라가 됐다. 국민이 잘 살게 되면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탈물질적인 가치들을 더 중시하는 사회가 되어야 마땅하다. 돈의 지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야 한다. 속물처럼 경제적 성공에 올인하는 삶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는 사람처럼 법에 어긋나는 부정한 짓을 해서라도 꼭 성공하라고 가르치는 사회에서 탈바꿈해야 한다. 의학의 발달하여 암도 고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도 암은 무서운 이유는 암세포가 온몸에 퍼지면 치료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온몸에 번져 치료가 불가능해지기 전에 발견하여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자본주의 논리는 단순하다. 시세 차액이 생기면 차액을 부풀린 사람이 이익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건설업체나 부동산 투기꾼, 협잡꾼들이 불로 이익을 챙기게 된다. 민생 경기가 갈수록 심각한 위기 상황인데도, 경제 지표는 언제나 청신호라는 발표가 나오는 배경에는 빈부 격차가 있다. 서민들이 갈수록 먹고살기 힘들어도 대기업이나 한국 경제는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었음을 뜻한다. 그 정도로 한국 사회의 빈부 격차는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익부의 지배 이념에 더 이상 장단을 맞춰주면 곤란하다. 기득권 세력이 정론지를 통해 퍼뜨려온 담론에는 언제나 함정이나 속임수가 들어있다. 부와 권력을 쥔 자들의 이해관계가 은밀히 숨어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상식이자 진리다. 빼앗거나 훔치지 않는 부는 없다. 누군가의 손실을 자신의 이득으로 챙긴 것이다. 해방 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그래 왔다. 친일 세력이 부역자들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다시피 했고, 그들이 주도하는 사회질서와 지배 이념에 의존해왔다. 친일에 이은 독재 정권은 가난과 무지에서 벗어나 세계적 경제국가로 급성장시켜온 주역인 것도 사실인 반면, 원칙이나 정의보다 불법과 반칙이 횡행하는 승자독식의 불평등사회로 만든 중심에도 그들이 있었음은 분명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경쟁을 하면서 자유 경쟁이라 말하는 그들이다.
'돈이 원수'라는 말처럼 주어의 자리를 돈이 차지한 세상이다. 돈이면 무슨 짓이든 해도 괜찮을 정도로 돈이 종교처럼 여기는 것이 무리가 아니다. 아이에게 장래 꿈이 무어냐고 물어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으로 살 것인지 고민하는 세상이 아니라, 삶의 가치마저 돈이 몽땅 집어삼킨 듯하다. 돈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초월한 세상이다. 어떤 논리로도 자본이 장악한 시장 논리에 맥을 추지 못한다. 삶이 현실과 타협하고 양보한다는 것도 결국 돈의 위력에 눌려 맞서지 못해 타협하는 것이다. 돈이 지닌 위력을 화폐 기능만 남기면 된다. 현금은 없어도 된다. 은행에 보관되어 상품가치를 환산하고 거래와 교환 기능만 남기면 된다.
기득권 세력의 욕망을 흉내 내며 더 이상 그들의 논리에 손뼉을 치면 안 된다. 자본가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사는 건 그들이 던져 준 떡밥을 밥으로 알고 먹은 탓이다. 광고에 현혹되어 비싼 광고비까지 내가 부담하며 소비를 하는 격이다. 자본이 지배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벗어나려면 미끼와 떡밥을 분별하는 지혜를 가질 필요가 있다. 교육비나 의료비가 부담이 없고, 취업이나 일자리 문제로 연애를 포기하고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해주는 건강한 사회, 주택 문제나 노후 걱정에 매달리지 않아도 대접받는 사회가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이다. 민주시민으로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기본 권리이자 자본주의 병폐를 해소하는 최선의 길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