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가장 특별한 선물인 까닭
삶을 공짜선물에 비유한다. 스스로 노력하여 탄생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더구나 삶은 가장 귀중한 선물이다. 단 한번 기회의 기적과 같은 선물이기도 하다. 현재 내가 '살아있음'을 잊어선 안 되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러한 특권을 잊고 사는 현실이다. 삶을 특별한 혜택이 아니라, 반복된 일상처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오늘을 어제와 내일을 잇는 과정으로 착각하는 현실이 그러하다. 이제라도 현재가 선물이라는 'present'의 의미를 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생존이 중요한 건 공감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소중함은 잊고 산다. 무한한 삶으로 착각하듯 무한리필 시간처럼 쓰고 있다. 인생을 후회하는 근원이 여기에 숨어있는 것이 아닐까.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산 걸 아쉬워하는 것이 후회이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삶은 죽음을 향하는 중이다. 특별한 혜택이 아깝게 소모되고 있는 것이다. 여한 없는 삶을 원한다면, 한정된 시간을 정면으로 마주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얼마나 소중한 가치와 의미가 담겨 있는지 간직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현재에 몰입할 필요가 있다. 주어진 삶이 기대와 만족으로 즐거워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그렇게 지내려 하고 있다. 과거에 연연하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여기에 오직 천착하고 있다. 사소한 일상이지만 기슴 뛰게 살고 싶어서다. 미련이나 원망 따위의 아쉬운 여지를 남기지 않고 마음 이끄는 대로 따르고 싶다. 해서인지 하루하루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밋밋한 일상이 즐거운 일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새봄을 맞아 삶에 생동감이 생긴 느낌이다.
설렘으로 살아있는 요즘이 정말 기분 좋다. 대학을 떠나오면서 그동안 일과 멀어지고 온정과도 소원하게 지냈다. 의욕이 줄어들어 맥이 빠진 상태나 다름없다. 노동력 상실로 시간은 여유로웠어도 자유가 탐탁스럽진 않아서다. 무기력하게 공허함에 빠져 들 때가 많았다. 허무와 한탄으로 체념하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운 좋게, 책과 글로 무료함을 달래고 고독을 위안삼은 것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기쁨과 행복을 찾게 된 근간이 아닌가 싶다. 인생시계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요즘이 너무 행복하다.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연다. 어젯밤 듣다 잠든 북튜버로 하루가 시작된다. 책 읽는 자작나무는 언제 들어도 반가운 목소리다. 취침용으로 들을 만큼 친근하고 정겨운 목소리다. 눈빛이 인상을 좌우한다지만 그의 음성이 그렇다.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음색이다. 북튜버로서 타고난 천애의 매력을 지녔다. 목소리만 그런 게 아니다. 그가 선정하여 얽어주는 책마다 가슴을 파고든다. 깊은 울림으로 도서관을 갈 때도 있다. 그와 함께 시작하고 잠드는 하루가 즐겁고 기다려지는 이유다.
뉴스공장을 들으며 카페를 향한다. 컴퓨터 화면에 요동치기를 준비하는 잿빛의 '0'이라는 수치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평소에 푸른색을 선호한다. 하지만 붉은색 숫자로 하루가 시작된다. 불과 4~5분밖에 안 되지만 긴장과 스릴로 짜릿한 순간이다. 요즘 친구들과 주된 메뉴가 주식이다. KOSPI 지수가 인사치레다. 그동안 주식이 내겐 사행성 도박이었다. 시대에 어울린답시고 주식 아가방에 현혹되어 용돈을 몽땅 주식에 투자했다. 투자가 아니라 정부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마음을 표현했다는 말이 맞다. 하루가 더 설레기 때문이다.
취미생활은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바둑이 특히 그렇다. 직접 둘 기회는 없어졌지만 기보는 늘 본다. 뇌 건강에 좋은 바둑이기에 영어단어를 암기하듯 유튜브를 거르지 않는다. 당구도 마찬가지다. 치면 칠수록 배울 게 많은 종목이다. 나이 들어 당구인이 늘어난 것도 멘털과 집중력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서가 아닐까. 주 5일 반복하는 일과이지만 싫증 나지 않는 이유라 할 수 있다. 그보다 취미생활은 마음이 통하는 친한 사람과 즐기는 시간이 유쾌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더불어 사는 삶이라서 그렇다. 가까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과 정을 나누는 맛에 살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 먹고고 좋아하는 걸 즐기는 걸 낙으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혜를 누리고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라 믿는다. 정으로 사는 게 인생이라면 가족은 좀 다르다. 사랑으로 묶여 사는 존재다. 35개월 난 손자한 깨달은 지혜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손자가 일러준 사랑이다. 할아버지한테 온갖 표정과 몸짓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모습에 감격의 눈물이 절로 난다. 현재 내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손자와 함께 하고 있음에 대한 행복의 표현이다.
현재를 사는데 저항도 만만치 않다. 그럴 때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어떤 경우든 탓하고 핑계 대진 말자이다. 걱정이나 불안에 매여 살지 말자이다. 현재의 훼방꾼이 과거와 미래다. 기억이나 상처가 피로하게 만들고 지치게 한다. 후회로 인해 짜증 나고 쓸데없는 욕심이 삶을 슬프고 아프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까운 인생 시계 허비하는 거처럼 어리석은 삶도 없다. 남 탓 세상 탓 해봤자 나만 손해다. 불평불만으로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현재만 아는 걸 보면 내가 나이를 먹긴 먹은 모양이다.
새들은 직관이 의존한다 한다. 그저 햇살을 쐬고, 흙을 뒤집어쓰고, 바람 사이를 비행하는 일도 망설이지 않고 마음껏 자유를 누린다고 한다. 공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생은 그럴 순 없다. 과거와 미래에 연결된 복잡한 관계에 얽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다. 부딪쳐 갈등하고 충돌하며 사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에 의한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 아닐까. 여한 없는 삶을 위해서다. 현재의 불행이나 아픔에서 벗어나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 해답이 바로 현재를 소중한 선물처럼 여기는 것이 아닐까.