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종교 이야기를 꺼리는 까닭
정치와 종교는 삶에 매우 가까이 있다. 삶의 일부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치 대한 이야기나 종교를 비판하는 말은 터부시 하는 것이 정설로 되어 있다. 서로가 익히 아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정치나 종교를 화제로 삼는 것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 정도로 정치와 종교가 인간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정치적인 견해가 같거나 신념이 비슷한 경우는 그래도 괜찮다. 그러나 서로 반대인 경우는 심각해진다. 불편해지고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정치나 종교 얘기는 아예 안 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회적 동물로 살아가는 인간은 무리를 짓고 살기를 좋아한다. 정치적 색깔이 같은 사람이나 같은 교단에 소속된 사람끼리 인맥을 맺고 지내길 좋아한다. 어느 집단에 비해 그들은 끈끈한 인맥을 유지하며 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힘을 써야 하는 것을 기본으로 생각한다. 정치세력을 키우고 신앙을 전파하는 선교 활동에 관심을 갖는 이유이다. 내가 속한 '우리'를 키워나가고 세력을 확장하려는 것이 그들의 생존 본능인 셈이다.
이러한 세력 경쟁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정치나 종교에 대해 자신과 입장이 반대 거나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게는 배타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우리 편이 아닌 반대쪽은 일단 적이 되고 마는 셈이다. 적은 대화나 타협 대상이 아니다. 공격할 대상이고 타도의 대상인 것이다. 일부 정치 세력이 분노하는 유권자를 숙주로 악용하여 상대를 무조건 비난하는 모습과 일치한다. 일부 종교인들이 교인들을 부추겨 정권 타도를 외치던 정치 세력화된 모습과 똑같다.
지난 역사를 보면 종교와 정치는 거의 쌍생아나 다름없다. 종교나 정파가 비추는 거울이 같았기에 비슷한 사고에 의존하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민주화된 현대 사회는 전혀 상이한 모습이다. 극좌에서 극우에 이르는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지닌 사람들이 공존하는 시대다. 또한 국교가 인정되지 않고 있다. 다원화된 종교집단이 결탁하여 집단 이기주의와 사회 갈등을 일으키는 복잡해진 시대를 살고 있다. 이는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에서도 볼 수 있다. 가족끼리 오손도손 지내다가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견해 차이로 언쟁이 벌어지면 서로 등을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주변에는 만나기만 하면 자기 교회에 나오라고 권유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집안 모임에 참석할 때마다 '예수님을 믿으라!'외치는 어르신도 있다. 교직에서 퇴임한 사촌은 결혼식장이든 장례식장이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교회에서 배포하는 리플릿을 건네주며 '하나님께 구원을 받으라!'를 한결같이 외친다. 집요한 권유에 마지못해 '네~에, 네~에'할 수밖엔 없다. 괴롭고 안타까운 마음이 솔직한 심정이지만 막상 대놓고 거절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엄연히 보장되어 있다. 그런데도 선택을 강요하는 경우는 있다. 미션스쿨에 다니고 종교 대학에 몸을 담으면서 믿을 수밖에 없는 내 경험이 그랬다. 생존을 위해 마지못해 교회를 다니며 성경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있다. 또한 군 복무 시절에 절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불경에 관심을 가진 적도 있다. 보수정권에 찬성하여 그들에 표를 준 적도 있고, 진보정권이 마음에 들어 그들을 지지한 적도 있다. 나이는 노인 세대로 진입하기 일보 직전이지만 나의 종교관이나 정치적 성향은 사춘기를 경험하고 있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종교의 자유에는 종교를 믿지 않아도 된다는 자유도 포함되어 있다. 포교 활동은 자유이지만 다른 사람의 사상을 강제하거나 제한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권리가 타인에 대한 의무라는 점도 이해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 종교의 자유에는 타자의 종교 선택을 침해하거나 강요하면 안 된다는 의미도 알아줬으면 좋겠다. 구원해준다는 구실을 내세워 전도나 믿음을 강요하는 열성 신도들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이다. 신의 구원을 권유하는 행위는 사상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는 사실임을 함께 깨달았으면 좋겠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에 많은 실망과 염증은 가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아닌 기득권과 정치인의 이득을 위한 정치를 수없이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아직도 한국 정치인들의 무능과 위선을 당연한 것인 양 말하고 있질 않는가. 더 이상 그들은 국민의 대표한다고 말해서도 신의를 자처하는 인물이라고 말해서도 안 된다. 권리만 누리고 의무를 다할 줄 모르는 사람들로 자격이나 자질이 부족한 이들이다. 대부분 정치인들은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쁘고 자기 잘못이나 실책을 반성하기는커녕 작은 실적도 부풀려 선전하고 자리보전에만 급급한 사람들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사람을 위한 일이다. 사람이 사는 행복한 세상에 도움이 되어야 정의로운 일이다. 정치와 종교의 목적도 똑같다. 인간의 삶에 유익한 정치와 종교의 역할을 해야 박수갈채를 받는다. 현실은 어떠한가. 권력을 쥐고 교세를 확장하는데 목적을 둔 모습이다. 사람을 위한 일이 아니라 정치와 종교에 사람을 이용하는 현실이다. 기만적인 선전과 교리로 사람들을 세뇌시키고 조종하는 정치와 종교가 아닌가 생각한다. 처세와 언변에 능한 기회주의자들이 행복한 사회를 위해 일을 하는 역할보다 삶을 피로하게 만든다는 생각에 우려와 실망을 접지 않을 수 없다.
정치와 종교는 극단주의자 내지 광신도들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주장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 이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일이다. 하지만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고 차별당하면 안 된다. 사상이나 양심, 종교의 자유는 누구나 평등한 권리로 보호받아 마땅하다. 정치적 견해 차이를 인정해주거나 종교적 신념에 침묵해줘야 한다. 신념이나 가치관의 차이나 취향이 다른 사람일 뿐 인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항상 자신과 같은 방향을 쳐다보고 있으란 법은 없질 않는가.
그럼에도 나 자신이 종교나 정치에 어느 외길에 빠지지 않은 원인이 있다. 정치와 종교의 대리자를 섬기고 따르는데 것에 대한 한계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성직자 역시 가치관을 대표하는 존재이다. 메시아는 욕망을 지닌 인간으로서 완벽한 존재가 될 수 없다. 경전만으로 신의 존재를 믿어야 하는 한계는 분명하게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나 종교가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이유는 이해타산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취향이자 선택이 결국 이해관계로 얽힌다는 점이다. 서로 이해가 상충하면 명분을 다투어 생산적 논쟁을 벌이면 그만이다. 그러나 정치와 종교는 대화나 논쟁으로 풀어갈 사안이 아니다. 선악을 구분해놓고 논쟁을 하는 격이나 마찬가지다. 서로의 절충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패싸움을 벌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상대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는 순간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정치와 종교 전쟁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법이 없다. 적은 공격으로 물리치거나 쓰러 뜨려야 할 대상이다. 그래야 나와 내편이 살아남을 수 있다. 삶과 밀접한 정치와 종교에 싸움이 끊이지 않는 진짜 원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신념이 다른 사람끼리 적대적 감정이 벌어질까 두려워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이다. 의견이나 견해 차이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으려고 묵언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 애착이 클수록 상대에 대한 공격력도 무시무시하다. 이슬람 집단처럼 상대를 악으로 몰아 부정적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와 종교는 신념이다. 개인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지지해주는 바탕이다. 자신의 정체성이 불안해지면 위기를 느끼게 되고 분노를 느끼기 마련이다. 상호 배려나 존중하는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공격적인 행동만 남게 된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울분과 고함을 토해내는 배타적인 군중 심리가 그렇게 느껴진다. 기호나 취향이 다른 가치관 충돌로 인한 갈등을 객관적 증거로 설득되기 어렵다. 상대를 인정해주고 자신의 견해와 주장을 펼치는 것과는 다르다. 대화와 토론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아닌가 싶다.
현대사회는 중세시대로 착각하면 곤란하다. 정치와 종교가 삶을 지배하고 통치하던 과거는 사라졌다. 정치나 종교가 삶을 옥죄고 지배하던 과거가 싫었지만 그리워질 수는 있다. 하지만 반드시 변해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가 우리가 지향할 가치이자 지켜야 할 의무다. 모든 지식이나 경험이 그러하듯이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이 행복할 권리를 추구하는 수단일 뿐이다. 정치든 종교든 마찬가지다.
자연에 대한 공포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데서 비롯된 종교가 천 년 넘게 인간의 삶을 지배해 왔다. 그 과정에서 국가 간 정치적 이해관계나 권력자의 지배 사상으로 악용되어 왔던 것도 사실이다. 현실을 외면하고 불의한 권력과 야합하고 정치 세력화하여 정치세계를 마비시켜온 종교계 폐단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다. 자신의 삶을 신에게 신탁하거나 지배받기로 종교를 갖는 행위가 자유인지 의문스럽다. 신에게 구속된 삶을 자초 행위가 자유로운 삶인지 각성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현 정부 대통령이 종교단체 행사에 참석 안 하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종교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