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선진국
스웨덴에 온 지 2주가 됐다. 스톡홀름에 살고 있는 손주들이 보고 싶어 이곳에 왔다.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다가 큰 마음을 먹었지만 절차가 평소 때보다 훨씬 까다롭고 복잡했다. 1,2차 백신 접종을 맞고 항원 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어도 출국하려면 어쩔 수 없다. 코로나로 인천공항이 평소보다 아주 한산했다. 출국장 매장도 대부분 닫혀있었고 북적이던 여행객 행렬을 구경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인천 공항에서 핀란드 공항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스톡홀름에 있는 알란드 공항에 도착하자 그때부터 분위기가 달랐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마스크에서 벗어난 딴 세상에 온 기분이 들어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스크에서 탈출하니 후련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막상 일상에서 벗어나 보니 허전하다고나 할까.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스웨덴은 처음부터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었다. 전 세계인들이 팬데믹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렇다고 거리두기나 봉쇄조치를 취하지도 않았다 하니 더욱 놀라운 일이다. 재택근무나 자발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수준에서 정부가 대처했다니 무책임한 나라가 아닌지 의문스러울 수밖에 없질 않은가.
그동안 스웨덴 가족들 안위가 무척 걱정되었다. 코로나 발병 초기에 다른 나라에 비해 확진자와 희생자가 많이 발생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집단면역에 기대한 느슨한 방역 체제로 인한 상대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낸 것이 사실이다. 선진적 민주 시민 의식이 앞선 나라에서 코로나 재난에 대처하는 수준이 그 정도밖에 안 되는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스웨덴 가족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확진자를 추적하고 봉쇄 조치를 내리는 한국을 몹시 부러워했다. 사실 코로나 19 방역에 성공한 대표적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이미 세계 최고 방역 국가로 널리 알려졌다. 철저한 방역과 봉쇄조치, 거리두기로 확산을 방지하여 집단 감염을 차단시킨 모범 국가로 주목을 받게 됐다. 국가적 위기와 재난을 맞아 대처를 잘하여 최고로 안심할 수 나라가 된 것이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할 만큼 인정받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사실을 국내인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환난의 시대를 맞아 대한민국의 위상이 전 세계에 알려져 해외 입국자들이 연일 들어오고 있고, 해외에 나가 살던 사람들이 불안해 고국으로 들어오고 있어도 스쳐 지나치는 일쯤으로 대해왔다. 세계 최고 선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모두 판판히 방역이 무너져 방역 선진국을 찾는 입국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도 취재 보도하는 일이 거의 없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코로나 19에 안전한 나라가 됐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의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대응과 다양한 경제 지원 정책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경제활동이 덜 위축되게 만들었다. 한국은 OECD 37개 회원국 중 올해 성장률이 1위 국가가 되었다. 제조업이 붕괴된 잿더미 속에서 한국의 반도체와 조선, 배터리 산업은 수출이 성공적이었다. 코로나 사태로 국가마다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추진된 대단한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난 7월 유엔 경제 총회에서 선진국의 지위를 인정받았다. 57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국가가 됐다. GNP가 높다고 선진국이 되지 않는다. 세계의 무역순위 10위와 잘 사는 경제규모가 7위,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 대한민국이다. 세계 어느 선진국보다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한류의 바람 덕분도 있지만 외국인의 눈으로 보는 신세계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들이 이룩한 결과이자 몫이다.
최근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한국 사회는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최고의 나라다. 코로나 위기 극복에 강한 나라이고, 치안이 믿을 수 있오 안전한 나라다. 시민 의식이 그만큼 수준 높은 사회라는 뜻이기도 하다. 교통과 통신 비용이 저렴하고 세계 최고로 발달한 나라이다. 전 국민이 의료보험 혜택이나 연금 제도가 갖추어져 있는 잘 사는 나라다. K 팝, K 드라마 등 문화와 예술 또한 세계적 수준이다. 노령연금이나 무료승차권, 아이들의 교육수당, 의무교육과 무료급식제도 등 선진 복지 국가로서 손색이 없다.
선진국 사회로 진입했다고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비합리적이고 부도덕한 구습들이 산적해 있고 청산되어야 할 악습도 적지 않다.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 살 길이 없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은 노인 빈곤율과 국민행복지수가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자본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사회에 대한 신뢰와, 연결망, 규범이 약하고 취약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기존의 경제 성장과 개발을 부르짖던 방식에서 벗어나 삶의 질적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경제 부문별 생산성 격차가 크다는 점과 임금 노동자 간 소득 격차로 인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한 엄격한 규제나 분배 정책만을 탓하거나 비난할 것도 아니다. 골고루 잘 사는 국가 정책에 신뢰와 지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는 의식만큼 중요한 자산도 없다는 생각이다. 개인과 조직 간 이해관계만이 아니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최대의 국가 경쟁력이다. 정부가 하는 어떤 일이든 의심하지 않고 신뢰함으로써 얻게 되는 이익은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불필요한 낭비가 줄고 불평불만을 줄여나갈 수 있다. 그 자체로 그 사회가 성숙한 시민 의식을 가진 사회가 될 수 있다.
없는 일도 만들고 작은 일도 부풀려 호도하던 보수 정권 시절이었다. 지금은 반대다. 한국의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서 선도적 임장에서 위상을 빛내고 이끌어가는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지난 9월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이나 G7 정상회담, COP26 기조연설 등은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현 정부가 국제 사회의 중심에 서서 국가의 미래나 더불어 잘아가는 미래를 위한 노력에 관심을 방해하는 모습이다. 오직 과거 자신들의 차지했던 권력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흠집을 찾아 헐뜯는 모습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